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144)
신인인데 천만배우 144화
저격
[안녕하세요. 빅윈엔터테인먼트입니다.현재 인터넷에 떠도는 학교 폭력 폭로글에 관하여 당사 소속 배우 하무영과 강보라가 언급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습니다. 이에 당사는 해당 배우들과 동창생 및 주변인들에게 진위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폭로 글과 하무영, 강보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글에 적힌 내용 일부 중 소속 배우의 학창시절과는 전혀 다른 부분이 서술된 것이 그 증거입니다. 이는 객관적인 증거가 있으나, 소속 배우의 사생활이므로 공개할 수 없다는 점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만 필요시에는 수사 기관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며, 현재 삭제된 게시글로 무분별한 추측성 댓글이 악성루머를 유포, 재생산하고 있습니다.
이에 당사는 배우의 명예를 훼손하고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예정입니다.
언제나 하무영과 강보라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작금의 사태가 조속히 마무리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 *
“깔끔하네.”
게시글 작성자를 고소한다는 게 아니라, 악성 추측 댓글을 고소한다는 방침이 중요했다. 게시글 작성자는 진짜 피해자일 수도 있으니까.
무영과 비슷한 상황의 신인 배우가 진짜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댓글에서도 하무영 외 몇몇 배우들이 거론되고 있긴 했다. 완벽하게 딱 들어맞는 조건이 없어서 그렇지.
“이걸로 좀 가라앉으면 좋겠다.”
무영은 소속사 전문을 찬찬히 뜯어 읽으며 중얼거렸다.
그 역시 애들한테 맞은 적은 없지만, 계부한테는 맞고 살지 않았던가.
게시글 쓴 사람이 진짜 그런 일을 당했다면, 아픔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따악-
“안 돼. 그런 착한 표정.”
“뭐가?”
준호가 무영의 눈앞에서 손을 튕기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정신 똑바로 차리라는 듯이.
“게시글 쓴 사람은 잘못 없지. 따지자면 학폭 가해자, 그 사람이 원흉이니까. 그런데 글쓴이, 실수는 했어. 폭로할 거면 그 사람만 특정할 수 있게 다른 내용을 썼어야지. 이 글로 인해 무고한 다른 사람이 피해 보지 않을까, 이걸 생각하고 썼어야 했다고.”
학창 시절의 이야기니 앞부분은 그렇다 쳐도, 뒤쪽에 다른 시그널을 넣을 수 있지는 않았을까?
어떤 작품을 했는지, 혹은 그가 나왔다는 학교가 어디인지 정도는 밝혔어야 무영에게 불똥이 안 튀었을 것이다.
“그 사람, 실수했어. 이건 확실해. 왜 연예인들이 이미지 관리에 목숨 거는데?”
이미 학폭 관련 기사가 우후죽순으로 쏟아졌다.
사건을 인지한 대중들이 과연, 그 사건의 결말까지 알고 싶어 할까?
“사실 여부야 네 팬들만 알고 싶어 하지. 나머지 대부분은 관심 없어. 먹고 살기 바쁜데 하무영, 강보라가 일진 쓰레기였는지 아닌지 알 거 없다고. 그냥 머릿속에 눌린 커피 자국처럼 이미지 갖고 가는 거야.”
그리고 안티들.
그들 역시 상관없을 것이다. 오히려 지금을 즐기고 있겠지. 비루한 인생에서 한 줄기 즐거움을 찾으려는 개 떼들처럼.
“글쓴이도 양심이 있다면 해명 글 쓰겠지. 그게 아니라면 회사에서 찾아내야 할 거다. 해외 아이피면 시간 좀 걸리겠지만…… 그건 그거대로 구린 냄새가 나고.”
“전문으로 해명했는데도?”
“넌 사람들이 믿을 것 같아?”
“하지만 게시글은 믿었잖아.”
어떤 증거도 없는, 그저 글뿐인 폭로를.
준호가 한숨을 내쉬며 대꾸했다.
“선동은 한 문장으로도 가능하지만, 그걸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알지? 괴벨스의 유명한 말.
그의 눈짓에 무영이 뒷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그것을 반박하려고 할 때면 사람들은 이미 선동당해 있다.”
“귀찮은 일이 터졌어.”
준호는 그렇게 말하며 치킨을 시키기 위해 휴대폰을 들었다. 멍하니 앉아서 상황을 곰곰이 되씹는 무영.
“음!”
“……?”
무영은 벌떡 일어나서 기를 모았다. 그런 그를, 준호가 어이없이 쳐다봤다.
“……뭐 하냐?”
“기현상 찾는 중.”
이상한 대답. 하지만 준호는 그러려니, 하며 가볍게 무시했다. 저런 짓 하는 거 한두 번도 아니잖아?
“치킨 반반으로 시킨다?”
“아니! 두- 마리 시키세요!”
스트레칭을 하며 정신을 가다듬는 무영. 확실히 치명적이고 귀찮은 사건이긴 하지만, 괜찮았다.
꽃가루만 따라온 그가 이렇게 쉽게 무너질 리도 없고, 무엇보다 스모그가 안 보이니 크게 타격…….
“아! 스모그!”
“사이드로 치즈볼?”
무영은 팬레터에 묻어 있던 스모그를 떠올렸다.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남이 아닌 자신과 관련된 것에 스모그가 피어오른 것이. 무영이 준호의 말을 무시하며 박스를 뒤적거렸다.
“어?”
분명 아까와 같이 옅은 스모그가 묻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사이사이 박혀 있는 작은 반짝이들. 무영은 씰을 뜯었다.
사락-
“뭐 해? 팬들의 사랑으로 기 충전?”
“어어…… 나도 그러고 싶은데.”
두툼한 봉투 안에는 편지가 다섯 장이 넘게 들어 있었다. 게다가 깨알처럼 작은 글씨로 앞뒤 빡빡하게. 무영은 스모그를 닦아내며 글자를 읽었다.
[무영 씨. 너무 좋아해요. 세상 사람들 다 등 돌려도 나만큼은 무영 씨 편이에요. 언제나 화사한 미소 너무 사랑스러워요. 저는 언제나 당신을 응원해요. 사랑해요. 저는 다른 팬들과 달라요. 바람 한 번 불면 떨어져 나가는 낙엽 같은 사람이 아니라, 소나무처럼 우직한, 그런 사람이랍니다. 무영 씨 정말정말 응원하고 사랑합니다.]……대충 위의 내용이 계속 반복되었다. 에이포 크기의 편지지 다섯 장에. 무영이 당황해서 잠시 멈칫거렸다. 뒤에서 그걸 보면 준호 역시 인상을 찡그렸고.
“뭔데. 이 광기는.”
“…….”
평소라면 좀 과하지만, 자신을 사랑해 주는 팬분이구나, 싶었을 거다.
하지만 스모그도 그렇고, 상황이 상황인지라 영 찝찝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댓글 반응은?”
“안 봤는데. 봐줘?”
무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준호는 포털을 다시 확인했다. 전문을 퍼 나르는 기사들은 물론이고, 온갖 커뮤니티에 삽시간으로 무영의 이름이 도배되었다.
‘얘가 잘나가긴 하는구나.’
문득 준호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긴, 말 그대로 데뷔 후 2년 동안 미친 듯이 히트만 친 신인 배우였다.
이런 사례를 찾기 드물 정도로 성공 가도를 내달리는 중이었지. 대중의 관심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무영아ㅠㅠ지킴이는 너를 믿어ㅠㅠ
-소속사에서 공식 입장 나왔네요. 확인해 보시면 될 듯. 무슨 객관적인 증거가 있다는데, 이렇게까지 말한 거 보면 진짜 아닌 것 같죠?
-ㅋㅋㅋ보여줄 수 없는 증거지만 믿어달라~
-그렇게 따지면 원글쓴이도 증거 없는 거 아님?
-돈 없고 시간 없는 사람은 닥치고 있어야지. 법정대응 어쩌구저쩌구~ 각도기 들고 다닙시다~
-아니, 아니라는데 다들 왜 이럼? 진짜?
-대가리 꽃밭이가? 퍽이나 ‘네 죄송합니다, 피해자가 내건 증거는 아무것도 없지만, 글이 올라왔으니 인정해야겠네요. 피해자 쏘리~’ 이러겠냐고.
-대가리 꽃밭? Tl발 뚝배기 좌삼삼 우삼삼 조질까보다; 아닌 걸 아니라 하지 뭐라 함? 그렇게 따지면 증거는 피해자가 증명해야지, 아닌 사람이 대체 뭘 어떻게 하란 건데?
-하무영 씨 응원합니다! 살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 많아요. 하물며 연예인인데, 돈 많이 버셨으니 대중의 관심은 감수하셔야죠~
-기부 좀 하고 살아라. 그러니까 이러지.
-윗댓 특) 지는 살면서 천 원 한 장 기부 안 함.
-소속사는 댓글 진짜 싹다 조져주라. 얼굴 안 보인다고 막 지껄이는 사람들 너무 많다.
-무영아, 진심으로 믿어. 너무 상심받지 말고 언제나처럼 즐겁게! 파이팅! 사랑해!!!
-그럼 남고에 공부 잘하고 최근 열애설 난 사람이 누가 있지? ㄱㅅㅁ? ㅇㅇㄷ?
-아무리 봐도 ㅎㅁㅇ뿐인데. 남고 스펙이야 그렇다 쳐도 예전부터 알던 친구랑 스캔들 난 건 ㅎㅁ0 뿐임. ㄱㅅㅁ 공부 못했다고, 인터뷰에서 말했었음.
-왜 ㅇㅇㄷ도 스캔들 났잖아. 고딩 친구랑.
-근데 걔는 공학 다니다가 남고로 전학 간 거임.
“어때?”
무영이 조심스레 물었다. 댓글을 쭉쭉 넘기던 준호가 말 마라는 듯이 휴대폰을 소파에 던졌다.
“오늘은 그냥 안 보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겠다.”
“여전하다는 말이네.”
무영 역시 바닥에 벌러덩 누우며 중얼거렸다.
휴대폰만 안 보면 이렇게 고요한데, 저 작은 화면 속은 소란스럽다 못해 전쟁터 같았다.
“준호야, 넌 어떻게 생각해?”
“뭐가.”
“글 쓴 사람,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일까? 나 좀 나쁜 생각 들어.”
혹시 누군가 악의를 가지고 쓴 글은 아닐까?
무영이 고민하며 중얼거리자, 준호가 단박에 가로저었다.
“아닐걸?”
뜻밖에도 너무 단호한 대답. 무영이 누운 채로 고개만 들었다.
“팔자 총량의 법칙 몰라?”
“그건 또 뭔데?”
“너, 학생 때 팔자 조졌으니까 앞으로는 조질 일 없어. 부모 복 없었으니까 인복 하나만큼은 최고일 거라고.”
개논리 같은데 또 이상하게 위로가 되네.
무영은 배시시 웃으며 거실을 정리했다. 문제의 스모그 달린 편지는 따로 빼두고.
띵동-
“치킨 왔다!”
바깥 일은 잠시 잊은 채, 준호와 평화로운 휴일을 보내려고 했다. 분명 그러려고 했는데…….
지이잉-지이잉-
“어? 매니저 형이다.”
무영은 양념이 안 묻은 새끼손가락으로 액정을 눌렀다. 스피커폰으로 울리는 고경민의 난감한 목소리.
-무영아.
“네. 형. 식사하셨어요? 전 치킨 먹는 중.”
-아무래도 우리, SNS 올려야 할 것 같다.
“왜 그러세요?”
-글이 다시 올라왔어.
매니저의 말에 준호가 재빨리 자신의 휴대폰을 집었다.
‘학교 폭력 폭로 글 썼던 사람입니다’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내용이 올라와 있었다.
이것 역시 원글은 삭제, 그 짧은 사이 네티즌들이 퍼 날라 기사로 박제되었다.
[생각보다 많은 분이 관심 가져주셔서, 정말 고맙고 용기가 납니다. 그만큼 A가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는다는 방증이겠죠. 하지만 저는 여기서 그만하려 합니다. 말했다시피 저는 가난한 사람입니다.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또 다른 상처를 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저 진심 어린 사과 하나의 값어치가 이리 비쌀 줄은 몰랐습니다.]“이 X발 새끼가…….”
준호의 잇새로 욕설이 새어 나왔다.
확실해진 것이다. 혹시 모를 진짜 피해자가 아닌, 무영을 저격한 거라고.
[마지막으로 A야. 너는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구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너를 망치는 존재가 너무 많아. 그때는 부모님과 친구들, 지금은 소속사와 팬들. 언젠가는 스스로 깨닫길 바란다.]그리고 첨부된 사진 한 장.
책장을 찍은 것이었는데, 수많은 물건 사이 익숙한 게 보였다. 바로, 무영이 다녔던 학교의 졸업앨범.
-ㅎㅁㅇ맞네;;
-소속사에서 협박 들어간 듯ㄷㄷ
-뭔 소리야. 게시글 삭제됐는데 언제 아이피 따고 접촉을 해? 빅윈이 경찰서냐? 글쓴이가 누군 줄 알고?
-피해자가 이렇게까지 말할 정도면 진짜 아닐까요?
-무서워서 돌려 찍었네;;
무영은 먹던 닭 다리를 내려놓았다.
“형. SNS 해명글 올리고 나면요?”
-고소장 접수해야지. 지금 회사 직원들 싹 다 메일 확인하고 있거든. 댓글만 하려고 했는데, 정식 수사 요청을 해야 할 것 같아. 근데 문제는 여론이…….
“네. 알겠어요.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거울을 보며 얼굴을 이리저리 확인했다. 머리가 좀 부스스하지만, 그건 그거대로 자연스러워서 오케이다.
“저 SNS 라이브 방송으로 해명할게요.”
-뭐?
“저는 글재주가 없어서요. 진심을 다 전하려면 얼굴 보고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아니, 써준 그대로 올리기만 하면 되는데?
“네. 써준 그대로 말씀드릴게요. 직접.”
폭로글에는 커다란 오류가 있다고.
그게 바로 그 글과 자신이 관련 없는 이유라고.
그렇다면 아주 옛날, 자신의 어릴 적부터 자세히 풀어가야 하는데 단순한 몇 문장으로 그걸 알릴 수 있을까?
-잠깐만. 회의 좀 하고 다시 연락 줄게.
“네. 그럼 나는 세수해야겠다~”
무영은 전화를 끊고 후다닥 화장실로 달려갔다.
찬물이 얼굴을 때리면서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다.
“준호야. 나 약간 실전파인가 봐.”
“그래 보인다.”
스킨 촵촵! 립도 살짝 발라줬다. 옷도 깔끔하게 갈아입고. 준비를 마치자 회사에서 연락이 떨어졌다.
-너만 괜찮다면 회사도 괜찮다 하네.
“넵. 그러면 SNS 라이브 키겠습니다. 형도 들어와서 좋아요 눌러줘요~”
SNS에 들어가 보니 온갖 쌍욕과 악플들이 덕지덕지 달려 있었다. 무영은 라이브 방송 버튼을 누르고, 카메라 렌즈를 응시했다.
“아. 안녕하세요.”
그리고 가볍게 손을 흔들며 웃었다.
순식간에 들어온 삼천 명.
우와, 다들 내거 보고 계셨나?
-이 시국에 SNS를?
-??? 이거 라이브임??
-빨리 피해자한테 사과하세요. 그렇게 안 봤는데 정말 실망입니다.
-무영아! 다 닥치라고 해ㅠㅠㅠㅠ슈바ㅠㅠㅠ나는 우리 무영이 믿어!! 믿는 다고!!
숫자가 점점 늘어나서 일순간에 오천 명이 넘어섰다.
이대로 가면 만 명 넘어서는 건 금방이지 싶다. 무영은 턱을 매만지며 말없이 화면만 계속 쳐다봤다.
-혹시 지금 음소거인가요?
-뭔데, 사과방송이라도 하는 거?
-뭐라고 말이라도 좀 해봐.
그는 생각을 다 정리한 듯, 가만히 입을 열었다.
조곤조곤한 목소리. 마치 술자리에서 친구에게 비밀을 털어놓는 듯한 분위기였다.
“있잖아요. 여러분.”
-분위기 잡네ㅋㅋㅋ 무슨 변명을 하려고
-어지간한 거로는 안 통함
-무영이 아니라고! 아니라 하잖아!
“제가 비밀 하나 알려드릴게요.”
-응~ 학폭 가해자~
-??? 뭐냐? 졸라 당당한데?
-당연하지! 아니니까 슈발 것드라
“저는 부모님이 없습니다.”
-????
채팅창에 물음표만 가득 올라왔다.
너무도 황당한 변화구에, 다들 할 말을 잊은 듯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