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146)
신인인데 천만배우 146화
연예가세상
창식이?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긴 한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무영은 준호 옆에 붙어 귀를 쫑긋거렸다. 휴대폰 너머로 난감해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누군지 모르지. 택배로 보냈으니까. 아니, 근데 나도 사진 봤거든? 그게 내 거 맞아? 아닐걸?
“그러면 동창생 중에 X새끼가 있다는 건데?”
-음…… 그건 또 좀 그렇다.
“그치? 너 말고 다른 애도 물어보고 있으니까, 딱 기다려. 거래할 때 주고받은 대화 내역이랑 그, 연락처. 그리고 택배 보낸 주소지. 또 뭐 필요하지? 뭐 필요해요, 형?”
준호가 스피커를 막으며 고경민에게 물었다.
고등학교 졸업한 지 오래인 그는 멍하니 감탄만 하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졸업 후에도 저렇게 연락망이 많다고? 학교생활 잘했나 보네.
“계좌 기록이랑 택배 보낸 영수증 사진. 송장 번호도 있으면 좋고. 중고거래면 그런 거 보내줬을 테니까.”
“네에. 어, 창식아. 들었지?”
졸업앨범을 사갔다고 무조건 범인일 수는 없다.
하지만 확률적으로, 조사할 가치는 충분히 있지.
거짓 학폭 증거로 졸업앨범이 나왔는데, 마침 그때 사 간 사람이 있다? 당연히 의심해 볼 법했다.
“그래. 정리해서 문자로 보내줘. 아 그리고 1반부터 3반까지는 연락이 되는데, 4반이 문제네. 나 걔들이랑 사이 안 좋잖아.”
-맞다. 축구하다 지랄 났었지.
“응응. 그러니까 거긴 네가 좀 물어봐 주라. 너 4반 민수랑 친하지? 내 얘기 빼고, 무영이 얘기만 해.”
-그래. 한번 해볼게. 근데 이게 무슨 일이냐, 진짜. 무영이 걔는 괜찮대? 날벼락이 따로 없네.
창식이의 말에 준호가 무영을 쳐다봤다.
멀뚱멀뚱, 눈만 깜빡거리다가 배시시 웃는 꼴이, 나쁘지는 않아 보였다. 무영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물었다.
“창식이가 나 안대?”
“우리 학교에서 너 모르는 놈이 어디 있어.”
“오호. 근데 창식이가 누구?”
“옆 반 부반장이잖아. 1학년 때는 같은 반이었고…… 너는 애가, 어휴. 됐다.”
창식이에게 들리지 않은 정도로 소곤거리는 무영. 흐릿하게 기억이 나는지 고개만 연신 갸웃거렸다. 휴대폰 너머로 창식이가 말했다.
-준호야.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어. 듣고 있어.”
-혹시 내가 판 앨범 때문에 이 사달 난 거면 어떡하냐?
그의 목소리에는 불안함이 잔뜩 묻어있었다.
그저 돈이 좀 필요했을 뿐이다.
용돈에도 한계가 있는 대학생이었고 책장에는 보지도 않을 졸업앨범이 꽂혀 있었다. 그리고 마침 중고나라에는 그걸 원하는 사람이 있었고.
“뭘 어떡해. 그냥 좀, 재수 꼬인 거지.”
창식이의 잘못이 아니다. 제 물건 제가 팔겠다는데, 누가 뭐라 하겠는가.
-무영이 옆에 있어?
“응. 바꿔줘?”
-아…….
창식이가 고민하자, 준호는 바로 휴대폰을 넘겨줬다. 어색해하는 창식이와 달리 무영의 목소리는 반가움 그 자체였다.
“안녕! 창식아!”
“어이구. 방금까지 누군지도 몰랐던 게.”
“쉿!”
동창생이라곤 준호 뿐이었는데, 이렇게 다른 친구 만나니 얼마나 기뻐.
창식이는 잠깐 뜸을 들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무영아. 영화랑 드라마 잘 보고 있다. 그, 잘 보고 있는데…….
“응. 고마워. 근데 창식아, 앨범 얼마 주고 팔았어?”
-어? 이, 이십만 원.
훅 들어오는 말에 그가 당황해했다. 고작 그 돈 때문에, 그리고 너 때문에 배우 생활 망하겠다며, 금방이라도 무영의 고함이 들려올 것 같았으니.
“아. 이십만 원.”
하지만 그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에이. 조금만 더 기다리지. 앞으로 가격 더더더 오를 건데.”
-응?
깊이에 차이가 있겠지만, 돈 없는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무영이었다.
이렇게나, 저렇게나 동창이라는 이유만으로 보탬이 되었다니 조금은 뿌듯한 마음도 있었다. 악용만 되지 않았다면 더더욱 좋았을 텐데.
“아무튼, 연락받아 줘서 고맙고, 내가 상황이 좀 이래서 부탁 좀 할게. 다른 친구들한테도 좀 물어봐 줄래?”
-무, 물론이지. 무영아. 미안하다. 혹시 나 때문에 그런 거면 정말 미안해.
“아니. 괜찮아. 사과할 사람은 따로 있어.”
무영은 그렇게 인사를 마무리하고서 다시 준호에게 휴대폰을 넘겨줬다.
그리고 테이블 위의 편지를 고경민에게 보여줬다.
“형. 이 편지요.”
“응? 그게 왜?”
“추적 가능해요?”
우체국 소인과 함께 발신자 이름만 이니셜로 적혀있는 의문의 스모그 편지. 하지만 고경민이 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팬레터였으니.
“……해봐야 알겠지? 소인만 있어서 우체국이랑 여기저기 협조 요청을 해봐야 할 것 같은데, 명분을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네. 왜? 문제 있어?”
우체국 소인으로 보내진 우체통까지는 확인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CCTV가 없다면 또 힘들 터.
지문 감식 이쪽으로 넘어간다 해도 찾아낼 수 있다는 확신은 없다.
“음음.”
무영은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형, 저 촉 좋은 거 알죠?”
“아는데 그게 왜?”
“이 편지 쓴 사람, 되게 나쁜 사람 같아요.”
“…….”
고경민은 편지를 받들고서 멍하니 그의 얼굴만 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뭔지 모르겠지만 명분, 그거 그냥 내가 알아서 지어낼게.”
넌 기다리고만 있어라.
준호 역시 고경민의 뜻에 동참한다는 뜻으로 손을 들었다.
“나도 휴가 냈음. 형이 네 일이라 하니까 유급으로 빼주네? 개꿀.”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무영 대신, 준호가 고생 좀 해야할 것 같았다. 친구 일인 것과 동시에 애인의 일이었으니.
“누군진 몰라도 뒤졌다. 진짜, 광역딜 잘 못 넣었어.”
한 명만 건드려도 빡치는데? 두 명 다?
응. 죽은 거여. 죽은 거.
무영은 잘 부탁한다는 뜻으로 엄지를 들어 보이고서 인터뷰 사전 질문 파일을 들었다. [연예가세상> 인터뷰가 바로 내일인데-
“아무래도 학폭 얘기도 나오겠죠?”
“어지간하면 하지 말라고 할 건데, 이미 개인 방송으로 깠으니 그쪽도 조금 치근덕댈 것 같긴 해.”
“괜찮아요. 방송으로 해명하면 효과 더 좋죠.”
무영은 그렇게 중얼거리고선 종이를 넘겼다.
* * *
“안녕하세요.”
“어! 하무영 씨!”
“안녕하세요, 피디님. 처음 뵙겠습니다. 하무영입니다.”
스튜디오는 번잡했다. 미국의 여러 토크쇼를 떠올리게 하는 세트장에, 여기저기 달린 화려한 조명. 호스트인 코미디언 정이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인테리어였다.
“반가워요. 일찍 왔네?”
“네. 차가 뻥뻥 뚫리더라고요.”
“그래요. 아니, 근데 이게 무슨 일이야?”
피디는 무영과 악수를 나누며 과장되게 걱정했다.
학폭 논란에 대한 말이었다. 바로 얼마 전에 터지고, 처음 진행하는 스케줄이니 당연한 반응일 터. 무영은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러게요. 유명세라는 게 이런 건가 봐요. 하하.”
“으이그. 살다 보면 이상한 사람들 많아. 잘 이겨내야 해.”
둘이 형식적인 인사를 나누는 동안, 고경민 역시 옆에서 꾸벅 허리를 굽혔다. 그러면서 은근히 부탁했지.
“피디님. 오늘 인터뷰 ‘잘’ 좀 부탁드립니다.”
누명을 쓴 거니까, 그쪽으로 포커싱 맞춰달라는 뜻. 괜히 시청률 때문에 자극적으로 ‘진짜 아니에요?’ 식의 뉘앙스는 지양해 달라는 뜻이었다.
피디는 고경민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었다.
“물론이죠. 아, 회사에서 무영 씨 걱정 엄청 많이 하대. 전화가 너무 많이와. 했던 말 또 하고 했던 말 또하고. 아하하하. 물가에 애 내놓은 것 같다니까?”
회사 자체적으로 푸시가 들어온 것이었다. 위기 속의 기회라고, 무영의 말대로 이번 인터뷰는 해명의 종지부를 찍을 마무리 도장과 같은 거였다.
“보자. 한 시간 정도 후면 들어갈 것 같네. 아야! 하무영 씨 대기실 안내 좀 해라. 좀있다봐요. 무영 씨.”
“네. 피디님. 잘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쪽으로 안내해 드릴게요!”
피디의 부름에 조연출이 후다닥 달려왔다.
“정이 언니한테 인사 드릴거죠? 바로 옆방이에요.”
“네. 감사합니다.”
똑똑-
“들어오세요~”
“안녕하세요. 선배님. 오늘 인터뷰하는 하무영입니다.”
정이는 메이크업을 받고 있었다. 커다란 눈만 데굴데굴 굴리며 화들짝 놀라는 그녀. 이내 코미디언 특유의 장난스러운 인사를 건넸다.
“어머머머! 무슨 일이야, 이게!”
“바쁘시면-”
“아니요. 바쁘긴. 쌩얼로 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 무영 씨 인사는 꼭꼭 받아야지. 오늘 나도 잘 부탁해요. 피디님 오더 확인했어요? 그, 어제인가 이틀 전인가 터진 그거요.”
“네에. 학폭이요.”
무영은 거리낄 게 없다는 듯 대답했다. 자신감 있는 모습에 정이가 제 가슴팍에 손을 올리며 안심했다.
“약간의 언급은 있을 거예요. 오케이?”
“네. 잘 부탁드립니다.”
“……내가 무영 씨 진짜 팬이거든. 기사 보고 억장이 무너지다가 다시 붙었지 뭐예요.”
청룡영화상 때, 무수히 많은 스타를 만났지만, 윙크를 맞받아치며 호응해주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다들 한낱 광대를 보듯 그렇게 스쳐지나갔거든. 귀엽기도 하고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우리 프로그램 시청률 높은 거 알죠?”
“그럼요. 일등이잖아요. 일등.”
“좋아. 잘해봅시다. 내가 도와줄게!”
정이의 말에 무영은 감사하다며 인사 후, 대기실로 돌아왔다.
코디가 건네주는 옷으로 갈아입고 메이크업까지 받기를 한 시간. 슬슬 스탠바이가 떨어지지 않을까 싶을 때였다.
지이잉- 지잉-
준호에게서 전화가 들어왔다. 화장품 때문에 스피커폰으로 연결!
“네엥.”
-야. 이거 뭐지?
“밑도 끝도 없이 무슨 말이셔?”
-창식이가 보내준 주소지가 서울 동작구거든? 동작구 대방동. 연락은 해봤는데 씹더라고. 아무튼, 그쪽 찾아가려 하는데 네가 부탁한 그 편지, 확인해 보니까 대방동에서 처리된 거래. 우체통 번호는 아직 확인 중이고.
옆에서 같이 듣던 고경민 역시 멈칫거렸다.
그리고 슬그머니 무영을 쳐다봤다. 얘 진짜 뭐지? 뭐가 있는 건가? 우연의 일치가 너무 말도 안 되게 일어나잖아.
하지만 무영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담담했다. 편지의 내용과 함께 스모그가 뜻하는 게 뭔지, 서서히 감이 잡혔거든.
“번호 확인은 언제쯤 가능하대?”
-그쪽도 업무량이 많아서, 그래 봐야 삼 일?
준호가 두 손 가득 홍삼액 들고 간 게 효과 있었다. 최대한 빨리 알아봐주겠다는 답변을 들었으니까.
‘삼 일이라. 다음 주가 인터뷰 방영이니까…….’
무영은 곰곰이 생각하다 결단을 내렸다.
“오케이. 알겠어. 너 그 주소지 가서 나 기다려. 인터뷰 끝나고 갈게.”
전화를 끊자, 멈췄던 스타일리스트의 브러시가 다시 움직였다. 무영의 굴곡진 이마와 콧대를 따라 살살, 부드럽게.
“무영아. 가서 뭐 하게?”
고경민의 물음에 그가 눈을 살짝 뜨며 중얼거렸다.
“화제랑 화재는 빨리 진압할수록 좋다고 해서, 끝장 보려고요. 어떻게 되든, 부딪히면 뭐든 박살이 나겠죠.”
인터뷰 방영 전에 범인이 잡힌다면 더욱 효과적일 터.
무영이 마무리하자, 조연출이 다시 와서 그를 불렀다.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네에. 갈게요.”
잘 차려진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당당하게 복도로 걸어갔다. 그를 보는 사람들의 표정은 각양각색이었다. 감탄하거나, 호기심 있게 보거나, 혹은 측은하게 보거나 또는 일말의 의심을 섞어서 보거나.
“스탠바이할게요!”
“슬레이트!”
무영은 정이와 눈웃음을 나누며 카메라를 쳐다봤다. 이내 조명이 점점 밝아지고, 촬영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울렸다.
차악-!
“연예가세상-! 안녕하세요, MC정이입니다! 오늘은 충무로와 여의도를 거세게 뒤흔들고 있는 신(神)인, 신인 배우! 하무영 씨를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