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147)
신인인데 천만배우 14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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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은 불빛이 들어오는 카메라를 보며 인사했다. 화사한 미소와 함께하는 여유로운 인사.
“안녕하세요. 신인 배우 하무영입니다.”
“무영 씨! 요즘 정말 바쁘실 것 같아요.”
“그래도 정이 님 보려고 시간 냈습니다.”
그의 능청스러운 대꾸에 정이가 가슴을 움켜쥐었다. 평소보다 더더욱 활기차게 시작한 인터뷰. 카메라를 잡고 있던 감독이 스태프에게 중얼거렸다.
“정이 오늘 기분 좋아 보이네.”
“하무영 씨 팬이라더라고요.”
“아 진짜?”
그러면 잘됐다. 피디도 하무영 소속사에서 푸시 쭉쭉 받고, 호스트도 하무영 팬이라 하니. 시청률을 위한 자극적인 질문과 편집 따위는 없을 것이다.
정이는 큐시트에 적힌 순서대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녀의 뒤, VCR로 보이는 수많은 칭찬 댓글.
-하무영 씨 작품은 믿고 봅니다!
-연기하는 거 볼 때마다 정말 놀라요. 어떻게 같은 사람이지 싶을 정도로 다양한 매력을 보여줍니다. 언제나 응원해요!
-사람이 아닙니다,, 그저 ‘빛’
-여러분 놀랄 것 없습니다. 얼굴을 보세요. 저게 인간입니까?
-대학도 서연대라죠. 탈 인간 맞는 듯.
“보세요! 이 멋진 말들을!”
“아하하하.”
무영이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그의 얼굴을 담고 있던 카메라가 줌을 댕겼다. 좋은 건 크게 크게 봐야지. 암!
무영의 필모와 성적을 읊어주던 MC가 감탄을 자아내며 호들갑을 떨었다.
400만, 700만, 32%.
세 개의 숫자가 주는 지난 시간의 값어치가 어떤 의미인지는, 그녀가 더욱 잘 알고 있었으니.
“세상에! 저도 데뷔한 지 벌써 10년 차인데요, 이런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어요. 정말 말 그대로 광풍(狂風)처럼 연예계를 휩쓰셨다고 할 수 있겠네요.”
큐시트를 날려대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정이가 흥분을 가라앉혔다. 무영이 발치에 떨어진 종이를 주워주며 웃었다.
“좋은 작품과 좋은 분들을 만난 덕입니다.”
“겸손하시기까지! 자 그럼 본격 탐구 시간에 들어가 보죠. 무영 씨는 언제 처음으로 배우가 되겠다고 생각하셨어요?”
“고등학교 졸업할 무렵이었습니다.”
“호오. 무슨 계기가 있으셨나요?”
그녀의 질문에 무영이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집안 사정이 안 좋았어요. 상상하시는 것 이상으로요. 너무 힘들어서 이대로라면 안 되겠다, 정말 죽겠다 싶었던 어느 날…… 누군가 알려줬습니다. 연기로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며.”
살짝 먼 산을 쳐다봤다. 그의 머릿속으로 지난 나날이 필름처럼 되감겼으니.
반지하에 찌든 술 냄새, 창문으로 들어오던 흙먼지, 계부의 욕설과 폭력, 그리고 그 날.
인생에서 첫 행운이 시작된 바로 그 날.
한편의 잘 짜인 영화처럼, 그 날이 오프닝처럼 떠올랐다. 죽음의 문턱에서 들었던 목소리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 그를 주인공으로 살게 해주지 않았던가.
다른 사람의 인생을 무대로 무영이의 인생을 살아가게끔.
무영은 괜히 시큰거리는 코를 매만지며 대답했다.
“그래서 시작했죠. 살려고.”
“뭔가 사정이 깊은 것 같아요.”
“인생에 무게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좀 힘들었어요. 제가 짊어질 수 없는 무게여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틀어졌다.
초반부터 진중한 얘기를 하는 건 정이의 취향이 아니었으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인터뷰의 흐름이었다.
여차하면 피디님이 앞뒤 잘라 예쁘게 편집해 줄 테니까.
“네에. 안 그래도 요즘 최고 이슈죠?”
올 것이 왔다는 듯, 무영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인터넷에서 하무영 씨의 학교 폭력 논란이 있었어요. 물론 아닌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하무영 씨의 대처가 굉장히 뜨거웠습니다.”
“네. 글보다는 말로 전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거든요.”
“폭로글에는 가해자의 부모 언급이 있었는데-”
“제 친부모님은 어릴 때 돌아가셨죠. 계부 밑에서 학대받으며 살았는데, 그걸로 그게 증명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무영은 정이와 함께 다시 한번 그 시절 얘기를 나누었다.
연신 고개만 끄덕이며 듣던 호스트가 감정 이입을 하며 테이블을 내려쳤다.
콰앙!
“아니, 세상에! 우리 무영 씨가 응? 이렇게 힘들고 어렵게 살아왔는데, 어떤 분이 그런 글을 올렸을까? 얼굴 한번 봤으면 좋겠네!”
마음 같아서는 쌍욕 시원하게 내뱉고 싶지만, 녹화 중이라 참는다.
작가가 스케치북에 ‘진정! 중립!’을 갈겨 적으며 흔들었다.
“경찰에서 수사하고 있으니 곧 좋은 소식 들려올 겁니다. 그뿐만 아니라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도와주고 계세요.”
준호부터 시작해서 동창생들, 회사 관계자, 지킴이 여러분들까지. 모두가 발 벗고 나서서 뛰어주고 있었다.
“그렇군요. 모쪼록 잘 수습되길 바라겠습니다. 그럼, 잠깐만요.”
짜악!
정이는 슬레이트 치듯 손뼉을 쳤다.
보통 이렇게 중요하고 무거운 내용은 프로그램 중후반부에 넣어서 들어가니, 편집점을 잡아준 것이다.
“자! 너도 궁금하고, 나도 궁금한 스타들의 스케줄~ 스케줄을 알려줘~”
이게 바로 프로라는 건가. 갑자기 180도 톤이 바뀌며 우스꽝스러운 자세를 취하는 정이. 무영이 재밌다는 듯 눈을 끔뻑이며 웃었다.
“다음 작품은 언제 하나, 팬분들이 정말 기다리고 있어요. 스케줄이 어떻게 되세요? 무영 씨?”
“지금 넵플렉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곧 촬영에 들어가요. [유일한 건물주>라는 제목인데…….”
작품은 세 개인데 모두 히트작이다 보니 썰을 풀자면 끝도 없었다.
무영은 기억을 더듬어가며 정이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했고, 약 세 시간 동안 녹화가 진행되었다.
“이거 분량이 많이 나오겠네.”
“그러게요. 하무영 씨가 말재주가 좀 있어.”
“머리가 좋아서 그런가, 조리 있게 잘하네요.”
“어떡하죠? 쳐내기엔 좀 아쉬운 부분이 많은데.”
피디와 조연출이 쑥덕거리며 하무영을 힐끔거렸다. 제일 잘 나가는 신인 배우와 마침 터진 논란이라. 피디가 중얼거렸다.
“두 편으로 잘라서 내보낼까?”
워낙 뜨거운 감자다 보니, 시청률은 어느 정도 보장된 상태. 예고편으로 학폭과 과거사 보여주고 두 편으로 자르면?
“안 돼요. 하무영 요즘 건드리면 안 되는데.”
하지만 메인 작가와 조연출이 질겁하며 뜯어말렸다.
이 양반이 지금, 돌아가는 꼴을 잘 모르네! 하무영과 그의 과거사를 미끼로 낚시질 잘못하면…….
“동정론 장난 아니에요. 학폭, 무고, 가정폭력, 학대 뭐 이런 거 다 싸잡혀서 사회란도 엄청 시끄럽고, 덕분에 관심 없는 어르신들도 한 번쯤 들어봤을걸요? 쟤 지금 잘못 건드리면 그대로 몰매 맞아요.”
“맞아요. 진짜 좀…….”
“화력 미쳤는데, 지금.”
가해자로 몰려 이미 한번 당한 무영이이었다. 그런 애를 데리고 장난질하면? 어우. 끔찍해! 시말서 바로 날려야 할지도 모른다.
“그럼 어떡해?”
“어쩔 수 없죠. 시간을 늘릴 수밖에. 저거 다 살리려면 그것밖에 없어요.”
“뭐 자르지? 오프닝 하고 바로 들어가는 코너.”
“[무비무비>요?”
“영화 소개하는 거 3편에서 2편으로 줄이고, 뒤에는 음. 스타와 게릴라데이트! 거리 섭외 안 돼서 밀렸잖아. 그대로 잘라.”
피디의 말에 조연출이 미친 듯이 메모지를 적어댔다.
그런 뒷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영과 정이는 찰떡같은 호흡으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음. 이제 마지막 질문인데요.”
“네. 너무 아쉬워요. 정이 님.”
“아…… 카메라 꺼주세요. 정이 울 것 같으니까.”
“하하하.”
“하무영 씨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그녀의 질문에 무영이 잠시 고민했다. 날것 그대로의 대답을 위해, 미리 보내준 질문지에도 없던 것이었으니. 그는 웃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생각보다 사소한 것이요. 좋아하는 일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사랑을 주고받고, 따뜻한 잠자리에서 자는 것. 더 거창할 줄 알았는데, 행복은 생각보다 쉬운 거였어요.”
“지금 행복하세요?”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그래서 더 감사해요. 모두 여러분 덕분입니다.”
“네에! 언제나 행복한 우리의 소중한 배우, 하무영 씨였습니다! 연예가-세상! 하무영의 세상이 언제나 빛나길 바라며! 다음에 또 뵐게요~ 안녕!”
정이가 메인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자, 무영이 역시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
“오케이! 좋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무영 씨! 오늘 좋았어요, 말을 어쩜 그렇게 잘해?”
“에이. 아니에요. 정이 선배님이 도와주셔서.”
“오늘 인터뷰 너무 즐겁고 좋았어요. 또 봐요.”
무영은 정이를 비롯해 제작진들과 인사하며 촬영을 마무리했다. 꾸벅꾸벅, 스튜디오를 나오는데 허리 펼 틈도 없이 인사를 해대는 무영.
“와아. 끝났다.”
“짐 다 챙겼지? 생각보다 조금 늦어졌네.”
워낙 재미있는 일화가 많아서 한 시간가량 늦어졌다. 무영은 휴대폰을 확인하며 그를 재촉했다.
“네에. 형 이제 가요.”
“너 진짜 갈 거야? 동작구?”
“그럼요. 준호 계속 대기하고 있어요.”
말해 뭐하냐고, 무영은 방긋 웃으며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2층짜리 다세대 주택. 창식이가 찍어준 주소는 그중 1층이었다. 준호는 차 안에서 주택만 둘러보며 무영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좁은 골목 사이로 밴이 들어왔다.
끼익-
“못 들어와. 여기 좁아서.”
“준호쓰!”
“경민이 형, 빽! 빽!”
무영은 밴에서 폴짝 뛰어내린 다음 재킷을 여미며 준호에게 다가왔다. 매니저는 차를 대로변에 대고 오겠노라 후진으로 골목을 빠져나갔다.
“연락은 돼?”
“전화, 문자 다 씹는 중. 근데 아까 보니까 1층에 불이 켜졌다가 꺼지더라고. 사람은 있는 것 같은데 영, 반응이 없어.”
초인종도 몇 번 눌렀지만 무응답.
무영은 재킷 속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주택을 쳐다봤다. 오, 보인다.
‘스모그.’
편지지에 붙어있던 바로 그것이었다. 어디선가 흘러나온다기보다는 주택 주위를 먼지처럼 에워싸고 있는 상태였다.
“어떡할래?”
준호의 말에 무영이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안 나온다니까?”
“음. 안녕하세요. 하무영인데요.”
대꾸도 없는 인터폰에, 무영이 얼굴을 보여주며 인사했다.
“묵묵부답인디.”
“안에 계시면 잠깐-”
끼익-
초인종 소리가 가시기도 전에 열리는 현관문. 무영이 고개를 들이밀며 안쪽을 확인했다. 손바닥 정도 열린 문 사이로 한 여자가 바깥을 쳐다봤다.
“중고나라에서 얼마 전에 저희 학교 졸업앨범 사셨다고 해서 왔어요. 이름이-”
“김아롱 씨.”
“아롱 씨. 맞으세요?”
그녀는 후다닥 달려 나와 대문을 열었다. 발자취를 따라 스산하게 흩날리는 검은 스모그. 무영은 말없이 그걸 보기만 했다.
“……무, 무영 씨?”
“네. 안녕하세요.”
“세상에!”
뒤로 넘어갈 것처럼 반가워하며 무영의 손을 붙잡으려는 김아롱. 준호가 옆에서 가볍게 저지했다.
“졸업앨범 사신 분 맞죠?”
“무영 씨…… 요즘 고생 많지요?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에요. 저 진짜 팬이에요. 저는 무슨 일 있어도 무영 씨 편이고요, 다들 뭐라 해도 저는 무영 씨 믿거든요. 우리 무영 씨가 당연히 그럴 리가 없죠…….”
횡설수설 뭐라 중얼거리기는 하는데, 반쯤은 먹히는 목소리라 알아들을 수가 없다. 무영은 그녀를 찬찬히 뜯어보며 용건을 말했다.
“졸업앨범, 그거 제가 다시 회수하고 싶어서요. 친구가 사정상 팔았는데, 앨범은 의미가 남다르잖아요. 가격은 원하시면 두 배, 세 배로 쳐드리고요…….”
그녀는 무영의 눈빛과 마주하지 못하고 땅만 바라봤다. 여전히 꿍얼꿍얼,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무어라 말하는데-
“그리고 있잖아요.”
냉정하고 차가운 목소리. 준호도 처음 듣는 무영의 음성이었다.
“혹시 인터넷에 글 쓴 사람, 김아롱 씨 본인이에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