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161)
신인인데 천만배우 161화
술
[차은성X하무영 ‘칼날의 궤’ 최종 캐스팅 확정] [믿고 보는 배우와 대세 배우의 조합, 기대감↑] [‘칼날의 궤’ 첫 방영일은 언제?] [하무영, 첫 사극 도전 떨리지만 잘해낼 것]계약서에 도장을 꽝꽝 찍자마자 기사가 쏟아졌다.
모든 것이 환상적인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함께했다 하면 대박 내는 네임드 작가와 피디, 배우 중 1티어라 불리는 차은성, 현재 연예계에서 제일 핫한 하무영. 게다가 둘의 소속사는 또 어떻고?
한쪽은 세워진 지 거의 십 오 년이 넘어가는 곳이었고, 한쪽은 SJ계열을 등에 업고 있는 곳이었다.
이런저런 시너지 효과로, 대한민국 메인 포털에는 두 사람의 캐스팅 기사가 매일같이 걸렸다.
-오마이갓,, 지쟈스,, 무영이 사극이라고요? 그것도 왕이라고요?
-제가 목을 내 놓으면 되겠습니까?
-아니, 은성이도 마지막 사극 이후로 삼 년만이잖아ㅠㅠㅠ 너무 기다리고 있었어요 진짜 제작진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캐스팅 감사해요
-하무영이 왕? ㅋㅋㅋ졸라 귀여울 것 같은데
-ㅇㅈ 이미지로 보면 왕보단 유생이 잘 어울림
-중종이랑 조광조 얘기는 많이 없는데 기대가 됩니다. 응원합니다. 제발 역사 왜곡 같은 거 없게 해주세요.
-하무영 진짜 잘나가긴 하는구나; [너는 별, 나는 별> 이후 드라마 복귀작이 차은성이랑 하는 거;; 그것도 주연;; ㅅㅂ
-이제 하무영 신인 배우 딱지 떼야겠는데?
-그래서, 첫 방이 언제라고? 빨리 말해줘 현기증 나니까…
“아. 보름 후요?”
무영은 차에서 내리며 되물었다.
그가 도착한 것은 용인의 한 사극 세트장. 경북궁 같은 궁전까지 소규모로 제작되어 있는 곳이었다. 일반인들도 구경 많이 오는지라, 주차장에는 차가 빼곡했다.
“응. 원래 3화 분량만 만들고 간다 했잖아. 근데 5화로 늘었대. 아무래도 그게 편하지?”
“우리한테는 그렇죠.”
어느 정도 촬영을 해놓고, 첫 방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면 현장에서 무리하게 진행할 일이 없는 데다, 배우들 컨디션 조절하기에도 좋았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 무영 씨.”
무영은 고경민과 함께 가방을 들고 촬영장으로 들어갔다.
여러 구역이 있지만, 역시 왕이 있어야 하는 곳은 궁전이지.
궁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칼날의 궤 촬영 중 협조 감사합니다’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오오오. 여기 되게 멋지다.”
“그치? 여기 생긴 지는 꽤 됐는데, 이번에 시장이 바뀌면서 보수 공사를 진행했다 하더라고. 타이밍 좋게 여기가 제일 먼저 고쳐졌어. 그리고 우리가 첫 타자고.”
조연출이 웃음을 머금으며 말해줬다.
깔끔하게 도색한 건물 외벽은 두말할 것도 없고, 궁의 화원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졸졸 흐르는 인공 개울과 연못, 그 주위를 둘러싼 아름드리나무.
바람이 한번 지나갈 때마다 푸른 잎들이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진짜 왕이라도 된 것 같아요. 너무 멋있다.”
“무영이 넌 진짜 왕 맞잖아. 전하, 가서 분장 받으시지요.”
“앗. 네넵. 맞다, 차은성 선배님은요?”
“아직 안 오네. 제주도에서 오는 거라 좀 늦을 거라고는 하던데. 그래서 무영이 단독 씬만 먼저 찍을게.”
“네. 바로 준비할게요.”
무영은 스태프의 안내에 따라 안쪽 작은 대기실로 향했다. 사실 대기실이라기보다 잡동사니를 보관하는 창고 같지만, 테마파크 쪽에서 편의를 위해 빌려준 모양이었다.
“살면서 한복 처음 입는데 그게 곤룡포일 줄은 몰랐어요.”
제작비가 빵빵해서 그런지, 옷도 퀄리티가 뛰어났다.
반짝이는 금색 자수가 아주 섬세해서, 계속 쳐다보게 된다.
“수염은 안 하죠?”
“얘는. 19살이라니까.”
“그래도 그때는 했잖아요.”
“그런 거 다 따지면 시청자들이 싫어해요. 무영이 얼굴에 수염이 웬 말이니. 자. 아- 해봐. 피디님이 약간 촉촉하게 해달라 하셨거든.”
연약하고 나약하며 우수에 젖은 어린 왕. 첫 화에 등장할 때, 그렇게 보이게끔 해달라며 오더가 들어왔다.
“형. 오늘 찍는 거 어디어디래요?”
“아. 잠시만. 1화 4번씬부터 그 뒤까지 쭉. 그리고 3화 23번씬부터 34번. 4화 1번부터 19…….”
무영은 고경민의 말을 경청하며 거울 속 자신과 눈을 마주쳤다. 스타일리스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안 적어도 돼?”
“네? 네네. 뭐. 형이 갖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지금 말한 부분이 어디인지는 이미 머릿속에 다 들어가 있거든.
고시 공부하듯 대본을 보고 또 봤더니 조연 대사까지 외울 참이었다.
“자아. 다 됐다.”
“감사합니다.”
흰 피부를 강조하는 화장이었다.
반질반질하니, 오늘따라 잘 먹는 것 같다. 스타일리스트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의상을 점검하던 중.
“차은성 씨 오셨어요!”
문 너머로 스태프들의 분주한 소리가 들렸다. 바로 벌컥- 문이 열리며 선글라스 낀 차은성이 모습을 보였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무영은 꾸벅 인사하며 웃었다. 제주도에서 온다더니만, 시간 맞춰 잘 왔네.
살짝 굳은 고경민과 코디 누나와 달리, 무영은 거울을 마저 보며 옷매무새를 정돈했다.
“야.”
“네?”
오늘따라 기분이 더 안 좋아 보인다.
그때 리딩 날 이후, 각자 촬영만 따로 잡고서 함께하는 건 거의 처음이었다.
“나가.”
“네엥.”
냉랭한 그의 말에도 그저 웃으며 알겠노라 고개를 끄덕이는 무영. 한껏 지랄을 해도 상대가 지랄로 안 받아 들이니 싸움이 될 리가 없다.
타악-
“어후. 쟤는 대낮부터 왜 저런데.”
“하하. 그러게요. 배고픈가?”
무영은 고경민이 꿍얼대는 걸 들으며 촬영장으로 들어섰다.
살가운 인사까지는 안 바라도, 최소한의 교류는 있어야 하는데…… 다른 건 몰라도 연기 호흡에 지장이 있을까 봐 그게 걱정이었다.
‘그나저나 진짜 뭘까.’
분명 차은성이 스모그의 원인일 거라 생각했었다.
근데 저렇게 개인적으로 성질 부리는 것외에는 별문제 없이 작품이 진행되었고, 외부적으로 본다면 모든 것이 완벽에 가까웠다.
좋은 대본, 제작사, 배우 게다가 시청자들의 기대까지.
“흐음.”
무영은 너덜너덜해진 대본을 가볍게 흔들었다. 밑줄 치고, 접히느라 금방이라도 종이가 떨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대신 흩날리는 꽃가루. 그리고 옅은 연기.
“에잇, 모르겠다!”
“뭐가?”
“아, 피디님.”
“드디어 첫 장면이네. 나 사실 이게 제일 먼저 찍고 싶었거든.”
제작 사정 상, 극의 흐름대로 촬영을 할 수는 없었으니까. 무영 역시 같은 마음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카메라 좀 볼까? 가서 앉아봐요.”
“네. 아, 선생님!”
“무영 군은 용포가 잘 어울리네.”
“젊은 사람이 뭔들.”
커피 쭉쭉 빨며 마실이라도 다녀오신 모양이다. 반정공신(연산군을 폐위시키고 중종을 즉위시킨) 중견배우들이 무영과 반갑게 인사했다.
“스탠바이 갈게요! 무영 씨!”
“네!”
무영은 조연출의 부름에 용상에 앉았다. 대본과 피디가 지시한 대로 살짝 등을 기대고 삐뚤게.
렌즈로 그 모습을 보면 피디가 어쩔 줄 몰라 하며 박수를 쳐댔다.
“너무 예쁘다. 응?”
붉은 옷 때문에 흰 피부가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화려한 금수와 아름다운 궁. 자신이 머릿속으로 그렸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내레이션 읽어줄까요?”
“네. 그게 편집할 때도 편하시죠?”
“상문아! 이리 와봐!”
피디는 막내 스태프를 불렀다. 그리고 카메라 옆에 딱 앉아서 대본을 뒤적거렸다.
“준비됐어요?”
“네. 됐습니다.”
“들어갈게요! 거기, 잠시만 비켜줘요. 레디!”
담담하게 앉아 있는 무영을 카메라가 전체적으로 담았다.
그리고 점점 클로즈업되는 얼굴. 막내 스태프가 중종의 내레이션을 읽었다.
“액션!”
“……가을빛이 완연한 날, 나는 왕이 되었다.”
그의 말에 맞춰서 무영이 눈빛 연기를 시작했다. 우수에 젖은 듯 살짝 촉촉해지는 눈가. 분홍빛으로 오르는 눈 끝에 고경민이 저도 모르게 두 손을 그러쥐었다.
‘어이구. 복숭아네, 복숭아야.’
내래이션이 진행되는 약 15초.
그저 화면에는 무영의 멀끔한 얼굴만 잡혔다. 너무 길게 잡는 것은 아닐까, 연출팀이 우려했지만, 피디는 완강했다.
잘생긴 거 보는 만큼 재밌는 게 어디 있겠냐며.
게다가 무영이 섬세하게 얼굴 근육을 움직여 다채로운 표정 연기를 보여줬다.
“전하.”
스태프 옆에 쪼그려 앉아 있던 중견 배우가 대사를 쳐줬다. 그제야 무영의 눈에는 회상이 끝난 것처럼 빛이 돌았다.
“오케이! 컷!”
“좋습니다. 선생님 바로 갈게요.”
“그려그려.”
무영을 불렀던 대신이 무영의 앞에 조아리고 섰다.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촬영. 어느새 분장을 마친 차은성 역시 한복을 바스락거리며 나타났다.
* * *
조광조는 왕의 발치 아래 엎드렸다.
약한 왕권이 혼란스러운 사회를 부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박영문과 신윤무 등 반역 사건과 더불어 천둥 번개가 대낮에 쳐대는 불길한 일 또한 일어났다.
“고개를 드시오.”
중종의 말에 조광조가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꼿꼿한 선비의 절개가 잔뜩 서려 있는 표정이었다. 중종은 호기심을 느끼며 그에게 하문했다.
“그대가 올린 상소를 보았소. 혹여 내가 잘못 본 것인가?”
흉흉한 사건들로 인하여, 폐하였던 조강지처를 복위하자는 말이 나돌던 참이었다.
그로 인해 다시 신하들 사이에서는 알력다툼이 일어났고, 막 급제한 조광조 역시 이에 따른 상소문을 올린 참이었다.
“아니옵니다. 붓이 지나간 자리는 다시 되돌릴 수가 없으니, 소신이 올린 상소는 분명 제 뜻이옵니다.”
그런데 그 상소가 참으로 발칙한 게 아닌가.
현대로 비교하자면, 막 회사에 입사한 똘똘한 신입사원이 임원들이 일 처리를 못한다며 다 잘라버리자는 안건을 회장에게 올린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중종은 어이없는 웃음을 흘리며 그를 내려다봤다.
“말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걸, 그대가 더 잘 알것이오. 후회는 없겠소?”
“신하된 자로서 옳다 생각하는 바를 올리는데 어찌 후회가 있겠나이까? 당치도 않는 말씀이옵니다. 전하.”
중종은 가만히 턱만 만지작거리며 그를 빤히 내려다봤다. 반정공신(훈구파)를 견제할 세력이 필요했다. 사림 중에서도 좀 강단 있고…… 예컨대 저렇게 앞뒤 못보고 달려드는 미친자 같은…….
“자네의 발언으로 모든 관료가 죄다 대립하여 싸우려 드니, 요즘 조정이 참으로 흉하여 내 골이 아플 지경이오.”
“송구하옵니다.”
“그러니까 자네가 책임지시오.”
“……예?”
“책임지라고.”
격식이 걷힌 중종의 말에 조광조가 눈썹을 찡그렸다. 자신의 왕이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두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맞물렸다.
“아 오오케이! 컷! 좋습니다!”
그와 동시에 터지는 박수와 피디의 컷 사인.
그날의 마지막 촬영인지라, 다들 즐거움이 듬뿍 묻어나는 얼굴이었다.
물론 결과물도 굉장히 만족스러웠고.
“수고하셨습니다.”
“으응. 수고했어요.”
무영이 스태프와 인사를 나누는 와중, 차은성은 가만히 앉아서 수염을 뜯어냈다.
확실히 그가 프로는 프로인 게, 카메라 앞과 뒤에서 뿜어내는 기운이 완전히 달랐다.
봐봐. 끝나니까 바로 짜증 제대로잖아.
“아. 씹…….”
“아이고, 은상아. 피부 다쳐. 물 묻혀서 뜯어야지.”
“아 그럼 물 대기하고 있던가. 간지러워 죽겠는데.”
“미, 미안.”
애먼 매니저만 불쌍하다.
차은성은 매니저가 턱을 정리해 주는 동안, 휴대폰을 보며 중얼거렸다.
“다다음주 저녁에 약속 있는 거 알지?”
“어? 어어. 알지.”
“콜 하면 데리러 와.”
“누구랑 마신다고 했더라?”
“임 감독님이랑 그쪽 사람들.”
그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입가로 옅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스태프와 인사하던 무영이 멈칫거리며 그를 빤히 바라봤다.
“무영아?”
“잠만요.”
차은성은 그가 엿듣고 있는지도 모르고 계속 짜증을 부려댔다.
“근데 술은 조금만…….”
“알아서 해. 형은 잔소리가 많아서 짜증나.”
“……입 다물까?”
“응.”
차은성이 술 마신다고 하자, 대본에 묻어났던 그 연기가 조금씩 모습을 보였다. 무영은 반사적으로 그에게 달려가 소리쳤다.
“어어어, 저기, 선배님!”
“……?”
갑자기 웬 친한 척? 차은성이 미친놈 보는 듯 눈을 부라렸다.
하지만 무영은 개의치 않고 웃어 보였다. 하나,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말이 이상하게 나갔다.
“술…… 을 꼭 먹어야 하는 건 아닐걸요?”
“……뭐래. 돌았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