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170)
신인인데 천만배우 170화
뜻하지 않은
[도 넘은 역사·문화 왜곡 [사랑을 쏘다> J사 드라마본부장, PPL 업체와의 유착 의혹] [사랑을 쏘다>는 요즘 제일 ‘핫’한 드라마다.대학생인 남녀 주인공이 자취방에서 마라탕을 만들어 먹는 것으로 시작된 논란이었다. 한국 드라마에서 노골적인 중국 패키지가 등장한 것은 생경했기 때문.
당시 시청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지만, ‘밀키트’라는 형식인지라 이해 범위 안에서 논란이 종식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문제가 생겼다.
두 주인공이 경복궁 데이트를 하면서 한복이 아닌 치파오를 연상하게 하는 옷을 입은 것.
그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대사에서 ‘숫자 8이 좋다’ 혹은 검지와 엄지를 접으며 ‘숫자는 이렇게 세야지’ 등의 중국 풍습을 나타내는 장면이 송출되었다.
이에 시청자들은 격분, 드라마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도 드라마의 해외 서비스를 중지해달라는 글이 올라왔으며,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방송사 불매운동을 진행하자는 반응이 있을 정도다.
세계로 뻗어 나가는 한류 열풍에 반하듯 중국의 동북공정이 심해지는 요즘, 시청자들의 이런 반응은 당연했다.
그런데 J사 드라마본부장 A씨와 당시 마라탕을 협찬했던 동손식품 사이 유착 정황이 드러났다.
A씨는 이전에도 당사 타 드라마에 동손식품을 협찬하라고 담당피디에게 지시하였으며, 제작팀이 거부하자 알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계 성씨를 가진 A씨는 화교 2세인 것으로 추측, 동손식품 역시 중국 기업인지라 모종의 유착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방송 관계자의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미친; 어쩐지 뭔가 이상하다 했어.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장면이 어떻게 들어갔나 했다ㅅㅂ
-진짜 문제 아닌가요? 한국에서 ‘방송’은 문화의 주축인데 거기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이 있다는 건..
-왕 씨라고 함. 왕光9 이름부터가 쭝꾹삘.
-아니 근데 작가랑 피디도 미쳤네 타 드라마는 제작팀이 거부했다며. 그러면 사랑을 쏘다도 그럴 여지가 있었던 거 아님?
-잘 보다가 기분 잡침ㅠ 인생드라마였는데 시벌거
-같은 방송사 타 드라마라……혹시 칼날의 궤인가?
-동북공정하기에는 사극만큼 좋은 게 없긴 함
-내 친구가 칼날의 궤 스태프인데 저거 맞다네. 맨 처음 월병 PPL 들어왔는데 현장에서 거부했대
-헐;;ㅠㅠ역시 국민배우 차은성 내 새끼 하무영ㅠㅠ
-당장 드라마 폐지하고 사과문 내세요. VOD도 삭제하고 스트리밍 싹다 지우세요 그렇지 않으면 방송사 불매하겠습니다.
-대한민국 시청료 처먹는 새끼들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말이냐 막걸리냐? 시청자 우롱이자 현대판 매국노다.
-방국노 OUT
* * *
“이게 X발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차악-!
J사 사장이 신문을 집어 던지며 격노했다.
그의 앞에서 쩔쩔 매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왕광구.
소파에 앉아 머리를 쥐어 싼 부사장과 국장들 역시 표정이 썩어있었다. 모두 몇십 년 동안 방송계에서 일해온 사람들이건만, 이런 난관은 또 처음이었으니.
“대체 일을 어떻게 처리해서 방송국이 매국노라는 말이 돌게 하느냐 이 말이야! 방국노란 말이 가당키나 해?”
“죄, 죄송합니다. 제 불찰입니다.”
“이런 일 하라고 그 돈 주고 당신 쓴 줄 알아?!”
“면목이 없습니다.”
사장의 분노가 터지듯 종이가 사방으로 휘날렸다.
그럴수록 왕광구의 몸은 더욱 움찔거리며 수그러들었다. 갈피를 못 잡는 시선이 이리저리 흔들리다 부사장과 마주쳤다.
‘자네. 입조심 해.’
시선으로 건네는 경고.
사실 동손식품과 왕광구가 연을 맺게 된 것도 부사장의 소개를 통해서였다.
하지만 사태가 이렇게 된 지금, 부사장까지 휘말리면 진짜 비빌 언덕이 없어진다.
“사장님. 아무래도 여론이 좋지 않습니다. 다른 방송사에서도 이때다 싶어 달려들지 않나…….”
모든 방송국이 대서특필로 J사 욕을 그렇게 씹어대고 있었다. 그저 본사 뉴스데스크만이 민망한 침묵을 지킬 뿐.
‘공정’이 생명인 보도부 측에서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그래도 식구 문제를 신랄하게 깔 수 없으니까.
“어떻게 된 거야? 말이라도 좀 해봐!”
“아. 그게……. 동손 측에서 맨 처음 [칼날의 궤>에 식품 PPL을 넣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게 무산되면서 [사랑을 쏘다>로 넘어갔는데, 저희 쪽에서 계약을 파기 및 변경한 거라 다소 무리한 부탁일지언정 들어준 것 같습니다. 그렇죠? 왕광구 본부장님?”
부사장이 말하며 그를 채근했다.
왕광구는 달달 떨리는 손을 맞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의 얼굴이 더더욱 구겨졌다.
“제작비는?”
“한 제품당 7억씩 받았고 의상과 관련된 부분은 10억 받았습니다. 의상 협찬은 동손식품이 아니라, 동손식품 창업주 딸이 디자이너인데 그걸로…….”
생각보다 단가가 세네.
가만히 듣던 다른 본부 국장들이 속으로 놀라고 말았다.
작게는 천부터 시작하는 PPL 단가 아니던가.
확실히 독이 든 성배였다. 가격이 후덜덜한 만큼 책임져야 할 사항도 컸다.
“제작 상황은?”
“현재 16화 중에서 문제의 7화까지 방영이 된 상태입니다. 제작은 15화까지 다 되었습니다. 오늘 마지막 분 찍고 편집 들어가는 게 스케줄이었다고 합니다.”
“아이 X…….”
“제작비는 130억 정도 예상입니다. 아직 마케팅 비용이랑 대금 안 치른 게 있어서, 오차 범위 몇억 선 내일 것 같습니다.”
사장이 말없이 의자에 앉아 고심했다.
자그마치 130억. 이제껏 번 돈이 있지만 상황을 수습하면서 고스란히 뱉어내게 될지도 모른다. 그가 고민하자 옆에 앉아있던 다른 국장이 설득했다.
“그래도 저는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론이 생각보다 더 안 좋아요. 청와대 청원이 하루 만에 15만 명 돌파했습니다.”
“홈페이지 역시 일시적으로 다운될 정도고요.”
“장소 협찬이랑 제작비 넣어줬던 서울시에서 반환요청이 들어왔습니다. 협찬사 목록 삭제 요청만 9곳인데, 더 일 커지기 전에 끊어내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타 방송국이 너무 신났어요. 이때다 싶어 물어뜯고 있으니 원. 동종업계 매너가…….”
사안이 사안이다 보니, 다들 의견이 쉽게 좁혀졌다.
드라마 폐지 그리고 서비스 중지.
남은 것은 인사처리뿐인데.
“왕광구 본부장님.”
“네, 네네. 사장님.”
“혹시 동손 쪽에 뭐 받았어요?”
의도를 알 수 없는 목소리였다.
사실대로 말해야 도와줄 수 있다는 것 같기도 하고, 어이없어 물어보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다 안고 가라는 듯 종용하는 것 같기도 했다.
무엇이 되었든, 당황한 왕광구가 파악할 수는 없었다.
“그, 그런 거 없습니다.”
없기는.
콩고물 떨어지는 게 어찌나 짭짤하던지.
그는 냄비 안의 개구리였다.
점점 뜨거워짐을 인식하지 못하고 익어 죽는 개구리처럼, 다디단 자본의 맛에 선을 넘는 것도 모르고 폭주했다.
“그럼 화교는? 진짜 화교 출신이에요?”
“아버지가 화교 출신이긴 하십니다만, 저는 한국에서 났고 한국에서 자랐습니다.”
“……그렇군요.”
째깍째깍.
사장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침묵에 잠겼다.
부사장과 국장들 역시 무거운 분위기를 견디며 사장의 결단을 기다렸다. 그는 짤막한 말로 상황을 정리했다.
“그간 수고 많았습니다.”
너 해고, 라는 말을 참 길게도 한다.
왕광구는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회사 발전에 애써주신 점 감사하게 생각하나,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것 같네요. 이해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저지른 거잖아요. 안 그래요?”
“네…….”
“마지막 배려로 사직서 쓸 시간 딱 하루 드리죠. 그만 나가보세요.”
왕광구는 천근 같은 발을 겨우 떼며 사장실을 나섰다. 그가 나가자마자, 사장은 부사장과 국장들에게 지시했다.
“당장 사과문이랑 드라마 폐지, 서비스 중단 결정 알려. 어떻게 쓰는지 알지?”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회사의 뜻이 아니라, 왕광구 개인의 독단이라는 것을 강조하라는 뜻이었다. 그의 목을 내놓을 테니 제발 진정 좀 하라고.
“그리고 하아. 그, [칼날의 궤> 말인데.”
“네?”
대충 자리를 정리하려던 국장들이 멈칫거렸다.
부사장 역시 마찬가지.
“그거 어제 시청률이 어떻게 나왔어? 요즘 분위기 좋더만. 이번 분기 간판작 아니야? 차은성이랑 그, 누구더라?”
“하무영이요?”
“반응 굉장히 좋죠. 6화 만에 22.8% 찍었습니다.”
“최단기간에 20% 넘었고, 역대 6화 중에서는 시청률 2위입니다. 배우도 배우들인데, 거기 작가랑 피디가 콤비라서요. 현장 호흡도 좋고, 여러모로 분기 간판이 아니라 이번 해 간판이 되지 않을까…….”
설명을 하다 보니, 사장의 의도를 알아챘다.
[사랑을 쏘다>에서 까먹은 돈과 이미지, [칼날의 궤>로 챙기자는 거다.“사극이라서 다행이군. 그거 철저하게 고증 챙겨서 언플 때려. [사랑을 쏘다>에 넣으려던 PPL이랑 협찬사도 최대한 그쪽으로 회유해 보고, 무엇보다 이미지 복구가 우선이야. 알지?”
“아. 네네. 물론입니다.”
“그건 진짜야? 차은성이가 월병 먹기 싫다고 현장에서 개지랄했다는 거?”
“저도 듣기는 했지만, 진짜인지는…….”
“됐어. 상관없으니까. 그걸로 언플 가자고. ‘역사, 문화 왜곡은 왕광구 개인의 독단, J사가 챙기는 드라마는 고증도 철저하고 문화보존 및 홍보에 진심’이라는.”
돌파구는 그것뿐이었다.
개똥망해버린 이미지와 공중으로 분해된 130억.
그걸 챙기려면 [칼날의 궤>를 더욱 푸시해서 두 배, 세 배 이상 뽑아내는 수밖에 없다.
선택과 집중.
[사랑을 쏘다>를 버리고 [칼날의 궤>를 확실히 챙기자는 게 사장의 전략이었다.“24부작이었나?”
“네. 그런 걸로 알고 있습니다.”
“[칼날의 궤> 제작팀에 알려. 추가편성 간다고.”
작가의 협조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 필수적으로 따내야 하는 추가 화수였다.
가능하면 길게, 이 논란이 잠식될 때까지 J사의 방패가 되어줘야 했다.
“어차피 지금 분위기로 가면 추가편성, 그리 놀랄 일도 아니잖아?”
“네.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빨리빨리 하자고.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네. 바로 보고 다이렉트로 올려. 언플은 최대한 빵빵하게. 시끄러운 건 시끄러운 걸로 덮으라고. 알겠어? 뭔 짓을 해서든.”
“네. 맡겨주십시오.”
부사장과 국장들은 인사를 남기며 후다닥 뛰쳐나갔다. 일이 현재진행형인지라 빠르게 진압하는 게 관건이었다.
각 책임자가 부서로 돌아가 수습을 진행했다.
“[칼날의 궤> 피디랑 작가한테 전달했어?”
“네. 추가편성 논의 관련해서 답장 달라고요.”
“근데 왜 연락이 없어?”
“이제 겨우 한 시간 됐습니다. 국장님…….”
“국장님! 보도 자료 컨펌 올라왔습니다!”
“알았어! 기다려! 오늘 다들 집 갈 생각하지 말고!”
최대한 많이 [칼날의 궤> 기사를 쏟아내야 했다.
그러면 추가편성 관련 이슈도 꼭 포함되어야지.
국장은 넥타이를 가슴주머니에 넣으며 뛰어갔다.
* * *
“아하하하! 왕 씨 잘린대요? 앗싸!”
“추가편성이요?”
전자의 대사는 차은성이요, 후자는 하무영이었다.
현장에서 잠깐 쉬고 있던 두 사람에게 던져진 핵폭탄급 뉴스. 피디는 이게 무슨 일인지 당최 모르겠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뭐, 이런저런 사정으로 논의가 나오고 있는 것 같은데, 자세한 건 소속사 쪽으로 얘기 넣었어. 근데 두 사람이 먼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아아. 네. 알아둬야죠. 당연히.”
“아. 잠시만.”
피디는 그렇게 말하고서 다시 전화를 받으러 나갔다. 같은 방송사라 그런지, [사랑을 쏘다>의 영향이 [칼날의 궤>까지 넘실거렸다.
차은성은 속이 시원하다는 듯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하여간 그 새끼, 꼴 좋다. 쯧!”
“아직 보도 기사는 안 났는데, 내부적으로 그렇게 정해졌나 봐요.”
“추가편성이라…….”
“형 스케줄 되세요?”
일 년 치, 아니, 몇 년 치 스케줄이 꽉꽉 채워져 있는 차은성 아니던가. 분명 이거 끝나고도 정해진 일이 있을 거다. 그는 무영을 힐끔 보더만 고개를 끄덕였다.
“있긴 있는데, 빼면 되지.”
“오오. 뺄 수도 있구나.”
“넌?”
“저는 괜찮아요. 아직 차기작 뭐 할지 안 정해서.”
“아아. 그러면-”
차은성은 뭔가 고민하더니 이내, 무영에게 소곤거렸다.
“우리 몸값 좀 올려 볼까?”
“몸값이요? 어떻게?”
“차은성 님이 차기작 조정까지 하면서 추가편성 맡아주는데, 같은 출연료면 곤란하지.”
오오오.
무영이 얼음을 와작거리며 박수쳤다.
그런 그의 옆에서 잘난 콧대를 올리는 차은성.
주인공이 두 명인데, 한 명 오르면……. 당연히 나머지 한 명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