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191)
신인인데 천만배우 191화
방구석뒷담화
차은성의 화보 촬영장은 살얼음판이었다. 길어지는 작업에 그의 성질머리가 슬슬 뒤집히려던 참이었으니.
차은성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한숨을 내쉴 때마다 스태프들은 움찔거렸다.
지이잉.
“어? 은성 씨. 문자 왔어요.”
그중 눈치 없는 스태프 한 명이 은성의 화면을 힐끔거리며 알려줬다.
머리 만지던 코디가 입술을 꽉 깨물며 눈으로 욕했다. 지금 그딴 말 할 때냐고. 아니나 다를까 눈 감고 있던 차은성이 작게 으르렁거렸다.
“어쩌라고.”
“하무영이라는데…….”
“……줘봐요.”
그의 말에 은성이 한쪽 눈을 뜨며 손을 내밀었다. 저절로 분장하던 코디들 역시 멈추었다. 문자를 읽어나가는 은성의 표정이 좀 밝았다.
‘좀 풀렸나?’
‘그런 것 같지?’
다들 무언의 시선으로 속닥속닥. 조심스레 차은성의 눈치를 살피며 다시금 분장을 이어가려는 순간.
“아이 X발 버러지 같은 XXXXXX.”
“……???”
듣고도 저게 무슨 욕인가 싶다. 다들 숨을 헉 멈춘 채 손을 허공에서 놀렸다.
차은성이 벌떡 일어서며 매니저를 찾았다.
“형! 혀엉!”
“어? 어어. 나 불렀어?”
“그 새끼 소속사가 어디야?”
밖에서 스태프와 회의하던 매니저가 후다닥 뛰어왔다. 하지만 잘라먹은 주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노릇. 매니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누구?”
“기현호!”
“글쎄. 가, 갑자기 왜 그러는데?”
바로 튀어나오지 않는 대답에 차은성이 손을 내저었다. 답답하다는 듯 짜증을 팍팍 담아. 그리고 두말하지 않겠다는 눈빛으로 지시했다.
“M사 이은형 피디님 포함해서 수소문 좀 해봐. 기현호가 헛소리 떠드는 것 같은데……. 했다면 뭐라고 씨불였는지,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알아와.”
빙글- 몸을 돌리려던 그가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무영이랑 같이 나가려고 했던 [방구석뒷담화> 그거 어떻게 됐어?”
“스케줄 조정이 안 돼서 무기한 미뤘지.”
“다음 주 안으로 한다. 알아서 맞춰.”
[방구석뒷담화>는 다 같이 골방에 모여앉아 떠드는 일종의 토크쇼였다. 굳이 무리해서 나갈 정도의 급은 아닌지라, 전혀 생각지 않았건만…… 갑자기? 다음 주 안으로?“어. 어어…….”
하지만 어쩌겠어. 차은성이 까라면 까야지.
매니저는 머릿속으로 엉키고 엉킨 그의 스케줄 표를 되새기며 분장실을 나갔다.
차은성은 분노의 타자를 꾹꾹 누르더니 이를 아득아득 갈았다.
“저기, 은성 씨. 머리 만져도 될까?”
“눈치껏 알아서-!”
지이잉-!
버럭 내지르는 차은성의 목소리가 휴대폰 진동음에 뚝 끊어졌다. 화면을 뚫어지라 보던 그가 목을 가다듬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어.”
-형! [방구석뒷담화>를 다음 주요? 어떻게요?
“잘 맞춰봐.”
확 차분해진 목소리. 그는 나른하게 의자에 앉아 무영과 통화를 이어갔다. 간혹 웃음도 섞여 나는 것이, 코디들은 이때다 싶어 메이크업을 마무리했다.
* * *
효과는 굉장했다!
분명 둘 다 시간이 안 돼서 밀린 예능이었는데, 하고자 하니 스케줄이 잡혔다.
역시 시간은 내는 게 아니라 만드는 건가 보다.
“안녕하세요.”
“오! 무영 씨! 머리 무슨 일이야?”
“저 차기작 때문에요. 너무 눈에 띄나요?”
“와아. 그럼 금발 무영 씨 우리 방송에서 처음 내보내는 거네? 이런 횡재가 있나?”
무영은 촬영장 안으로 들어가며 피디와 인사했다.
조촐한 세트장이었다. 골방에는 푹신한 쿠션과 담요 따위가 잔뜩 널브러져 있었고, 아기자기한 소품들 역시 예쁘게 꾸며진 상태다.
“은성이 형은요?”
“먼저 준비 중. 대기실 같이 써도 된다고 해서.”
“아아. 네. 괜찮아요. 칼날궤 할 때도 그랬어요. MC분들은…….”
“바로 옆방이니까 인사해요. 그럼 오늘 잘 부탁해요.”
무영은 스태프들의 안내에 따라 호스트들과 인사 후, 대기실로 들어갔다. 이미 거의 마무리 단계인지, 은성은 정돈 중이었다.
끼익-
“형!”
“엥?”
거울로 눈이 마주친 두 사람. 무영이 와다다 달려가서 그에게 반가움을 표했다. 차은성은 눈이 댕그래져서는 무영의 머리를 연신 뜯어 봤다.
“머리 무슨 난리냐.”
“차기작 때문에요. 이상해요?”
“……그건 아닌데.”
“오랜만에 보니까 진짜 반갑다. 그쵸?”
무영의 말에 차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날짜로 따지면 칼날궤 종방 이후 한 달이 조금 넘은 시점이다. 하지만 매일 붙어 다니던 둘에게는 꽤 긴 공백처럼 느껴졌다.
“근데 토크쇼는 갑자기 왜요? 형 잘 안 하시잖아요.”
사실 차은성 회사에서 지양하는 쪽에 속했다.
입만 열었다 하면 성깔 더러운 거 티 내는 편이라.
“시간도 갑자기 내라 하시고.”
무영은 은성이 옆으로 의자를 가져와 앉았다. 등받이에 팔을 기댄 채 좌우로 왔다 갔다, 형의 의중을 파악하려는 듯 보였다.
차은성은 그런 무영을 힐끔 보더니 거울 속 제 모습으로 시선을 돌렸다.
“기현호.”
“넹?”
“뒤에서 헛소리하고 다니는 거 맞더라.”
“오오. 역시.”
혹시 싶어서 토크쇼 잡으라고 했던 게 옳은 선택이었다. 별다른 말을 덧붙이진 않았지만, 무영은 대충 무슨 말이 떠돌았을지 알아챘다.
홍씨 오라버니 자리는 본디 기현호 것인데, 무영이 친구 꽂으려고 압박해서 교체되었다- 뭐 이런 거 아니겠는가?
“소문은 당사자 귀에 제일 늦게 들어온다더니.”
몰랐는데 이미 방송가에 쭉 퍼질 대로 퍼져 있었다. 그중 기현호의 말을 믿고 안 믿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 ‘말’이 떠돈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으니까.
“와. 그랬구나. 진짜 대박이신 분이다.”
무영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유찬이를 떠올렸다. 자신이야 이미 자리가 잡힐 대로 잡혔지만, 유찬이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인데…….
괜히 문제가 될까 봐 걱정이다.
“내 욕도 오지게 하고 댕겨. X발롬이.”
형 욕은 기현호 씨가 아니더라도…….
아니지. 무영은 무심결에 내뱉으려다 참았다. 차은성은 턱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메이크업을 확인했다.
“뒤질라고.”
그리고 이내 나지막이 중얼거리는 욕설. 관계자들 사이에서 말이 나오니, 찌라시처럼 카더라로 인터넷에 글이 올라오곤 했다.
물론, 그걸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찌라시를 믿으려고 보는가? 재밌자고, 그저 가십거리로 소비하기 위해 보는 거지.
“어떻게 할까용?”
무영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러자 차은성이 웃으며 눈썹을 까딱거렸다.
“하긴 뭘 해? 가만히 보고나 있어.”
벌컥!
“무영 씨 메이크업 다 됐나요?”
“앗. 아직이요. 샵 갔다 오긴 했는데 머리를 좀.”
“서둘러주세요. 그리고 은성 씨 잠시만요. 사전 인터뷰한 거 체크 좀 다시 한다 하시거든요.”
문이 열리며 스태프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차은성은 어슬렁거리며 대기실을 나갔고, 무영은 그가 앉았던 의자에서 세팅을 시작했다. 프로그램 컨셉 자체가 간단한지라, 특별히 준비할 건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MC들이 오프닝하는 동안 여기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저희가 신호 줄 거예요. 그때 초인종 누르시면 돼요.”
“네넵. 알겠습니다.”
“스탠바이 갈게요!”
“와. 오늘은 치킨인가 봐요. 신메뉴당.”
무영과 은성은 브랜드명이 적힌 종이백을 들고서 대기했다.
골방에 초대받은 두 사람이 가져온 음식을 먹으며 웃고 떠들면 되는, 편한 촬영. 무영이 코를 킁킁거리며 치킨 냄새를 맡았다.
“슛 가겠습니다!”
“슬레이트!”
타악!
동시에 주위가 조용해지며 MC들이 오프닝 멘트를 날려댔다. 무영은 문에 귀를 대며 그들의 말을 엿들었다. 대체로 쓸데없는 잡소리가 많았다.
“아. 근데 출출하다. 우리 치킨이나 시켜먹을까?”
“네가 사는 거야?”
“돈 많은 성구가 사자!”
“시켜시켜!”
MC들의 말과 동시에 조연출이 손을 크게 흔들었다.
초인종을 누르라는 신호였다. 무영이 버튼을 누르자, 깜짝 놀랄 정도로 큰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띵-! 동!
“어? 벌써 왔나?”
“총알 배송이네. 완전!”
“나갑니다아아~!”
벌컥-!
“치킨 배달 왔습니다~!”
“우아아아아!”
“차은성! 하무영!”
인사까지 했건만, 그들은 전혀 몰랐다는 듯 호들갑을 떨며 두 사람을 반겨줬다. 따뜻한 아랫목에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앉으세요. 앉아. 어이구, 귀한 곳에 누추한 분들이…….”
“형! 그거 아니야!”
“죄송해요. 우리 형이 탑스타만 보면 저래요.”
“누추한 곳에 귀한 분들이 오셨군요. 앉으세요!”
담요를 덮으며 나란히 앉는 차은성과 하무영.
제일 먼저 언급되는 건 역시나 무영의 머리색이었다.
“무영 씨. 아이돌 준비 중?”
“아하하. 그건 아니고요. 차기작 때문에 염색했어요.”
“칼날궤로 보다가 이렇게 금발 보니까 색다른 매력이네요! 다들 어떻게 지내셨어요?”
근황 토크부터 시작해서 자연스레 물꼬가 트였다. 한참 떠들던 와중, MC가 판넬을 받으며 물었다.
“혹시 메이킹 필름 보셨어요? 조회수 대박이던데.”
“어떤 거요? 저희 영상은 다 조회수 폭발이라.”
거만한 듯 자신만만한 차은성의 대답에 무영이 당황하며 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담요에 가려져 보이지 않겠지만, 입 다물게 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곶감이 참으로 맛나 보이오.”
“저도 그리 보입니다. 전하.”
MC들이 장난치며 무영과 은성의 말투를 따라 했다.
그러자 뭔지 알겠다는 듯 은성이 아아- 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그때 현장이 좀 어수선해서 힘들었거든요.”
“드라마 촬영장은 언제나 좀 그렇죠?”
“네. 근데 이번 작품은 진짜 일이 많았어요.”
차은성이 치킨무를 와작거리며 대답했다.
틈을 놓치지 않은 MC가 눈을 번득였다.
“은성 씨는 드라마 정말 많이 찍으셨는데요. 이전 작들과 다르게 [칼날궤>만의 특별한 경험이 있으셨나 봐요?”
“그렇죠. 아무래도 8화나 추가편성 되면서 후반부는 거의 쪽대본이었거든요. 잘 이끌어준 동료나 스태프들이 아니었으면 곤란할 뻔했죠.”
그리고 자연스레 말을 이었다. 옆구리 찌른 보람이 있는지, 훨씬 겸손한 말투였다.
“배우도 중간에 교체되고, 뭐 이래저래 일이 많아서 진짜 정신없었어요. 살면서 그런 일이 또 있을까 싶네요.”
“배우가 교체됐었어요?”
“아. 모르시겠구나. 홍씨 오라버니 역이요. 원래 기유찬 배우가 아니었거든요.”
“무영 씨 친구라는? 일명 엔딩남?”
“그렇게들 부르시더라고요. 아무튼, 기유찬 씨 전에는 다른 배우였는데 현장 분위기랑 안 맞아서 하차했어요.”
무영이 치킨 닭다리 뜯던 것을 멈추고 눈을 도르르 굴렸다. 정면의 차은성 매니저가 기함하는 게 보인다. 반면 피디와 제작진은 생각지도 못한 말에 눈이 반짝반짝.
“배역 분위기도 아니고 현장 분위기?”
“네에. 허언증이 있으신지 이래저래 거짓말하다가 딱 걸렸거든요. 그게 촬영에 지장 있는 문제라 하차했어요. 쪽대본 따라가기도 벅찬데 자꾸 되지도 않는, 에, 그러니까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려대서.”
“예를 들면 어떤?”
“하도 많아서 기억하기도 힘든데, 앞뒤 말 다르게 해서 이간질하고 실수인 척 물 쏟고 뭐 그런 거요.”
“와. 근데 거기를 딱 기유찬 씨가?”
“무영이가 추천해 줬는데 피디님이 너무 마음에 들어 하셔서 바로 낙점됐어요. 마침 같은 기 씨라서 다들 인연이 신기하다 그랬죠.”
“잠깐만요! 컷컷!”
매니저의 성화에 피디가 어쩔 수 없이 끊었다.
제발 스톱해 달라고, 매니저는 울먹이며 피디 팔에 매달려 있었다.
“은성 씨 괜찮아요?”
“뭐가요? 치킨 맛있네.”
“아니. 말고. 그 방금 말한 거.”
차은성은 손가락을 쪽쪽 빨며 고개를 끄덕였다.
“없는 말 지어낸 것도 아니고. 기 씨 배우가 세상에 한둘이에요?”
응. 한둘이에요.
무영이 한마디 거들까 하다가 그냥 입을 다물었다.
차은성이 독기를 저렇게 품었는데, 말린다고 말려지겠는가? 차은성 뒷담화할 때는 앞에서 까일 각오로 해야 하나 싶다.
“편집하지 마세요.”
“은성아아~”
“형. 촬영 중이니까 조용히 하자.”
가볍게 일갈하며 매니저를 무시하는 차은성. 무영은 눈치만 보며 콜라를 꼴딱꼴딱 삼켰다. 피디가 슬그머니 웃으며 촬영을 재개했다.
“형. 근데 진짜 괜찮겠어요?”
“너도 매니저 형 닮아가네. 잔소리.”
“그러다 그쪽에서 더럽게 나오면 어쩌려고요?”
무영의 말에 차은성이 코웃음을 터뜨렸다. 뭘 어쩔 수 있는데? 기현호는 이제 막 뜨기 시작한 배우고 차은성은 업계에서 내노라하는 명실상부 원톱 스타 배우였다. 그는 비릿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내가 더 더러워.”
* * *
-하무영 금발… 왜 나는 눈이 두 개 뿐인가… 눈알 수백개 굴려가며 빠짐없이 보고 싶다..
-기다렸어ㅠㅠ칼날궤 비하인드 스토리ㅠㅠㅠ
-차은성 하무영 같이 잇는거 보니까 눈물샘 줄줄 앞구르고 뒷굴러서 천당에 도착했습니다…
-홍씨 오라버니 얘기 좀 재밌네ㅋㅋㅋ대체 어느 정도면 차은성이 방송 나와서 돌려깜?
-친구가 칼날궤 스태프라서 아는데ㅋㅋ저때 진짜 난리 났다고 함 찍어뒀던 거 다 날리고 기유찬 캐스팅까지 며칠 안 걸렸대 시간 없어서
-저건 찐이다. 찐으로 나오는 분노다. 얼마나 개빡쳤으면 방송에서 대놓고 저러냐?
-기 씨 배우 누구있지?
-기영석 기현호…… 없나?
-기영석 씨는 나이가 쉰 둘이다. 홍씨 오라버니 하겠냐?
-그럼 기현호네ㅋㅋㅋㅋㅋ대박ㅋㅋㅋ미친
-[차은성 오피셜] 기현호 허언증 있어ㅋㅋㅋㅋㅋ
-살면서 이런 저격은 처음ㄷㄷ
-차은성 도른자 삘 있더만 제 정신 아니네ㅋㅋㅋ
-하무영 옆에서 눈 굴러가는 거봐 슈발 존나 기여웡 존나 동공지진 강도 9.9
-쓴맛 똥맛 다 본 차은성이 저럴 정도면 진짜 기현호는 물건인갑다
-데뷔하고 저런 적이 있나? 진짜 엉망인가 본데
-그러니까 차은성이 총대 매고 터뜨린 거 아님?
-방금 기현호 SNS에 입장발표 뜸 자기 아니래
-아닠ㅋㅋㅋㅋ미친ㅋㅋㅋ차은성 SNS에도 피드 올라왔다ㅋㅋㅋ 노래 가사 캡쳐ㅋㅋㅋ
[너 맞아_ ZYU]사실은 말이야 내가 말하던 게 너 맞아
아닌 척 돌려 말했지만 그게 어떻게 숨겨지겠니
이 절절한 마음 네가 꼭 알아줬으면 좋겠어
길 가다가 만났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막상 그런 생각 하면 열이 올라 꼼짝달싹할 수 없어
보고 싶어 만나고 싶어
하지만 동시에 그러기 싫어
널 만나면 내 머리가 펑 하고 터져 버릴 테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