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198)
신인인데 천만배우 198화
경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도 고생 많았어요. 다들 조심해서 가요.”
“매니저님들! 스케줄 확인하신 다음 변경 사항 있으면 꼭 자정 전에 알려주셔야 합니다.”
“고생했다~ 정리하자!”
생각보다 일찍 마무리되었다. NG 없이 원하는 장면을 한 번에 찍어냈기 때문이다.
감독이 몇 번 다른 느낌으로 재촬영을 요구했지만, 찍고 나서는 번번이 ‘역시 첫 번째가 낫네’로 귀결되었다.
“무영이. 수고했어!”
“들어가세요. 선배. 누나. 감사합니다!”
“……모레 뵐게요.”
아직 피가 군데군데 묻어 있었지만, 무영은 전혀 개의치 않은 표정이었다. 오히려 상쾌하다 못해 몸이 가벼워서 날아갈 것 같다.
“무영아. 가자.”
고경민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참으로 다행이었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부터는 거의 날아다니더라.
현장을 조마조마하게 지켜봤던 고경민은 무교였으나 온갖 신들에게 감사 인사를 올렸다.
“으아. 피곤하다. 이게 역시 운동이 되나 봐요.”
무영은 뒷좌석에 드러눕다시피 하고서 중얼거렸다.
몸은 피곤한데 정신은 또랑또랑했다. 흥분과 환희가 가시질 않는 기분이다.
“집 가는 동안 좀 자.”
“그러고 싶은데 엔돌핀이 막 돌아서요.”
과거에 그를 붙잡고 있던 기억이 깨지고, 미래를 막고 있던 장벽이 허물어지는 기분. 진짜 미칠 것처럼 좋았다.
“저희는 스케줄 조정할 것 없죠?”
“음. 아마도? 거기 앞에 꽂아 뒀으니까 볼래?”
무영은 고경민의 말에 스케줄을 확인했다.
이번 주는 별거 없고, 다음 주가 좀 다채로웠다.
“자선행사요?”
“서울시에서 홍보대사들 대상으로 여는 자선 경매래. 애장품 하나 챙겨야 한다니까 적당한 걸로 준비해. 모자나 뭐 옷 같은 거.”
“저는 서울시 홍보대사가 아닌데용?”
“[한밤포차>했었잖아. 손님으로 초대받았어.”
“……아.”
정식 홍보대사는 아니었지만, 그보다 더한 활약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무영이 승승장구할 때마다 해당 영상 조회수 역시 끝도 모르고 오르는 중이었다. 무영이의 신인 시절을 보기 위해, 스무 살 무영의 모습을 보기 위해.
효과가 얼마나 좋았던지, 서울시가 그 이후로 영상 제작할 때 신인 혹은 무명 배우를 선호한다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엔빈 씨 주축으로 모이는 거라 가볍게 가면 돼.”
“그러면 혹시 기현호 씨도 와요?”
“기현호?”
서울시 홍보 웹드라마 출신은 무영이뿐만 아니었다. 기현호도 거의 마지막쯤에 나왔다 하지 않았나?
무영의 물음에 고경민이 피식 웃었다.
“걔는 볼드모트여.”
“볼드모트요?”
“차은성이 엄포를 놓았던데. 기현호 쓰는 곳 있으면 자기는 평생 그쪽이랑 일 안 할 거라고. 그쪽도 정신 제대로 나갔지. 쯧쯧.”
방송계는 물론이고 영화계 쪽에서도 꽤 이슈가 되었다.
차은성은 기현호와 척을 제대로 졌다고 선언하였으며, 기현호를 쓰거나 두둔하면 자신과 척을 지는 것이라- 술자리에서 공언 아닌 공언을 한 것이다.
“몇몇 더 온다는데 사실 전달받은 게 거의 없다. 듣기로는 이번이 엔빈이 홍보대사 마지막 활동이고, 다음은 너랑 차은성 추천된다는 말이 있어. 칼날궤가 사극으로 워낙 잘됐잖아. 나한테까지 내려온 정보니까 거의 확실할 거다.”
이번 경매는 스타들만 물건을 내놓는 게 아니라,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물건을 공수해서 올릴 참이었다. 엔빈이 무대 의상이나 마이크 혹은 무영의 촬영장 소품 등등.
“그렇구나. 진짜 영광이네요. 제가 서울시 홍보대사라니. 뭐 내놓지?”
“그냥 적당한 걸로.”
“애장품인데 안 되죠! 가서 뒤져봐야겠다.”
사실 가진 것 자체가 많지 않았다. 오피스텔에 배낭 하나만 들고 입주했었으니까. 무영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스케줄 표를 넘겼다.
“그리고 그 다다음 주가 추격씬이네요?”
회장이 보낸 사람들과 경찰을 피해서 도주하는 차량 액션씬이었다. 사실 무영이는 조주석에 앉아서 총만 쏘면 되고, 실질적인 연기 당사자는 추수안이었다.
“선배 고생 좀 하겠다.”
어쩐지. 촬영 끝나도 집 간다는 말이 없더라.
위험한 장면이니까 또 연습하느라 바쁘겠네.
무영은 마실 것 사 들고 한번 가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종이를 덮었다.
* * *
서울시 주관 자선행사는 용산의 K호텔에서 열렸다.
편한 셔츠와 면바지를 입은 무영이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근데 기자분들이 많이 없네요?”
“앞쪽 포토라인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연예인 외 일반인분들은 200명가량이 초대받았는데, 절반은 ‘원포러브’ VIP 후원자분들이시거든요.”
원포러브는 취약 계층, 특히나 아동을 위해 활동하는 자선단체였다. 서울시와 협약하여 이번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경매 수익금이 그쪽을 통하여 전액 기부될 예정이었다.
“포토라인에서 사진 찍고 대기실 가시겠습니다.”
“넵.”
한정된 인원들로만 진행되어서 그런지, 차분한 분위기였다. 정부 행사라 그런 걸 수도 있다.
무영이 열심히 사진을 찍고서 대기실로 들어가니, 엔빈이 큐카드를 읽고 있었다.
“빈이!”
“어여. 차기 홍보대사님 오시네.”
그가 장난식으로 손을 흔들었다.
무영이 후다닥 달려가서 손바닥을 짝 소리 나게 쳐줬다.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반갑기만 했다.
“전에 홍보대사 하셨던 분들은 먼저 올라가셨거든. 너는 나랑 같이 나가면 된대.”
“응응. 근데 너 애장품 뭐 갖고 왔어?”
“팔찌랑 모자 그리고 패딩. 너는?”
“나도 옷!”
“엔빈 님! 무영 님! 올라가겠습니다!”
“앗! 넵!”
스태프의 말에 둘을 허둥지둥 옷을 점검하고 나섰다. 무대 위에는 이미 한 차례 경매가 지나갔는지, 텅 빈 전시대가 놓여 있었다.
“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번 차례는 현재 서울시 홍보대사인 가수 엔빈 씨와 서울시 홍보 웹드라마에 출연했던 배우 하무영 씨의 차례입니다. 모두 큰 박수로 맞아주십시오!”
유명 아나운서의 안내에 우아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곳곳에서 보이는 대포카메라. 엔빈의 팬분들인 것 같다. 무영은 객석 맨 앞줄에 앉은 시장을 보고서 눈을 댕그랗게 떴다.
‘오. 대박.’
정치인 보는 건 처음인데!
두 사람이 의자에 앉자,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엔빈과 무영이 인사를 하는 동안, 트롤리를 끌고 오며 경매 준비를 진행했다.
“서울시 홍보대사로 자선 경매에 참여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부디 애장품이 좋은 새 주인분들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이렇게 초대해 주셔서 굉장히 감사합니다! 웹드라마 찍을 때만 해도 전혀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에요. 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네에. 그러면 먼저 물건을 공개하겠습니다! 엔빈 씨는 메이커 한정판 모자와 오오! 순금인가요? 순금 팔찌 그리고 역시 고급 패딩이군요.”
사회자는 장갑을 낀 채 물건을 하나씩 들어 보였다.
카메라가 그걸 줌인해서 뒤쪽 스크린 화면으로 크게 보여줬다. 이어서 무영의 차례.
“오?”
사회자가 깜짝 놀라며 웃었다.
“교복이네요?”
“네. 제가 열심히 3년 동안 입었던 교복입니다.”
“와아. 이거 팬분들이 진짜 좋아하시겠어요?”
“물건이 많이 없는 편이라서요. 제게 의미가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갖고 왔습니다. 앞에 명찰도 달려 있어요!”
객석에서 술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킴이 중 몇몇 분들이 생각지도 못한 물건에 호응하는 반응이었다.
“그리고 다음은……. 대본! [한밤포차> 대본입니다!”
“제가 대본은 다 갖고 있거든요. 안을 보면 엔빈이가 낙서한 것도 있어요. 한 화 분량이라 좀 얇지만, 당시 추억은 가득 담겨 있습니다.”
“이거 진짜 애장품이네요!”
엔빈이도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지 좀 놀란 눈치였다.
“대박이네. 이걸 갖고 있어?”
“굉장히 아끼는 건데요, 서울시에서 좋은 자리에 초대해 주셨으니 눈물을 머금고 내놓습니다. 하하.”
무영이의 장난스러운 말에 엔빈이가 대답했다.
“이거 제가 사도 되나요?”
“예 뭐, 아하하! 그게 바로 경매의 묘미죠. 근데 엔빈 씨, 객석 분위기가 만만치 않아요. 낙찰받으시려면 힘 좀 쓰셔야겠어요.”
“아아. 그렇네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각자 가져온 애장품 소개가 끝났다. 다음은 관계자들이 내놓은 물건들이 쭉 나열되었다.
무대 의상, 마이크…….
“넥타이?”
“이건 넵플렉스에서 나온 건데요. 하무영 씨 [유일한 건물주> 오디션 볼 때 이게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하던데요?”
“아아아! 팀장님 넥타이구나!”
경기 일으키는 연기로 팀장의 혼을 쏙 빼놓지 않았던가. 무영이는 기억을 더듬으며 그때 일화를 소개했고, 다들 흥미로운 듯 경청했다.
“근데 여기에 내놓으실 줄은 몰랐네요.”
당연히 팀장은 그럴 생각이 없었지만, 넵플렉스 자체에서 경매 참여할 물건을 탐색하다가 담당자의 눈에 띄고 만 것이다.
“자! 그러면 본격적인 경매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수익금은 원포러브를 통해 취약 계층 아동에게 전액 기부됩니다!”
메인 이벤트라 그런지 열기가 굉장히 뜨거웠다. 엔빈의 팬분들은 앞다투어 번호 팻말을 들었고, 오만 원에서 시작했던 금액은 순식간에 백의 자리까지 돌파했다.
“헉. 엔빈아. 너 대단하다.”
그 모습을 보던 무영이 속삭였다. 인기 아이돌은 역시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엔빈은 가격이 치솟을 때마다 연신 호가된 곳을 향해 인사했다. 그 옆에서 무영이도 꾸벅꾸벅.
“이어서 무영 씨의 교복 세트를 경매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옷 상태가 아주 깔끔하죠? 조끼, 셔츠, 바지, 마이. 모두 풀세트입니다!”
“제가 어제 열심히 다림질했어용.”
“혹시 낙찰받으면 이거 입고 사진 찍기 어떠세요?”
“넵. 기꺼이 하겠습니다!”
“가겠습니다! 역시 시초가는 오만 원입니다!”
여기저기서 가격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싯방싯 웃던 무영이가 점점 높아지는 금액에 놀라서 굳어버렸다.
“이백! 이백 있으십니까? 아 55번! 이백십! 이백십! 143번!”
그, 그 정도로?
저도 모르게 박수만 짝짝짝 치며 관중을 구경했다. 다들 머뭇거리는 기세가 없었다. 그중 유독 눈에 띄는 한 남자.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기계처럼 팻말을 들고 있었다.
“55번 드셨습니다! 이제 호가 단위를 오십으로 올리겠습니다! 삼백! 네! 178번! 삼백오십! 네! 55번분!”
55번 남자와 178번 여자만 남았다.
여자가 묘한 표정으로 남자 쪽을 돌아봤으나, 남자는 별로 꺾일 기세가 없었다.
“아아. 설마 오백 가나요?”
“오백! 네! 55번! 오백오십 있으실까요?”
관중의 시선이 둘에게 집중되었다. 여자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포기한다는 듯 손으로 엑스 자를 그렸다. 경매사가 박수치며 봉을 두드렸다.
“55번분이 오백에 교복을 낙찰받았습니다! 축하합니다!”
“우아아아!”
무영이 물개 박수를 치며 연신 고개를 꾸벅꾸벅 숙였다. 사회자가 그를 무대로 불렀고, 남자는 느릿하고 당당하게 계단을 올랐다. 그런데 저 실루엣, 어디선가…….
“엥?”
“어?”
사회자와 무영이 동시에 의아한 소리를 냈다.
“은성이 형?”
“차은성 씨 아니세요?”
모자와 마스크를 쓰면 뭐하나. 일어서는 순간 눈에 저리 띄는데. 차은성은 장난스레 웃으며 마이크를 잡았다.
“안녕하세요. 차은성입니다.”
“헐. 뭐야. 차은성?”
“차은성이래, 방금 55번.”
주최 스태프들만 알고 있었는지 별로 동요가 없다. 그도 얼굴만 가렸지, 머리며 뭐 전부 풀세팅이다. 이렇게 등장할 계획이었다는 거다.
“아니. 차은성 씨가 왜-”
“형이 왜 거기서 나와요?”
“경매하러 왔는데. 기부하고 싶어서.”
차은성은 그렇게 대답하고서는 178번 여자분께 말했다. 여자는 얼이 빠진 표정이었다.
“와. 열기가 엄청 나시더라고요. 솔직히 질 줄 알았습니다. 하하. 덕분에 기부 금액이 엄청 커졌으니, 감사한 마음으로 교복은 양보하겠습니다. 저보다는 팬분이 가져가시는 게 교복 입장에서도 좋겠죠?”
기부는 하되 물건은 팬에게 양보한다는 거다. 팬은 너무 기쁜 나머지 얼굴이 홍당무처럼 달아올랐다.
무대 위로 올라온 팬은 무영이와 포옹하고서 마찬가지로 기부를 따로 하겠다며 약속했다. 그리고 차은성에게 연신 고맙다며 쌍따봉을 올려줬다.
“형 안 바빠요?”
“웃기네. 나도 차기 홍보대사거든?”
“아니. 그건 아는데요.”
“이쪽이 엔빈 씨?”
“안녕하세요. 제로텀의 엔빈입니다.”
차은성은 무영이의 잔소리를 차단하며 엔빈과 인사했다.
차은성은 즉석에서 ‘함께하는 식사권’을 만들어 경매에 참여했고, 행사는 이례 없이 뜨겁고 활기차게 진행되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엔빈이 무영에게 속삭였다.
“저분 참 인생 재밌게 사는 것 같다.”
무영이 역시 동감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