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209)
신인인데 천만배우 209화
뽕
“네. 그럼 다시 한번 신인상 후보를 소개해 드립니다. [밤이 지나오면>의 김찬. [하트프로> 육제성…….”
김성연이 수습하며 다시 한번 신인상 후보들의 이름을 불러줬다.
맨 마지막에 호명된 유찬이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칼날의 궤> 기유찬!”
유찬이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 무영은 그의 손을 꽉 잡아줬다.
시상자는 작년에 인기 있었던 J사 드라마 서브 커플이었고, 이내 가벼운 만담과 함께 봉투를 열었다. 두 사람은 생글생글,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멀리했다.
“축하합니다!”
두두두두-
“[칼날의 궤> 기유찬 씨!”
“어머머! 유찬 씨! 축하해요!”
“와아아아! 기유찬!”
짝짝짝!
유찬이의 이름이 불리자, 무영이가 와락 껴안았다.
피디와 작가 역시 일어서서 그의 어깨를 토닥였으며 뒤쪽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주위의 모두가 그의 성공적인 데뷔를 축하했다. 인생에 있어서 한 번밖에 없는 기회. 제일 먼저 시상되는 것에 비해 무게가 무거운 상이었다.
“……무영아.”
“야아아! 뭐 해 빨리 올라가아!”
“어어? 어!”
반면 어리둥절 헤매기만 하는 유찬. 무영이는 그의 등을 떠밀며 길을 알려줬다.
유찬이는 빠른 걸음으로 무대에 올라갔고, 꽃다발과 트로피를 든 채 정면을 바라봤다. 수많은 불빛이 아득했다.
혹시,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연기에 미쳐서 허상을 보는 게 아닐까?
지금 눈앞의 수많은 배우와 연예계 동료들, 관객들이 내게 박수를 보내는 이 상황이, 정말 현실이라고?
“아. 음.”
큰일 났다. 벌써 목이 메기 시작했다. 유찬은 소리 없이 눈물만 흘리며 숨을 골랐다.
조명이 비치는 한 줄기 물기가 아니었다면 아무도 그가 우는 것을 모를 정도로 평온한 표정이었다.
“……영광 중의 영광입니다. 진심으로요. 이 자리를 얼마나 갈망했는지 모릅니다. 막상 이렇게 오르니까 진짜 너무 기뻐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의 말에 사람들이 작게 웃었다. 알지. 여기 모인 모든 사람이 그 마음을 잘 안다. 가감 없이 마음을 보이는 유찬이가 저들의 신인 때를 보는 것 같았다.
“무영아. 고마워. 극장에서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너 없었으면 나 계속할 용기가 없었을 거야.”
유찬이 무영을 언급하자, 카메라가 무영이를 잡았다. 그 역시 눈시울이 붉은 채 환히 웃고 있었다.
“엄마. 아빠! 지금 보고 계시죠? 철없는 아들 밖으로 돌아다닐 때 밥걱정만 해주시던 두 분. 이제 저 당당히 말할 수 있어요. 저 연기해요! 그러니까, 어디 가셔서 아들 배우라고 말씀하세요.”
부모님을 언급하는 목소리는 확연히 떨렸다. 무영이 코를 훌쩍이자 차은성이 휴지를 건네줬다. 주인공은 쟤인데 왜 네가 우냐는 듯.
“이렇게 울면 나중에 대상 받을 때 어떡하려고.”
“그런 말 마세요오.”
대상은 자신들의 것이라는 자신감이 깔린 말이었다. 무영은 장난스레 눈을 흘기며 휴지를 받았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짝짝짝-!
“네. 기유찬 씨의 인상적인 소감 잘 들었습니다. 언제나 신인분의 눈물은 가슴을 뜨겁게 합니다. 잊고 있었던 열정을 되새기게 하거든요. 다음은-”
사회자들은 신인상 부문을 마무리하며 다음으로 넘어갔다.
무대 뒤쪽으로 사라진 유찬이는 약 십 여분 뒤에 돌아왔고, 굉장히 쑥스러운 표정으로 웃었다.
“아까 너무 울었지?”
“티 많이 안 났어.”
“안 나기는? 줄줄 흘리더만.”
“형! 제발.”
내가 뭘? 차은성이 어깨만 으쓱거리며 억울하다는 듯 표정을 지어 보이자, 유찬이는 빵 터지고 말았다. 무영은 그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미안해.”
“뭐가?”
“괜히 우리 때문에 화면.”
정확히 말하면 뽕의 잘못이지 무영의 잘못은 아니었다. 하지만 친구의 중요한 순간에 둘의 인기가 폐를 끼친 것 아닐까 싶어서. 유찬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는 절대 나한테 미안하다는 말 하지 마.”
네가 나한테 해준 게 얼마인데. 유찬은 뒷말을 삼켰지만, 무영은 알아챘다. 둘이 방싯방싯 웃으며 다시 시상식에 집중했다.
“다음 축하 무대는 요즘 대세지요? 데이온의 두근두근입니다!”
“와아아아!”
“가자아!”
초대가수 라인업은 화려했으며, 분위기는 뜨거웠다. 아마 연기시상만 있는 게 아니라 예능시상도 함께여서 그런 것 같다. 이렇게 축제 같은 시상식은 처음이었다.
“무영아! 너 나온다!”
“넹?”
정신없이 휴대폰으로 무대를 찍고 있는데, 그게 화면에 딱 걸렸다. 차은성이 윙크를 날리고, 무영은 쑥스럽게 웃으며 몸을 까딱까딱. 가수가 밑으로 내려오자 코미디언의 춤판이 벌어졌다.
“아하하! 네! 역시 J사 시상식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축제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자리죠?”
“그럼 막간을 이용해 잠시 후보분들의 인터뷰를 진행해 보겠습니다. 내려가시죠!”
세 명의 사회자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핸드마이크를 잡았다.
그들은 곳곳을 돌아다니며 화제의 인물과 간단히 얘기를 나누었는데, 당연히 아주 당연히 차은성과 무영이도 포함되었다.
“안녕하세요~ 은성 씨 무영 씨!”
“안녕하세요.”
우와. 생방송이다. 무영은 살짝 긴장한 채 손을 흔들었다.
“오늘 대상 후보로 두분이서 오르셨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너무 좋죠. 시상식도 재미있고, 잘 즐기다 갈 것 같습니다.”
“아직도 칼날궤를 앓고 계신 시청자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네. 이번 한 해 많은 사랑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시간에 작은 기쁨이 되었다는 것 자체가 영광입니다. 또 좋은 기회로 뵙겠습니다. 건강하시고 사랑합니다.”
차은성의 인사에 뽕이 끼어들었다.
“아. 대상 수상 소감 준비하신 것 같은데요? 방금 그거 소감문 아니에요?”
그의 깐족거림에 무영이 빤히 쳐다봤다.
뽕. 이름부터가 좀 그런 뽕.
트로트 앨범을 냈다지만 가수라고 하기에는 부족하고, 그렇다고 코미디언이라 하기에는 개그 무대에 선 적이 없었다.
하면 배우인가? 그것도 아니고……. 그저 엔터테이너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입담으로 흥한 자, 입담으로 망한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대상 소감은 더 멋지고 성의 있게 해야죠.”
은성이는 일단 한번 참았다. 성질 같았으면 개소리 말고 꺼지라 했을 건데.
“대상을 받으실 것 같나 봐요?”
은근히 기분 나쁜 말투에 다들 몸을 멈칫거렸다. 양옆의 두 사회자가 카메라를 힐끔거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오늘 재수 옴 붙었다는 생각과 함께.
“후보에 오르면 당연히 기대를 품기 마련이니까요.”
“그렇죠! 역시 차은성 씨! 자신감이 아주 좋습니다! 근데 의상에 대해 말 안 할 수가 없겠어요. 아이돌인 줄? 아하하! 무대의상 같은데, 배우 맞으시죠?”
배우 맞으시죠? 분명히 차은성의 개떡 같은 성격을 알고 있을 텐데. 어디서 나온 용기인지 모르겠다.
생방송이라는 상황이 주는 부담감으로 오버하는 것인가? 아니면 평소 차은성에게 악감정이 있나? 생각해 보니, 차은성에게 동료란 싸웠던 상대와 아닌 상대로 나뉘었다.
뽕을 특별히 언급한 걸 보면 마찰이 있긴 있었던 모양.
“아니…….”
은성이의 얼굴에 미소가 싹 가셨다. 반면 뽕은 연신 생글생글. 그때, 무영이 은성이의 팔을 꽉 붙잡았다. 형은 진정하고 내 말 잘 들으라는 듯.
“지금 한복이 무대의상 같다고 하신 거예요?”
그리고 마이크를 잡아끌며 한마디 내뱉었다. 순진하게 눈까지 댕그랗게 뜨고서는 굉장히 놀랐다는 말투였다. ‘어떻게 그런 말을?!’ 이라는 표정.
“네?”
“넹?”
뽕의 물음에 무영이가 더욱 놀라서 되물었다. 그걸 본 차은성이 틈을 알아채고 받아쳤다.
“아 깜짝이야. 아이돌인 줄 알았다는 건 칭찬 맞죠?”
장난식으로 흘렸던 말을 다시 되짚으면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분명 방송이 끝나면 화제가 될 건데, 재수 좋으면 해프닝으로 끝나겠지. 하지만 차은성과 무영의 질문으로 기름이 부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이돌 비하와 다를 것이 무엇 있단 말인가?
뽕이 당황해하며 웃음으로 무마했다.
“그럼요. 칭찬이죠. 칭찬.”
“어후. 시청자분들 놀라셨겠는데.”
하지만 차은성은 느긋하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카메라를 쳐다봤다. 그리고 손짓으로 자신을 가리키더니 엑스자를 그려 보였다. 이 발언과 저는 상관이 없다는, 장난스러운 수신소였다. 옆에서 그걸 본 무영이가 연신 고개를 끄덕거렸다.
김성연이 피디의 신호를 받고서 다급하게 끊었다.
“네. 역시 차은성 씨와 하무영 씨는 언제봐도 즐겁고 멋지신 것 같습니다. 아쉽지만 이제 인터뷰는 마무리하고, 2부를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다급하게 엔딩 노래가 나오고, 카메라 불이 꺼졌다. 주위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동료 연예인들이 저들끼리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괜히 불똥 튈까 봐 시선은 두지 않았지만.
“저기 뽕 씨-”
김성연이 주의하기 위해 그를 부르는 순간. 차은성이 말을 잡아챘다.
“아이 씨뽕 씨는 멘트 연습 좀 더 해야겠다.”
“씨, 씨 뽕?”
“아이씨. 뽕 씨요. 말만 못 하는 줄 알았더만 듣는 것도 영 구리네. 사회자라는 사람이 그렇게 하면 시청자분들 보기에 얼마나…….”
X 같다는 말을 하고 싶은데 대체어가 없네. 쩝.
차은성은 됐다는 듯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러자 주위에서 웃음이 살짝 새어 나왔다. 뽕의 인터뷰에 당했던 배우들의 통쾌한 반응이었다. 무례함과 개지랄의 만남. 어지간하면 지랄 맞은 게 이긴다. 그 안에는 무례함이 깔려 있으니까.
“뽕 씨. 잠깐만.”
피디가 사회자들을 부르며 무대 뒤쪽으로 돌아갔다. 그러든가 말든가. 은성은 손톱만 후 불어대며 발끝을 까딱거렸다.
“형. 잘 참았어요.”
“됐어. 그, 라이브 채팅 좀 켜봐라. 반응 좀 보게.”
“음. 잠시만요. 휴대폰이…….”
-대가리에 총 맞았나 XXXX 배우 앞에 두고 인터뷰를 왜 저따위로 하냐고 지금
-칼날궤 팀한테 억하심정 있는 게 분명함
-기유찬 때부터 쌔하다 했음 그냥 투 엠씨로 가! 뽕 저거는 없어도 되겠구먼
-아이돌인 줄??? 아이돌이 뭐 어때서? 그런 말을 함? 지는 Tlqkf 개구린 앨범 하나 내고서? 입 터는 거로 먹고살려면 선이란 걸 알아라.
-내 말이 앞으로 티비에서 저놈 얼굴 안 봤으면
-한복 입었다고 무대 의상이래;; 격식 있는 자리에 전통 의상 입는 것만큼 예의 있는 게 어디 있음?
-배우 맞으시죠? 니는 사람맞으시죠?
“어우. 다들 화 많이 나셨는데요?”
“다행이다. 사람들이 안 내주면 내가 낼 뻔.”
차은성은 물로 입을 헹구며 중얼거렸다. 쉬는 시간이 되자, 배우들이 삼삼오오 칼날궤 테이블로 모여 위로의 말을 건넸다.
“괜찮으세요?”
“네. 뭐. 안 괜찮을 것도 없죠.”
“저분 평소에도 저러시더구먼, 오늘 사고 쳤네요.”
그래도 차은성이 십 년 가깝게 업계에서 버티고 있어서 그런지, 선배 대우는 확실했다.
가까이하고 싶지는 않지만, 존경은 하는 배우……. 정도가 딱 맞는 이미지겠지.
따다다단다-
“스탠바이 들어가겠습니다!”
“착석 감사합니다!”
스태프들의 말에 다들 제 자리에 앉았다. 사회자 세 명은 옷을 갈아입고 나왔는데, 뽕의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J사 연말 시상식 2부를 시작하겠습니다! 그 전에 간단히 소개드리려고 하는데요!”
“네. 2부는 축하 무대와 연기, 연예 최우수상 그리고 대상 부문으로 진행됩니다!”
다른 두 명의 사회자를 주축으로 진행되었고, 뽕은 1부와 달리 감탄사만 종종 집어넣을 뿐 조용했다. 멘트가 거의 삭제된 게 분명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두 사회자의 외침에 폭죽이 터졌다. 그와 동시에 차은성이 중얼거렸다.
“싸무니까 훨씬 보기 좋네.”
그리고 무영이 쪽을 바라보며 고개를 좌우로 돌려 보였다. 화장이랑 머리 좀 봐달라는 듯이.
“어때? 나도 보기 좋아?”
“형은 뭐. 말해 뭐해요.”
“후보 잡힐 때 잘 나와야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넥타이를 매만지는 차은성. 그는 무영이를 힐끔 보며 웃었다. 짜식이, 근데 보면 볼수록 똘똘하니 괜찮단 말이야. 생방송 중에 대담하게 사람 먹일 줄도 알고.
“너 저번에 내가 했던 말 기억해?”
“어떤 거요?”
“한 십 년 죽어라 하면 따라올 수 있다는 거.”
“아아. 기억하죠.”
차은성 본인처럼 되려면 십 년은 지나야 한다는 말. 그는 조용히 정정했다.
“취소다. 취소. 오 년으로 줄여줄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