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224)
신인인데 천만배우 224화
개봉 첫 주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며 노래가 나올 때. 극장은 그 어느 때보다 조용했다. 카메라를 터뜨리던 기자들도, 환호하며 출연진을 반겨주던 팬들도.
모두가 검은색 화면만 멍하니 보며 숨을 깊게 쉬었다.
“아.”
그건 무영이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으로 영화의 시작과 끝을 한 번에 이어서 봤다.
물론, 장면장면은 자신이 찍은 것이라 잘 알고 있었지만, 편집을 거친 하나의 완성본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짜릿했다.
무영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김우리를 쳐다봤다. 그녀는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엔딩 크레딧만 쳐다보고 있었다.
“누나.”
“와. 무영아.”
살짝 떨리는 목소리가 감격스러웠다.
“저게 진짜 너야?”
송도경이라는 인물은 스크린을 만나자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였다.
도저히 제 옆에 앉아있는 무영과 동일인물이라 생각되지 않을 정도였다.
추수안 역시 고개를 앞으로 내밀며 중얼거렸다.
“솔직히, 완벽합니다.”
“감독님. 진짜 연출 대박이에요.”
“그러니까요. 역시 완성은…….”
무영이 엄지를 들며 김산 감독을 칭찬하려 했다.
그녀는 무릎에 팔꿈치를 댄 채 기도하듯 주먹을 쥐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무영은 그녀가 전율에 잔뜩 찌들었다는 걸 눈치챘다.
“내가 만들었지만 진짜…….”
“아하하. 진짜 대박이당!”
“무영 씨! 너무 고마워! 우리 씨, 수안 씨! 사랑해!”
“오오오. 감독님. 그 전에 마무리 인사부터…….”
다 같이 얼싸안으려고 하자, 무영이 한쪽을 고개로 가리켰다.
진행자가 마이크를 잡은 채 뭐라 말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 보였다. 진행요원들이 제일 먼저 정신 차리고 배우들을 앞으로 안내했다.
“네. 이상, [면죄부> 많은 사랑 부탁드리고요, 제작사 측에서 준비한 포스터와 소정의 굿즈가 있으니 퇴장하시면서 받아가시길 바랍니다. 시사회에 참석해 주신 모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출연진분들 마지막 인사드리겠습니다.”
무영이 대표로 마이크를 건네받고서 인사하려고 하는데, 관객 어디선가 사자후처럼 우렁찬 소리가 들렸다.
“하! 무영! 미쳤! 어! 영화 대박!”
그와 동시에 모두 빵 터지며 웃음을 터뜨렸다.
조금 멀어서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목소리로 봐서는 아저씨 같았다. 무영이 소리 난 쪽으로 손을 흔들며 웃었다.
“영화 진짜 대박이죠. 아하하! 오늘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굿즈 받아가시면서 저랑 같이 사진 찍어요!”
가볍게 인사를 마치고 퇴장하자, 관객들도 하나둘씩 자리를 정돈했다.
박차일 감독 역시 외투를 챙기며 일어서려고 하는데, 어찌 차은성과 임하늘 둘 다 꼼짝하지 않는다.
“뭐 해? 안 가? 밥이나 먹지?”
“……와씨. 하무, 이 새끼……. 진짜 대박이네.”
혼자 중얼중얼, 감탄한 듯 팔짱 끼고 뭐라 꿍얼거리는 차은성. 그리고 가방을 뒤적거리며 물건을 정리하는 임하늘.
박차일이 의자를 짚고서 다시금 물었다. 멀쩡한 것들이 하는 짓은 영 이상하다니까.
“아 밥 안 먹냐고?”
“감독님. 저는 하무영 씨랑 사진 찍어야 해요.”
임하늘은 굳건하게, 말리지 말라는 눈빛으로 플래카드를 꺼냈다. 무영문화재에서 공식으로 제작한 굿즈였다. 그뿐인가. ‘지킴이’라는 명찰까지 야무지게 가슴팍에 달았다.
“……놀고 있네.”
“아주 재밌습니다.”
“밥 먹어!”
“저 먼저 갈게요.”
“임하늘! 임하늘!”
미친놈. 박차일 감독이 혀를 끌끌 차며 사라지는 임하늘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그리고 차은성을 돌아보며 물었다.
“넌 밥 먹을 거지?”
“저도 안 먹어요. 가서 대본 연습할래.”
“어어? 이것들이? 감독 따시키네?”
“하무영 지린다고~! 연기 개잘해~! 어우, 씨!”
그리고 혼자 호들갑을 떨어대며 사라졌다.
황당하게 극장에 남아 있던 박차일 감독은 순간 저런 것들을 데리고 진짜 작업이 가능할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우리 언니! 너무 팬이에요. 으아앙!”
“아하하! 왜 울어요? 에구.”
“연기하면서 안 다치셨어요?”
영화관의 이벤트 홀.
무영과 우리, 수안은 팬들과 만나는 짧은 시간을 가졌다.
다 함께 사진을 찍거나 간단한 안부 따위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그때.
“하무영 씨.”
“아. 임하늘 씨!”
임하늘이 슬며시 나타났다. 가슴팍에 지킴이 뱃지, 야무지게 챙긴 [면죄부> 포스터와 굿즈 그리고 반으로 접힌 플래카드까지.
“사진 찍어주세요.”
“넹? 아하하! 좋아요! 같이 찍어요! 근데 은성이 형이랑 감독님은요? 같이 오지 않았어요?”
“모르겠는데요. 밥 먹으러 갔나 봐요.”
“왜 같이 안 가시고?”
“사진 찍어야 하니까.”
촤악-!
그리고 망설임 없이 플래카드를 펼쳤다. ‘무영문화재 절대 지켜 ♡ 하무영 ♡ 응원해 ♡’라는 글자가 홀로그램으로 박혀 있었다.
“오오오!”
“이번에 새로 제작한 굿즈입니다.”
“예쁘다. 옆에 서세요. 매니저 형! 사진 부탁해요!”
“어? 어어…….”
고경민이 당황해하며 임하늘의 휴대폰을 받았다. 쟤 뭐 하는 놈이지? 주차장에서부터 뭔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는데, 그게 이런 거였나?
김우리와 추수안 역시 슬며시 눈을 돌리며 속삭였다.
“무영이랑 차기작 같이하는 배우래.”
“……여러 의미로 대단하네요.”
하지만 임하늘은 한번 덕밍아웃한 거,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꼼꼼하게 싸인도 받고서 하무영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영화 진짜 좋았어요.”
“감사합니다.”
“그럼. 저 갈게요.”
“우리 리딩 연습 날짜 맞춰요! 카톡할게요!”
“……네.”
무영은 손을 붕붕 흔들고서 다음 팬을 맞이했다. 임하늘은 덤덤히 걷는가 싶더만, 화장실 모퉁이를 돌자마자 벽에 머리를 갖다 박고 눈을 감았다.
쿵! 쿵!
“억!”
“뭐, 뭐야?”
“야. 쳐다보지 마.”
지나가는 사람들이 깜짝 놀라 수군거렸지만, 임하늘은 주먹 물고 박박 우느라 알아채지 못했다. 안다고 한들,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고.
* * *
[원픽시네마 안영관 기자 ★★★★☆ : 21세기 자본주의로 보는 면죄부의 추악함 그리고 종교의 이중성] [저널니스트 ARDDI ★★★★☆ : 하무영은 이런 연기도 가능했다. 이미지 변신이라는 말이 미안할 정도로 신들린 실력] [블로거 체임이 ★★★★★ : 좋네요. 보세요.] [저널리스트 김민주 ★★★☆☆: 작품의 완성이 엔딩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영화. 종소리가 왜 ‘울린다’고 표현하는지 깨달았다. 나도 울었다.]-와… 극장에서 영화보고 돈 안 아까운 거 진짜 오랜만이다.. 너무 재밌음..
-하무영 백금발 제발 박재해 제발 머리카락 눈치 챙기고 금발로 나와ㅠㅠㅠ제발제발제발ㅠㅠ
-연기 구멍이 하나도 없음 김우리 추수안 하무영 셋이서 친한 만큼 시너지 효과 장난 아니더라
-별이 다섯 개!
-감독님 전작 보니까 독립영화 주로 하셨던데, 그래서 그런가 연출이 섬세하고 좋았습니다. 장면 하나하나가 예술적이었어요. 도경과 비서의 관계성도 여운 깊고요. 저 주말에 재탕하러 또 갈 것 같네요.
-넵플랙스 뭐하냐고요오 빨리 모셔오라고요오
-한국에도 이런 영화가 나오는구나 극장에서 볼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ㄹㅇ…
-투자 빵빵하게 받았다고 하던데 진짜 돈 들인 티가 났음 죄다 고오급 오짐ㅠㅠㅠ 마스터피스란 이런 거시다
-노이즈마케팅 ㅇㅈㄹ하는 것들은 아직 영화 못 것들이다 그런 걸 굳이 할만한 영화가 아님
-박스오피스 1위! 주간예매율 1위! 개봉하자마자 개떡상 각ㄷㄷㄷ
“하무영!”
무영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언제 왔는지, 차은성과 유유나가 앞자리에 앉고 있었다.
임하늘은 주문 담당을 맡았는지, 카운터에 서서 이쪽을 힐끔거렸고.
“뭐 그렇게 보느라 바빠?”
“영화 평점이요.”
“아. 8.9더라?”
“엥? 아닌데용. 오늘 9.0 찍었는데요.”
얼씨구. 좋단다. 차은성은 소파에 비스듬이 앉아서는 대본집을 꺼냈다.
오늘은 리딩 연습을 하기 위해 모인 약속이었다. 무영이 영화 홍보도 바빴지만, 그대로 할 건 해야하니까.
“이 중에서 네가 제일 바빠.”
“아하하. 시간 맞춰주셔서 감사해요.”
“……됐다.”
차은성이 뭐라 말하려다 말자, 옆에 앉아 있던 유유나가 끼어들었다.
“은성이 삼촌은 오빠가 안 놀아줘서 그런 거야.”
“내가 애냐? 어이없네.”
반박했지만 별로 먹히는 말은 아니었다. 무영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이제 주말 넘어가면 윤곽이 좀 보일거라서, 그 후로는 널널할 것 같아요.”
“관객수가 얼마인데?”
“개봉 7일차, 오늘이 아마 220만 돌파일걸요?”
“어우. 좋네.”
“근데 점점 일일 관객 수가 늘어나요. 대박.”
“개싸라기?”
“넹?”
개싸라기 흥행, 개봉 첫 주보다 둘째 주가 더 성적이 좋은 경우를 뜻했다. 입소문 타고 오르는 흥행작들에게 주로 보이는 현상이기도 했다. 유유나는 뭔가 알겠다는 듯 아, 하고 탄성을 질렀다.
“나는 못 봤는데-”
“당연하지. 나이가 안 되니까.”
차은성이 끼어들자, 유유나가 무시하며 무영에게 말을 이었다.
“인터넷은 자주 검색하거든? 근데 재탕하는 사람 진짜 많나 봐.”
“그래? 그래서 그런가?”
무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세한 현상은 배급사에서 잘 분석해 주겠지. 어쨌거나 개봉도 성공적이고, 예상되는 성적도 문제없었다. 손익분기점은 390만. 회사에서 전해 듣기로는, 다음 주 중으로 넘을 것 같다 하더라.
“아무튼 아이구! 하나 끝났당!”
“신났네. 신났어.”
“으하하하. 너무 좋아요!”
무영은 기지개를 쭉 켜며 즐거운 비명을 질러댔다.
그때, 임하늘이 음료를 가져와 차은성과 유유나 앞에 내놓았다. 딸기라떼 두 잔. 그리고 자신의 것 아메리카노 한 잔.
“땡큐.”
그렇게 모두 착석하자, 다들 가방에서 대본을 꺼냈다. 짬짬이 모인다고 했는데 네 명이 동시에 모인 건 오랜만이었다.
“하무. 너 거기서 호흡 좀 빠르게 쳐봐.”
“음. 아무래도 좀 감정이 덜 느껴졌나요?”
“근데 오빠는 살짝 느리게 말하는 게 매력이에요. 나른한 그 특유의 말투 있잖아요.”
“맞는데, 두 개 비교해 보게.”
서로 머리를 맞대며 문장 하나하나 곱씹어대다가도, 쓸데없는 잡담으로 낄낄대며 노는 게 반복됐다.
임하늘이 커피를 한 모금 쭉 빨다가 문득 중얼거렸다.
“아. 감독님이 사전 답사 같이 가자고 하시던데.”
“어디를?”
“폐병원이요. 완전 시골에 있는 거라 병원 뒤쪽으로 계곡이 나 있대요. A동 B동 나뉘어 있는데 A는 공사 끝났다고, 리허설 겸 휴가 가자고. 의기투합도 되니까.”
“장난 똥 때리나. 누가 여름 휴가를 폐병원으로 가? 당연히 하와이나 세부로 가야지.”
차은성이 완전 질색팔색하며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유유나는 손을 번쩍 들며 좋아했다.
“저는 좋아요! 찬성!”
“저도요. 시원하고 좋겠다.”
이어서 하무영도 찬성. 차은성이 인상을 팍 찡그리며 임하늘을 돌아봤다. 설마 너도?
“무영 씨 가면 저도 찬성.”
“……난 반대.”
“다수결로 땡땡땡! 기각합니다!”
유유나가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리며 정리했다. 차은성은 애꿎은 빨대만 질겅인 채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세 사람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반대표를 던질 때마다 튕겼다.
“임하늘 씨는 귀신 같은 거 무서워해요?”
“딱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유나는?”
“나도. 난 귀신보다 벌레가 무서워.”
“오. 그렇다면…….”
세 사람의 시선이 차은성에게 꽂혔다. 그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나도 뭐. 딱히?”
아. 그러시구나.
무영과 유나, 하늘은 의미심장한 시선을 나누며 속으로 웃었다. 꽤 재미있는 여름 휴가가 될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