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231)
신인인데 천만배우 231화
무영이만 모르는 이야기
“대표님. 저번에 말씀하신 조사 말입니다.”
“음? 아아. 네에.”
“방금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읽어주시겠어요? 나 손이 없네.”
유사하는 벌써 몇 시간째 결재서류에 파묻혀 있었다. 비서는 보고서를 내려놓으려다가 다시 들고서 앞장을 넘겼다.
“무영 씨가 불편해하시는 분이 김경식이라는 분이더군요. 최근에 찍었던 초콜릿 광고 스튜디오 건물주 처남이라고 합니다.”
“직업이 건물주 처남이에요?”
“작년까지 사업을 이것저것 하긴 했는데, 번번이 말아 먹고 빚을 꽤 졌다고 합니다. 건물주는 이만송 씨라 하는데, 가로수길 일대 꽉 잡고 있는 유지입니다.”
“이만송……. 혹시 그분 예전에 가진건설 설립자 손자 아니에요?”
“맞습니다.”
유사하는 싸인하던 것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회사였지만, 부자는 망해도 삼대를 간다고 하지 않나.
아무리 처남이라도 가족은 가족. 그런 자가 어찌하여 사기꾼 냄새를 풀풀 풍기는 건지 원.
“사업을 어지간히 말아먹었나 본데.”
“80억 정도에서 이만송 쪽이 절반 이상을 갚아줬다고 들었습니다. 이 부분은 확실하지 않지만요.”
“거하게 해 드셨군.”
“주변에서 딱히 좋은 평판을 가진 인물은 아닙니다. 폭행이랑 음주운전으로 3범입니다. 술집과 클럽도 운영해서 그런지 조폭과 연계되어 있다는 말도 있고요. 도박도 즐긴다고 합니다. 사업했던 사람인지라 인맥은 쓸 만한 것 같습니다.”
개노답 삼 형제가 와도 혀를 내두를 거라, 비서는 덧붙이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유사하가 알아들을 리 없으니까.
대표는 펜을 가볍게 돌리며 뭔가를 고민했다.
“그러면…….”
김경식 혼자서 이 판을 짜고, 하무영을 작업하려고 했을까?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아마 뒤에 조폭이 버티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유사하는 눈썹을 찌푸리며 비서를 돌아봤다.
“무영 씨는 지금 어디 있어요?”
“음. 방금 올라온 SNS에 따르면 강원도 촬영장에서 또 물놀이 가신 것 같던데요.”
“……아.”
생각지도 못한 근황에 유사하가 탄성을 작게 뱉었다. 그리고 어이없이 웃으며 나머지 서류를 결재했다.
“김경식 쪽에 사람 붙여서 감시 좀 해봐요. 그리고 뒤에 연관된 놈들 있으면 그것도 확인해주시고요. 박달량 검사 기억하시죠? 걔가 서울남부였나, 동부였나?”
대학 동문이자 가끔 술 한 잔씩 하는 사이였는데, 성격이 워낙 더러워서 진급은 물 건너간 상태였다. 비서는 지인도 헷갈리는 검사의 소속을 단번에 대답했다.
“남부였습니다.”
“오랜만에 연락 좀 해봐야겠네.”
“이번 건 때문에 말씀이세요?”
“네에. 원래 벌레는 죽일 때 다 죽여야 해요. 하나씩 놓치면 그게 스멀스멀 또 올라오거든. 저녁 비는 시간이 언제죠?”
“목요일입니다.”
“맞추자고 부탁 좀 해봐요. 걔는 일 아니면 만나는 사람 없어서 괜찮을 거야.”
하무영을 놓치면 그들이 어떻게 나올지 예상 불가였다. 아마 다른 먹잇감을 노리러 갈 수도 있고, 진짜 재수 없다면 앙갚음을 하러 들겠지.
전자면 업계 사람으로서 영 찜찜하고, 후자라면 소속사 대표로서 가만 안 둘 것이다.
“그럼 나가보세요. 수고해요.”
“네. 대표님.”
비서가 나가자 유사하는 기지개를 쭉 켜며 의자를 빙글 돌렸다. 창밖은 한여름의 오후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었다.
멍하니 그걸 보던 유사하가 문득 휴대폰을 꺼내 SNS에 접속했다.
제일 먼저 피드에 떠오르는 무영이의 사진. 홀딱 젖어서는 환하게 웃고 있는 게, 보기만 해도 시원해졌다.
“하하. 잘 놀고 있네.”
유사하는 게시물 하트까지 모자라서 그 밑의 댓글들까지 하나하나 좋아요를 눌러줬다.
* * *
“말도 안 돼.”
김경식의 말을 들은 일당이 담배를 테이블에 비벼 껐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 그의 입에서 나오는 걸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아니. 진짜라니까? 하무영 걔, 우리 애들 다 알고 있었어. 한 명도 빠짐없이 짚어내던데.”
“그게 X발 말이세요, 방구세요? 나도 그날 처음 보내는 애가 섞여 있었는데, 하무영이가 그걸 어떻게 알았다고?”
“그러니까 환장할 일이지!”
김경식이 답답함을 토로하며 소리쳤다. 벌떡 일어나서 주위를 서성거리는 꼴이, 거짓말하는 것 같진 않다. 그때 나갔던 바람잡이들도 얘기도 얼추 비슷하고.
-누가 하무영 성격 좋대? 인사도 안 하던데? 나랑은 눈도 안 마주치려고 하더라.
-오죽하면 들킨 줄 알았다니까. 하하. 근데 그럴 리가 없잖아. 그래서 내가 뭐 실수했나 싶고, 뭐. 이제는 상관없지. 아하하! 잔금 입금 부탁해.
빠득. 별 소득 없이 인건비만 줄줄 샜다. 김경식은 여전히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채근했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다른 남자가 혀를 쯧 차며 고개를 돌렸다.
“분명 내부에 문제가 있어. 너 밑에 애들 관리 똑바로 한 거 맞아?”
“아이고, 사장님. 지금 장난하십니까?”
“아니면 대체 뭔데! 이거 설명해!”
“참나, X발. 내가 봤을 때는 사장님이 초장부터 하무영한테 말려서 이리된 거 아닙니까? 얼마나 등신처럼 보였으면 애가 밥 처먹다 가냐고요.”
“말 다했어!?”
“그만!”
콰앙!
지잉-
듣다 못한 조폭 두목이 일갈하며 마이크를 던졌다.
김경식은 그제야 격한 감정을 추슬렀고, 남자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이게, 근데 간단히 넘어갈 문제는 아입니다. 형님. 하무영이 걔가 어떻게 애들 가려냈는지는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솔직히 뭐, 다 믿기는 어렵지만서도…….”
“내가 구라를 쳤다 이거야?”
“김경식이 사장님이 저리 말씀하시니 확인은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안쪽에 끄나풀 있으면 자르고 가시죠.”
하무영 등 처먹는 것보다 시급하게 할 일이 생겼다. 어떻게 자신들의 정체를 알아냈고, 바람잡이들을 가려냈는지 확인하는 것.
“하무영이랑 자리 좀 만들어 보소. 사장님.”
“……나는 이제 좀 그렇지.”
대놓고 사기꾼이라는 말까지 들었는데, 어떻게 접근할 수 있겠는가. 한 번만 더 눈에 띄면 이유 불문하고 경찰에 신고한다며 경고 아닌 경고를 받았다.
“X발 도움이 안 되네.”
“뭐!?”
“됐다. 그래도 대한민국 톱스타이신데, 우리가 움직여야지.”
두목은 손을 내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바닥에서 구르고 구른 한평생, 업장에 잘나가는 가수들이 와서 노래 부르고 춤추는 걸 지켜본 남자였다. 세상은 변했지만, 그의 인식은 딱히 변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이쪽 세계에서 도태된 것을 깨닫지 못했지만.
“하무영 스케줄 확인해서 봉고 하나 세워라.”
“네. 형님.”
간단히, 아주 간단히 면담할 생각이었다. 궁금한 것들을 확인하고, 가능하다면 안면도 좀 트고.
호구 작업까지 들어가면 더더욱 좋겠지만, 아무래도 이쪽으로는 영 욕심이 없는 젊은이 같다.
“이봐! 그럼 나는?”
“뭐요?”
“이, 이제 어떡하라고?”
갚을 빚이 아직 수십억이었다. 중간중간 도박 때문에 빚이 늘어난 것을 가족이 알게 되면 진짜 끝이다.
“나가리지.”
“내가 하무영 작업하자고 한 거잖아!”
그래서 이 조폭 나부랭이들을 찾아온 건데……. 낙동강 오리알처럼 이도 저도 못 하게 생겼다. 하지만 조폭들은 알 바 아니라는 듯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혼자서 잘해보십시오. 면전에서 사기꾼이란 말까지 들은 걸 어디다 씁니까? 우리는 뭐 자원봉사자여?”
“조심히 가십시오. 김경식이 사장님~”
콰앙!
일당들은 김경식을 버려둔 채 나가버렸고, 그는 망연자실 닫힌 문만 쳐다봤다.
그리고 일주일 후.
조폭 일당은 무영이 사는 오피스텔 근처에 봉고차를 세우고 몸을 숨겼다. 두목을 비롯해 현장에 나온 식구는 다섯 명.
사실상 집안 애들 다 끌고 나온 거나 마찬가지였다.
“와따, 하무영이 진짜 좋은 데 사네.”
“여기서 몇 시에 나온다고?”
“평소에는 주차장 통해서 매니저 차 타고 바로 출근인데요, 휴일에는 산책 겸 하루에 두 번은 편의점 가는 것 같습니다. 보통 아침 10시랑 저녁 7시요.”
“알바생 말로는 아주 지겹도록 온답니다. 가서 맨날 아이스크림 사 먹고, 테이블에 앉았다 가고 그런다는데요.”
부하가 맞은편에 붙어 있는 편의점을 가리켰다.
동선은 완벽했다. 이제 기다렸다가 그에게 접근만 하면 된다. 혹시 소란을 피운다면 봉고에 집어넣고 자리를 뜨리라.
조폭들이 시계를 확인하며 정면을 뚫어지라 보고 있을 때였다.
“떴다!”
하무영이 나왔다.
반팔에 반바지, 슬리퍼 찍찍 끌고 나오는 모습은 영락없이 동네 주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숨겨지지 않는 훤칠한 키와 얼굴. 연예인이 왜 연예인인지 확실히 알 것 같다.
“와. 새끼 잘생깄네.”
“편의점에서 나오면 접근해.”
“네. 형님.”
운전대 잡은 남자가 천천히 편의점 쪽으로 접근하려 했다. 그러자 그의 앞으로 쑥 들어오는 한 남자.
끼익-
“뭐, 뭐꼬?”
보닛을 툭툭 두드린 남자가 안쪽을 들여다보듯 손으로 차양을 쳤다. 운전자가 창문을 내리며 성질을 확 부렸다.
“X발 죽으려고 환장했나? 안 비키?”
“어. 안 비키. 니들 좀 내려봐.”
“아이 또라이 새끼가…….”
“됐다. 그냥 가자.”
중요한 일 앞두고 괜히 힘 뺄 필요 없다. 운전자가 침을 쫙 뱉으며 남자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오늘 운 좋은 줄 알아라? 응? 콱! 대가리를…….”
콰앙!
“아악!”
그러자 행인은 남자의 머리채를 잡고 그대로 차 문에 박아버렸다.
난데없는 공격은 신호가 되었다.
순식간에 봉고차를 둘러싼 승용차들.
조폭들이 우왕좌왕 놀라서 밖으로 나왔을 때는, 이미 경찰들이 총을 들이밀고 있었다.
“내리라고 말을 하면 안 들어 처먹어요.”
“뭐, 뭡니까? 이게!”
“예. 음. 저는 저기, 서울남부지검 박달량 검사라고 합니다. 예. 조폭 새끼들 잡으러 왔어요.”
일당들은 품에서 칼을 꺼내려다 멈칫거렸다. 검사가 직접?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도저히 모르겠다.
“저, 저희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진짜로. 하무영의 등을 처먹지도 않았으며 아직 납치도 안 했고, 욕설 하나 뱉은 적이 없었다.
박달량은 귀를 후비며 대답했다.
“예. 그렇게 됐네요.”
“그, 그렇게 됐네요?”
“대한민국 공무원들은 일 처리가 좀 유동적일 필요가 있거든. 그쪽들 혐의는 내가 앞으로 잘 찾을 생각입니다. 술집 하더만? 똘마니 끼고 형님 놀이도 하셨고. 찾을 게 있겠어요? 없겠어요?”
“아니, X발 그게 무슨-”
“아아. 닥쳐.”
그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내젓고 경찰들에게 뒷정리를 지시했다. 명당 대여섯 명씩 달려들어 바닥에 처박혔다.
손은 수갑에 묶였고, 품에 고이 모셔뒀던 사시미는 현장 증거품으로 넘어갔다.
“잡아! 저 새끼!”
“아아악! 이거 놔!”
“당신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체포합니다. 묵비권을 행할 수 있으며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비켜! 비키라고!”
“어어? 야! 칼! 칼 조심!”
위이잉-
위잉-
무영은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고르다가 난데없는 소란에 바깥을 힐끔거렸다.
골목으로 꺾여 잘 보이진 않는데, 차가 굉장히 많이 모여 있었다. 큰소리도 좀 나는 것 같고…….
“무슨 일 있나요?”
“2,500원입니다. 글쎄요. 사고라도 났나 보죠?”
“혹시 여기는 신상 초코맛 안 들어와요?”
“점장님께 말해볼게요.”
“오예. 감사합니당.”
소란이 크긴 하지만, 스모그가 보이는 것도 아니니……. 무영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알바생은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근데요. 저번에 편의점에 이상한 사람이 찾아왔었어요.”
“이상한 사람이요? 신고했어요?”
“아니. 그런 게 아니라요, 와서 무영 씨에 대해 캐묻더라고요. 자주 오는지, 몇 시에 오는지, 와서 뭘 사가는지…….”
위압감에 말하긴 했는데, 찜찜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인상이 워낙 더러웠어야지.
무영은 알바생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고서, 가볍게 주위를 둘러봤다.
음음. 스모그 없음! 아주 깨끗!
“괜찮아요.”
그러면 문제 될 게 없다.
“제 팬이었나 보다. 아하하하!”
무영은 바깥 창문에서 조폭들이 끌려가는 것도 모른 채, 알바생과 조잘조잘 수다를 떨어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