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245)
신인인데 천만배우 245화
눈눈이이
-안녕하세요, 무영 씨. 잘 지내고 있죠?
“넵. 사장님. 저야 뭐. 아하하.”
-오랜만인데 이런 일로 통화해서 참 그렇네요. 유사하 대표님이랑은 연락했어요. 대표님도 따로 알려주시겠지만, 일단…….
새벽부터 사무실에 출근했던 것일까? 이른 아침임에도 목소리가 쌩쌩했다. 뒤쪽으로 서류 넘기는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맞는 것 같다.
차은성이 스피커로 바꿔 달라며 답답한 손짓을 해댔다. 현관으로 들어오던 매니저 역시 상황을 보고서 입을 다물었다.
-사진이요. 그건 누가 넘겼는지 확인 불가능해요. 그날 행사 때문에 여기저기서 다 찍어댔잖아요. 뭐. 지금 와서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용가라리는 저 새끼를 조지는 게 관건이지만 말이에요. 겁이 없어도 너무 없네. 세상 무서운 줄도 모르고.
“저희 회사는 어떻게 하기로 했나요?”
-자선 파티 사진 셀렉 중일 거예요. 그거랑 함께 입장문 발표, 무영 씨는 SNS에 개인 해명문 올려주세요. 나머지는 저희 쪽에서 할게요.
“나머지라 하시면……?”
-공들여서 죽여 버릴 거니까.
아득아득 이 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다.
한다경 입장에서는 당연했다. 씨엘로라는 거대 코스메틱 회사의 막내딸은 장점과 단점이 뚜렷한 자리였으니까.
그녀가 장성했을 때는 이미 나이 찬 오빠들이 회사 지분을 죄다 가져간 뒤였고, 그녀는 그저 혼기 차서 집안을 위해 결혼하는 것이 삶의 목적처럼 여겨졌다.
그걸 박차고 나와 설립한 것이 닥터마텔이었다. 맨손으로 일구고, 맨발로 뛰어서 증명해 낸 자신의 브랜드!
-지금 집안에서도 난리 났어요. 오빠들도 없던 잡음을 막내딸이 내고 있으니. 그것도 하무영이라는 유명 연예인하고요.
처음 한다경을 만났을 때는 아무것도 아닌 대학생이었는데, 그녀 입에서 ‘유명 연예인’이라는 단어가 나오니 좀 신기했다.
-사실관계 아닌 거 집안에서 확인했고, 집안 변호사들 새벽 댓바람부터 집합했어요. 하필이면 씨엘로는 미국 상장 앞두고 있고, 닥터마텔은 이달 말에 신제품 출시가 있거든요. 중요한 순간에 초를 제대로 친 거죠. X새끼가.
“오. 상장……제품 출시……. 축하드려용.”
-하하. 고맙네요……. 드라마랑 영화 잘 보고 있어요. 언제 한 번 밥 먹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것도 요원해졌네요. 하아. XXX.
그녀의 시원한 욕에 차은성이 마음에 든다는 듯 엄지를 치켜들었다.
-참, 오피스텔 나왔다면서요? 부용 오빠 울던데. 하하. 아무튼, 잘 지내요. 다음에는 좋은 일로 연락하자고요.
“네. 들어가세용!”
뚝.
전화가 끊어지자, 매니저가 서류를 잔뜩 내밀었다. 대부분 광고 계약서였다.
무영이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고경민은 회사에서 내려오는 지침만 확인하고 있었다.
“공식 입장 올라왔다.”
“이게 뭐예요? 형?”
“음. 판 키우는 판돈?”
“넹?”
“방금 메시지로 사진이랑 글 보냈거든? 그거 그대로 SNS에 올려.”
무영은 일단 매니저가 하라는 대로 했다.
사진은 여러 장이었다. 부용이와 웃고 떠드는 사진, 넘어진 모델과 함께 걷는 사진, 사람들 사이에서 인사를 나누는 사진 등등.
무영이 외에는 모두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다.
D사 화장품 SNS 모델을 한 것도 사실이고, 사장님을 통해 용강동 오피스텔 주인을 소개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입니다.
오피스텔은 몇 년 동안 비어 있었고, 갈 곳 없었던 제가 관리를 겸하여 신세를 진 것입니다. 미튜버 용가리 씨가 내놓은 사진 증거는 현재 저희 소속사 대표님이 주선했던 자선 파티였습니다.
그곳에는 D사 사장님을 비롯해 집주인도 초대되어 함께였습니다. 그날 하루를 제외하고 그분과 사적으로 만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금전적 손해를 보면서 도와주신 분은 집주인인데 어째서 이런 주장이 나도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첨부한 사진은 그날 파티장에서 찍은 다른 사진입니다. 파티장은 사진처럼 폐쇄적인 분위기도 아니었고, 제 옆에는 항상 집주인분도 함께하셨습니다. 아주 절묘하게 자르셨더라고요.
스폰서 관련한 소문은 개인의 도덕적 잣대를 흔드는 일 이전에 제 배우 신념을 박살 내는 일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악성 댓글과 루머를 생산,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무영은 해명문을 천천히 읽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보다 강경하고 빡쳐 있는 내용이다. 찾아보니, 회사 입장문도 별반 다를 것 없다.
사실과 다르고, 강경 대응.
이것이 핵심이었으니.
띠링!
“올렸슴당.”
무영은 게시글을 올린 다음, 서류를 돌아봤다.
“근데 이건 뭔데요?”
“너한테 올 광고였지만, 이상한 소문으로 보유된 광고.”
“네에엥? 정말이요?”
“정말이겠냐? 대표님 후배분들 회사다.”
세제, 어플, 커피, 가구…….
끼리끼리라고 하더니 진짜다.
들으면 알 만한 회사들이 서로 형, 동생 하면서 친하게 지내다니. 이거 반칙 아닌가?
“숙지만 해둬. 나중에 진짜 네가 할 거거든.”
무영은 가만히 머리를 굴리다가 방긋 웃었다. 회사의 의중을 알아챈 것이다.
차은성 역시 이 바닥에서 굴러먹은 짬이 있다 보니, 말하지 않아도 통했다.
그는 왠지 짜증 난다는 듯 혀를 끌끌 차며 중얼거렸다.
“유사하 머리 잘 돌아가네.”
연예인의 인기를 가늠하는 척도는 광고였다.
우선 예정된 광고를 ‘유보’한다.
그렇다면 미튜버 용가리에게 고소할 때 피해청구액을 더욱 크게 때릴 수 있다.
이는 실질적으로 법적인 처벌을 받게 하기보다, 언플용으로 중요하게 쓰일 것이다.
‘하무영이 벌어들이는 돈이 바로 이 정도다.’
이는 최근 유앤빌 입주로 인한 논란을 잠식시킬 것이며, 누구든 하무영에게 명예훼손을 입히면 감당할 수 없을 거라는 위협이 된다.
그리고 고소가 진행되는 동안, 광고는 예정대로 진행. 이는 무영이의 브랜드 가치가 건재하다는 걸 알리는 동시에 기업들이 무영이의 무고를 증명하는 것과 같다.
아마 유사하와 광고주들 사이에서 진짜 모종의 거래가 있겠지만, 거기까지는 무영이 알 바 아니다.
어쨌거나 무영이 좋아야 회사가 좋은 거니까.
“아마 한다경 측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 씨엘로 미국 상장 앞두고 있다며? 그걸 제외하더라도 오빠만 셋인 막내딸이던데. 엄마가 다르긴 해도…….”
아마 명예훼손으로는 역대급 소송액이지 않을까 싶다.
하무영 측과 한다경, 오른쪽 왼쪽에서 동시에 처맞으면 정신 좀 차리려나?
“근데 아까 한다경 사장님이 공을 좀 들일 거라 했잖아. 그건 대체 무슨 말이지?”
고경민이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
그에 관해서는 전달받은 사항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 유사하와는 관련 없는, 개인적인 대응이지 않을까 싶다. 무영은 서류를 하나씩 넘기며 대답했다.
“글쎄요.”
멀리멀리 본다면, 그에게 내려지는 최고의 벌은 아무도 그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이다.
기자 출신에 미튜브 70만 구독자라는 프로필이 보여주듯, 그는 누군가에게 얘기를 떠들어야만 살 수 있는 사람이니까.
“저도 궁금해요. 한다경 사장님이 어떻게 하실지.”
무영은 싱긋 웃으며 서류를 덮었다.
이제, 밥 먹을 시간이었다.
* * *
[하무영 스폰 의혹 일축 ‘절대 그런 일 없어’ 해명 ……강경 대응 시사 (전문)] [미튜버 용가리 하무영 해명에 ‘하무영이라고 한 적 없다. 본인이 아니라면 아닌 것.’]-Tlqkf 말이야 방구야 본인이 아니라면 아닌 것?ㅋㅋㅋㅋㅋ사람 죽여놓고 ‘죽었다면 죽은 것’ ㅇㅈㄹ할 새끼네
-영상 조회수 올려주지 맙시다. 다 돈 때문에 저러는 거임 사회의 악..
-하무영 측에서 올린 사진 보니까 사람 엄청 많더만, 분위기도 다르고. 용가리 편집 잘하대?
-사과 제대로 해라
-ㅉㅉㅉ 이래서 개돼지 소리 듣지ㅋㅋㅋ그럼 본인은 절대 아니라고 하지 ‘네 맞습니다’ 하겠냐고ㅋㅋㅋ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속담 괜히 있는 거 아닙니다
-중립기어 박아야 할 듯 재판 결과 나오는 거 보면 알겠지. 사실적시 명예훼손인지 아닌지 ㅎㅎㅎ 만약 해명문도 거짓이면 책임지고 은퇴해라
-파티장 사진 외 하무영이 증거로 내놓은 게 있나?
-ㅂㅅ아 증거는요, 의문 제시하는 쪽이 내놓는 거예요 아닌데 증거가 어딨어? 그러는 용가리도 증거 없이 입만 턴거 아닌가?
-그니까 집주인이 왜 무상으로 임대해 주냐고!! 그때 하무영은 아무것도 아닌데!!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이냐??
-그쪽 상식을 무영이 인생에서 찾지 마세요. XX..
-용강동에서 꽤 유명한 집이에요. 귀신 나온다고. 그래서 몇 년간 비어 있었고, 이제는 무영 씨 덕분에 집값 올라 분위기 많이 바뀌었습니다. 아마 귀신 얘기하면 집값 문제 있을까 봐 안 한 것 같네요.
용가리는 담배를 피우며 스크롤을 내렸다. 생각보다 소속사와 하무영의 대응이 빨랐다. 조회수 좀 더 빨아 먹을 생각이었는데…….
“아깝네.”
용가리는 딱 몇 시간만 더 두었다가 지울 생각으로 창을 닫았다.
확실히 하무영이가 인기가 좋긴 해. 이렇게나 난리라니.
딸깍.
그런데, 영상에 댓글 달리는 속도가 갑자기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다. 특히나 최근 올린 하무영 영상에. 실시간급상승 1위를 지키고 있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뭐지?”
-용가리ㅋㅋㅋㅋㅅㅂ 내로남불의 교과서 같은 새기 인생 그렇게 살지 마라
-너 저번에 A배우 동영상 올리는 대가로 소속사에서 돈 받았다며? 이거 뒷광고 아님?
-뒷광고가 지금 문제임? 유흥업소 직원이 그러던데 너 술 처먹고 외상 단 게 수백만 원이라고ㅋㅋ직원들이 너만 오면 욕했대 존나 더럽게 놀아서ㅋㅋ
-부모는 사기 쳐서 사람들 등 처먹고 아직도 정정하다고 함 피해액만 억 단위….
-가수 B 인성 폭로 동영상, 뭔가 사심이 있다고는 느꼈거든? 근데 알고 보니까 지가 먼저 시비 털어서 처맞았다고 함ㅋㅋㅋㅋ 개~븅신
-대학 때는 음주운전으로 구속도 당했음. 아주 쓰레기 삼종세트 같은 개노답.
-G대학교 나온 것도 뻥 아님?
-가능성 농후, 고딩 때는 학폭 가해자라고 함
-인생이 거짓말이네~! 구독취소 ㅅㄱ
“뭐야? 뭔 소리야?”
용가리는 수많은 댓글들이 자신에게 향하는 건지 반신반의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게 하나도 없었으니까.
A배우 동영상 올려서 받은 돈은 한 푼도 없고, 외상 단 적도 없다.
부모님은 돌아가신 지 벌써 몇 년째. 가수 B랑은 만난 적도 없으며 운전면허도 없다.
“뭔…….”
사고가 정지되는 기분이다. 용가리는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가 검색창을 열었다. 초당 수십 개씩 쏟아지는 기사들. 모두 용가리 자신에 관한 것이다.
[용가리 인성 논란? 식당 직원 폭행 갑질 의혹?] [미튜버 Y씨 뒷광고로 수억 챙겨, 앞에서는 구독자 기만…… 후원금 받아서 유흥비로 탕진?] [알 권리 외치던 기자 출신 미튜버, 알고 보니 돈 받고 악의적으로 동영상 업로드? 의혹 불거져……(종합)]대체 어디서 이런 말이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
언론사도 각양각색, 화력은 일반적이라 볼 수 없을 만큼 세다.
기사들은 모두 ‘인터넷상으로 떠도는 내용’이 출처이며 ‘의혹’이라고만 표현했다.
하지만 그곳은 가입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쓰는 사이트다.
“……X발, 이게…….”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어째서 순간 용가리의 머릿속으로 그 문장이 스쳐 지나간 것일까.
그는 조금씩 빠지는 구독자 수를 보며 재빨리 ‘[연예계 스폰서에 관한 모든 것! ★들의 추악한 진실, 대세 스타 배우 H씨 증거 있습니다>’ 동영상을 삭제했다.
이미 늦었다는 경고음이 귓가를 미친 듯이 때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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