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246)
신인인데 천만배우 246화
하교
무영은 사탕을 와작와작 씹으면서 미튜브 영상을 시청했다.
용가리가 전격 해명 방송을 한 것이다.
물론, 그쪽 채널 가서는 안 보고, 다른 미튜버가 편집한 것을 확인했다.
본 영상 조회수는 70만인데 편집본이 300만을 돌파했으니. 여론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였다.
“뭘 그렇게 봐?”
“용가리 이 사람이요, 방송 하면서 울었대요.”
“지가 울긴 왜 처울어?”
“아하하. 그러게요. 어이없당.”
하나도 사실이 아니라고 목 터지라 울부짖었지만, 이상하게 그럴수록 또 다른 의혹이 터졌다.
이쯤 하니 네티즌들은 급격한 피로감을 느끼며 진실 여부를 떠나 용가리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아까 연락 왔는데, 오늘 고소장 접수됐다고 하네.”
“오. 빠르네요.”
“한다경 측은 본인이랑 닥터마텔, 씨엘로 각각 세 군데에서 넣는다고 하대.”
무영이네 건까지 합치면 동시에 총 네 군데에서 고소가 걸린 것이다.
한 달에 한 번씩 조사가 이루어져도 일주일에 한 번꼴로 경찰서 출석하게 생겼다.
“우리 것 피해 소송액만 80억 잡았어. 아마 한다경이랑 그쪽은 더 많겠지? 회사 자체에서 낸 거니까.”
“80억이요? 그렇게나 많이요?”
“브랜드 가치는 미래를 보는 거거든.”
물론, 법원에서 모두 인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사 언플용으로 최대한 자극적인 숫자가 필요했다.
적당히 납득가면서, 적당히 놀라운 금액. 회사가 고심해서 산정한 피해액이었다.
‘놀라기는.’
고경민은 무영이를 힐끔거리면서 웃었다.
솔직히 무영이가 돈 욕심이 있었다면, 충분히 벌 수 있는 금액이었다.
당장 한 해가 아니더라도, 이 정도 위치를 유지만 한다면 80억이 문제인가?
강남 수백억짜리 건물주에는 탑급 연예인들 이름이 심심찮게 등장하지 않던가?
“근데 배우 일 하니까 고소하는 일이 너무 많아요. 어지간하면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인데.”
명예훼손, 악플, 스토커, 사기……. 회사가 총대 메고 접수한 고소만 수십 건이었다.
“힘들어?”
고경민의 물음에 무영이 웃었다.
“힘들 게 뭐 있어요. 회사가 다 해주는데. 그냥, 좀 인생 다이나믹하다 싶어서요. 아하하.”
“근데 오늘은 차은성 씨가 없네?”
“아아. 애들 온다고 해서 피신했어요.”
그때, 초인종이 요란하게 울렸다.
현관문 밖으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고, 매니저는 무영이를 대신해서 현관을 열어주었다.
“안녕하세요! 이야, 집 죽인다!”
“Korea Beverly hills! 주긴다!”
두 손 가득 집들이 선물을 들고서 나타난 강이안과 폴. 뒤쪽으로 그들의 매니저까지 한 보따리였다. 무영이 그들을 맞이하며 물었다.
“이안 씨도 숙소 생활 여기서 했다면서요?”
“맞아요. 영앤빌은 아니고 저 아래 다른 빌라요. 오랜만에 왔는데 여기는 변한 게 없던데요? 아하하! 집은 여기가 훨씬 좋네!”
분명 리딩하러 온 건데, 분위기는 집들이 파티였다.
둘은 연신 감탄하며 집 안 곳곳을 구경했다.
워낙 넓은 탓에, 둘이 뛰어다녀도 별로 신경 안 쓰일 정도였다. 무영은 그들이 사온 음식 거리를 내오며 테이블을 차렸다.
“대본은 다 숙지했어요?”
“그럼요! 근데 여기 이 층에는 누가 사나 봐요? 은성이 선배?”
“은성 선배는 아래층 살아요. 거긴 내 친구.”
“헐! 밑에 있어요? 선배도 와서 같이 먹자 해요!”
“……일 볼 게 있어서 안 될걸요?”
강이안의 말에 무영이 난감하게 대꾸했다. 차은성이 절대 자신을 부르지 말라며 당부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폴 한 명이면 괜찮을 텐데, 저 강이안이 문제다.
‘잘 붙어 있네.’
그의 어깨에 걸친 도플갱어 귀신. 기척을 숨긴 채 꽃가루 안에서 잘 지내고 있던 모양이다.
한바탕 구경이 끝나고, 그들은 소파에 둘러앉아 음료를 마셨다.
“그런데 형, 요즘 일 많았잖아요. 괜찮아요?”
“아아. 그럼요. 딱히 뭐.”
스토커와 미튜버의 시간차 공격.
이안은 걱정스럽게 물으며 본인 일처럼 열을 내주었다.
세계적인 관심을 먹고사는 사람이니, 온갖 더러운 일은 무영이보다 더 겪었을 것이다.
“다행이다. 은성이 형이랑 하는 영화는요? 그거 내년 여름 개봉이면 진경문 감독님 [태풍>이랑 겹치겠는데요?”
공포영화는 계절을 타는 장르였다.
어차피 겨울 안으로 후작업을 완성한다고 해도, 배급사에서는 개봉을 여름으로 잡으려 할 것이다.
업계에서는 초호화 캐스팅과 수백억대의 블록버스터 [태풍>이 내년 여름을 목표로 촬영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음……. 거기까지는 나도 잘 몰라서.”
그래도 꽃가루의 흔적을 타고 간 영화니까, 걱정되지는 않는다. 폴은 막대 과자를 오도독 씹으면서 대본을 펼쳤다.
“당장 내일도 몰라. 연기해. 연습하자!”
“오. 자신 있나 본데요?”
“이제 발음 주긴다. 완전 한국인~”
대체 어디가 한국인 발음이라는 건지 모르겠지만, 무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푸른 하늘은 곳곳에서 솟아오르는 검은 연기를 더욱 짙게 만들었다.
양궁부 강치연, 검도부 한민기, 태권도부 폴은 창가에 쪼르륵 상체를 걸치고 바깥을 구경했다.
연기만 아니었으면 그저 여느 때와 다름없는 오후인 것 같다.
“쌤! 저희 언제까지 여기 있어요?”
“그냥 집으로 보내주세요. 네?”
“어허! 시끄러! 조용히 해! 이럴 시간에 책이라도 좀 보고 있어라. 공부 잘하는 애들은 말이야, 엉? 똥 싸는 시간도 줄여가면서 교과서를 봐요.”
“좀비가 나오는데 교과서가 뭔 말이에요?”
벌써 몇 시간째. 정부에서 하교령이 떨어질 때까지 지루한 기다림을 이어갔다. 몇몇은 참지 못하고 학주에게 따졌지만, 돌아오는 것은 꿀밤이다.
“으어어…….”
“와. 이 새끼 침 엄청 흘리네.”
“야야. 만지지 마. 그러다 감염되면 어쩌려고?”
“나 손에 상처 없는데?”
그리고 또 몇몇은 팔다리가 묶인 좀비를 이리저리 들쑤시며 연구 아닌 연구를 하고 있었다.
강치연이 먹통인 휴대폰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오래 걸릴 것 같지?”
“이미 몇 시간이나 지났어.”
“Oh shit.”
옆 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분위기가 어수선한 것이 벽을 타고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시계는 곧 다섯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선생님, 근데요. 바깥이랑 연락은 되세요?”
보다 못한 치연이 손을 들어 보이며 물었다. 본인들의 휴대폰도 먹통인데, 교무실의 것이라고 별반 다를 것 같지는 않았다.
“해 지면 저희 진짜 못 돌아갈 것 같은데.”
“맞아요! 갈 거면 빨리 가는 게 낫죠.”
아이들이 아우성치며 조르자, 학주가 책으로 교탁을 탁탁 내려쳤다. 입 다물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내, 옆 반의 교사가 그를 부르러 왔다.
“학생주임 선생님. 잠시.”
“너희, 딱 기다리고 있어. 좀비 그만 찌르고. 다녀와서 하교 순서 정해줄 테니까.”
“네엥.”
아마 정부에서 연락이 오지 않으면, 교사들은 개별적으로 조를 짤 생각이었다. 동송동 따로, 은강동 따로……. 혼자보다는 조직적으로 움직여서 아이들의 안전을 확보해야 했으니.
드르륵! 탁!
하지만 이놈들은 어떤 놈들인가?
매일 야자 째느라 담벼락을 넘고, 개구멍을 뚫으며, 창문으로도 뛰어내리는 체육고 학생들이었다.
평소에도 그 난리인데, 좀비사태가 터진 지금은 더한 게 당연했다. 학주가 나가자마자 몇몇이 짐을 싸기 시작했다.
“쌤 말 듣지?”
“닥쳐. 우리 집 바로 후문 앞이거든? 걸어가도 삼 분인데, 젠장. 뭐하는 거야 진짜.”
그들은 한민기의 만류를 가볍게 쳐냈다. 그리고 가방을 들쳐메고 교실을 나가 버렸다. 한두 명이 나가 버리니, 동요하는 애들이 많았다.
다들 분주하게 움직이는 와중, 강치연 역시 사물함을 열었다.
“강치연, 너도 가게? 너 가면 나도 갈래.”
“Me too! 따라가! 집 가까워!”
“말고, 물건.”
그는 사물함에서 보호대를 꺼내 착용했다. 그리고 따라오라는 듯 고갯짓했다.
“양궁부실 가서 내 활이랑 화살 가져올 거야. 너도 물건 챙겨. 학교 또 언제 올지 모른다. 기왕이면 호구도 가져오고.”
집에 갈 생각만 했지, 다시 올 수 없을 거란 생각은 못 했다. 강치연의 말에 한민기와 폴이 후다닥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검도부실과 태권도부실은 바로 붙어 있었다.
타닥타닥!
드르륵!
양궁부실은 조용했다. 벽면에 붙은 국가대표들의 사진과 금메달 모조품. 그리고 시합 일정 및 선배들의 응원 편지가 보였다. 강치연은 제 보관함을 열었다.
스윽.
상체보다 길게 뻗어 있는 활. 통에는 최대한 가득 활을 담아 넣었다.
사실 교실에 있는 가방이야, 쓰레기만 가득하니 학교에서 가져갈 것은 이것뿐이다.
“으아앗! 뭐야!”
“야야야! 거기 잠깐만!”
콰앙!
그때, 어디선가 소란이 들려왔다. 강치연은 창문 밖을 확인했고, 집 가겠다며 나갔던 학우가 누군가에게 뒤쫓기는 걸 발견했다.
“……보건쌤이잖아?”
흰 가운을 입은 보건교사가 학생의 뒤를 미친 듯이 쫓고 있었다. 힐을 신었는데, 발목이 꺾어도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기괴하며 이상하다.
강치연의 얼굴이 점점 굳어지고, 이내 보건교사가 학생 한 명의 머리채를 붙잡았다.
“놔! 놔아!”
“크으아아악!”
엎치락뒤치락, 싸움이 시작됐다.
텅 빈 운동장 한가운데서 서로 머리끄덩이를 잡고 흔드는 꼴이라……. 저거 잘못하면 물릴 수도 있겠는데?
문이 열리고, 보호구를 착용한 한민기와 폴이 다가왔다.
“뭐 해? 다 챙겼어?”
“……저것 봐라. X신. 가지 말라니까.”
“헐. 미친.”
“Wow. 보건쌤 파이터였네. 잘 싸워! 지린다!”
날라 차기 하고, 파운딩 치고, 아주 물어뜯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소리 없이 치열하게 싸우는 두 명의 모습에, 문득 한민기가 중얼거렸다.
“근데 쟤 말고 다른 애들은?”
분명 셋이서 나갔는데?
아니, 그것도 그렇지만 보건쌤이 좀비가 되었다는 건…….
“뭔가 예감이 X 같다.”
“그럼 그게 맞아. X 같을수록 정확해.”
“야! 저것 봐!”
그때, 절묘하게 어디선가 소란이 터졌다. 마치 정답을 알리는 소리 같다.
셋은 조심스럽게 부실을 나와서 계단 아래로 고개를 내밀었다.
아슬아슬하게 평온했던 분위기는 어떻게 된 건지, 애들이 복도로 몰려나와 아래와 대치하는 중이었다.
“아니…….”
먼저 나갔던 학생 둘과 선생들이 좀비가 되어 있는 게 아닌가! 그들은 계단 아래에서 개처럼 네발로 기며 으르렁거렸다.
몰래 하교하려던 애들이 그들과 마주하고 위험을 알린 것이다.
“헐. 야. 저거 교감 X새 아니냐?”
누군가의 말에 학생들이 전부 눈을 번득였다.
일명 ‘X새끼’.
체육고인 터라 어쩔 수 없이 아직도 체벌이 만연한 분위기였다.
근데 교감 저 새끼는 여기저기 참견하면서 그걸로 제 스트레스를 푸는 놈이었다.
언제는 골프 자세를 보여준다며 몽둥이로 학생 엉덩이를 후려 팬 적이 있었다.
그뿐인가? 후려치지 않으면 잡힌다.
아주, 아주, 아주…….
“X새끼, 좀비한테 물린 모양인데?”
“뭐? 교감이 좀비라고?”
“봐봐. 비켜봐!”
“교감이 좀비……?”
아르르 거리며 올라오려던 좀비들이 멈칫거렸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학생들의 살벌한 기운을 느낀 것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들은 계단 아래로 뛰어내렸다.
촤악-!
“X발 교감 XXXXX 내가 죽인다!”
“비켜! 내거니까!”
“대가리는 남겨놔라. 공으로 차버릴 거니까!”
“으어어어-!”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애들은 팔을 걷어붙이며 달려들었다.
이건 뭔가 아니다 싶었는지, 좀비들이 다시 아래로 내려가려 했지만, 이미 학생들에게 옷이 붙잡히고 말았다.
“죽여어어!”
“저 새끼 존나 패!”
“크으어어어!”
위층에서 그들의 전투를 지켜보던 치연과 민기, 폴. 민기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
“너희는 교감 패러 안 가?”
“난 맞은 적 없는데.”
“나도.”
“오. 저두염.”
퍼억! 퍽!
“안 되겠다. 우리는 반대쪽 복도로 가자. 여기 계단으로 내려간 애들이 저런 거면 분명 교무실에서 사달 난 거야.”
교감과 보건 선생도 좀비화가 되지 않았던가. 교무실이 뚫렸다면 정부 지침 따위도 요원해졌다.
치연의 말에 민기와 폴이 동의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퍼억!
“으어어…….”
사람 패는, 아니, 좀비 패는 소리가 끝없이 울렸고 치연은 활을 둘러메며 다시 계단을 올라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