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250)
신인인데 천만배우 250화
말썽꾸러기
“폴. 무영이한테 뭐 잘못했지?”
화장을 고쳐주던 스태프가 조용히 속삭였다. 그러자 단박에 고개를 가로젓는 폴. 그도 인식은 하고 있었는지, 억울한 투를 감추지 않았다.
“……아닐걸?”
“근데 무영이가 왜 저렇게 쳐다봐?”
“나는 몰라. 진짜.”
“몰라도 무영이가 저러는 거면 폴이 잘못한 게 있을 수 있어. 그냥 시원하게 사과해.”
“아니. 나는 아니라니까?”
며칠 전부터 무영이가 폴을 대하는 태도가 영 이상했다. 평소와 다름없다가도 문득 시선이 느껴져서 돌아보면 저렇게…….
“무영!”
“응?”
지그시 노려보고 있는 게 아닌가!
무영이는 스모그의 흔적을 감시하는 중이었지만, 알 길이 없는 폴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더더욱 무서운 건, 저렇게 이름을 부르면 정신 차린 것처럼 활짝 웃는다는 거다.
더 미치고 팔짝 뛸 노릇. 공포영화에서나 보던 사이코 같다.
폴은 드디어 참지 못하고 물었다.
“나 뭐 잘못했다?”
“폴이? 아니요.”
“그러면? 무영이 너가 잘못했나요? 왜 자꾸 봐? 한숨 푹푹. 땅 꺼진다!”
“아하하! 그런 건 어디서 들었대요?”
“빨리, 해명해!”
“그런 게 아니라, 우리 저번에 도영호 선수 만났잖아요.”
오. 드디어 뭔가 털어놓으려고 하네!
폴이 어서 말하라는 듯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그날은 간단한 저녁 반주 겸 맥주 넉 잔으로 자리를 갈무리하고 헤어졌다. 상당히 유쾌했기에, 무영이 도영호 선수를 거론할 줄은 몰랐다.
“그때 도영호 선수가 초대한 제주도, 갈 거예요?”
“시간 맞으면!”
“아아. 그래? 언제?”
“다다음 주 주말?”
“그렇구나. 부럽다!”
그러자 폴이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능글맞게 눈썹 한쪽을 찡긋거리며 무영이의 팔에 매달렸다.
“무영이 횽~ 같이 가고 싶어서 그랬구나?”
“아니, 딱히 그런 건 아니고요. 그런데 그거 알죠? 한국은 도박 불법인 거.”
“알지. 카지노 밖에 나가면 안 돼.”
“사실 카지노도 그렇게 인식이 좋은 건 아니라……. 폴, 혹시 누가 재미로라도 게임 하자 그러면 무조건 거절해야 해요. 알았죠?”
며칠 지켜본 결과, 폴에게서는 도영호의 스모그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가끔, 그와 관련된 걸 언급할 때 외에는.
‘괜찮아. 가까이하지만 않으면 돼.’
무영의 당부에 폴이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지금까지 그것 걱정한다고 그랬나?
“무영. 나는 외국인. 여기 오기까지 엄청난 각오. 남한테 데미지 안 준다. 하지 말라는 건 안 해. 그래서 욕도 잘 하지 않아.”
“좋아요. 그러면 말 나온 김에, 혹시 도영호 선수랑 좀 거리 둘 수 있어요?”
“도를? 왜?”
“들리는 소문이 안 좋아서요.”
“오. 무영. 그러지 마. 나는 내 친구들 다 좋다고 믿어.”
그러니까, 안심하고 그 공포영화 재질 시선 좀 거두어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성격이 성격인지라, 본인이 직접 겪는 것 외로는 사람을 판단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아직 스무 살. 조금은 거칠게 노는 친구가 더 재밌게 느껴질 나이다.
‘그래서 은성이 형도 대배우라 말해줘도 영……. 작품 본 게 없으니 안 믿고.’
무영은 웃으며 그의 등을 두드리고 나서, 조연출을 찾았다.
“조연출님! 저 잠시만.”
“네? 왜요?”
그리고 구석으로 그를 데리고 가, 스케줄 표를 확인했다. 다다음 주 주말이라…….
“이날이요, 저 스케줄 뺄게요.”
“아. 무슨 일 생겼어요?”
“사정이 있어서, 죄송해요. 대신 폴 촬영 잡아주면 될 것 같아요. 아까 얘기 들어보니까 별일 없는 것 같더라고요. 미안하니까, 제가 전했다는 말은 마시고, 그냥 현장 문제라고만 해주세요.”
“뭐. 이날 하면 다른 날 안 하는 거니까. 상관없죠. 폴한테 전달해볼게요. 되는지 안 되는지.”
“넵. 그럼 조율 부탁드립니다! 자세한 건 매니저 형 통해서 다시 말씀드릴게요.”
“네네. 알겠습니다.”
조연출은 별다른 의문 없이 무영이의 이름을 찍찍 그었다. 일단 그날 제주도 가는 건 막을 수 있을 것 같다. 폴은 피해 주지 않겠노라 다짐했고, 무영이도 그걸 믿지만…….
‘주위에서 달려들면 어쩔 수 없이 흔들리는 법이라고.’
그러니까, 최대한 멀리멀리 거리를 두어야지. 한편, 무영과 대화한 폴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스탠바이에 들어갔다. 자신에게 화난 게 아니었다는 걸 알아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편해졌다. 음음! 이래서 대화가 중요해!
“폴?”
조연출은 혼자 들떠 있는 폴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그리고 문제의 그날 촬영 스케줄 변동이 있을 거란 얘기를 전했다.
“What! 왜요?”
“현장 문제 때문에. 확정이 아니라 권유야. 폴 일정 없으면 바꾸려 하거든. 괜찮아?”
다른 것도 아니고 현장 문제라 하니 할 말이 없다. 이건 촬영 일이고, 그의 일정은 호텔 가서 노는 거였으니까. 무엇이 우선순위인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폴은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고마워.”
“……지쟈스. 내 인생 공짜 없다.”
그리고 우울해하며 도영호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띠링!
띠링!
성심성의껏 위로해 주는 도영호의 문자에 폴이 그나마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
타악.
“헉!”
무영이 폴의 손목을 갑자기 붙잡았다. 그리고 내뿜는 기묘한 아우라. 분명히 웃고 있는데 웃는 것 같지 않은 표정이다.
“도영호 선수죠?”
“와. 귀신?”
이만하면 진짜 놀랍다. 전화 통화도 아니고, 문자만 조용히 주고받았는데 상대를 알다니! 무영은 눈을 찡긋거리며 스모그 사이로 폴을 끌어냈다.
* * *
“박 기자. 이거 확실한 거야?”
“아 그렇다니까? 사람 말을 왜 못 믿어?”
“사람 말은 믿어도 정직당한 기자 말은 못 믿지.”
“그런 식으로 나오면 나 혼자 해?”
“아아. 말이 그렇다는 거지. 거참, 급하다. 응?”
자극적인 헤드라인과 사실 여부와 다른 기사 그리고 인종차별적인 행태로 정직처분을 받은 박 기자. 그는 화려한 복귀를 위해 거물급 뉴스를 찾아 떠돌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던져진 미끼가 있었으니.
“……스포츠 선수들이 불법 토토라.”
“사이즈 딱 나오지? 본인 종목에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제목만 대충 잡아도 이거 무조건 터져. 경찰도 모르는 거야.”
“사이트도 외국 서버라며.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게 먼저일 것 같은데.”
“신고하면, 걔들이 명단 공개할 것 같아? 남들보다 디테일한, 그 작은 것을 위해 내가 이렇게 일하고 있잖아. 김 기자, 좀 도와주라? 응?”
“자세히 좀 말해봐.”
“도영호 선수. 이거 한지 꽤 됐어. 대학생 때부터 조금씩 했다 하더라고. 믿을만한 지인한테 얻은 정보니까 확실해. 지금 하고 있는 사이트 사장이랑 커넥션이 있나 보더라고. 동료들한테도 말 도는 거 보니까, 승부 조작 쪽으로 밑 작업 하는 것 같아.”
“이거 진짜 큰데. 둘이서 감당 못 하지 않겠어?”
“그러니까! 내가 복직하면 회사가 뒤에 버티잖아. 이거 어차피 경찰 알기까지 시간 문제야. 그 전에 좀 먹자? 응?”
박 기자의 애원에 동료가 고심하더니 주억거렸다.
그래. 살면서 이런 것도 한 번 터뜨려 봐야지. 그게 기자 인생이지!
“어디까지 진행됐어?”
“지인들 증언 확보했고, 최근에는 도영호 다니는 곳마다 조금씩 따라붙고 있어. 만나는 패턴 비슷하더라.”
기자는 자신이 조사한 명단을 동료에게 내밀었다. 끼리끼리라고, 대부분 알만한 이름들이었다. 확실히 매스컴은 제대로 탈것 같다.
“그리고 최근에 좀 어울리는 애가 있는데…….”
“얘는 누구?”
붉은 머리칼에 구릿빛 피부. 사진 속 남자는 외국인이었다.
“폴, 하무영이랑 새로 작품하는 외국 애야. 한국에서는 인지도 낮은데, 외국은 루키더라고.”
“얘가 뭘 알라나?”
“제주 헤븐리 호텔. 거기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 있잖아. 그쪽으로 뭔 짓을 하지 않을까…….”
그들은 머리를 맞대고 도영호의 스케줄과 동선 따위를 세세하게 체크 했다.
“이놈 매주 수요일마다 청담 ‘칼렉턴’ 가네?”
그들은 뭔가 통했다는 듯 서로 눈을 맞췄다.
* * *
“폴, 이쪽, 이쪽!”
“헤이!”
“하무영 씨는? 같이 안 왔네?”
“순이 보러 갔어. 바쁘대.”
“음? 그래? 우리는 들어가자!”
술집 칼렉턴 앞에서 폴을 맞이하는 도영호.
순이? 여자친구 애칭인가?
저번에 강아지 기른다는 말을 깨끗하게 잊은 듯했다.
안쪽에는 자주 모이는 동료 야구선수들이 먼저 들어가 있었다.
“반가워요. 안녕!”
“한국말 잘하시네!”
“반가워요.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룸에서 열리는 작은 모임은 술기운으로 인해 금방 왁자지껄하게 변했고, 폴 역시 술을 대접으로 먹으며 저녁을 불태울 기세였다.
“그런데 제주도는 왜 갑자기 못 가게 된 거야?”
“촬영 일정이 겹쳐서. 그날 아니면 곤란하대.”
“아쉽네. 진짜 재밌었을 텐데. 너희는 갈 거지?”
“가야지. 놓치면 안 되지. 따따블 지를 거야.”
“아, 얘는 돈 잘 벌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벌써 저기 지하철에 박스 깔아야 해. 맞는 경우를 못 봤다.”
“쟤랑 반대로만 하면 된다니까?”
무슨 말이지?
폴이 코를 훌쩍이며 과일을 집어 먹었다.
“카지노? 얘기?”
“아아. 우리가 가는 곳이 따로 있어.”
“폴 야구 좋아한다고 그랬지? KBO에서는 어느 팀?”
“나는 당연히 영호 있는 곳!”
“아~ 좋다! 좋은 선택이다!”
뭔가 핀트가 조금씩 어긋나는 기분이었다. 폴은 자신의 한국어 실력에서 오는 간극이라 치부하며, 계속해서 술을 마셨다. 그러다 문득, 도영호가 넌지시 물어왔다.
“근데 경기만 보면 좀 심심하지 않아? 우리끼리 쓰는 사이트 있는데, 거기서 베팅 한번 해볼래?”
“베팅?”
“우리 팀 좋아한다고 했으니까 우리한테 걸어봐. 다음 경기 진짜 자신 있어.”
오우. 폴은 이해가 좀 안 된다는 듯 눈썹을 들었다.
“무슨 사이트?”
“내가 아는 형님이 운영하는 건데, 폴도 다음에 소개해줄게. 돈 잘 쓰고, 그 여러모로 도움 되는 형님이야.”
그리고 연예인 생활하려면 그런 사람 한둘쯤을 알아두어야 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그때, 머릿속으로 경고음이 울렸다.
이전과 달리 오늘의 도영훈은 뭔가 위험해 보였다. 진짜 친한 사람들끼리만 있어서 그런 걸까?
“그거, 위험한 거 아니야?”
“위험? 뭐가? 형님이?”
“오우. 아니야. 그래, 그렇군…….”
“다음에 볼 거지?”
“그, 그래. 좋아.”
하무영, 진짜 귀신이다!
왜 갑자기 도영훈이랑 도박 얘기 꺼내나 했는데, 이렇게 짠 것처럼 바로 제안이 들어오다니!
“나 잠깐 화장실 좀.”
“많이 먹었는데, 괜찮겠어?”
“오케이, 오케이.”
폴은 비틀거리며 방을 빠져나왔고, 화장실이 아닌 출구로 향했다.
이대로 그냥 집에 가고, 내일 술 취해서 기억에 없다고 해야지. 그리고 무영이 말 대로 앞으로는 절대 도영호랑…….
“우에에엑.”
폴은 구토를 참지 못하고 골목길에서 쪼그려 앉았다. 눈물이 찔끔 나왔다. 누가 등 좀 두드려 줬으면 싶은 그때.
“어이구. 뭘 이렇게 많이 먹었어요?”
“……지쟈스, 거기, 거기 두드려 줘. 우에에엑!”
“참나. 준호야, 얘 택시 좀 잡아줘.”
“집이 어딘데?”
“나도 몰라. 우리 집으로 보내든가.”
“하여간, 지랄은 지랄. 어우, 왜 이렇게 무거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술기운이 훅 올라와서 정신이 없다.
폴은 비틀거리면서 준호의 손에 끌려갔고, 무영은 마스크와 모자를 단단히 하며 입구 쪽을 지켜봤다.
‘연기가 나온다, 나와…….’
폴, 이 바보가 들어갈 때는 깔끔하더만, 나올 때는 스모그 꼬랑지를 달고 나왔다. 안쪽이랑 뭔가 연결된 형태다.
‘잘라내자.’
무영은 변장을 단단히 하고 술집으로 들어섰다. 어지럽고 시끄러운 복도에서, 오직 스모그만 길잡이로 잡고 걸어갔다.
그런데 반대편에서 익숙한 사람이 나오고 있었다.
“야. 폴인가 걔는 왜 이렇게 안 나와?”
“몰라. 한국 변기는 좀 다른가?”
“담배 태우면서 데려오자.”
도영호는 무영을 알아채지 못하고 스쳐 지나갔다.
텅 비어버린 룸.
무영은 어두운 바닥을 헤집으며 스모그 맥을 계속 짚었고, 그가 마주한 것은 벽에 걸린 액자였다.
‘뭐지?’
액자에 왜 스모그가…….
천천히 앞과 뒤쪽을 더듬거리는데, 반짝- 하고 빛나는 렌즈를 확인했다. 안쪽에 연결된 작은 몰래카메라. 무영은 그걸 가만히 보다가, 떨어뜨리고는 짓밟아 버렸다.
콰직!
그 순간, 폴에게서 봤던 스모그가 서서히 사라졌다. 방 안을 채운 건, 도영호의 악운(惡運)뿐이다. 무영은 잔해를 재빨리 주머니에 넣고 술집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도영호가 사회 1면을 장식한 것은 고작 사흘 후였다.
몰래카메라가 박살 난 걸 본 기자들이, 도영호의 소행으로 오인. 혹여 증거 인멸에 들어갈까 봐 서둘러 기사를 터뜨린 것이었다.
“으어어억…….”
“폴. 정신 좀 차려봐요.”
“……무영. 진짜 귀신.”
“뭐래, 으이구.”
그러니까 말 좀 듣지.
꼭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 보려 해!
무영은 널브러진 폴의 코를 가볍게 꼬집으며 흔들었다. 아니, 사실 조금 세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