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255)
신인인데 천만배우 255화
마사지
“몸에 멍이 왜 이렇게 많아?”
“네? 그렇게 많아요?”
고경민이 기겁하며 반대쪽도 확인했다. 그리고 이내 말할 필요도 없다는 듯 손을 휘휘 내저었다. 배랑 등을 까보라는 뜻이다.
무영이 배시시 웃으며 옷깃을 잡았다.
“쪼끔 민망한디요.”
“혼날래?”
슬쩍 들어 올린 옷 아래로 맨살이 드러났다.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생긴 상처로 푸르고 누런 멍이 곳곳에 번져 있었다.
“세상에. 언제부터 이랬어?”
“잘 모르겠는데요. 정신 차리면 하나씩 나 있어서. 부딪힌 기억도 없어요.”
이건 이거대로 낭패다. 광고나 작품에서 무영이 탈의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알아챌 수 없었던 거다. 무영은 나쁘지 않다는 듯 옆구리를 매만졌다.
“운동하면 결리는 정도고, 크게 아프지는 않아요. 근데 액션씬 찍으면 다들, 이 정도는 하는 것 같던데. 스턴트 배우님들 보니까 장난 아니더라고요. 은성이 형도 그래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멍 많이 든대요.”
“그쪽은 술 취해서 그런 거 아니야?”
“아. 그런가? 그걸 안 물어봤네.”
이놈을 어쩌면 좋아. 고경민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리고 옷매무새를 정리해 주며 중얼거렸다.
“병원 가자. 갔다가 마사지도 좀 받고, 전체적으로 관리를 해야겠어.”
“오. 마사지. 저 처음 받아봐요!”
“한번 수소문해 볼게. 이런 건 잘하는 사람한테 받아야 해서. 아! 우리 아버지 허리디스크가 엄청 심한데, 꾸준히 관리받으러 가는 곳이 있어. 할아버지가 한평생 마사지만 하셨단다.”
“장인이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려. 어휴, 정말…….”
무영은 방긋 웃으며 현장으로 돌아갔다. 상처를 걱정하던 스태프들에게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팔을 돌려 보였다.
“연고 바르면 될 것 같아요.”
“몸조심해. 진짜 조심해야 한다고.”
“네넵. 근데 이안, 폴. 둘은 몸 괜찮아요? 어디 결리거나 하는 거 없어요?”
어차피 가는 거 강이안과 폴도 데려갈 생각이었다. 그러자 둘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도리질 쳤다.
“나는 딱히?”
“나도!”
“진짜? 이안이는 춤까지 엄청나게 추잖아.”
“음……. 잘 모르겠는데요.”
무영은 문득 그가 아직 미성년자임을 깨달았다. 월드투어 돌고 바로 산속 계곡까지 물놀이를 왔던, 미친 체력의 소유자.
폴 역시 그와 놀면서 힘든 기색 한번 보이지 않았으니. 무영이는 풀 죽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 은성이 형 보고 싶어.”
“오잉? 왜요?”
“여기서는 내가 너무 어른이에요……. 은성이 형이랑 있으면 내가 제일 체력 좋은데.”
무영의 말에 스태프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제 이십 대 중반인 애가 못하는 말이 없다며. 잠깐의 부상 해프닝은 문제없이 일단락되었고, 촬영도 완벽하게 마무리되었다.
“수고하셨습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정말!”
수십 명의 보조출연자와 동시에 내던지는 퇴근 인사란!
무영은 기분 좋게 파이팅을 외치며 현장을 나섰다.
* * *
“장난까냐? 이런 데서 마사지를 받자고?”
차은성이 어이없는 투로 무영을 돌아봤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누런 건물. 3층에 ‘맛사지 전문’이라 적힌 간판은 곧 떨어질 것처럼 너덜너덜하다. 무영은 어깨를 이리저리 돌리며 계단을 올라갔다.
“그러니까, 저만 받겠다고 했잖아요. 형은 호텔 가세요.”
고경민의 아버지의 디스크를 책임지고 있다는, 아주 믿음직한 소개를 받지 않았던가.
무영이 망설임 없이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차은성은 꿍얼대면서도 어쩔 수 없이 따라붙었다.
띠링-
“안녕하세요.”
“……뉘슈?”
“오늘 두 사람 예약했는데요. 하무영이요.”
바짝 마른 할아버지가 난을 닦고 있었다. 마사지가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왜소하신 모습이다.
가게도 마사지 샵이라기보다는 시골의 소박한 약방 느낌이 물씬 났다.
“아. 그려.”
할아버지는 고개를 까딱거리며 서랍장에서 반 팔과 반바지를 꺼내주었다. 정갈하고 따뜻한 냄새가 배어 있었다.
“제가 먼저 할까요?”
“……덩치 큰 사람 먼저.”
“앗. 네넵.”
무영이 뭐하냐는 듯 쳐다보자, 차은성은 마지못해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할아버지는 은성이의 몸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물었다.
“사고 났거나 특별히 불편한 부분은?”
“팔이랑 목이 좀 뻐근하긴 해요.”
“왼쪽 어깨가 안으로 말려 있네. 평소 자세를 어떻게 하나? 이렇게 들어봐. 쯧쯧. 허리는?”
그리고 이내 은성이의 팔을 잡아당기며 마사지를 시작했다.
“아아아악!”
“아이고, 귀청이야.”
“아파요! 아파!”
“아픈 거 잘 참을 것 같은데? 그러니까 몸이 이 지경 되도록 내버려 둔 거 아녀?”
“아아악!”
우드득. 우득!
뽀각!
무영은 소파에 앉아서 차은성의 고통스러운 몸부림을 구경했다. 차까지 홀짝이니, 세상 평화롭다.
약 삼 십 분 정도 지나자, 차은성의 비명이 잦아들었다. 기절한 겸 잠에 빠진 것이다.
“……다음.”
“바로 괜찮으세요?”
맨 처음 기겁하던 모습과 달리, 아주 입을 떡 벌린 채 곯아떨어졌다.
할아버지는 보리차만 꿀떡거리며 문제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내, 무영이가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엄청난 표정을 지었다.
“자네는 대체 몸이…….”
“멍이 좀 많죠?”
“……누워봐.”
차은성처럼 이것저것 묻는 것도 없다. 몸을 확인하며 심각하게 중얼거렸다.
“이거, 맞아서 나는 멍인데.”
“아. 네에. 좀…….”
무영은 엎드려서 나른하게 눈을 감았다. 은성이 형이 했던 것과 달리, 상당히 손길이 부드러웠다. 할아버지가 안쓰럽게 혀를 끌끌 찼다.
“가족들은 아는가?”
“멍든 거요? 글쎄요.”
대답하기 애매한 질문이라 웃음으로 넘겼다. 무영이는 엎드려 있느라 할아버지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는 걸 확인하지 못했다.
시원한 마사지가 이어지는데, 차은성이 웅얼거렸다.
“X발, 죽여…….”
평소 무슨 꿈을 꾸는지, 꿈속에서도 저 성질머리를 가감 없이 뻗어대는 듯했다.
할아버지가 멈칫거리더니, 조용히 물었다.
“저짝이랑은 친구여?”
“……친구요? 음…….”
“어휴.”
친하긴 해도 나이 차가 좀 있으니까, 친구라 하기에는 좀 그렇지 않나?
무영은 할아버지가 계속 한숨 내쉬는 걸 알았지만, 연달아 마사지해서 힘든 것으로 착각했다. 쭈글쭈글한 눈가가 촉촉해진 것도 모르고.
“괜찮어?”
“어, 좀 아픈데요.”
“그런 거 참고 그러면 안 돼.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어이구…….”
요즘 세상이랑 무슨 상관이지? 요즘 사람들은 마사지를 잘 받는다는 말씀이신가?
무영은 의아했지만, 점점 빠져드는 졸음에 고개만 끄덕였다.
“경찰에 신고할까?”
“네?”
이번에는 잠이 확 깨는 기분이다.
무영이 놀라서 되묻자, 할아버지는 조용히 하라며 쉬쉬거렸다.
“저놈 깨겠어. 경찰 불러다가 조용히 나가게 하면 되니께.”
“아니, 그게 무슨…….”
얼굴은 반반하니 멀쩡한데, 목 아래로는 온통 멍투성이니 뭔가 오해를 하신 것 같다.
솔직히 할아버지 머릿속에서 어떤 범죄가 일어나고 있는지 짐작도 못 하겠지만, 무영이는 서둘러 팔로 엑스자를 그렸다.
“아니요. 그런 거 아니에요. 할아버지. 저, 배우예요. 배우.”
“배우?”
“텔레비전에서 보신 적 없으세요? [칼날의 궤>라고 엄청 유명한 거 있는데. 저렇게 보여도 저 형도 연예인이에요. 이거, 액션 씬 찍다가 멍든 거구요.”
할아버지의 눈이 가늘어졌다. 무영이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거다. 아쉽게도 가게 안에는 작은 텔레비전 하나 없다.
“그거 정말이여?”
“아하하. 놀라셨구나. 진짜예요. 아, 이것 보세요.”
무영은 휴대폰을 가져와 자신을 포털 창에 검색했다. 할아버지는 침침한 눈으로 무영이와 사진을 비교하더니, 갸웃거렸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제가 진짜 그런 상황이었으면, 정말 큰 도움이었을 거예요.”
사진 인식을 끝냈는지, 할아버지가 베드를 탁탁 두드렸다. 그리고 민망한 얼굴로 지시했다.
“제대로 누워.”
“네?”
아드득. 아득!
빠악!
“으아악!”
“……흐억! 뭐야?”
할아버지는 각성이라도 한 것처럼 무영이의 뼈와 근육을 재조립해 갔다. 무영의 비명에 화들짝 놀라 일어선 은성이 별거 아니라는 듯 다시 돌아누웠다.
“참아라. 한순간이더라. 할아버지 솜씨 진짜 좋으시네요. 호텔 수십만 원짜리보다 나아요. 하아암.”
“으아악!”
우드득!
무영이 비명을 내지르며 마사지를 받는 동안, 차은성은 엎드려서 휴대폰을 확인했다. 그리고 뭔가를 확인하고 무영을 불렀다.
“하무. 우리 영화 개봉 날짜 나왔다.”
“네? 그거 내년 여름에 나오는 거잖아요.”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에서 초청이 들어왔다네. 출품해서 개봉할 거래. 해 지나서 2월쯤.”
“어어. 저도 봐봐요.”
무영이 손을 내젓자 차은성이 휴대폰을 넘겨주었다. 단톡방이었는데, 감독님이 어제 한국 담당 프로그래머에게 연락을 받았고,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와. 좋은 일이네요. 감독님께 축하한다고 해야징.”
“감독님은 두 번째 출품일걸? 공포 영화 쪽은 잘 안 들어오는데, 아무래도 영화 분위기나 사회 문제를 담고 있어서 먹혔나 봐.”
이렇게 되면 영화제에서 개봉하고, 한국에서는 여름부터 상영이 시작될 것이다.
아무래도 수상 이력이 있으면 마케팅하기에도 훨씬 좋을 것이다. 여름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붕 뜨지도 않을 테고.
“개최지가 어딘데요?”
“이번에는 일본이려나.”
“오. 갈 건가요?”
“스케줄 보고 맞으면. 아마 감독님은 갈 듯. 일본이면 가까우니까 무리는 없겠지.”
드디어 처음으로 여권을 만드는구나!
무영이는 휴대폰을 부여잡으며 환호했다. 이내 마사지의 여파로 아픈 비명이 새어 나왔지만, 기쁨으로 막아냈다.
게다가 꽃가루를 봤으니, 수상 하나쯤은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
우드득.
“자. 끝.”
할아버지는 땀을 닦아내며 손을 털었다. 무영이는 얻어맞은 것처럼 비실대며 베드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이내 천천히 목과 팔을 돌려봤다.
“어?”
기름칠한 것처럼 훨씬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게 아닌가?
무영이 놀란 표정을 짓자, 할아버지는 무심하게 수건을 툭 던졌다.
“몸 좀 애껴. 그러다 골로 가니께.”
“와. 감사합니다. 진짜 대박.”
그리고 여전히 차은성을 미심쩍은 눈으로 흘겨봤다. 비몽사몽, 상황 파악 못 한 차은성이 눈썹을 까딱거렸다.
저저, 건방진 작태가 아무리 봐도 양아치 같단 말이지. 잠꼬대로 쌍욕을 하는 것도 그렇고. 쯧!
“그리고 너는 애 괴롭히지 마. 알겠어?”
“네? 제가요? 하무, 너 뭐라고 했어?”
차은성이 억울해하며 묻자 무영이 고개를 격렬하게 가로저었다.
“할아버지! 제가 쟤한테 얼마나 잘하는데요!”
“시끄러워! 한 사람당 7만 원!”
“7만 원! 대박! 진짜 싸다! 감사합니다.”
무영이는 은성이 것까지 내주며 꾸벅 인사했다. 그리고 감사하다며 건물을 빠져나왔다.
차에 올라탈 때까지 자신의 무고를 주장하며 길길이 날뛰는 차은성은 안중에도 없다.
“감독님! 축하드립니당!”
-어어, 무영 씨! 무영 씨도 축하해! 근데 차은성 이놈은 읽고 답장이 없네!
박차일 감독에게 전화해서 초청의 축하를 함께 나누어야 했으니까. 무영이 처음으로 해외로 한 걸음 나아가는 시작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