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257)
신인인데 천만배우 257화
유사하의 선물
[(속보) 유명 감독 영화 투자 사기……. 총피해금액 150억 상당, 추가 제보 이어져…….] [진경문 감독 차기작 [태풍> 관계자들, 투자 사기 연루되어 경찰 소환] [제작사 측 “일부 투자자의 독단적인 범행, 감독과 대다수 관계자는 관계없어, 억측하지 말아 달라”] [(속보) 수백억 대작 [태풍> 촬영 올스톱, 조사 마무리될 때까지 무기한 연장] [투자 피해자 대표 “[태풍>의 투자관계자가 영화를 미끼로 범행, 관계자가 책임져야”…… 제작사 쪽으로 피해보상 청구, 영화는 어떻게 되나?]딸깍.
차은성이 소파에 엎드려서 노트북으로 기사를 확인했다.
규모도 규모인 데다, 다른 투자 사기와 달리 현존하는 진짜 영화가 얽혀 있고, 그것이 또 거장의 영화다 보니 사람들의 관심이 폭발적이었다. 아홉 시 뉴스 메인으로 속보가 들어왔으니, 말 다 했다.
“에구. 난리네요, 난리.”
“그러게. 난리다 난리.”
둘이 직접 출연하는 영화도 아닌데, 여파가 상당했다. 우선 차은성은 말할 것도 없이 금전적인 피해를 보았고, 무영이는 자신의 데뷔를 이끌어준 감독님에게 일이 터져서 안쓰러운 마음뿐이다.
“형. 힘 좀 내요.”
“낼 힘이 어디 있어?”
“사장님이 무조건 돈 챙겨주신다고 하셨으니까.”
무영이 누워 있는 차은성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렸다. 그는 반쯤 영혼이 빠져나가서는, 종일 삼순이만 껴안고 돌았다.
“돈은 뭐, 솔직히 몰라. 당장 그거 없어서 죽는 것도 아니고.”
차은성이 이번 해 ‘마지막’으로 받는 정산금만 이십억에 육박했다. 누락 금액 정도는 CF 한두 번만 찍어도 충당 가능한 범위라는 거다. 문제는 회사의 존폐겠지.
“근데 거기 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5억이면……. X발 계산이 안 되네.”
차은성의 회사는 배우 매니지먼트로 꽤 역사가 깊었다. 소속 배우들도 많은 편이었고, 차은성만큼은 아니지만, 스타성 있는 동료들이 대거 포진해 있던 상태다. 그래서 이런 위기가 더욱 낯설고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사장님이랑 재계약 논의해 봤어요?”
“질질 울어대서 오래 못 했다. 계약금 못 줄 것 같다고 어찌나 꺼이꺼이 울어대는지.”
정산금도 못 주는데 웃돈 얹는 계약을 어떻게 하겠는가? 무영은 그의 앞에 딸기라떼를 내밀며 토닥였다. 차은성은 힘없이 빨대를 빨며 중얼거렸다.
“……등신들. 하던 거나 잘하지. 갑자기 영화 투자는 개뿔이, X도 모르면서 X발 진짜…….”
“에구. 괜찮아요. 형. 다 잘될 거예요.”
“근데 넌 어디 가?”
“점심 약속 있어서요.”
“올 때 딸기라떼 더 사와.”
“넵. 알겠습니당. 삼순~ 다녀올게. 집 잘 지키고 있어. 형한테 부비부비도 좀 해주고.”
앙앙!
삼순이 알았다는 듯 차은성의 턱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아주 영리하다니까.
무영은 소파에 콕 박혀 있는 둘을 보며 집을 나섰다. 그리고 익숙한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대표님!”
“아. 여기요.”
언제나 같은 식당, 같은 자리. 그리고 가만 보니까 대표님 옷도 매일 정장이지? 무영은 기시감을 느끼며 자리에 앉았다. 레스토랑 매니저 역시 두 사람을 알고서 반갑게 맞이했다.
“오랜만에 오시네요. 코트 주시겠습니까?”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무영이 옷을 건네주자, 따뜻한 물수건이 나왔다. 그는 찬 손을 가볍게 녹이며 웃었다.
“대표님 오늘은 출근하셨어요?”
“어? 왜요? 어떻게 알았어요?”
“알음알음이요. 요즘 회사 잘 안 나오신다고.”
“직원들이 엄청 좋아하죠?”
“앗. 저는 아무것도 못 들었습니당~”
둘이 인사 겸 농담을 나누었다. SJ투자 역시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다만, 영화 투자계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터라 알게 모르게 영향이 있었다.
주로, 좋은 쪽이었지만 말이다.
“진경문 감독님은 연락이 좀 되나요?”
“저는 안 되고 있어요. 어지간히 날벼락이어야죠.”
“마음 잘 추스르셔야 할 텐데.”
워낙 엄청난 일이다 보니, 유사하와 무영이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사건으로 이어졌다.
“언론은 아직 안 터졌는데, 그 사기꾼 영화 투자 사기뿐만 아니라 횡령도 같이했더라고요. 회사 하나가 공중분해 되게 생겼어요. 미쳤지 정말.”
“주위에 피해가 너무 커요. 은성이 형네 회사도 그렇고.”
“아아. 거기, [태풍>에 직접 투자했다면서요?”
“아시네요?”
“이 바닥, 좁잖아요. 꽤 크게 들어갔다고 하던데.”
막 투자 사업을 시작했는데, 재수가 어지간히도 없었다면서 동정을 받는 중이었다. 무영이 수프를 떠먹으며 조잘댔다.
“사업 무서워요. 진짜. 그 좋은 회사가 한 번에 휘청거릴 정도라니.”
“차은성 씨는 좀 어때요?”
유사하가 넌지시 묻자 무영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돈보다 회사 걱정하더라고요. 곧 있으면 재계약인데, 일이 이렇게 됐으니.”
“돈보다 회사? 정말요?”
“네. 당장 없다고 죽는 돈 아니라 하시던데.”
“아. 그래요? 그거 좀 곤란하네…….”
“네?”
유사하가 작게 중얼거렸으나, 무영은 듣지 못했다. 그는 방긋 웃으며 어서 먹으라는 듯 손짓했다.
‘돈보다 회사라…….’
차은성, 보기보다 의리가 있는 타입 같다. 유사하는 의외의 정보에 작전을 수정해야겠노라 생각했다. 어차피 현재 소속사는 사정상 계약금을 못 줄 것이니, 웃돈만 두둑하게 챙겨주면 쉽게 올 줄 알았는데…….
“대표님?”
“아. 네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이번에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 초대받은 거, 축하해요. 부산에서 열렸던 국제영화제가 있긴 했어도, 밖으로 나가는 건 처음이잖아요. 게다가 경쟁 부문. 분명 좋은 결과 있을 거예요.”
그리고 예쁜 봉투 한 장을 내밀었다.
“이게 뭐예요?”
“제 축하 선물이요. 무영 씨가 뭘 좋아할까 고민해 봤는데, 아무래도 쉽지 않더라고요.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
안쪽에는 초대장을 비롯한 미국 항공권이 들어 있었다. 무영은 영어로 쓰인 걸 천천히 읽었다.
“맥앤해나 디너 파티?”
맥앤해나라 하면 세계에서 명품으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브랜드였다. 가방 하나에만 수천만 원을 호가하며, 부(富) 이상의 명예를 상징하는 브랜드. 이런 쪽으로는 문외한인 무영이도 그 명성을 잘 알고 있을 정도였으니.
“가면 재미있을 거예요. 유명한 사람들도 많이 볼 거고요.”
“유명한 사람이요? 헉! 미국에서 열리는 거네요? 날짜는…….”
“4월. 천천히 준비하면 돼요. 넵플랙스랑 [면죄부>로 얼굴 조금씩 알린 거, 해외 시장 진출 시작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영어 공부를…… 미리 해둬야겠는데요.”
무영이 심각하게 고민하자, 유사하가 크게 웃었다.
“괜찮아요. 가서 사진 찍고 맛난 거 먹고 온다 생각해요. 음, 좀 아쉽지만, 브랜드에서 무영 씨에게 큰 걸 바라고 있진 않아요. 그거 나한테 온 거라. 어떻게 첫술에 배부르겠어요? 조금씩 시작하는 거죠.”
“사진 찍고 밥 먹으러 미국까지 가다니. 대박.”
“무엇보다 그날 같이 가야 하는 이유가 있어요.”
“뭔데요?”
이보다 더 엄청난 일일까?
무영의 호기심을 정확히 꿰뚫었는지, 유사하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방송국에서 연락 왔는데요, [칼날의 궤>가 해외로 판권 수출을 하면서 반응이 뜨겁다고 하네요. 마침 무영 씨랑 은성 씨가 서울시 홍보대사인 데다, 드라마가 고증 잘된 사극이라 문화재청에서 [칼날의 궤>를 타임스퀘어에 광고 내기로 했습니다.”
두둥-!
무영은 숨 쉬는 것도 까먹고 눈을 깜빡였다. 유사하가 희미하게 웃으며 그의 얼굴 앞에서 손을 흔들었다.
“무영 씨? 기절한 거 아니죠?”
“다, 다, 다시 한번…….”
“문화재청에서 한국문화 알리는 광고를 뉴욕 타임스퀘어에 낼 건데, 그걸 [칼날의 궤>로 한답니다.”
한복 나오지, 전통 음식 나오지, 영상미 뛰어난 데다, 작품성과 상품성도 뛰어나다. 게다가 주연인 두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배우들.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는 이만한 게 없었다.
“겸사겸사, 파티 참석하고 타임스퀘어도 보면 좋잖아요?”
“좋다마다요……. 이건…….”
생각만 해도 좋아서 미칠 것 같다. 뉴욕의 대표 명소라 불리는 그곳에, 무영이 얼굴이 나온다니!? 이건 무조건 가야 했다. 가서, 인증샷 무조건, 무조건 찍어야지!
“으, 은성이 형도 알아요?”
“소속사가 지금 정신없어서, 전달 못 했을 것 같은데요? 무영 씨가 돌아가서 얘기해 줘요. 참고로, 은성 씨는 따라올 거면 티켓 알아서 끊으라 해야겠어요. 아하하.”
무영이는 황홀해서 유사하의 말에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다. 그저 몽롱하니, 고개만 끄덕일 뿐. 무영은 항공권을 부들거리는 손으로 잡으며 환호했다.
“대- 박!”
순간 너무 소리가 컸나 싶어서, 무영이 제 입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직원 외 그들 테이블을 주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대표님. 너무 기뻐요. 고맙습니다.”
“와아. 선물이 마음에 든 것 같아서 다행이다.”
“기절할 것 같아요. 빨리 고기 씹어서 정신 좀 차려야겠어요.”
무영은 호들갑을 떨어대며 스테이크를 야무지게 썰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연신, 미국행 티켓을 쳐다보며 감동의 눈물을 삼켰다.
* * *
그리고 시간이 흘러, 사건이 경찰에서 검찰로 넘어갈 시기였다. 은성은 고급 한정식으로 들어서서 방을 안내받았다.
드르륵.
“은성아. 여기.”
“뭐야. 돈도 없으면서 비싼 곳도 골랐네.”
차은성은 대충 패딩을 벗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보는 사장의 얼굴을 천천히 뜯어봤다.
“얼굴 보기 참 힘드네요. 사장님.”
“미안하다. 이게, 수습하느라 바빠서…….”
“됐어. 그런 얘기 들으려고 말 꺼낸 거 아니니까.”
얼굴이 반쪽이 됐다고,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가 궁금했을 뿐이다. 차은성은 사장 옆자리가 세팅된 걸 알아채고, 누군가 또 올 거란 걸 직감했다.
“누가 와?”
“아. 그게……. 음, 그 전에 은성아. 내가 할 말이 있어.”
차은성은 말해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에서는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차은성 같은 경우는 이미 경제적으로 풍족한 데다, 회사와 오랜 믿음으로 묶여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다른 배우들, 경제적으로 힘들거나 혹은 계약한 지 얼마 안 된 배우들은 정산금 미지급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사실, 그게 맞는 거였다.
몇몇은 소송에 들어갔으며, 또 몇몇은 정산금이 지급되기 전까지 작품을 하지 않겠노라 보이콧에 들어갔다.
“요즘 회사가 좀 많이 그래.”
“알고 있어. 개판 났잖아.”
“그래도 사람 죽으라는 법은 없더라. 다음 달 안으로 밀린 5억 줄 수 있을 것 같아.”
듣던 중 반가운 소리 아닌가? 차은성이 그제야 젓가락을 들었다.
“뭐가 잘 됐나 보네.”
“투자 사업부 정리하고-”
“그건 당연하지. X발 때려쳐. 형은 주식도 하지 마. 투자는 무슨 투자.”
끄응. 차은성이 욕을 시원하게 퍼부었지만, 사장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재수 없었다고 한들, 결과가 이런 걸 어쩌겠는가.
“근데 대신 회사 넘기기로 했어.”
“어?”
“나도 남긴 할 건데, 직함은 내려놓아야지. 회사 살리고, 정산해 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난 만족해.”
“회사를 어디에 넘겨?”
드르륵-
그때 열리는 문. 차은성이 뒤돌아보자 아주 낯익은 인간이 서 있었다. 그는 방긋 웃으며 방으로 들어왔다.
“오랜만입니다. 차은성 씨.”
‘……X발 쓰리피스…….’
언제나 쓰리피스 정장만 처 입고 다니는 재수탱이 재벌 유사하 아니신가? 유사하는 그런 차은성의 마음을 다 안다는 듯 능청스럽게 사장 옆에 앉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