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260)
신인인데 천만배우 260화
잘생긴 게 죄
교토 중심가의 작은 광장. 무영이는 휴대폰으로 지도를 확인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골목이 너무 많은지라, 아무래도 길을 잃어버린 것 같다.
“여기 아니지? 아까 거기서 왼쪽이라니까.”
“이상하네. 돌아갈까요?”
모자와 선글라스를 쓴 차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전의 모든 행사를 마치고 둘이서 고대하던 케이크 집을 찾아 나선 참이었다. 그런데 당최, 찾을 수가 있어야지. 간판도 다 아기자기하게 조그맣고, 일본어는 알아볼 수가 없다.
“먹고 쇼핑이나 가자.”
“그거 좋죠. 형 선글라스도 사요.”
차은성이 끼고 있는 것은 무영의 것이었다.
덕분에 무영이는 알 없는 안경으로 대충 분장 흉내만 차린 참이다. 장신의 연예인 둘이서 거리를 걸어가니, 알게 모르게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택시 탈까?”
“에이. 바로 근처인데 무슨. 일본 택시비 엄청 비싸대요.”
차은성은 서서히 이목을 끈다는 걸 알아챘지만, 무영이는 영 경각심이 없다. 외국이라고 해서 사람들의 관심이 없는 게 아닌데. 오히려 낯선 언어로 말하니까 한 번 쳐다볼 거 두 번 쳐다보는 것 같다.
“이쪽 골목 돌면 바로예요.”
“너 아까도 그 얘기 했어.”
“이번에는 진짜!”
무영이 그의 팔을 잡아끌고 골목으로 들어갔다. 핑크핑크, 아기자기한 인형이 줄줄이 걸려 있는 작은 카페다.
띠링!
“곤니찌와~”
무영이와 은성이가 들어서니 카페 안에 있던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아무리 봐도 두 사람에게는 영 어울리지 않는 곳이었으니.
“형 라떼는 딸기죠? 케이크는요?”
“먹고 싶은 거로.”
“그린티 케이크 원! 스트로베리 라떼 투! 오케이. 땡큐!”
아주 당당하게 주문을 마친 무영이 웃옷을 벗었다. 그리고 맞은편에서 힐끔거리는 손님과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었다.
“유나는 공항 잘 갔을까요?”
“벌써 한국 도착했을 수도 있지.”
“그렇게나요? 아. 하긴, 영화 못 보고 갔으니까.”
이번에도 GV만 참석했고 영화가 상영할 때는 건물을 나서야 했다. 15세 관람가였기 때문이다.
사실 선정적인 장면도 없거니와, 주연 배우였으니 본다 한들 모두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유나는 괜히 꼬투리 잡히기 싫다며 단호하게 퇴장했다. 그리고 바로 공항으로 직행해서 비행기를 탔으니, 지금쯤 도착해서 짐 풀고 있을 수도 있겠다.
“あの…….”
“네?”
그때, 손님 중 한 명이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아노’라고 한 거 보면 ‘저기요’라는 뜻인 것 같은데?
“왜요?”
수줍게 뭔가를 계속 얘기하는 여자분. 하지만 이 둘이 영어도 아니고 일본어를 알아들을 리 없다.
둘은 그저 멍하니 눈만 깜빡이다가 물었다.
“팬? 무비? 코리아 액터?”
“사진? 싸인?”
그러자 이번에는 여자분이 당황해하면서 어색하게 웃는다. 마침 라떼와 케이크를 가지고 온 사장님이 중간에서 영어로 통역을 해줬다.
“She asked you had time(시간 있냐고 물어봤어요).”
“……헐. 헌팅이다.”
“뭐? 헌팅? 야, 빨리 가라 그래.”
혹여 외국 팬인가 싶어서 생긋생긋 웃던 차은성이 손으로 엑스를 그렸다. 그리고 귀찮다는 듯 포크를 휘휘 내저으며 케이크를 조지기 시작했다.
무영 역시 부드럽게 거절 의사를 보이며 딸기 라떼를 한 모금 먹었다.
“하. 죽인다.”
“오. 맛있당!”
입안에 퍼지는 달콤한 맛.
둘은 동시에 흐물흐물 녹아서는 만족스럽게 감탄했다. 아마 한국 돌아가서도 종종 생각날 것 같다.
“쇼핑 가면 넌 뭐 살 거야?”
“저는 일단 대표님 선물이랑요.”
“재벌이니까 알아서 사 쓰라고 해.”
“에이. 선물은 그게 아니죠. 그리고 준호랑 보라 선물이요. 삼순이 봐준다고 고생하고 있으니…….”
무영은 준호를 생각하다 울컥 설움이 치솟는 걸 느꼈다. 비행기 화장실 사건을 떠올린 것이다.
적어도 명품으로 하나 사주려고 했는데, 취소다. 사탕이나 사줘야지. 음음.
“폴한테 연락은 했어? 어제 그 이탈리아 배우.”
“메시지는 보냈는데 아직 답이 없네요. 뭐가 바쁜가 봐요.”
“몰랐는데, 생각보다 좀 유명하더라. [브라츠크해>라고 유럽 합작 옛날 영화가 있는데 그거 재밌게 봤거든. 익숙하다 했더니 거기 주연이었어.”
“아 진짜요?”
세월이 지나서 알아보기 조금 힘들었지만, 인지하고 보니까 확실했다.
차은성은 남은 케이크를 양보하며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아. 담배 없네.”
“같이 사러 가요.”
“생크림이나 마저 드세요. 계산할 테니까 먹고 나와.”
무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남은 것을 우물거렸다. 그리고 매니저에게 줄 것까지 포장하고 밖으로 나왔다.
‘은성이 형 어디 갔지?’
바로 앞에 작은 편의점이 있어서 거기 있을 줄 알았건만, 차은성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무영은 대충 길 가장자리에 서서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띠링!
[형 어디예용!!!]그때였다.
“あの…….”
또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노’ 소리.
무영이 반사적으로 거절하기 위해 뒤를 돌아보자, 이번에는 중년 아저씨가 그를 부른 게 아닌가?
그는 굉장히 열렬한 눈빛으로 무영이의 위아래를 훑어봤다.
“뭐, 뭐예요?”
노골적인 시선에 무영이가 뒤로 한 발 물러났다.
그러자 콧김을 뿜어내며 다가오는 중년 남자. 너무 빠르게 말하니 무어라 하는지 모르겠다.
얼굴에 벌건 기운이 오른 것이 단단히 흥분한 듯 보였다.
“조, 조또 빠꾸. 빠꾸 플리즈…….”
“뭐야?”
차은성이다. 담배 냄새가 은은히 나는 걸로 봐서, 흡연을 위해 장소를 옮겼던 모양. 그는 무영이와 중년 남자를 번갈아 보더니 짜증스럽다는 듯 욕설을 지껄였다.
“변태 새끼야?”
“형, 그냥 가요. 이 사람 좀 이상해요.”
그런데 남자는 차은성의 위압적인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더더욱 감탄만 쏟아냈다.
제대로 미친놈이라면서, 무영이가 차은성의 팔을 잡고 도망치려고 하자 남자가 온몸으로 둘을 가로막았다. 팔을 잡아당기고, 허리춤을 붙잡으며 절대 놓지 않으려 했다.
“으아앙. 왜 이러셔요 진짜.”
“X발 비키라고. 손 놔! 안 놔? 빠가 XXXX!”
“어? 저기, 경찰이다! 저기요! 폴리스!”
무영은 근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경찰관들을 발견해 손을 흔들었고, 그들은 다행히 알아채고서 다가왔다.
경찰이 모자를 벗으며 상황 파악을 위해 주위를 둘러봤다.
다들 영어를 못하시니, 무영이는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으며 매니저와 통역사에게 전화했다.
“何ですか?”
“아니. 이렇게 잡아당겼다고!”
“여보세요. 형, 저 무영인데요. 하아. 케이크 먹으러 왔다가 이상한 일 생겼어요. 지금 여기가 광장 근처인데……네네. 경찰이…….”
케이크 먹고 쇼핑하는 평화로운 여행을 원했건만, 어떻게 일이 이렇게 되나.
무영이는 전화를 경찰에게 넘겨주었고, 구경꾼이 더 모여들자 어쩔 수 없이 파출소로 이동해야 했다.
“미쳐…….”
한국에서도 안 타본 경찰차를 일본에서 타다니. 이것도 경험이면 경험이다, 진짜.
무영이 눈물을 머금으며 창밖을 구경하는 와중에도 차은성은 잘못한 게 없으니까 걱정할 것도 없다는 듯 덤덤해 보였다.
“무영아! 은성 씨!”
“형! 통역사님!”
파출소에서 십 분쯤 기다렸을까. 매니저가 통역사를 대동하고 들이닥쳤다.
통역사는 경찰과 얘기를 나누었고, 이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세요?”
“저분, JP엔터 실장이라시는데?”
“누가? 저 변태 새끼가?”
차은성이 어이없다는 듯 되물었다.
JP엔터는 일본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매니지먼트 회사였다. 배우보다는 주로 모델 쪽으로 영향력이 큰 곳이다.
“그, 모델 제의를 하고 싶은데 하필이면 휴일이라 명함 없이 나왔다고. 근데 신체를 잡은 건 문제 소지가 있으니까 일단 어떻게 할 건지…….”
그제야 경찰들의 웃는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무영은 변태가 아니라는 것에 일단 감사했고, 별문제 없이 사건을 종료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실장 맞아? 근데 왜 나를 못 알아봐?”
“선글라스에 모자 쓰고 있는데 어떻게 알아봐요?”
“저거저거 수상한데 짜가 아녀?”
연예계 관계자라 하니 그건 또 그거대로 기분이 안 좋은 모양이다.
무영은 신고를 취소하기로 하고, JP실장이라는 남자와 악수를 나누었다.
“너무 급해서 손이 나갔다고,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뿐이었대. 미안하다 하시네.”
“괜찮다고 전해주세요.”
통역사의 말에 남자가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파출소 밖으로 나오자 매니저가 둘을 닦달했다.
“그러니까 같이 움직이자고 했잖아요.”
“우리랑 다니면 여행 느낌 나겠어요? 생각해서 찢어져 줬더니만…….”
차은성은 그렇게 말하며 모자를 고쳐 썼다.
“이거 원. 미모 때문에 하루 종일 피곤하구먼!”
“형 그럼 호텔로 돌아갈까요?”
“그래. 가서 스파나 땡겨.”
둘은 어쩔 수 없이 여행 컨셉을 호캉스로 바꿔야 했고, 귀국하는 날까지 호텔에서 빈둥빈둥 휴식을 취했다.
* * *
[SNS Live●]띠링!
무영이는 소파에 기대서 화면을 쳐다봤다.
되고 있는 건가? 살짝 로딩이 걸렸으나, 이내 주르륵 올라오는 댓글을 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하무. 여기 있던 후드 어디 갔어?”
“그거 빨았어요. 형 그리고 저 지금 라이브 중.”
무영은 삼순이의 손을 흔들며 대답했다. 그러자 화면 끄트머리에서 추레한 차은성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무영이!! 라이브 기다리고 있었어!!ㅠㅠㅠ
-여행 후기 들려줘요
-재미있었어요? 영화제에서는 어땠어요?
-무영이~ 은성이도 안녕~ 삼순이는 멍멍~
“여행 재미있었어요. 좋은 거 많이 보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개막식 때 유명한 배우분들도 많이 봤어요. 스케줄 때문에 폐막식은 못 봤지만……. 아, 오늘인가?”
-ㅇㅇ오늘 밤 11시
무영이는 영화제 뒷 소식과 자잘했던 에피소드를 얘기하며 라이브를 이어갔다.
그때, 삼순이가 테라스에서 볼일을 봤고 무영이는 잠깐만 기다려 달라며 화면에서 사라졌다.
스윽.
-???
-뉘시오??
-누구긴 누구야 차은성밖에 더 잇음?
-ㅎㅇ은성
차은성은 한 번도 이렇게 개인적으로 라이브를 해본 적이 없었다. 그는 힐끔, 테라스 쪽 눈치를 보다가 얼굴을 가까이했다.
-얼빡…… 감사합니다…….
-이거지 이게 나라다
-차은성 안 씻은 거 아님? ㅅㅂ향기가 여기까지 나네 감미롭고요~
-은성 씨 목소리 듣고 싶어요.
차은성은 씨익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하무! 너 비행기 얘기해도 돼?”
“네? 아아악! 안 돼요!”
“왜? 말하면 다들 귀여워하실 건데.”
차은성의 말에 무영이가 다급하게 달려왔다. 우당탕탕, 뭔가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휴대폰 화면이 흔들렸다.
차은성은 홀랑 삼순이를 데리고 옆방으로 들어갔고, 무영이는 채팅창을 확인했다.
설마, 말한 건 아니겠지?
-무영아!! 기사 떴다!!
-오 진짜!!ㅋㅋㅋㅋ
“기사요? 어떻게 났지? 저 그게, 진짜 들었을 때 그럴듯했거든요. 아니, 준호가! 외국에서는 테러 이런 거 민감하다고 화장실 가려면 승무원분한테 꼭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거예요! 아 진짜!”
-……???
-지금 내가 뭘 들은 거지??
-무영아 뭐라고?ㅋㅋㅋㅋㅋ
-화장실 갈 때 승무원 허락받았다는데?ㅋㅋㅋㅋ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ㅈㄷ다ㅋㅋㅋ신발은 신었지???
채팅창에 불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화력이 엄청나다.
무영은 영문도 모른 채 턱을 긁적였다.
“그, 지금 그거 말하신 거 아니에요?”
-아닌데! [후회와 상실> 아시아금빛상 말하는 건데!! 금빛상 수상!!
-금빛상이 대상 바로 아래 아님?
-ㅇㅇ맞음 참고로 이번 대상은 홍콩임ㅋㅋㅋ
-축하해 무영아!! 첫 해외 영화제 수상이다!!
-ㅋㅋㅋㅋㅋㅋ축하는 하는데, 화장실 얘기 좀 더 해봐ㅋㅋㅋㅋㅋ
무영은 쏟아지는 축하 인사에 멍하니 있다가 제 발로 실수했다는 걸 깨닫고 얼굴을 가려 버렸다.
‘망해 부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