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262)
신인인데 천만배우 262화
보답
“헉. 사람 되게 많다.”
무영이는 차 창문에 붙어서 중얼거렸다.
이안이 입원했다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식을 들은 팬들과 기자들이 정문에서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고경민은 차를 천천히 몰며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몇 층이라고 그랬더라?”
“15층이요. VIP실이라 엘리베이터 다른 거 탄대요.”
“병문안 물건은 챙겼지?”
“문제없슴다.”
무영은 그렇게 말하며 작은 꽃다발과 간식거리를 들어 보였다.
이안은 리프트 추락 사고를 당한 뒤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덕분에 그날 촬영도 흐지부지 마무리되고, 모두 이안의 소식을 기다리는 수밖에.
그건 현장뿐만 아니라 연예부 기자들을 비롯한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띠링-!
“안녕하세요.”
“어떻게 오셨습니까?”
“강이안 환자 병문안이요.”
무영은 15층 로비에 도착하자마자 데스크로 향했다.
간호사는 뭔가를 확인하더니, 이내 병실로 통하는 문을 열어주며 안내했다.
“복도 들어가셔서 오른쪽입니다.”
“감사합니다.”
대학병원 VIP실은 뭐가 달라도 좀 다르네!
무영은 고경민과 함께 이안의 병실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살짝 심호흡하며 문을 두드리려고 할 때.
“아니, 네 거 먹으라고!”
“형, 나 환자예요. 환자!”
“멀쩡한 새끼가 말은……. 됐고, 빨리 내놔.”
“아아아. 시른데!”
똑똑.
안쪽에서 시끌벅적한 소란이 들려왔다.
노크 후 조심스럽게 문을 여니, 이안과 같은 RTUUY 팀 멤버들 일동이 멈춰서 돌아봤다.
“형! 왔어요?”
“헐. 하무영 씨다.”
분명 복숭아를 먹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던 것 같은데, 외부인이 오자 아주 신사다운 웃음을 지었다.
그 틈을 타서 이안이 복숭아를 한입에 집어넣었다.
“어서 와요. 앉아요.”
“아. 안녕하세요. 하무영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신기해하는 상황.
그들은 스크린에서만 보던 배우를 실제로 보니까 낯설어했고, 무영은 진짜 엄청난 꽃가루에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이었다.
‘1군은 다르네. 와. 이 정도는 되어야 빌보드 가는구나. 월클 수준 대박.’
이안이처럼 얼굴을 가리는 수준은 아니었으나, 꿀이 뚝뚝 흐르다 못해 넘치고 있었다.
리더인 재경이 손을 내밀었다.
“작품 잘 보고 있습니다. 저희 막내 부족한 게 많은데, 잘 부탁드려요.”
“앗. 저도 RTUUY 노래 너무 좋아해요. 이안 씨가 워낙 잘해서…….”
“이안 씨? 강이안. 너 뭐냐? 목에 힘주고 다니냐?”
“아니, 난 말 놓으라고 했는데 형이 그게 편하다 했단 말이야. 그쵸? 무영이 형?”
천방지축 날뛰는 강아지가 제 주인을 만난 것 같다.
이안은 빨리 해명해 달라는 듯 무영이를 간절히 쳐다봤다.
무영은 꽃다발과 간식거리를 테이블에 두며 웃었다.
“맞아요. 제가 편해서.”
“거봐!”
“그나저나 어떻게 된 거예요? 괜찮은 거죠?”
“리프트가 한쪽으로 기울어져서 떨어졌어요. 와. 지금 생각해도 지릴 것 같당.”
“의사는 뭐라는데요?”
그 물음에 답한 것은 리더 재경이었다.
“5층 높이에서 떨어졌는데 발목 하나 나간 거면 천운이라고 하대요. 혹시 집안에서 제사 잘 지내냐고.”
이안 역시 동의한다는 뜻으로 왼쪽 발을 까딱거려 보였다.
확실히 깁스 아니면 어디 다쳤나 싶을 정도로 멀쩡하다.
무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웃었다.
“다행이네요.”
“며칠 있으면 걸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음…… 스케줄 꼬인 건 어쩔 수 없죠.”
고작 며칠이라고는 하나, 스케줄이 풀타임으로 차 있는 상태였다.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실로 엄청난 조율이 될 것이다.
당장 [좀비고등학교>만 하더라도 백여 명에 가까운 스태프들이 일정을 바꿔야 하니까.
“죄송합니다아.”
“아니요. 사고인데요 뭘. 현장에서도 걱정이 많아요.”
그때였다.
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울어서 눈가가 퉁퉁 부은 폴이 뛰어 들어왔다.
영어도 아닌 낯선 말을 하며 이안에게 매달리는 폴.
그룹 멤버들이 당황해서 멈칫거렸으나, 붉은 머리칼을 보고 촬영 동료임을 바로 알아챘다.
“으악. 숨 막혀, 폴.”
“죽어? 이안이 죽어? 죽어?”
“죽으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아파라. 이안이 아파라!”
걱정인가 저주인가. 폴은 눈물 콧물 쏟아내며 이안이를 껴안았다.
RTUUY 팀 멤버들은 웃옷을 챙기며 슬그머니 병실을 나섰다.
“말씀들 나누세요. 저희는 밥 먹고 올게요.”
“앗. 넵 감사합니다.”
“나는 밥 먹고 바로 간다. 몸조리 잘해. 로케 스케줄은 우리끼리 잘 얘기해 볼게.”
“넵. 연락할게요.”
이안은 폴을 토닥이며 반대쪽 손을 흔들었다.
그 순간, 착각인가 싶을 정도로 짧게 아주 희미한 스모그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리더 재경의 주위였다.
무영은 꾸벅 인사하면서도 의아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잘못 봤나?’
좀 진정된 폴이 코를 훌쩍이며 이안의 상태를 확인했다.
“……근데 멀쩡해? 보기보다.”
“생각보다겠지. 발목만 다치고 나머지는 괜춘.”
“로케는 무슨 말이에요?”
“아. 다음 주에 뮤비 촬영한다고 동남아 로케가 잡혀 있었거든요. 개인 촬영이라 재경이 형이랑 나만 가는 건데, 상태가 이래서……. 형 혼자라도 갈까 싶어요. 나는 어차피 다음 달에 또 그쪽으로 화보 일정이 있어서. 겸사겸사.”
이안은 귤을 까서 폴의 입에 넣어주었다.
가만히 그의 꽃가루를 쳐다보던 무영. 이내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냥, 재경 씨도 가지 말라 하세요.”
“네? 왜용?”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까. 막내가 다쳤는데 맏형이 어딜 가냐고? 아니지. 스케줄 소화에 그게 무슨 상관이람.
무영이 고민하며 잠시 머뭇거리자, 폴이 다급하게 끼어들었다.
“무조건, 무조건! 무영이 말 들어야 해!”
“엥?”
“무영이 귀신. 귀신이다! 말 안 들으면 죽어.”
“뭘 또 그렇게까지…….”
도박 사건으로 겪은 일이 있다 보니, 폴은 확신을 갖고서 외쳐댔다.
이안은 의아하게 코를 긁적이더니만, 이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형한테 말해볼게.”
“말하는 게 아니다. Passport 찢어!”
“그랬다간 내가 찢길 텐데…….”
이안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중얼거렸다.
무영이 역시 스모그를 잘못 봤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뭐, 일이 있다 한들 본인이 가진 꽃가루도 엄청났으니까.
* * *
“5층 높이에서 떨어졌는데 발목만 삐었다고?”
“대박. 진짜 천운이네.”
“젊어서 그런 건가?”
“2층 이상부터는 나이 상관없어.”
그리고 다음 주, 집 근처의 브런치 카페.
무영과 은성 그리고 준호, 보라까지 모두 모여 주말을 즐기고 있었다.
강아지 동반이 가능한 테라스라, 삼순이는 무영이의 무릎 위에서 고롱고롱 자는 중이다.
“근데 여기 되게 좋다. 집 근처에 이런 게 있는 줄은 몰랐네. 어떻게 알았어?”
디자인이나, 분위기가 굉장히 고급스럽다. 사람도 별로 없어서 한산하고.
무영이는 샐러드를 먹으면서 대답했다.
“유사하 대표님 친구분이 하는 곳이래.”
“아 진짜?”
“주말에 오면 서비스 주신다 해서.”
유사하가 언급되자 차은성이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다.
선물을 보낸 이후, 그에게서 어떤 연락도 없었기 때문이다.
“훗.”
“뭐가 그렇게 재밌어요?”
“한 방 먹인다는 게 이렇게 짜릿할 줄이야.”
대체 뭘 어떻게 먹였다는 건지 원.
무영이 과일 주스를 쪽 마시며 차은성을 이상하게 쳐다봤고, 보라 역시 궁금함을 참지 못했다.
“뭐가요?”
“내가 얼마 전에 무영이 통해서 선물 보냈거든. 대표 옷 고집하는 꼬라지가 영- 꼴 보기 싫어서. 크크. 잘나시고 고고한 분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아주 곤란하실 거다! 으하하하!”
“어…… 혹시 선배님이 보냈다는 옷이 해골 그려진 회색 후드티인가요?”
“맞아. 어떻게 알았대?”
“목에는 체인도 있고요?”
“찡 X나게 박은 건데…….”
보라가 멍하니 차은성 뒤쪽을 쳐다봤다. 그와 함께 돌아가는 일행들의 고개.
카페 입구 쪽에 한 남자가 쇼핑백을 들고서 들어오고 있었다.
“대, 대표님?”
“와. 무영 씨만 있을 줄 알았는데, 친구가 많네요.”
“아, 안녕하세요! 임준호입니다.”
“오. 반가워요.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무영 씨 동창이시면서 보라 씨 남자친구시라고. 하하하.”
유사하가 준호에게 악수를 청했다.
소속 배우 애인이라 불편하게 볼 법도 한데, 그런 기색이 전혀 없다.
유사하는 차은성을 향해 손을 가볍게 들어 보였다.
“은성 씨. 옷 선물 정말 고마워요. 덕분에 신세계를 만난 것 같네요.”
“푸하하하하!”
“어? 별로 안 어울리나요?”
“자, 자, 잘 어울리십니다!”
배를 잡고 의자 밑으로 쓰러지는 차은성.
보라와 준호가 당황해서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안 어울리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해서 완벽하게 소화했다고 보기에는……. 좀…….
“얼굴이 더 곱상해 보이세요.”
“오. 정말요?”
무영의 말에 유사하가 의자를 빼서 앉았다.
근데 진짜였다. 워낙 귀티 나고 고급져 보이는 분위기인지라, 껄렁한 옷 스타일이 그를 더 부각시켰다.
누가 봐도 부잣집 도련님께서 안 입던 옷 입으셨구나, 싶은 차림새.
“아. 미치겠네. 우리 대표 골 때린다. 응? 와. 너무 잘 어울리니까 매일 입고 다니세요. 그, 회사 출근도 하시고. 푸하하하!”
차은성은 진심으로 재밌는지 꺽꺽대며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다.
보라와 준호가 눈치를 슬그머니 보며 입을 다물었다.
저거, 저렇게 해도 되나 몰라…….
“고맙습니다. 은성 씨. 너무 고마워서 저도 선물 준비했어요.”
“푸하하하…… 예?”
“사이즈는 딱 맞을 거예요.”
눈물을 찔끔 훔쳐내던 차은성이 멈칫거렸다.
그제야 그의 손에 들린 커다란 종이 백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친애하는 우리 은성 씨. 답례니까 제 성의를 봐서라도 지금 입어보세요.”
차은성은 눈을 가늘게 뜨며 흰색 종이 백을 노려봤다. 아무리 봐도 수상하다는 표정이다.
하지만 유사하는 방긋방긋 웃기만 했고, 보다 못한 무영이가 대신 받아줬다.
“대표님 팔 떨어지겠어요, 형.”
“야! 그걸 받으면 어떡해?”
“선물인데요, 뭘.”
차은성은 유사하와 무영이를 번갈아 보며 노려봤다.
하지만 의심돼도 어쩌겠나?
차은성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종이 백을 받았고, 아주 느릿하게 화장실로 걸어갔다.
“와. 얘가 삼순이군요.”
앙앙!
“예쁘네~”
“안아보실래요?”
유사하는 무영이가 넘겨준 삼순이의 턱을 긁어주며 가볍게 웃었다.
너무 자연스럽게 합류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차은성의 뜻대로 옷차림이 가벼워서 그런 걸까.
보라와 준호는 생각보다 편하게 대표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어?”
그때 휴대폰을 하던 보라가 지나가듯 중얼거렸다.
“필리핀에서 화산 터졌다네.”
“아 진짜?”
“근데 인가에서 먼 외딴 섬이라 인명 피해는 없었대. 다행이지? 무슨 촬영한다고 며칠 동안 비워뒀다 하는데…….”
“XXX! 미쳤냐고! X이 XXX!”
보라는 경악으로 물든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손님이 없다 보니 화장실에서 고함치는 은성의 목소리가 가감 없이 들렸다.
유사하는 더욱 화사하게 웃었고, 이내 일행에게 부탁했다.
“뭐, 뭐야.”
“은성 씨 나오면 사진 좀 찍어줘요.”
“근데 선배님 상태가 좀…….”
“아아아악!”
유사하는 커피를 한 모금 음미하며 대꾸했다.
“선물이 정말 마음에 드는 모양이네요. 하하. 다행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