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264)
신인인데 천만배우 264화
조카
퍼억! 퍽!
“문 제대로 잠근 거 맞아?”
“어. 맞는데.”
“근데 왜 이렇게 수가 안 줄어?”
퍼억!
치연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좀비의 머리를 후려쳤다.
운동장 한가운데서 자꾸 엉겨 붙는 것들의 관자놀이에 화살촉을 박아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이제는 그냥 활로 까는 게 더 편하다.
끄어어억…….
좀비들도 내상을 입긴 입었나 보다. 덤벼드는 수가 현저히 줄었다.
학생 무리와 좀비 무리는 보이지 않는 선을 기준으로 서로 노려봤다.
“아. X발…….”
“잠깐 쉬자. 응? 잠깐만 X새들아.”
이미 해가 져버린 운동장. 조명 아래 두 무리는 땀과 피범벅으로 변해서는 힘없이 주저앉았다.
학교 안에 갇혀 있는 좀비들이 나오려고 창문에 매달려 아우성이다. 그리고 교내 스피커로 끊임없이 나오는 시끄러운 음악 소리.
“방송반에서 나온 새끼들 어딨어? 음악은 좀 쳐 끄고 나올 것이지.”
“비상사태에는 라디오 청취 필수인 거 몰라?”
“이게 라디오라고?”
“그래. 근데 너 2학년 아니냐? 왜 말 까냐?”
“까면요. X발 너도 까시든가요.”
“시끄러. 다들 그만해.”
민기가 욱하는 성질을 참지 못하고 대꾸하자, 치연이 손을 내저었다.
좀비랑 싸울 힘도 없는 마당에 아군끼리 으르렁대면 뭐 어쩌자는 거야?
그때였다.
치직- 치직-
[현재 강남을 기준으로…… 구역 봉쇄…… 군대를 파견하여…… 진압을……]음악이 지지직거리며 낯선 음성이 흘러나왔다.
밤중 학교를 울리는 비상사태 브리핑.
치연과 민기, 폴은 눈을 반짝이며 허공을 올려다봤다.
“지금 군대가 진압 성공했다는 거지?”
“아직 뒷말 안 나왔다. 민기. 듣기 평가 구려?”
“외국인 새끼가 지금 자국인한테 듣기 평가를 논해?”
“아아아. 민기야, 좀 닥치자!”
치연이 짜증을 벌컥 내자 민기가 억울해하며 구시렁댔다. 뒤에 중요한 부분이 나오지 않았다.
진압이 성공했나? 그렇다면 구출 작전은?
“8시!”
“8시에 헬기 온대!”
다들 희소식에 얼싸안으며 환호했다.
소리를 빽 지르자 그로기 상태에 들어 서 있던 좀비들이 다시금 움찔거렸다.
끄어어억…….
“지금 몇 시지?”
“일곱 시.”
한 시간. 딱 한 시간만 기다리면 돌아갈 수 있다! 헬기 타고 엄마 아빠 보러 가는 거야!
학생들은 차오르는 기쁨에 눈가를 닦아내며 결의를 다졌다.
“X발 다 덤벼!”
크아아악!
헬기를 기다리며 버티는 제2라운드.
머리가 터지지 않은 운 좋은 좀비들이 다시금 달려들었고, 치연과 민기, 그리고 폴은 최대한 뭉쳐서 서로의 등을 봐주었다.
그렇게 운동장으로 쏟아진 모든 좀비의 머리가 떨어져 나갈 때…….
“허억…… 허억…….”
두두두-
두두두두-
고대하던 헬리콥터 소리가 들려왔다.
치연과 민기가 땀을 닦으며 고개를 드는 순간이었다.
“어?”
어째서, 어째서 헬리콥터 불빛이 한 개인가요? 여기 애들만 십수 명인데…….
상공에서 상황을 파악한 헬리콥터가 천천히 이륙했다.
무장한 군인들이 문을 열고 어서 오라는 듯 손짓했다.
“우아아아!”
“밀지 마! 새꺄!”
“비켜! 비켜!”
미친 것처럼 내달리는 학생들. 하지만 딱 봐도 수용 인원이 부족해 보였다.
“아저씨. 밖에는 괜찮아요?”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자세한 건 가면서 설명하마. 감염자 있나? 있으면 격리한다. 서두르지 말고 순서대로 타!”
“저요! 저요!”
도떼기시장처럼 아이들이 몸을 실으려 안간힘이었다.
치연과 민기, 폴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쌍욕을 중얼거렸다.
“X! 여기 사람이 몇인데 헬기 한 대만 와요?”
“순차적으로 구조 활동 중이야. 다음 헬기가 또 올 거다. 라디오에서 말한 세 지점을 기점으로 계속 운항하니까 조금만 기다려!”
“언제!?”
“세 시간 후.”
미치고 팔짝 뛰겠네.
민기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앞으로 고꾸라졌고, 폴은 손을 모으며 기도하기 시작했다.
꾸역꾸역 학생들이 몸을 들이밀자, 안쪽에서 멈추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더 이상은 안 됩니다! 벌써 정원 초과라고요!”
“너희…….”
덩그러니 놓인 세 사람.
군인이 한숨을 내쉬며 헬기에 올라탔다.
뒤쪽으로 구겨진 학생들이 민기와 치연, 폴을 힐끔거렸다.
“기다리고 있어. 금방 올 테니까.”
타악!
군인은 왼편에 걸친 총 한 자루를 던져주며 헬기 문을 닫았다.
애들을 실은 헬리콥터가 이륙하고, 모래바람이 휘날리자 세 사람은 눈을 질끈 감았다.
두두두두-
군인이 던져준 소총 한 자루라.
치연은 절망했다.
“X됐다, 얘들아. 군인이 총 넘겨주고 갈 정도면 볼 장 다 봤다는 거다.”
“이걸로 헬기 쏴버릴까? 은혜도 모르는 개새들.”
“민기. 내가 쏠게. 너는 군대 가서 쏴라.”
헬리콥터는 하나의 별이 되어 점점 작아졌다. 운동장에는 널브러진 좀비 시체들뿐이다.
치연은 옷을 탈탈 털며 일어섰다.
“세 시간만 버티면 온다고…….”
콰앙! 쾅!
끼이익! 쾅! 쾅!
크아아아…….
하지만 학교에 가둬놓은 좀비 새끼들이 벌어진 틈으로 대가리를 들이밀고 있었다.
수십 명이 동시에 밀어내는 힘을, 과연 세 시간이나 버틸 수 있을까? 일 층 창문이 뚫리면, 모두 뚫리는 거나 마찬가지다.
“자전거 준비해.”
“자전거? 왜?”
“……하교하자.”
다음 헬리콥터는 한 시간 뒤 청영대학교.
자전거로 내달리면 십오 분밖에 안 걸리는 곳이다.
셋은 각자 재정비하며 자전거 보관소 쪽으로 걸어갔다.
콰직-
유독 크게 들리는 창문 깨지는 소리.
치연이 돌아보자, 일 층 오른쪽 복도 창문이 박살 나며 좀비들의 상체가 쏟아지고 있었다.
“하, 하교!”
“튀튀튀!”
와장창-!
세 친구는 이를 꽉 깨물며 자전거 보관소로 내달렸다.
* * *
“오케이! 컷!”
“컷 칠게요. 수고했습니다.”
“이안이 발목은 괜찮아?”
“네. 생각보다 멀쩡해요. 많이 뛰지도 않았고요.”
“좋아. 혹시 모르니까 붕대 다시 감아.”
컷 사인이 떨어지자, 무영이와 이안 그리고 폴은 제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입에서 단내가 날 것 같다. 종일 액션에 액션에 액션……. 피, 땀, 흙으로 엉망이 된 교복은 걸레짝 수준이다.
“다음은 거리에서 촬영이죠?”
“날짜 픽스예요. 보름 뒤에 도로 통제 들어가니까 절대 늦지 않게 해주세요.”
“넵. 알겠습니다.”
고등학교를 떠나 처음으로 외부 촬영에 들어가게 된다.
한밤에 좀비 떼가 나타나면 주민들이 놀랄 게 분명해서, 벌써 보름 가까이 현수막과 협조문으로 촬영을 알리고 있었다.
“이안 씨.”
무영이 생수병을 들어 보이며 이안을 불렀다.
그러자 이안이는 흠칫, 살짝 어깨를 떨더니 아무렇지 않게 무영이를 돌아봤다.
“왜, 왜요?”
“왜요는 무슨? 손 줘요. 흙 씻게.”
“아. 감사합니당.”
“나도. 무영 나도!”
무영이는 두 사람에게 물을 흘려준 다음, 수고했다는 뜻으로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그럼 다음 촬영 때 봐요.”
“저기, 형!”
“넹?”
이안이 입만 옴짝달싹 움직이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무영은 다 안다는 듯 계속해서 어깨를 두드려 줬다.
“아까 그거? 농담이에요. 농담. 이안 씨 은성이 형이랑 되게 잘 맞겠다. 형도 귀신 엄청 무서워하는데.”
“저는 그런 거 안 무서운데요…….”
“하하하. 알았어요. 그럼 진짜 들어가요.”
이안은 머리를 슥슥 문지르더니, 이내 꾸벅 인사하며 촬영 마무리를 이었다.
곧 벚꽃이 피는 계절이 온다.
엔딩에는 봄날의 화창함이 담겨 있어야 하기에, 전체적인 스케줄이 빡빡하게 조정될 것이다.
지이잉- 지이잉-
“수고하셨습니다! 무영 씨, 들어가요!”
“네. 감독님. 감사합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폴 안녕~”
“안녕! 나는 놀러 간다!”
무영은 계속 울리는 휴대폰을 뒤로 숨기며 촬영장을 빠져나왔다.
차에 올라타서 보니 실로 오랜만에 보는 발신자였다.
“수안 선배! 어쩐 일이세요?”
추수안. 결혼식 때 이후로는 딱히 본 적이 없지? 차기작도 안 하고, 아마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서 잠정적으로 쉬는 것 같았다.
-무영 씨?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습니까?
“네. 선배님도 여전하시네요.”
-연락을 잘 했어야 했는데, 제가 성격이 이래서.
“아니요. 우리 누나랑 잘…….”
부부는 일심동체 아니던가.
우리랑 연락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어서 그의 소식을 심심찮게 듣곤 했다.
그래서 괜찮다고 말을 이으려고 했는데, 순간 확 오르는 촉에 말문이 막혔다.
“오.”
설마?
-맞습니다.
“오오오!”
-어제 새벽에 우리 출산했어요.
“와아아아!”
무영이 말도 못 하고 박수만 쳐대자, 고경민이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출발해도 되는 거 맞겠지?
“우, 어, 그, 축하해요! 수안 선배, 진짜 축하드립니다. 세상에나. 누나는 좀 괜찮아요?”
“왜? 김우리 씨 출산했대?”
“대박! 어제 새벽에 조카 나왔대요!”
“허허. 축하할 일이네.”
시끌벅적한 반응에 추수안이 살짝 웃었다.
-조금 일찍 나오긴 했는데 건강하다고 합니다. 둘 다 무사해요.
“공주님이에요, 왕자님이에요?”
-우리 닮은 여자아이요.
“아이구. 다행이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실 엄마 아빠 둘 다 훤칠하니 누구를 닮든 좋았겠지만, 그래도 김우리를 닮은 게 조금 더 아이에게는 축하할 일 같다.
“저도 보러 가도 되나요?”
-와도 된다고, 전화드린 겁니다.
“오마나. 세상에. 대박.”
무영이는 차 창문에 머리를 콩콩 찧어가며 속으로 눈물을 삼켰다.
그가 보는 첫 조카였다. 게다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첫 아이.
-사진 미리 보내드릴게요. 오시기 전에 연락 한번 주세요.
“넵. 알겠습니다. 수안 선배, 다시 한번 축하드려요. 우리 누나한테도 너무 수고했다고, 축하한다고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무영은 통화가 끊어지자마자 메시지 함에 들어가 조카 사진을 기다렸다.
띠링! 띵!
“헐! 찐빵 같아.”
촉촉하고 탱글탱글 빵빵한 얼굴.
방금 세상을 막 담은 까만 눈동자가 빛나고 있었다.
진짜 갓 태어났는데도 우리 누나 쏙 빼닮은 것 같다.
“형, 우리 중간에 백화점 좀 들러요.”
“선물 사게?”
“네. 아기 진짜 귀엽다…….”
무영은 화면에 빨려 들어갈 것처럼 고개를 파묻고 중얼거렸다.
그때, 다시 들어오는 메시지.
차은성이다.
띠링!
[차은성: 올 때 삼순이 장난감 새로 사와] [하무영: (사진)] [하무영: 우리 누나 애기ㅠㅠ 찐빵 천사 강림]띠링!
[차은성: ㅡㅡ 하] [하무영: 반응이 왜 그래용!!! 애기한테!!] [차은성: ㅡㅡ 귀엽네]전 여친 아이에게 하는 반응치고는 상당히 담백했다.
꽃가루를 잔뜩 묻히고 태어난 아기. 과연 엄마를 빼닮아서 연예인 하기에 손색없는 미모다.
“애기도 나중에 배우 한다고 하면 대박 재밌겠다.”
“할 수도 있지. 요즘 아역도 많잖아.”
“같이 촬영하면 진짜 신기할 것 같아요.”
방금 세상에 나온 아기치고는 이목구비가 선명해도 너무 선명하지 않은가.
벌써 팔불출 예약이라며, 고경민이 백미러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