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268)
신인인데 천만배우 268화
고양이의 인생
무영이는 빌라 주위를 샅샅이 뒤졌다.
신녀님이 분명 쉽게 떨어질 고양이가 아니라고 했으니, 멀리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같이 뛰쳐나온 준호와 은성이가 옆을 지켜주었지만, 뭐 보이는 게 있어야지.
“하무. 너 뭐 찾아?”
“고양이요. 고양이! 고양아!”
무영이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고양이를 찾아대자, 준호와 은성이 서로를 쳐다봤다.
이상한 상황인 건 아는데, 뭐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니…… 준호가 체념한 듯 소리쳤다.
“고양아아-”
“미치겠네, 진짜. 야! 고양이!!”
은성이도 마찬가지. 순찰하던 경호원들이 힐끗거렸지만, 세 남자는 계속 빌라 단지를 돌아다니며 고양이를 찾아댔다. 그때였다.
애오오옭-
귓가에 가릉가릉 울리는 고양이 울음소리.
무영이가 소리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달려갔다.
뒤쪽 화단 풀숲에 벌러덩 누워 있던 고양이가 고개를 빼꼼 들어 무영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도로에서 봤던 그 자세 그대로. 표정을 보아하니 별로 기분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애옹!
뭐냐고, 짜증을 잔뜩 부려대는 소리에도 무영이는 가까이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눈높이를 맞췄다. 그리고 앞발에 살포시 손을 올렸다.
“고양아. 미안해.”
애오옹-
“자전거로 쓩 지나가서 많이 놀란 거구나. 내가 잘못했어. 옆으로 비켜 갈 걸 그랬다. 내가 너무너무 미안해.”
차에 치여 죽은 고양이 위로 자전거를 힘차게 밟았으니, 화가 난 게 당연했다.
고양이는 입을 쭉 찢으며 꼬리로 바닥을 탁탁 때렸다.
애옹!
“맛있는 거 먹은 지 오래됐지? 조금만 기다려 줘. 내가 금방 챙겨줄게. 다시 한번 미안해.”
진심 어린 사과가 닿은 걸까? 빳빳했던 고양이의 몸이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그리고 고롱고롱 햇빛을 만끽하는 것처럼 대(大)자로 뻗어 누웠다.
사과는 사과요, 즐거운 오후는 오후다 싶은 자세였다.
“무영아, 너 여기서 뭐 해?”
“하무!”
풀숲에 쪼그려 앉아 있던 무영이가 뒤를 돌아봤다.
기겁하는 차은성과 달리 준호는 대충 귀신과 관련된 일인 걸 눈치챈 것 같다. 뒤에서 으스스한 표정을 지으며 은밀한 신호를 보냈다.
‘귀신? 맞지?’
무영이 고개를 까딱거리자, 안도의 숨을 내쉰다.
하지만 그런 사정을 모르는 차은성은 무영이가 진짜 병이라도 난 건 아닌지 걱정하는 눈치였다.
“하무, 너 술 먹었어?”
“술은 어제 형이 먹었잖아요.”
“근데 왜 갑자기 고양이를 찾아? 삼순이는 강아지인데! 강아지! 그리고 집에 얌전히 잘 있는데!”
“저도 알아요. 가서 참치 캔 좀 가져다주면 안 돼요?”
“내가 가져올게.”
준호가 슬금슬금 뒤로 물러서는 동안, 차은성의 얼굴이 볼만했다.
무영이는 한숨을 내쉬며 옆에 앉으라는 듯 바닥을 톡톡 두드렸다.
“할 말이 있어요.”
“뭐, 뭔데…….”
드디어 차은성에게도 털어놓을 때가 되었다.
차은성은 주춤거리더니, 이내 알겠다는 듯 작은 탄성을 내질렀다.
“아. 알겠다.”
“눈치채셨어요?”
그런데 하! 차은성이 코웃음을 치며 팔짱을 끼는 게 아닌가? 귀신이라면 질색하는 사람이라 절대 나올 수 없는 반응인데…….
“너 고양이 데려오려는 거지?”
“……네?”
“난 절대 반대. 미쳤어? 삼순이가 실망하는 꼴 보고 싶어? 동생 생기면 그 충격이 얼마나 크겠냐고! 뽀시라기같이 작은 내 새끼가! 마음에 상처라도 입으면! 게다가 하필이면 냥아치라서 애를 막 괴롭히면! 나는…… 나는……!”
손으로 크게 엑스자까지 그어가며 못을 박아댔다.
무영이는 물론이고, 옆에서 가만히 듣던 고양이마저 저게 뭔 개소리인가 싶은 표정으로 올려다봤다.
애애옭-?
“너. 절대 안 돼. 이번만큼은 나도 안 물러서.”
“……형. 형 가끔 보면 진짜…….”
바보 같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턱 걸렸다.
차은성이 너무 진심이라 대꾸하는 것도 어이없었으니까.
그는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 눈을 부라렸고, 무영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동물 좋아하시네요.”
“아니거든? 삼순이만 좋아하는 거거든?”
“고양이 데려오고 그런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단호한 말에 차은성의 기세가 조금 누그러졌다.
하지만 이내 뭔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말을 덧붙였다.
“……그런데 그, 임시 보호 그런 건 괜찮아.”
“그래요?”
“잠깐 지내는 건 삼순이도 이해해 줄 거니까.”
삼순이처럼 도움을 필요로 했던 동물이라면 괜찮다는 뜻이었다.
무영이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두 손에 참치 캔을 들고 온 준호가 차은성을 불렀다.
“형님. 삼순이가 부르는데요.”
“엥?”
“우리 다 나오니까 자기도 나오고 싶나 봐요.”
“이 자식아, 그러면 데리고 나와야지! 참치 캔만 덜렁 들고나오네. 매정한 새끼.”
준호의 말에 차은성이 욕을 박아주며 집으로 뛰어 올라갔다.
그의 뒷모습을 보던 무영이 희미하게 웃었다.
“저 형 진짜 가끔 보면 이상해.”
“너만 하겠냐? 뭔지 몰라도 적당히 하고 와라.”
“응. 고마워.”
“먼저 들어간다.”
혼자 남은 무영이는 참치 캔 뚜껑을 따고 고양이 앞에 내밀었다.
고양이는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바쳐지지 않은 음식을 먹을 수는 없는 노릇.
짜악.
“이거 먹고 나 용서해 줘. 그리고 배불러서 기분 좋았으면 좋겠다.”
무영이는 두 손을 그러모으며 고양이를 위해 기도했고, 그와 동시에 고양이는 캔에 코를 박으며 참치를 먹어댔다.
죽기 직전까지 먹었던 바로 그 천상의 맛이다!
애오오옹-
중간중간 터지는 고양이 울음에 무영이 환하게 웃었다.
화단에서 펼쳐지는 작은 만찬.
무영이는 쪼그리고 앉아 한참이나 고양이를 지켜봤다.
‘네가 느꼈던 그 모든 걸, 사람들이 알아준다면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될 텐데.’
꿈으로 본 것이라, 무영이는 고양이가 느꼈던 그 감정을 그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오감을 넘어서서 하나가 되는 수준이었다.
‘네가, 내가 봤던 걸…….’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알아줄까.
한참이나 고민하는 무영이 앞에서, 고양이는 찢어진 입으로 큰 미소를 지었다.
배가 불룩한 것이, 여간 행복해 보이는 게 아니다.
* * *
“안녕하세요. 무영 씨.”
“오랜만이에요, 소장님. 삼순이 인사해야지.”
앙앙!
“세상에나. 애가 엄청 컸네. 너무 건강하고 좋아 보인다. 삼순이, 나 누군지 기억나?”
그리고 며칠 후. 촬영을 끝내고 돌아가던 무영이는 [애니멀 가드 보호소>를 찾았다.
동물 프로그램을 통해 설립되었던 곳이자, 삼순이를 만나게 해준 곳이었다.
“그런데 무슨 일이세요?”
“아. 그게요. 여러 가지 말씀드릴 게 있어서요. 혹시 경기도 남부 쪽도 구조 활동을 하시나요?”
“네. 신고가 들어오면 일단 합니다. 협조받는 게 어렵긴 하지만, 부산이나 뭐 너무 먼 거리 아니면 대부분 나가요.”
“제가 얼마 전에 오산에서 야외 촬영이 있었는데요.”
“어머. 그러셨어요?”
“거기 길고양이한테 못된 짓을 하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먹을 걸 차도로 던져서 유인했어요. 그리고 차에 치이게끔…… 하더라고요.”
“네? 어떤 미친 새끼가…… 어머, 미안해요.”
차를 홀짝거리며 듣던 소장이 깜짝 놀라서 중얼거렸다.
동물 보호 활동을 하면서 정말 온갖 더럽고 끔찍한 일을 다 겪었지만, 당최 적응이 안 될 정도로 세상은 다채롭게 지랄맞았다.
“저는 못 잡았고요, 가능하시다면 수소문하셔서 확인 좀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경찰에 신고하자니 증거도 없고…….”
“위치가 정확히 어디죠?”
“잠시만요.”
무영이는 품에 꼭 안은 삼순이의 온기를 느끼며 주소를 적어주었다.
지금으로서는 이게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만약 나쁜 사람이 잡히면 아주 최선을 다해서 벌 받게 하리라.
“그리고 광고로 동물 보호 홍보 영상 찍으신다면서요?”
“네. 방송국이 많이 도와주시네요. 역시 프로그램이 장수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니까요. 아 참, 안 그래도 그것에 관해서 말이 좀 나왔어요. 혹시 무영 씨 괜찮으시면 목소리만이라도 좋으니 재능 기부를…….”
“물론이죠. 아마 제가 한다고 하면 은성이 형도 하려 할거예요.”
“차은성 씨요?”
“삼순이 때문에 앓아 죽거든요. 하하.”
“어머. 그렇구나. 삼순이는 좋겠네~ 견생 역전!”
소장은 진심으로 부럽다는 듯 삼순이의 턱을 간질였다.
세상에 주인이 하무영이고 차은성이라니, 아마 대한민국에서 제일 부러움을 많이 사는 강아지일 것이다.
“그럼 자세한 건 회사 통해서 말씀드릴게요. 아, 구조 관련한 건 제가 개인적으로 드리는 거라.”
“네네. 그건 따로 연락드릴게요.”
소장의 말에 무영이는 감사하다고 꾸벅 인사한 후, 보호소를 나섰다.
차에서 기다리고 있던 고경민이 시동을 걸며 맞이했다.
“얘기는 잘 끝났어?”
“넵. 감사합니다.”
“됐어. 어차피 집 가는 길인데. 가끔 현장에 삼순이 데리고 가야겠더라. 분위기가 비교도 안 되게 좋더만.”
고경민은 촬영 현장을 떠올리며 킥킥댔다.
폴과 이안이는 그렇다 쳐도, 걸걸한 아저씨 스태프들이 삼순이를 어찌나 좋아하던지.
안 그래도 화기애애한 분위기건만, 삼순이가 오니까 거의 놀이방 수준으로 변하지 않았던가.
“분위기 메이커예요. 완전.”
앙! 앙앙!
“에구. 왜 이렇게 보채? 배고파? 간식 줄까?”
“간식? 뒷좌석 검은 가방 안에 있다.”
가방 안에는 강아지용 간식과 고양이용 츄르가 잔뜩이었다.
귀신 고양이는 빌라 화단이 마음에 들었는지, 매일같이 거기 죽치고 누워 있었다.
참치 캔을 바친 이후로 해코지가 없어, 무영이도 그냥 지켜보는 중이었다.
이대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어? 이건 또 뭐예요?”
“아아. 그거? 드라마 시나리오.”
사락-
가방 밑에 깔려 있던 대본 하나.
무영이는 꽃가루를 눈치채고 꺼내 들었다.
삼순이는 간식에 정신 팔려서 침을 질질 흘리며 먹고 있었다.
[그 대로, 고양이>“뭔데요? 어디 건데요?”
“오. 관심 있어?”
차은성과 했던 [칼날의 궤>를 마지막으로 드라마 활동을 하지 않고 있던 무영이였다.
그런 무영이 드라마 대본에 흥미를 가지니, 고경민은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
“16부작이고, 작가님은 김순영 작가님. 알지? 로코 황제라 불리시잖아.”
“알죠. 대단하신 분이죠.”
“남주 물색 중이시라는데, 무영이 너도 있나 봐. 조금, 그 앞에 선배들이 있긴 하지만.”
“선배 누구요?”
“누구더라…… 임민성이랑 김창운? 그 정도?”
모두 알 법한 배우들이었다.
김순영 작가님은 로맨스 코미디를 주력으로 하시는 분이었는데, 드라마 내는 것마다 시청률 대박을 내며 ‘로코 황제’라는 별명까지 얻으신 분이었다.
차락-
“고양이…… 남주가 고양이예요?”
“어. 좀 독특하지?”
“와. 이거…….”
유기된 길고양이가 매일 밤 담벼락에서 내려다보는 집이 있었다.
힘들게 살아가는 대학생의 집이었는데, 그녀를 보며 인간 삶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된다.
고양이는 보름달이 뜰 때마다 그녀 가까이 가고 싶다 빌게 되고, 결국 아홉 개의 목숨 중 하나를 대가로 내놓으며 인간이 된다.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우당탕탕 힐링 로맨스 코미디가 전체적인 줄거리였다.
무영이는 천천히 종이를 넘기며 글자 하나하나를 짚었다.
부우우웅-
“형.”
“응?”
그리고 한참 뒤, 집에 거의 다 도착할 때쯤, 무영이가 넌지시 부탁했다.
“저 미국 다녀오고 나서, 작가님 좀 뵐 수 있을까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