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270)
신인인데 천만배우 270화
브로드웨이
옆에서 반짝거리는 눈빛 때문이었을까.
외국인 부부로 보이는 남녀가 전광판을 한번, 그리고 무영이를 다시 한번 돌아봤다.
그러곤 유사하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는 무영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네?”
“Was that you? (너였어?)”
“네네네. 저예요. 저! 킹!”
“Wow.”
근엄한 표정을 똑같이 따라 하자, 부부가 웃음을 터뜨리며 엄지를 치켜들어 주었다.
흥분해서 영어와 콩글리쉬가 뒤섞여 나왔지만, 행복한 감정만큼은 확실하게 전할 수 있었다.
비서가 자신의 휴대폰 화면을 보여줬다.
“무영 씨. 사진 잘 나왔어요.”
“찍으셨어요?”
“그럼요.”
화려한 조명들로 인해 역광이었지만, 비스듬하게 보이는 옆태는 누가 봐도 무영이었다.
광고를 보던 그의 눈빛은 이곳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제일 빛나고 있었던 모양이다.
“너무 멋지다.”
“영상은 다음에 찍어요. 하루에 24번씩 기회가 있으니까.”
“네. 감사합니다.”
무영이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사하가 시계를 보더니만 그에게 물었다.
“햄버거집은 어떻게 할까요? 포장해서 호텔 가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아, 저녁에는 문 닫았을 거예요.”
“그러면 어쩔 수 없네요. 오늘은 이만 쉬죠. 디너파티는 이틀 뒤니까 자유롭게 편히 쉬어도 될 거예요.”
사실 무영이는 14시간 동안 잠만 자서 피곤하진 않았지만, 알겠노라 고개를 끄덕였다.
여긴 한국과 달리 밤거리가 위험한 곳이니까.
아무리 관광지라고 해도 골목 하나만 꺾어 들어가면 어두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짐은 기사가 호텔 방에 풀어두었을 거예요. 최상층 펜트 스위트룸인데, 무영 씨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보이는 방이 좋죠?”
“네? 좋죠.”
펜트 스위트룸은 또 뭘까?
무영은 유사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는데, 호텔 맨 꼭대기 층은 객실이 아니라 층 자체를 전세 내는 방식이었다.
엘리베이터를 내리자마자 보이는 넓은 거실.
거길 중심으로 작은 방들이 연결되어 있었다.
“비서 방은 저쪽이고요, 저는 이쪽입니다.”
“저는…….”
“무영 씨는 야경이 제일 좋은, 왼쪽 방.”
“뛰, 뛰어가도 될까요?”
“물론이죠. 위층 루프탑도 전용이니까 편하게 써요. 필요한 거 있으면 비서님에게 부탁하시고.”
“우아아아아!”
무영이는 유사하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그의 방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별천지가 발아래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세계의 중심인 뉴욕을 침대에 누워서 볼 수 있다니!
말이 방이지, 방마다 작은 응접실과 샤워실, 파우더 룸까지 달려 있는 초호화 럭셔리 객실이었다.
“미쳤다. 흐윽.”
포근한 침구에 얼굴을 비비며 감탄을 금치 못하는 무영.
바로 셀카와 야경, 그리고 아까 비서님께 받았던 전광판 인증샷까지 첨부해서 SNS에 올렸다.
띠링!
[HAmoo_zero 안녕하세요, 다들 좋은 아침입니다. 저는 지금 미국에 와 있어요. 같은 시간인데, 여기는 밤이네요. [칼날의 궤>가 문화재청 주관 한국 홍보 영상에 채택되었습니다.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일주일간 시각마다 나온대요. 정말 멋진 일입니다. 모두 여러분 덕분이에요. 꿈을 걷는 기분이네요. 지킴이 여러분과 [칼날의 궤>를 사랑해 주셨던 모든 시청자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사랑합니다!! 진짜루!!!♡♡]-헐 아침부터 이게 머선 일…
-뉴욕스퀘어에 광고로 나온다고? 대박 무영이 진짜 월클이구나!!ㅠㅠㅠ 축하해 사진 진짜 예쁘다
-문화재청 영상도 따로 올려주세요 보고 싶어요
└미튜브에 올라와 있음
-출근하기 싫은데 한마디만
└HAmoo_zero 회사가 주말에 치킨 사준다고 생각해 보세요!!!
└무영아 미안 그거로는 안 되겠는데ㅠ
-호텔 시티 뷰 지린다 ㄷㄷㄷ 진짜 하루에 수백만 원 하겠는데? 한남동 주민 클라스;;
-★★JAY Z(제이지) – Empire State Of Mind 노래 꼭 들으세요 뉴욕 입성 시 필수 노래★★
-ㅇㅈㅇㅈ 여수 가서 여수 밤바다 듣는 거랑 똑같음
-무영이~ 라이브 켜줘~ 부장 몰래 들을라니께
무영이는 침대에 데굴데굴 구르면서 댓글로 팬들과 얘기를 나누었다.
대부분 출근하기 싫은데 어떻게 좀 해달라는 말이었지만.
무영이는 그러다가 익숙한 아이디가 자신을 태그한 걸 확인했다.
“오. 은성이 형이다.”
비행기 티켓과 아메리카노를 찍은 사진, 그 밑에는 ‘NewYork’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이제 슬슬 출발하려는 모양이다.
‘형은 아메리카노 먹지도 않으면서.’
어이없네!
무영이는 딸기 이모티콘으로 답신을 보내며 하트를 눌러줬다.
그리고 다시 멍하니 창밖을 쳐다봤다.
일등석 서비스를 놓친 건 아쉽지만, 그때 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지 않았으면 곯아떨어져서 지금 이 풍경을 못 봤을 테니까.
‘대박.’
행복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무영이는 한참이나 도시의 빛을 바라보다가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 * *
똑똑.
“흡.”
갑자기 들리는 노크 소리에 무영이 화들짝 놀라며 일어났다.
비몽사몽, 해가 중천에 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시계를 보니 벌써 오전 11시.
“무영 씨. 일어나셨나요?”
“네에. 비서님. 무슨 일이세요?”
달깍.
부스스하고 퉁퉁 부은 무영이와 달리 비서는 완벽한 정장 차림이었다.
그녀는 서류 더미를 옆구리에 낀 채로 난감하게 웃었다.
“갑작스럽게 대표님 미팅이 생겨서요. 아무래도 점심은 혼자 드셔야 할 것 같은데요.”
“아…… 뭘 그런 걸 가지고요. 저 신경 쓰지 마시고 일 보세요. 어린애도 아니고. 음…… 여권 계속 들고 다닐게요.”
“무슨 일 생기시면 바로 저한테 연락 주시고요. 차은성 씨 객실은 무영 씨 옆방이니까, 안내 좀 부탁드릴게요.”
“넵넵. 걱정하지 마세요.”
“대표님이 정말 미안해하셨어요.”
“에구. 무슨 섭섭한 말씀을. 덕분에 공짜로 왔는뎅.”
무영이가 어서 가보라는 듯 인사하자, 비서는 희미하게 웃으며 뛰쳐나갔다.
여간해서는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는 분인데, 아침부터 뭔 일이 나긴 났다 보다.
“하아암.”
무영이는 기지개를 켜며 잠깐 멍하니 서 있었다.
대표님 없이 혼자 자유 여행이라, 이건 이거대로 또 재밌을 것 같다.
‘점심으로 햄버거 먹어야징. 광고판도 한 번 더 보고.’
첫 목적지를 정한 무영이는 서둘러 씻고서 옷을 갈아입었다.
일본에서도 항상 누군가와 함께 다니지 않았던가.
난생처음으로 혼자! 이 낯선 땅에서!
“아하하. 하이. 하이. 굿모닝!”
“Hi,
덕분에 마주치는 사람마다 웃으며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해 댔다.
애매한 시간이어서 그런지, 햄버거집은 생각보다 줄이 짧았다.
십여 분간 기다려서 겨우 주문을 하고 지갑을 여는데…….
“Give me a tip. (팁 줘.)”
“엥? 팁이요?”
프랜차이즈인데다 앉아서 먹는 서비스도 아닌데 팁을 달라고 하네?
무영이는 이게 맞는 건가 싶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남자는 아주 당당하게 손을 내밀었고, 뒷줄을 보라며 재촉해 댔다. 그때였다.
짜악-
“Do you want tips like this? (이런 팁을 원하는 건가요?)”
한 여자분이 직원의 손에 하이 파이브를 쳐주며 대꾸했다.
직원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주방 안으로 들어갔고, 무영이는 눈만 깜빡거리며 어리둥절해했다.
“저 직원 상습범이에요. 내가 여기 1년째 단골인데, 올 때마다 팁 달라고 한다니까요. 그냥 멍청이라고 생각하고 털어버려요.”
“저 한국 사람인 거 어떻게 알았어요?”
“‘엥? 팁이요?’ 이러는 거 보고.”
“오, 감사합니다.”
무영이는 여자와 함께 픽업 웨이팅 라인으로 비켜섰다.
그녀는 선글라스 낀 무영이를 힐끔거리더니만, 이내 물었다.
“모델 지망생이에요?”
“저요? 아닌데요.”
“그러면, 그냥 여행객?”
“음. 반반이요. 일도 볼 겸 놀기도 할 겸.”
나를 못 알아봤나?
무영이는 선글라스를 괜히 고쳐 쓰며 멋쩍게 웃었다.
여자는 바쁜지 계속 시계를 확인하며 픽업대를 쳐다봤다.
옆구리에 끼어 있는 팸플릿, 브로드웨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그리고 이내, 아까 그 직원이 아닌 다른 남자가 나와서 인사했다.
“Erica! Did john do it again? (에리카, 존이 또 그랬어?)”
단골이라는 게 사실이었나 보다.
그녀는 제 머리 쪽을 툭툭 두드리며 직원 욕을 해댔다.
그리고 감자칩을 한입 먹더니, 무영이에게도 건넸다.
“먹을래요?”
“이름이 에리카에요?”
“네. 한국 이름이 애리거든요.”
“아하, 애리…….”
애리?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었다.
그녀는 햄버거가 나오자마자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그럼, 여행 잘 하세요.”
“아, 네. 감사합니당.”
후다닥, 바쁜 듯 어디론가 달려가는 뒷모습.
무영이 역시 햄버거를 옆구리에 낀 채로 다시 타임스퀘어를 거닐었다.
관광 명소는 물론이고, 쇼핑도 자잘하게 하면서 시간을 때우니 어느덧 오후 시간이었다.
지이잉- 지이잉-
“형? 도착했어요?”
-어디?
“저 지금 타임스퀘어요. 또 광고 보고 있어요.”
-일 분도 안 되는 거 본다고 아주 열심이네. 손 들어봐.
“손이요?”
영문을 모르겠지만, 무영이는 차은성이 시키는 대로 콜라 든 손을 들었다.
-흔들어봐.
“콜라 들고 있어서 안 되는데요?”
-아, 오키.
그리고 전화가 뚝 끊어지는 게 아닌가?
무영이 다시 전화하려고 하자 누군가 어깨를 세게 부딪쳤다.
아주 고의로, 정확하게.
퍼억-!
“헤이. 조심해, 싸움 나고 싶어?”
“엥? 뭐야? 형?”
“콜라 좀 줘봐라. 어우, 택시 드라이버 솜씨가 아주 개판이야. 멀미 나게 생겼어.”
차은성이 콜라를 한 번에 비우자, 무영이 당황해하며 빈 컵을 들여다봤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하나 더 사는 건데.”
“콜라가 다 거기서 거기지 뭐.”
“아니에요. 컵이 다르잖아요. 컵이.”
“저거야? 전광판?”
타임스퀘어의 또 다른 명소인 빨간 계단에 앉아서 정각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어제랑 오늘 뭐 했냐?”
“진짜 엄청났는데, 막상 생각해 보니까 별로 한 건 없더라고요. 아 참, 아까 이거 햄버거 사는데 한국분이 도와주셨어요. 직원이 막 팁 달라고 그랬거든요.”
“그래? X새끼네.”
“이름이 애리래요. 브로드웨이에서 일하는 것 같았어요. 타지에서 진짜 대단하시죠?”
“음…….”
감자칩을 먹던 차은성이 뭔가 생각하더니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너네 사장님.”
“나금동 사장님이요?”
“처조카 이름이 애리라 하지 않았나?”
“오?”
그 말을 듣자 확실히 기억났다.
빅윈엔터 초반에 태석과 함께 초기 멤버로 꼽히는 배우가 있었는데, 나금동 사장님의 처조카라고 하셨지.
이름만 올려놓고 미국 유학 갔다고…….
“오오오?”
“보라가 그러더만. 유학 보냈는데 말없이 휴학계 내고 잠수 타서 아주 발칵 뒤집혔다고.”
“원래 연기하다가 유학 가신 거잖아요.”
“근데 사장님 처제, 그러니까 아내분의 동생이 연기하고 그런 걸 좀 반대했었나 봐. 뭐…… 빅윈도 그때는 회사 굴러가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하니까.”
끔뻑끔뻑.
무영이는 햄버거만 냠냠 먹으며 전광판을 쳐다봤다.
정각을 5분 앞둔 시간.
그는 햄버거를 한입에 넣으며 차은성에게 물었다.
“우리, 광고 보고 브로드웨이 가볼래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