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278)
신인인데 천만배우 278화
잘 풀리는 날
임민성은 날짜를 확인하며 인상을 찡그렸다.
SJ 쪽에서 답변을 주기로 했는데, 아직 연락이 없던 탓이다.
현재 HDW 소속사에서는 계속 도장 찍자 그러고, SJ에서는 감감무소식이고…….
‘어쩔 수 없네, 쯧.’
계약금을 너무 높게 부른 탓이다.
그 때문에 논의가 길어지는 것 같으니, 차라리 금액을 낮춰서라도 확정을 짓는 게 마음 편할 것 같다.
재계약을 미루는 것도 한두 번이지, HDW 사장이 밀어붙이기 전, 도망갈 구석이 필요했다.
지이잉- 지이잉-.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임민성 배우님이신가요?
“그런데요?”
-SJ 엔터테인먼트입니다. 계약 관련해서 말씀 전달하려 합니다. 통화 가능하실까요?
역시,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만!
임민성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고개를 끄덕였다.
“네네. 말하세요.”
-아쉽게도, 회사 내부 검토를 진행했는데 이번 계약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좋은 기회 주셨는데 모시지 못해 아쉽게 생각합니다. 후에 인연이 닿는다면…….
“네? 뭐라고요?”
단번에 뒤통수를 퉁- 하고 얻어맞은 것 같다.
사실 유사하는 단 한마디도 확정해서 말한 게 없었지만, 기억이란 본디 저가 원하는 대로 왜곡되지 않나.
임민성은 배신감과 충격으로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무엇보다, FA 며칠 전에 알려주는 개 같은 경우가 어디 있나?
“SJ 대표님 연락처 좀 알려주시겠어요? 직접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전달하실 말씀 있으시면 저한테 말씀하시면 됩니다.
“하…… 이유가 뭔데요? 계약금이 너무 쎄서? 나 그거 좀 줄여줄 수 있어요. 아니, 엔터 장사한다는 사람들이 이게 대체 무슨 경우야? 사업을 이딴 식으로 하나? 내가 지금까지 왜 기다렸는데? 나참. 내가 이런 취급받을 만한 깜인가요? 예?”
하지만 비서가 무슨 힘이 있겠는가?
비서는 가만히 듣다가 죄송하다는 말만 남기고 통화를 종료했다.
사실 왜 불발되었는지 알려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자세가 저러니 엿 좀 먹으라는 의도였다.
“X발 진짜.”
임민성은 휴대폰을 소파에 내던지며 욕설을 중얼거렸다.
재계약까지는 고작 며칠 남짓. 어떻게 이렇게 일 처리를 할 수가 있지?
지이잉- 지이잉-
내던진 휴대폰이 바로 울어댔다.
혹여 SJ인가 싶어서 바로 확인해 봤으나, 여자 친구다.
그는 통화 버튼을 누르며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왜.”
-오빠 기사 봤어?
“뭐가, 또.”
-나도 몰라!
얘가 뭔 소리인가.
가만히 고민하던 임민성이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바로 포털사이트에 들어가서 걸린 기사를 확인했다.
익명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시작된 폭로를 기반으로 작성된 것이다.
[배우 임민성 인성 논란? 술집에서 외상 갑질 폭로 ‘빚만 3천만 원’ 여자 친구랑 한번 오면 방이 쓰레기장으로…….]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찌라시였다.
다만 그 내용이 이번에는 사실이었으며, 어떤 인증도 없는 글이 기사까지 타게 되었다는 게 문제였지.
임민성은 바로 회사에 연락을 넣었다.
“형! 기사 봤어? 기자 새끼 또라이 아니야? 뭐 저런 찌라시까지 기사화를 해? 빨리 글 좀 내리라고 해봐!”
하지만 전화기 너머에선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소속사 실장은 상당히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근데 민성아. 너 뒤에서 다른 회사랑 만나고 다닌 거 사실이냐?
“뭐? 뭐라는 거야…….”
-소문이 좀 들려. 우리 재계약 이제 며칠 안 남았다. 네가 다른 곳 가고 싶다 하면 어쩔 수가 없는데, 이번 일 처리해 줄 수는 없어.
곧 끝날 소속 배우, 인력 써가며 케어해 줄 의무가 없다는 뜻이었다.
임민성은 당황해서 말을 더듬거렸다.
“아, 아니라니까? 나 재계약할 거야!”
-신뢰의 문제다. 민성아.
“아아. 기다려. 지금 내가 회사로 갈 거니까. 만나서 얘기해.”
뚝.
임민성은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다. 여차하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게 뻔했다.
SJ는 이미 물 건너갔고, 당장 기사를 수습하려면 회사가 있어야 하는데, HDW에서 이리 나온다면…….
“X발!”
계약의 유리한 위치를 회사가 선점한 거나 마찬가지다.
임민성은 소파를 발로 걷어차며 바로 차 키를 집어 들고 밖으로 튀어 나갔다.
* * *
“아. X발……. 유사하 또 읽씹했어.”
“형. 대표님 바빠요. 그만 좀 괴롭혀요.”
“아니, 왜 임민성 관련해서 말이 없냐고. 진짜 이러다가 데리고 오는 거 아니야? 나 변호사 알아봐야 하나?”
소파에 평화롭게 누워 있는 것치곤 대화 내용이 살벌했다.
배에 올라가 있는 삼순이가 개소리 그만하라는 듯이 차은성의 입가를 툭툭 쳐댔다.
차은성은 그 뜻도 모르고 다시 헤벌쭉해졌지만.
“임민성이요? 재계약했던데?”
“뭐!? 어디랑?”
“‘재’계약이요. 재계약. 원래 했던 소속사랑.”
물 마시러 나온 준호의 말에 차은성이 벌떡 일어섰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그는 바로 소속사 전 사장에게 연락해서 떠도는 소문을 확인했다.
“형! 임민성, HDW 재계약했다며? 맞아? 유사하 대표가 자꾸 데려온다고 해서 쫄고 있었는데, 이제 마음 좀 놔도 돼? 뭐? 응응…….”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무영이가 고개를 돌려 차은성을 쳐다봤다.
표정 변화가 아주 다채로웠다. 눈썹을 찡그렸다가, 웃었다가…….
“아하하하! 등신 새끼! 그럴 줄 알았다! 어어. 그래. 이야, 오랜만에 좋은 소식이네. 알겠어. 응. 끊어.”
“뭐래요?”
“X신이 간 보다가 제 발목 잡았지. FA 며칠 앞두고 기사 터져서 HDW랑 재계약 갔는데, 결국 계약금 없이 들어갔대.”
하지만 기사에는 ‘의리를 지킨 임민성’ 따위로 나가면서 이미지 쇄신에 쓸 언플용 타이틀을 얻은 것 같다.
업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지라, 뒤에서는 다들 차은성과 같은 반응이다.
“이제 당분간 갑을 바뀐 거지. 재계약은 했는데 그 새끼 뒤에서 사장 욕하고 다닌 것도 들켰다네?”
“헐. 대박이네요.”
“차라리 나처럼 앞에서 하던가!”
“……아예 안 한다는 선택지도 있어요. 형.”
“그래서 걔 중국에서 영화 찍을 거래. 회사에서는 하자고, 하자고 그렇게 푸시했는데 임민성이 싫다고 쳐냈거든. 근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별수 있나. 그 연차에 회사 눈치 보는 것도 능력이면 능력이다. X신.”
“근데 형은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나? 임민성이랑 초딩 동창임.”
“네에에!?”
무영이 놀라서 과자를 툭, 떨어뜨렸다.
그냥 같은 업계니까 여기저기서 소문이 도는 줄 알았는데, 동창이라고?
“근데 나중에, 데뷔하고 5년 차인가. 그때 알았어.”
“말도 안 돼.”
“진짠데?”
“형이 동생인 줄 알았어요.”
훅 들어오는 무영이의 칭찬에 차은성의 콧대가 하늘까지 닿을 기세였다.
거드름 팍팍 피우며 거만한 자세로 변했다.
“그치? 근데 걔는 그걸 몰라요. 자꾸 나한테 비비려고 하는데 어림도 없지.”
차은성 인물 관계도는 싸웠던 사람이거나 아니거나로 나뉘는데, 저 정도면 대판 일이 있었던 게 분명했다.
“그런데 임민성 선배는 저랑 형이랑 친한 걸 모르나요? 나 같으면 아는 척 안 했을 것 같은데.”
“상식을 벗어난 새끼여. 그러니까 나랑 한솥밥 먹으려고 하지. 감히 어딜, 뉘 집 밥그릇에 코를 박으려고. 쯧.”
무영이는 고개를 끄덕끄덕, 대충 납득하며 다시 과자를 주워 들었다.
그러자 고경민에게 문자가 들어왔다.
[무영아. 다음 주 화요일, 스케줄은 비어 있는데 너도 일 없지? [그 대로, 고양이> 미팅 잡을 것 같아서.]우물우물……. 과자를 먹던 무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화요일에 별일 없긴 한데…….
“헐!”
“왜왜?”
띠링!
[임민성이 중국 진출한다고 드라마 안 한다고 하네. 제작진에서 정식으로 진행해 보자고 연락 왔어.]이럴 수가!
무영이는 휴대폰을 들어 보이며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렇구나, 임민성이 중국 가면 한국 활동이랑 병행하기는 굉장히 힘들 터.
일반적으로는 드라마가 먼저 잡혀 있으니 이걸 마무리하고 넘어가는 게 맞다만, 그쪽이 워낙 시끄러워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는 모양이다.
[시간 있어요!! 완전!! 하루 종일!!]무영이는 바로 답장을 보내고 이내 바닥을 구르며 즐거운 환호성을 질러댔다.
“오예에에! 저 드라마 들어갈 것 같아요!”
“뭐? 고양이 그거?”
“대박! 대박!”
앙! 앙앙!
구르는 무영이 주위를 삼순이가 와다다 뛰어다녔고, 차은성도 축하한다는 뜻으로 가볍게 박수를 쳐줬다.
준호가 컴퓨터 하다말고 이 층 난간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하무영. 요즘 잘 나간다?”
“그치? 일이 잘 풀려! 드라마 거의 손 놓고 있었거든.”
“드라마? 너 넵플렉스 때문에 그런 거 아니야?”
“넵플렉스?”
준호의 말에 무영이 구르던 것을 딱 멈추었다.
그리고 바로 텔레비전으로 넵플렉스를 열었다.
‘공개될 컨텐츠’ 항목 맨 끝에 올라와 있는 [좀비고등학교>.
무영이와 이안, 폴이 아래를 내려다보는 앵글로 배경이 들어가 있었다.
“공개 날짜는 아직 안 나왔네.”
하지만 이렇게 채널에 올라간 것으로 보아, 길어봤자 한 달 내외였다.
아마 [후회와 상실>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될 것이다.
“넵플렉스 코리아 미튜브 공식 계정에 올라온 티저 예고편, 하루 지났는데 벌써 100만 조회 수 넘었잖아.”
“왜, 왜 나만 몰랐지?”
“그러게. 왜 너 몰랐냐?”
넵플릭스 사이트 내에서는 조회 수도 안 나오고 그저 1순위부터 10순위까지만 보여줘서 통계로 보이는 결과가 없었다.
하지만 미튜브 공식 계정은 다르다.
사람들이 얼마나 기대를 하고 있는지, 화제성은 어떠한지, 먼저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예고편 조회 수’였다.
“100만이면 좋은 거죠?”
“내 기억으로는 계정에서 100만 넘는 영상 자체가 서른 개 안쪽일걸? [앨리스의 비밀>, [살인의뢰>, [신들의 계시>. 뭐 이 정도로 화제성 있어야 그 정도 반응이 나오지.”
모두 넵플릭스 대표작 중에서도 간판작들이었다.
[유일한 건물주>도 나쁘지 않다는 평이었으나 이 정도는 아니지 않았나.무영이는 기대하는 마음으로 스크롤을 내렸다.
-아무리 K좀비라도 K고딩한테는 못 이긴다 이건가?ㅋㅋㅋㅋㅋ
-급식 먹는다고 치고 나가는 거 봐라ㅋㅋ
-하무영이랑 강이안이라니 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조합인지 정말 감사하고 돈 많이 버세요.
-외국인 배우 누군지 알려줄 사람ㅠㅠㅠ
-아직 자세한 정보가 안 떴어요ㅠㅠㅠ이안 SNS 가면 사진 찍은 거 있는데 폴이라고만 알고 있음
-하무영 교복 위화감 하나도 없네;; 예고편만 보면 역대급으로 잘 뽑았다 제발 작품도 이 정도만 하길;;
-현실고증 개쩌는 좀비물일 듯
-자본의 힘이 좋긴 좋네……. 영화판에서도 잘 안 보이던 좀비물을 넵플릭스에서 보고……. 액션 활극이라…… 원하던 장르입니다…….
-저도 좀비물 좋아하는데 한국 건 많이 없어서 아쉬웠어요. 제작진분들 감사합니당. 잘 볼게요.
-외국에서만 가능한 장르 아니었나요?? 한국 기술력 많이 좋아진 듯!!
-하무영이 활을 쏜다고!?!? 이안이가 칼을 휘두른다고?!? 미치고 팔짝 뛰겠네 증말
└이안이는 검도임, 목검. 그리고 예고편 보니까 기대 안 하는 게 좋을 듯ㅋㅋ 같은 편 머리 치는 역할인 것 같은데ㅋㅋㅋ
무영이는 바로 예고편을 따와서 SNS에 업로드했다.
그러자 미튜브의 화력을 이어받은 것처럼 하트가 순식간에, 쭉쭉 치고 올라가는 게 아닌가.
여태껏 수많은 게시글을 올렸지만 이런 속도는 처음이었다.
“오잉?”
그리고 좋아요를 누른 사람 중, 눈에 띄는 한 사람.
“미치겠다, 증말…….”
헐리우드 큰형님, 베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