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280)
신인인데 천만배우 280화
빈집털이
“하무. 나 좀 봐줘.”
차은성이 몸을 빙글 돌리며 무영이를 찾았다.
시사회 겸 홍보 일정에 입을 의상을 고르는 것이었는데, 주조연 배우들의 드레스 코드를 통일하자는 의견이 나온 참이다.
찰칵- 찰칵-.
“…….”
무영이는 재킷을 벗으며 난감하게 웃었다.
옆에 딱 달라붙어서는 사진을 찍고 있는 임하늘.
그리고 그 앞에서 차은성 몫의 딸기라떼를 쭉쭉 뺏어 먹고 있는 유나까지. 아주 가관이다.
“나도 좀 봐줄래? 미친 오타쿠야?”
“……선배님은 뭘 입으셔도 멋집니다.”
“보지도 않고 저게! 야! 너 그 카메라 갖고 와.”
“싫습니다.”
찰칵!
오랜만에 만난 임하늘은 그 증세가 더 심각해진 것 같았다.
차기작도 꾸준히 찍고 있다 하는데 어찌 체면 차릴 생각은 전혀 없는 듯싶다.
보다 못한 유나가 검지를 휘휘 내저으며 덧붙였다.
“은성 삼촌은 까만 게 잘 어울려요.”
“그래? 역시 블랙이지.”
“원래 성격 따라가는 겁니다. 무영 씨는 밝은 게 훨씬 잘 받네요. 시선 좀 저리 해보시겠어요?”
“이, 이케요?”
“야! 씹덕!”
찰칵!
우당탕탕! 차은성이 덤벼들자 임하늘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표정으로 몸을 피했다.
어찌 시끄러운 듯하면서도 차분한, 이 기묘한 현장.
그때, 매니저가 대기실 문을 열며 고개를 내밀었다.
“다들 갈아입었어?”
“넵. 저는 끝! 무영이 오빠도 끝!”
“저 둘은?”
“내버려 두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유나가 단발머리를 매만지며 헤헤 웃었다.
이번에 중학생이 되고서 처음 나오는 스케줄이다.
교복 입은 모습 보니까 어찌나 가슴이 벅차오르던지.
[역병> 할 때와 비교하면 두 뼘 이상 자란 키에 벌써 청소년티를 팍팍 내고 있었다.“애들이 머리로 뭐라 안 해? 작품 때문인 거 알겠지만, 그래도 아직 짧네.”
귀 끝을 겨우 내려오는 길이.
겉모습에 예민한 나이다 보니 혹시 문제가 있을까 염려되었다.
하지만 유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괜찮아. 나보다 심한 애들 많아.”
“응? 어떻게?”
“나 예술 특성화중학교잖아. 폭탄 머리, 진짜 대머리, 빨간 머리, 파란 머리 아주 각양각색이거든. 그중에서 내가 제일 단정해.”
유나의 말에 무영이 멈칫거렸다.
그 학교…… 진짜 자유분방하구나.
아마 예술 계통 애들이 싹 다 모여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무영이는 유나의 짧은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 준 다음 자리에서 일어섰다.
“둘도 다 됐으면 나가죠?”
“네. 무영 씨.”
“하무! 저 새끼 카메라 좀 뺏어봐!”
“자자. 나갑시다~ 나가요!”
[후회와 상실> 시사회를 앞두고, 연예 프로그램 [포커싱 연예계> 홍보를 나온 참이었다.겸사겸사 다 같이 모인 김에 SNS 및 스트리밍 플랫폼 공식 영상도 찍고.
무영이와 유나가 무시하며 앞서 나가자, 임하늘이 뒤따랐고 차은성 역시 쫓으며 뛰었다.
“안녕하세요. 피디님. 오랜만입니다.”
“어어! 무영 씨.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사실, [포커싱 연예계>는 두 번째 출연이었다.
이전에 [거리의 햇빛>을 하면서 보라와 진림 선생님을 모시고 나온 적이 있었다.
피디는 반갑게 무영이의 손을 잡고 흔들었고, 차은성 역시 그를 반겼다.
“얼래? 피디님. 얼굴 왜 이렇게 좋아졌어요?”
“그래? 허허허! 뭐야, 은성 씨가 그렇게 말해주니 로또 사야 하나 싶은데. 아이고, 이쪽은 유유나 양이랑 임하늘 씨!”
“안녕하세요.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담요나 쿠션 필요하면 말씀하세요.”
“이쪽으로 와서 앉으시면 됩니다! 조명! 더 당겨요!”
왁자지껄, 네 명은 피디와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나누며 의자에 주르륵 앉았다.
맨 왼쪽의 리포터를 기준으로 은성, 무영, 유나, 하늘의 순이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리포터 아름이입니다!”
“헉! 안녕하세요!”
의자를 조절하던 무영이 깜짝 놀라며 일어섰다.
[포커싱 연예계> 하면서 만났던 리포터였다.그때가 그녀의 첫 데뷔였는데, 자꾸 [거리의 햇빛>을 [거리의 역병>으로 실수해서 혼쭐났었지.
하지만 결국 잘 수습하고 문제없이 데뷔를 이루어냈다.
“무영 씨. 활동하시는 거 정말 잘 보고 있습니다. 뒤에서 응원 많이 하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잘 지내신 것 같네요.”
“덕분에 안 잘리고 여기 딱 붙었어요. 무영 씨가 그때 도와주셔서.”
“아니요. 무슨. 저 한 것도 없는데.”
“이제 실수 안 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홍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리포터 아름이 주먹을 불끈 쥐며 결사하자 유나와 임하늘이 박수를 짝짝짝 쳐댔다.
다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니, 그저 재밌는 분이구나 싶은 표정이다.
“슛 들어갈게요~”
“넵. 스탠바이!”
스태프들의 신호에 다들 제자리를 찾았다. 그리고 리포터 쪽으로 먼저 들어오는 앵글.
“레디! 액션!”
“즐거운 일요일 밤! 당신의 마지막 주말을 책임지겠습니다! 포커싱 연예계 리포터, 아름이입니다!”
“와아아아-!”
그녀는 카메라를 향해 한껏 과장된 인사를 쏟아냈다.
무영이와 유나가 환호하며 호응해 주자 아름이가 방긋 웃었다.
“[후회와 상실> 배우분들을 모십니다. 시청자분들에게 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차은성입니다. 주인공 정한 역을 맡았습니다.”
“하무영입니다! 저는 정한의 동료 의사이자, 강아라의 오빠 역인 강우연 역을 맡았습니다!”
“제가 강아라예요~ 유유나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임하늘입니다. 동료 의사 역입니다. 감사합니다.”
간단한 소개 후, 리포터의 질문이 이어졌다.
영화의 줄거리를 비롯해서 감상 포인트 등을 묻는 것이었는데, 확실히 처음 데뷔했을 때와는 비교가 안 되게 매끄러운 진행이었다.
“-그래서 영화를 통해 시사하는 바가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찌 보면 책임감에 관해서도 얘기하는 작품이라 볼 수도 있겠네요.”
“네. 아무래도 그 부분을 높게 사서, 좋은 결과가 있었죠? 바로,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에서 금빛상을 수상! 다시 한번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인터뷰.
피디는 물론 스태프들의 표정도 만족스러웠다.
그러다가 찾아온 코너. 바로 실시간으로 시청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W앱 미팅이었다.
“어? 이거.”
“맞아요. 무영 씨가 그때 처음 한 이후로 프로그램 공식 코너로 자리 잡았어요. 반응 좋아요. 배우분들은 이런 거 잘 안 하시니까. 무영 씨는 자주 하죠?”
“넵. 심심하다 싶으면 열어서 놀아요. 하하.”
“다들 준비되셨나요? 라이브 오픈하겠습니다~”
앞에 놓인 스탠드 텔레비전에 카메라 앵글에 담긴 그들의 모습이 대문짝만하게 나왔다.
그 옆으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채팅창.
시청자들이 보는 화면 그대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1빠
-ㅎㅇㅎㅇ
-나 여름 진짜 싫어하는데 이거 보려고 기다렸짜나……. 하무영!! 차은성!!!
-오오 드디어 나온다~
-엄마!! 나 방송 탔어!!
“지금 접속자 수가 얼마나 돼요?”
“6만 명이 조금 넘는다고 하시네요.”
“와. 대박.”
평일 점심시간에 채널을 열자마자 6만 명이라니.
확실히 차은성과 하무영의 팬덤층이 단단하다는 걸 의미했다.
아마 방송을 진행하다 보면 쭉쭉 올라가서 숫자가 두 자릿수로 바뀔 것이다.
“이거 볼 때마다 적응이 안 되네.”
차은성이 중얼거리며 눈을 가늘게 떴다.
댓글이 너무 많아서 당최 뭘 읽을 수가 없다는 듯.
-영화 만족도는 어때요?
“저는 좋았어요. 작업 환경도 좋았고, 정식 개봉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의미 있는 성과도 있었고. 여름에 보기에는 딱 좋은 영화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상 스코어랑 공약 걸어주세요
그 질문에는 차은성의 단골 대답이 있었다.
“천만이요. 저는 뭘 찍든 천만이 목표예요.”
-차은성 공약 안 걸려고ㅠㅠㅠㅅㅂㅋㅋㅋㅋ 신인 때 독립 영화 찍으면서도 천만 가자고 했다매ㅋㅋㅋㅋ
-그러다 못 갈 줄 알고 걸었는데 간 게 두 개 있었음ㅋㅋㅋ 덕분에 명동 한복판에서 프리허그 18시간ㅋㅋㅋㅋㅋㅋ 끝날 때 눈 풀린 거 아직 떠돈다~
-그건 차라리 낫지 개런티 다 기부한다고 했을 때ㅋㅋ 중간에 매니저가 입 막아서 취소했잖음ㅋㅋㅋ 대신 1억 기부~
아주 흑역사를 속속들이 아는 네티즌들이 많구먼.
차은성이 대꾸도 못 한 채 코를 훌쩍거렸다.
“님들 은성나라 주민이세요?”
-네네 선생님!
-그런디요? 어쩔 거?
-은성아 여기는 대통령제야~♡♡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네요. 하무. 너는 뭐 걸래?”
차은성이 재빨리 무영이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무영이는 공포영화라는 걸 감안해서 적당한 선을 제시했다.
“500만 관객 어떠세요? 유나, 좋은 의견 있어요?”
“음. 추첨 통해서 500분에게 비하인드 사진 보내 드리는 건 어떨까요? 폐병원에서 사진 엄청 많이 남겼거든요. 거의 캠핑처럼 먹고 자는 시간이 많아서. 그리고 하늘이 오빠가 사진 진짜 잘 찍어요!”
“아. 맞다. 사진 괜찮은 거 많죠.”
무영이 임하늘 쪽을 보며 동의를 구했다.
“대부분 무영 씨 사진이긴 하지만……. 저는 아무래도 좋습니다.”
-사진 궁금하다~ 스틸컷 말고 개인용인 거죠?
-싸인도 같이 해서 보내줘요^^ 꼭 갖고 싶네요…….
-임하늘이 하무영 찍덕이라는 게 사실인가요?
-홈마 임하늘~ 소문 다 났다~ [면죄부> 시사회 와서 지킴이 봉 흔드는 거 증거도 있음~
“네. 저 무영 씨 찍덕입니다.”
“중증이에요. 중증.”
숨길 이유가 없다.
임하늘이 순순히 시인하자 차은성이 옆에서 거들었다.
아주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이 일품이었다.
“그럼 다들 공약은 정한 걸로?”
“네! 잘 부탁드립니다! 500만 가주십쇼!”
“잘 부탁드려요~ 많은 사랑 주세요!”
배우들이 마무리 인사를 하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버퍼링이 걸리며 딱 한 댓글이 화면 중심에서 멈췄다.
-근데 지금 완전 빈집털이 아님?ㅋㅋㅋ 진경문 감독이 [태풍> 개봉만 제대로 했으면 절대 못 비비지 500만은 무슨ㅉㅉㅉ 감독도 불쌍타 배우 키워줬더니만 하무영이랑 유유나는 은혜도 모르고 토꼈네~ㅋ 배신자~
멈칫. 다들 댓글을 읽고 말았다.
그냥 넘기려고 하는데 오류가 뜨면서 댓글이 내려가질 않는다.
반면 화면에는 그대로 배우들의 모습이 라이브로 송출되는 상황.
“어…….”
피디가 난감하게 스태프들 쪽으로 손을 흔들었다. 빨리 좀 해결하라는 듯이.
그때, 리포터가 끼어들며 분위기를 수습했다.
“지금 현재 극장에서 상영되는 작품 수는 총 열아홉 개. 이 중 점유율 5% 이상 올라온 건 아홉 작품이지요. 다음 주에 개봉하는 [후회와 상실>이 관객분들에게 큰 사랑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태풍>만 없을 뿐이지, 극장가가 한가한 건 절대 아니었다.여름이라 방학맞이 애니메이션도 쏟아지고 있고, 오락 영화는 물론 [후회와 상실>처럼 시기를 기다린 공포물 역시 가득했다.
리포터는 구체적인 숫자를 언급하며 빈집털이가 아님을 은근히 짚었다.
“아 근데, 저분은 빈집털이가 뭔지 모르시는 것 같아요.”
차은성은 등을 의자에 기대며 다리를 꼬았다. 그리고 나른하게 반박했다.
“이건 빈집털이가 아니라 집주인이 돌아온 거죠.”
감히 차은성과 하무영 그리고 유유나 앞에서 빈집털이라는 말이 가당키나 하냐는 듯.
1위는 당연히 그들의 것이노라, 자신감 있는 발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