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285)
신인인데 천만배우 285화
바쁜 하루
그 후로 이틀 뒤.
유사하는 사무실에서 기계적으로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이미 해가 진 시간이라, 옆에는 먹다 만 포장 초밥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후회와 상실> 개봉으로 인해 볼일이 산더미건만, 이어서 [좀비고등학교> 오픈 및 솔예인 문제까지 겹쳐서 정신이 쏙 빠질 지경이었다.똑똑.
“들어오세요.”
“대표님. 말씀하셨던 자료 정리해 왔습니다.”
“고마워요. 거기 두세요.”
“그리고 방금 정보가 하나 떴는데요.”
비서의 말에 유사하가 고개를 슬쩍 돌렸다. 무슨 일이냐는 듯이.
“예상대로 캐스터가 움직였습니다. 중소 기획사들끼리 서명해서 입장문 발표를 한다 하더라고요.”
“이런. 어찌 이리 쉬운지 모르겠어요.”
“그러게 말입니다.”
유사하의 웃음기 어린 목소리에 비서도 웃음을 터뜨렸다.
SJ와 캐스터의 싸움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성경에서는 다윗이 이기기라도 하지, 여기는 현대의 대한민국 아닌가.
죽었다 깨어나도 캐스터가 SJ를 이길 길은 없었다.
비단 SJ가 대기업이라 그런 건 아니었다. 명명백백 캐스터가 가해자 측이었으니 그런 거지.
“어떻게 할까요?”
“어디서 연락 왔습니까?”
“WQQ에서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지금 온갖 회사 대표들에게 연락 돌리며 동맹을 구하는 모양이던데요. 대부분은 안 한다고 거절한 것 같고, 런테이블은 동참한다고 합니다.”
“그래요? 의외네. SJ라는 말을 못 들었나요?”
“아무래도 신생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캐스터가 살아남으려면 몸집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즉, SJ에 대항할 만큼 다른 회사를 끌어모으는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쪽 수만큼 중요한 게 없었으니, 여론이라도 잡아두기 위해 안간힘을 써대는 것 같다.
유사하가 싸인을 마무리한 다음 손을 뻗자, 비서는 태블릿을 들려주었다.
“보자, 현재 동참한 곳이 다섯 군데라.”
“아무래도 기사는 대기업의 횡포, 이런 쪽으로 타이틀이 맞춰지지 않을까 싶은데요.”
“기자는요?”
“거기까지는 정보가 안 들어왔습니다.”
“오케이. 일단 여기 다 연락해서 확인해 줘요. 진짜 회사 입장이 맞는지. 맞다 하면 우리 쪽도 반박 기사 낼 건데, 그에 따른 ‘검토’가 있을 거라고 알려주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SJ가 업계 원탑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그중 제일 큰 것은 투자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회사였기 때문이다.
자본의 꽃이라 불리는 영화.
그걸 만들어내는 절대적 위치에 있는 투자사가 바로 SJ였다.
거의 독점하다시피 이쪽을 운용하고 있는데, 영화 제작뿐만 아니라 배급 및 유통까지 책임지고 있어서 ‘영화를 찍는다’라는 행위 자체가 SJ의 영향력 아래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캐스터 쪽에 서명하면 SJ와는 그대로 끝.’
비서는 유사하의 지시를 곰곰이 되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법무팀에서 고소장 접수를 진행할지 묻습니다. 개인 매니저를 포함해 총 서른 명입니다.”
“생각보다 많군요? 진행하세요. 아 참. 조건은 덧붙이셨겠죠?”
“네. 마지막까지 확인했습니다.”
사장, 실장, 팀장과 매니저 등 솔예인의 증언에 따라 직접적인 위해를 가했던 자들 제외, 코디나 경리 등의 단순 직원들은 고소 취하에 조건을 달기로 했다.
내부자 폭로, 혹은 회사를 그만두는 것.
전자의 경우 철저한 익명을 보장하되 법정에서 증거로 쓰일 수 있으며, 후자의 경우는 말 그대로 회사와 관계없는 사람이 되면 걸고넘어지지 않겠다는 걸 암시했다.
“내용증명에 별첨하여 보낼 것이니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좋아요. 비서님.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아무래도 증언이 모이면 쉽게 일단락될 수도 있겠어요.”
“야근이 너무 많죠?”
“……아니라고는 말씀 못 드리겠습니다.”
“하하. 조금만 힘내봅시다. 대부분 전자를 택할 겁니다. 어차피 망할 회사, 제 발로 나가기보다 퇴직금이라도 조금 잡고 나가는 게 좋을 테니까.”
“그쪽에 따로 영입할 배우분은 있으십니까?”
“아니요. 딱히 없더라고요. 다 고만고만해서.”
기왕 회사 밀어버리는 거, 어디 괜찮은 배우 없나 싶어 뒤적여 봤지만 성에 차는 인재가 없었다.
그냥 그대로 시원하게 치워 버리면 될 것 같다.
“참. 솔예인 씨 영상 준비해 두셨다가, 성명문 나면 바로 올려 버리세요.”
“네. 대표님.”
“좋습니다. 그리고 그것만 보고 퇴근하시고요.”
“네! 대표님!!”
그렇게 좋을까.
유사하가 헛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분명 캐스터가 할 액션은 정해져 있었다. 그리고 SJ 역시 마찬가지.
“흠.”
유사하는 잠시 머리라도 식힐 겸, 포털을 쭉 훑어봤고 시끌벅적한 연예 기사란 옆에 [좀비고등학교> 광고 배너가 떠 있었다.
커서를 올리니 무영과 이안, 그리고 폴이 화면 밖으로 뛰쳐나오며 액션 포즈를 취했다.
‘역시, 무영 씨가 제일 눈에 확 들어오네.’
운동회에 나가도 제 자식은 한눈에 찾는 보호자처럼 유사하는 무영이와 차은성의 기사를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창을 닫았다.
[차은성X하무영X유유나 [후회와 상실> 연속 7일 예매율 5위 알박기 성공! 공포영화의 새로운 역사를 쓰다!]딸깍.
할 일이 너무 많은 밤이었다.
* * *
“왔다. 진짜…….”
“그러게요. 진짜 올 줄은 몰랐는데.”
“직원 전체한테 고소장 건다더니만, 하하하.”
“웃음이 나와요? 근속 기간 따라 합의금이 따로 잡힌 것 같네. 명예훼손 먼저 걸렸고 여기서 벌금 받으면 민사는 백퍼 져요, 나는 삼천만 원 달라고 하는데요.”
“저, 저는 오백이요.”
“실장님은요?”
캐스터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황당한 시선으로 손에 들린 내용 증명서를 확인했다.
무슨 청첩장 돌리는 것도 아니고, 우체부가 캐리어를 끌고 와서는 직원 한 명 한 명을 호명하여 내용증명을 전달했다.
“X발 진짜…….”
“헉, 5억이다.”
“하아. 이거 어떡해요? 사장님은 뭐라셔요?”
“변호사들 만난다고 정신없으셔.”
“아니, 사장님은 변호사 만날 돈도 있고 시간도 있지만 저희는 어떡하냐구요. 그냥 직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소송 건다고 하는데, 회사 차원에서 어떻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어? 뒷장도 있는데.”
차락-
누군가의 말에 종이 넘어가는 소리가 일사불란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글귀를 확인한 자들의 은근한 눈치 싸움.
소송을 취하하려면 내부 고발을 하거나 아니면 퇴사밖에 답이 없는 것 같다.
물론, 남발에 가까운 고소라 승소할 가능성은 재봐야 하겠지만 상대는 SJ였다.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그냥 뒀다가 판결 X같이 나면 진짜 X되는 거잖아. 아아. 돌아버리겠네.’
‘역시 저번 달에 관두는 거였어. 민 대리, 현명했다 진짜. 그때 잘 관뒀어! X발!’
‘일반인이 항소, 상고까지 어떻게 끌고 가냐고. 판결 상관없이 끝까지 가겠다는데. 진짜 짜증 나게 하네.’
으으으. 직원들은 고통스러운 신음을 삼키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현실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대체 어느 미친놈이 회사를 상대로 하며 직원 개개인에게 고소를 건단 말인가?
“저 오늘 반차 쓸게요.”
“야! 네가 반차 쓰면 전화는 누가 받아?”
“누가 받겠죠! 저 저번 달에도 못 쉬었어요.”
“어어? 저게?”
직원 한 명이 진절머리 난다는 듯 옷가지와 가방을 들고 사무실을 박차고 나갔다.
평소에도 또라이였지만, 상황이 극한으로 밀리니 눈에 보이는 게 없나 보다.
실장은 팀장과 함께 사장실로 올라갔고, 변호사와 상담 중이던 자신의 상사와 마주했다.
“고소한다고 연락 왔습니다.”
“유사하 미친 새끼가 진짜.”
“사장님은 10억 손해배상 하라고…….”
“10어어억? 10어어억?”
사장이 기가 차고 코가 찬다는 듯 콧방귀를 뀌어댔다.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 제아무리 대기업이라고 하나 법치국가에서 이럴 수는 없는 법이다.
솔예인에 대한 폭행과 폭언 일부가 인정되긴 하겠지만, 판사에게서 최대한 유동적인 판결을 끌어내기 위해 모든 걸 바치리라.
“그러면 일단 대기업 독과점에 대한 성명문을 한 번 더 올리고, 여론 형성 쪽을 건드는 게 낫단 말이지?”
“그렇죠. 아무래도 판사들이 여론을 안 볼 수가 없습니다. 폭행, 폭언의 과실을 최대한으로 줄이고 계약 해지와는 다른 쪽으로 보는 게 맞다 주장하는 게 유리합니다.”
“독단적인 계약 종료로 먼저 솔예인이…….”
“사, 사장님! 사장님!”
“뭐야? 뭔데 호들갑이야?”
밖에서 업무를 보던 비서가 반쯤 일어서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화면을 한번 힐끔, 사장을 다시 힐끔.
“여, 영상 올라왔는데요.”
“영상? 무슨?”
설마 지금 다른 배우들 문제도 터진 건 아니겠지?
사장이 벌떡 일어서서 비서의 컴퓨터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미튜브 연예 뉴스 전문 채널에 동영상이 업로드되어 있었다.
[(단독) 솔예인 소속사의 폭행과 폭언, 그리고 가스라이팅 게다가 무단침입하여 담배까지?? 무편집본]“……?”
작은 구멍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익숙한 복도. 솔예인의 빌라 숙소였다.
그가 인상을 찡그림과 동시에 도어락 소리가 들려왔고, 이내 실장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렸다. 복도라 목소리가 더 크게 느껴졌다.
-솔예인! 이 미친X아!
-아!
“뭐야, 얘 동영상 찍고 있었어?”
“하, 이거 완전 무서운 X이네. 제 목소리가 저래요?”
“아무래도 SJ에서 푼 거겠죠?”
법정 증거로 제출하기 전 여론을 휘어잡아 놓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였다.
아무래도 [그 대로, 고양이> 제작을 앞두고 있으니 절대적인 피해자라는 프레임이 필요했을 것이다.
“…….”
“이 실장?”
-이게 아주, 광고 몇 개 찍었다고 좀 뜬 것 같아? 기고만장해지는 순간 이 바닥 끝이야, X신아. 오냐오냐해 주니까 정도를 모르고 까부네!
렌즈를 통해 담긴 그들의 모습이 조금 낯설었다.
내지를 때야 감정적으로 쏘아대니 기억에 없었지만, 이렇게 화면으로 보니까 조금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미친 양아치 새끼들이네;;
-배우한테 X신이라고 한 거 맞나요? 지금이 80년대 90년대도 아니고 대체 뭐죠? 조폭들이랑 업소 뛰던 가수들도 저러진 않았을 것 같네요
-솔예인 십 대 때부터 같이했잖아, 그럼 그때부터 저런 거? 아동 학대 아님?
-솔예인 개착하네ㄷㄷㄷ 스케줄 펑크 정도로 멈추고ㄷㄷ 나 같으면 생방 나가서 고해성사했다 진심
-5:65 여기 갑자기 뿌예지는 거 담배 연기인가요?
-진짜 심각하다;; 연예인들 아니면 손가락 빨았을 것들이 왜 저 지랄? 솔직히 등에 빨대 꽂는 거 아니냐? 해도 해도 너무하네
-말투에 대가리 건들건들 아가리 똥 밭까지 완-벽ㅋㅋㅋㅋㅋㅋ 조폭 4류 양아치ㅋㅋㅋㅋ
-솔예인 인생 ㅆㅣX 불쌍타 아이돌 데뷔 개말아먹고 배우로 뜨려고 하니까 소속사 새끼들이 잿밥 뿌리네
-캐스터인가 시스터인가 뭔지 모르겠는데 문 닫으세요. 다른 회사들도 저런 거 아님?
-동반 서명 지지 뭐쩌고 저쩌고 냈는데, 아마 거기 나온 소속사들은 다 저런 식으로 운영할 듯ㅋㅋㅋㅋㅋ 끼리끼리 국룰이죠? 과학이죠?
-SJ가 채간 게 아니라 살려준 거네ㄹㅇ
-[그 대로, 고양이> 여주 인생 현실판. 존나 고달프다 사는 게ㅇㅇ…….
-솔예인 힘내자 버티면 이긴다.
-드라마 하차하지 않음?
-ㄴㄴㄴㄴ캐스팅 변화 없다고 제작진 입장 떴음 리딩 문제없이 들어갈 거래
-SJ에서 캐스터 소송 걸었다ㅋ 내 친구 거기 다니는데 살면서 고소장 처음 받아본대ㅋㅋㅋ
-직원이 왜 받음?
-몰라 SJ에서 관련자들 싹 다 조진대
“하.”
사장은 짧은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마우스를 움직였다.
그리고 현실도피 하듯 창을 꺼버렸다.
잠깐의 침묵. 사장은 변호사의 어깨를 툭 두드리며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계, 계속하지.”
“네? 아, 네.”
끼익.
일단 붙기로 했으니까, 준비는 해야 할 것 아닌가.
하지만 사장은 정신이 반쯤 빠진 것처럼 보였고, 비서 역시 새초롬한 표정을 지으며 은근히 안쪽 눈치를 봤다.
그리고 이내 타닥타닥! 키보드를 빠르게 쳐댔다.
-나 캐스터 다니는 직원인데 여기 개ㅈ소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됨!!! 사장 양아치에 변태 쉐끼!!!! 깜빵 가면 십 년 정도 갈걸?!!?
└저 정도로는 깜빵 안 가요. 법알못?
└님은 그냥 아무것도 모르잖아^^ㅋ
└주작 ㅇ 관종 ㅇ
└그냥 가던 길 지나가세요~ 나 잡코리아 이력서 넣어야 하니까^^ㅣ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