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310)
신인인데 천만배우 310화
완전무결
“……어라.”
무영이는 저도 모르게 눈을 떴다.
골이 띵하게 울리며 속도 안 좋은 것이, 상태가 영 메롱이었다.
무영이는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며 눈앞의 삼순이와 눈을 맞췄다.
“……안녕.”
앙앙!
무영이는 삼순이를 꼭 끌어안으며 다시 누웠다.
어제 한 회장님이랑 셋이서 술 먹은 것까지는 기억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예 필름이 끊어졌다.
“무영아, 일어났어?”
“형, 저 어제 어떻게 들어왔어요?”
거실에서 쉬고 있던 고경민이 삼순이의 소리를 듣고 방으로 들어왔다. 고경민 역시 만만치 않은 밤을 보냈는지, 영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
“기억 안 나?”
“네. 안 나요.”
“역시 그럴 줄 알았다. 일단 숙취해소제부터 먹어.”
“으음. 감사합니다.”
“그래도 너 회장님이랑 먹는다고 평소보다 정신은 바짝 차리더라. 콧구멍에 손 넣지도 않았고, 칠렐레팔렐레 이상한 짓도 안 했어.”
무영이는 눈을 느리게 깜빡거리며 피식 웃었다. 몇 번이나 들었던 자신의 주사지만,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회장님 한달아랑 귀가하셨고, 임하늘도 피곤한지 너 회식 복귀하는 거 못 따라왔다. 어우, 나이가 있으신데 소주 네 병 혼자 어찌 그리 잘 드시나 몰라.”
“헐. 저 그럼 3차로 회식 또 뛰었어요?”
“그리고 아침까지 달렸는데?”
“미쳤당…….”
미쳤어, 미쳤구만, 무영이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 연신 중얼거렸다. 그리고 문득, 제일 중요한 게 기억 안 난다는 걸 깨달았다.
“악! 연애 썰! 그거!”
“그게 왜?”
“필름이랑 같이 날아간 것 같아요…….”
“아서라, 썰이랄 게 뭐 있겠니? 기사 난 김에 사귀겠다는 커플인데.”
“그러니까 더 궁금하죠.”
무영이가 베개를 껴안은 채 침대에서 데굴데굴 굴렀다.
그때, 다시 한번 벌컥 열리는 문.
차은성이 앞치마를 한 채 혀를 끌끌거리고 있었다.
“일어났네. 웬수.”
“형. 하이용.”
“해장국 먹어. 매니저 씨도.”
“우와, 형이 끓였어요?”
“미쳤냐? 식재료 버릴 일 있게? 배달해서 데웠다.”
“근데 앞치마는 왜 입고 있는 건데요?”
“일종의 버프 같은 거지. 이거 하면 전자레인지만 돌려도 맛이 달라.”
말도 안 돼. 무영이는 키킥 웃으며 삼순이와 함께 거실로 나갔다.
거울을 보니 그래도 옷 갈아입고 씻은 모양이다.
세 사람은 탁자에 두런두런 돌아앉아 늦은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건 당분간 스케줄.”
“음. 감사합니다.”
“이거는 차은성 씨 거.”
“나 일 해야 해? 안 하면 안 되나?”
“유사하 대표님이 전해달래요. ‘계약금을 그렇게 받았으면 하는 척이라도 하는 게 정상이다’라면서.”
“그러면 척만 해야겠네.”
무영이는 해장국 국물만 연신 들이켜며 속을 풀어댔다.
표에는 대부분 광고나 화보 인터뷰 등의 [그 대로, 고양이> 종방 후속 스케줄만 잡혀 있었다.
“차기작은 어떻게, 회사에 말 뭐라 넣을까?”
보통은 차기작 두세 개씩 미리 잡아두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무영이는 그러지 않았다. 대본 정하는 기준이 꽃가루였기 때문이다.
어지간하면 기준을 만족시키는 게 없는 터라…….
“대본 확인하고 있다고만 말해주세요.”
“그래. 끝난 지 겨우 하루째인데 당분간은 좀 쉬어.”
“오예. 백수~”
“말은 똑바로 해, 반백수.”
“오예~ 반백수~”
무영이는 엄지를 치켜들며 차은성의 말을 따라 했다.
식사가 거의 다 끝나갈 때쯤. 무영이는 가방을 뒤적여서 솔예인이 준 선물 상자를 꺼내놓았다.
“형, 그리고 이거 솔 선배가 형한테 감사하다고 주는 선물이에요. 저는 팔찌 받았어요!”
“그래? 나도 팔찌야?”
“넥타이핀이요.”
“아…….”
좋다 말았네, 일단 주니까 받는다, 라는 표정이 여실했다.
그는 예의상 뚜껑 열어서 확인해 봤다가 그대로 닫았다.
“고맙다고 전해줘. 밥 먹은 건 나중에 치우자. 어우, 배불러. 리모컨 어딨냐?”
“여기요.”
무영이와 차은성 그리고 고경민은 빵빵하게 찬 배를 토닥이며 바닥과 소파에 드러누웠다.
숙취가 심했는지, 해장국 먹으니까 다시금 온몸에 힘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무영이의 눈이 노곤하게 감겨왔다.
“뭐야, 도로 까는 데 얼마나 된다고 40%나 잡아?”
“그러게요. 횡령 맞았네요.”
“개새끼들이 진짜 뒤져봐야 정신을 차리려나.”
차은성과 고경민이 욕하는 소리가 귓가에서 간질간질했다.
[지난 십 년간 개발 수주를 넣었던 시행사는 한영건설로, 대표 최영훈 씨는 군수 최장남 씨의 사촌 동생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경찰은 입찰 과정에서 유착 관계가 있었는지 조사할 예정이라 밝혔습니다.]“최영훈?”
“아는 이름이에요? 흔하지 않나?”
“흔하긴 한데,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아서.”
“그런가요?”
흐음. 고경민은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명, ‘봉읍리 게이트’의 시작을 알리는 뉴스였는데, 무영이는 그것도 모르고 잠에 빠져 버렸다.
“하무, 너 일 없으면 엄마 아빠가 내려오래. 쉬었다가 반찬 좀 챙겨가라고.”
“으음……. 넹…….”
“자냐? 얼씨구. 먹고 자고 팔자 좋다.”
“넹……. 제 팔자 최고…….”
무영이의 잠꼬대에 차은성과 고경민이 웃음을 터뜨렸다.
차은성은 별생각 없이 뉴스에서 채널을 돌려 버렸다.
* * *
[유령회사 한영건설, 출납 목록에 IKX 이사 부인 이름이?] [IKX 이사는 강동구 4선 국회의원 서문갑의 동생?] [(단독) 한영건설 돈세탁 의혹, 출처 모를 강동구 선거 자금 한영건설로 들어가] [내년 총선 앞두고 있는 강동구 서문갑 의원 ‘이해할 수 없는 일, 조사 성실히 받겠다’ ……우리나라당 강력 비판]“지랄도, 지랄도 이런 지랄이 없다.”
타악!
줄줄이 소시지도 아니고, 하나 터지면 연쇄 작용으로 끌려 나오는 게 한둘이 아니었다.
시골 노인들만 모여 있는 동네, 저들끼리 이것저것 해 처먹느라 바쁘고 군청을 노인회관 정도로 여길 만큼 정치와 먼 동네에 자금 세탁용 회사를 하나 세웠는데, 이게 이렇게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
서문갑 의원이 몸담은 민심당 대표가 담배를 꼬나물며 짜증을 부려댔다.
“어쩌다 이게 이리 됐노?”
“중간에 정리를 잘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아니, 애 하나 교통사고 당한 게 이리, 이렇게 커질 일이가? 말이가?”
“면목 없습니다.”
아무도 예상 못 했던 만큼, 그들도 안일했다. 보좌관은 쩔쩔매며 대책 방안을 브리핑했고, 대표는 재떨이에 담배를 툭툭 털어대며 한숨만 내쉬었다.
“청와대 청원 올라갈 때부터 정리했어야 했다.”
“서문갑 의원은 내일 중으로 경찰 출석 한다고 합니다. 문제는 우리나라당에서 연달아 기자회견을 열어대서…….”
“시끄럽게 떠든다 이거제?”
“언론사에 작업하고 있긴 합니다만, 워낙에 사안이 좀 민감해서요.”
“흐음.”
노인은 담배를 비벼 끄더니 팔짱을 낀 채로 고민에 빠졌다. 시끌벅적한 이 분위기를 한 번에 타개할 폭탄이 필요했다.
그는 다시금 새 담배를 꺼내며 물었다.
“하무영이라 했나? 교통사고 당한 애 찾아간 거.”
“그렇습니다.”
일종의 시발점. 하루에도 수백 건씩 일어나는 교통사고 하나를 게이트의 불씨로 만들어낸 일이었다.
국회의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시했다.
“가 한번 파봐라.”
세무조사도 좋고 사생활도 좋으니, 뭔가 국민의 이목을 돌릴 만한 걸 가져오라는 뜻이었다.
시작이 그쪽에서 일어났으니, 그쪽에서 책임지는 게 마땅했다.
“네. 알겠습니다.”
보좌관은 브리핑을 마친 다음, 재빨리 하무영에게 사람을 붙였다.
24시간 밀착 감시는 물론이고, 세무조사 및 도의적 부당이득은 없었는지가 주 대상이었다.
부동산 투기, 주식, 절세와 탈세의 그 사이 등등…….
하지만.
[하무영 21일 일일 종적: 오전 9시 반 강아지 산책. 오후 6시 반 강아지 산책. 끝.]차락.
[22일: 오전 8시 강아지 한강 산책. 오후 1시 브런치 카페. 오후 7시 강아지 산책. 끝.]차락.
[23일: 오전 7시 화보 스케줄 이동. 오후 3시 화보 촬영 종료 및 스태프들이랑 식사. 오후 5시 마트에서 장보기. 오후 6시 강아지 산책. 오후 11시 강아지랑 편의점에서 맥주랑 라면 구입. 끝.]차락.
[24일: 오전 9시 강아지랑 같이 차은성네 시골집 내려감. 차은성은 서울에서 스케줄 진행.]“뭐야? 이거?”
보좌관이 어이없이 보고서만 뒤적거렸다.
종일 개 산책만 하다 끝나는 하루였다.
스케줄이 없으면 집 밖으로 나가는 일 자체가 드물었으며, 있다 한들 브런치 카페가 다였다.
작품 하는 게 없어서 그런지 생각만큼 바빠 보이지도 않았다.
“……얘 뭐 하는 애야?”
“그, 찾아봤는데 하무영 명의로 된 집 한 채 없습니다. 세금도 깔끔하고요. 안 그래도 국세청에서 고액세납자로 계속 주시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번 해에 성실납세자 수여도 진행한다 하네요. 음, 차도 없고 건물도 없습니다.”
“현금으로만 갖고 있단 말이야?”
“네. 어려서 그런가……. 집이 최곤데…….”
“스캔들은?”
“집에 오는 연예인들이 꽤 있는데, 죄다 또래 남자애들입니다. 여자는 강보라 하나입니다. 근데 걔는 하무영 고등학교 동창이랑 사귀고 있고요.”
가족도 없어서 엮을 게 없다. 완전무결한 상태 그 자체다.
보좌관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어댔다.
“……어이가 없네.”
이러면 좀 곤란한데 말이다.
보좌관은 관자놀이를 짚으며 하무영의 사진을 슥슥 넘겨댔다.
그중 몇 개는 시선이 정확히 카메라로 꽂혀 있었다.
“뭐야. 하무영이 봤어?”
“이상하게 말입니다. 숨어 있는데 위치를 아는 것 같더라고요.”
한번은 차에 와서 똑똑 두드린 적도 있었다. 너무 놀란 나머지 그대로 튀어버렸지만.
“워낙 사생이나 기자들이 많이 들러붙으니까 도가 튼 것 같습니다.”
“하아.”
무영이는 단순히 귀신들이 꼬이는 걸 의아하게 여겨 다가간 것이었으나, 남자가 알 리 없었다.
보좌관은 서류를 덮은 다음 일단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결정했는데…….
며칠 후. 호텔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회장. 유사하 대표의 사촌 유라민의 작가 데뷔전인지라, 친구 한달아를 비롯한 재계 인사들이 총출동되었다.
“오랜만입니다. 한 회장님.”
“아, 유 대표.”
“오빠, 안녕.”
유사하는 강언전자 한대식 회장에게 깍듯하게 인사했다.
한 회장 옆에는 팔짱을 낀 채 조잘거리는 한달아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달아, 대단하더라.”
“그 말 그만해. 우리 할아버지 또 열 뻗쳐.”
임하늘과의 스캔들을 얘기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와인 잔을 든 채, 그간의 근황을 나눴다.
“요즘 나라가 어수선해서, 아주 귀찮아.”
“그러니까 말입니다. 하루가 멀다고 뉴스가 시끄러우니 원. 혹시 몰라 저희 쪽도 단속을 하긴 했는데…….”
“한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그래. 강 사장! 어이고, 결혼하더니 훤해졌어?”
한 회장을 중심으로 모여드는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들.
그중 한 명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유사하에게 물었다.
“그런데 SJ 쪽은 별말이 없네?”
“뭐가 말씀입니까?”
“요즘 엔터 쪽 비상 아닌가? 서문갑 의원 덮으려고 괜찮은 스캔들 찾느라 난리라며.”
“저희 쪽은 상관없는 일입니다.”
“에이, 왜에. 하무영이 작업 치려다가 안 됐다며. 그거 유 대표가 막아준 거 아니야?”
“네?”
하무영이라는 이름에 유사하와 한달아 그리고 한 대식 회장의 시선이 한 번에 꽂혔다.
언론사 사장인 강 씨가 순간 당황해서 멈칫거렸다.
“그렇잖아. 사람이 어떻게 그리 아무것도 없겠어? 소문 파다한데?”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들이 보기에는 무영이만 한 재력과 끼를 가진 연예인이 흠 하나 없을 수가 없었다.
“뭔 소리야?”
한 회장이 인상을 찡그리며 묻자,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갔다.
강 사장이 어색하게 웃으며 유사하를 힐끔거렸다.
뭔 소리? 뭐가 뭔 소리?
“아 뭔 소리냐고!!”
“으앗, 깜짝이야.”
바락, 내지르는 한 회장의 고함에 한달아가 귀를 막았다.
유사하는 잠시 실례한다는 말을 남기고, 복도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바로 하무영에게 전화.
띡.
“무영 씨, 지금 뭐 해요?”
-여보세여!!
“무영 씨……?”
-월척!!! 으아아!
-아이고, 잘 잡네! 무영아, 소질이 있다!
-앙앙! 앙!
유사하는 전화를 잘못 걸었나 싶어서 화면을 확인했지만, 무영이 번호가 맞다.
유사하는 그제야 무영이가 시골 차은성 본가로 내려갔다는 걸 깨달았다.
안쪽에서는 한 대식 회장이 언론사 강 사장을 쥐 잡듯 탈탈 터는 소리가 들렸다.
“아, 바쁘구나. 알겠어요. 위험하니까, 낚시 마무리하고 전화 줘요.”
-넹!
유사하 역시 휴대폰을 안주머니에 넣으며 다시 전시장으로 되돌아갔다.
쥐 잡는 현장에 참가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