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311)
신인인데 천만배우 311화
시골 여행
한편, 무영이는 휴대폰을 웃옷 위로 던지다시피 놓고서 낚싯대를 붙잡았다. 강물에 발을 담그고 있었지만 두꺼운 장화 덕분에 크게 춥지는 않았다. 줄이 팽팽해지자, 삼순이의 응원 소리가 더욱 커졌다.
앙앙! 앙!
“아저씨! 저 이것 좀! 우아아!”
“잠깐잠깐, 뜰채 갖고 올게!”
철벅 철벅! 차은성의 아버지가 개구리 자세로 뛰어가며 뜰채를 찾았다.
어머니는 삼순이 옆에 쪼그려 앉아서는 무영이의 첫 낚시 성공 순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자그마치 필름 카메라다.
“우아아아!”
“올려라! 무영아! 어이구, 잘하네!”
“세상에, 뭐가 저렇게 커? 당신 팔뚝만 하다!”
“아하하하! 대박! 완전 재밌어요!”
무영이는 뜰채 안에 담긴 알 수 없는 물고기를 들어 보이며 크게 웃었다.
그리고 이내 잡았던 걸 풀어주며 물가로 걸어 들어왔다.
“사람들이 이래서 낚시는 손맛이라고 하나 봐요.”
“다음에는 바다로 나가보자. 낚시는 바다낚시가 제일이거든.”
차은성 없는 차은성네 본가에서 여행이라.
무영이는 생각보다 더 편하고 즐거워서 내심 놀라고 있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낚시도구를 정리하며 물었다.
“밥 뭐 먹고 싶어?”
“저는 다 좋아요.”
“그럼 오늘 다 먹어보고, 맛있는 거 말해. 내일 반찬 쌀 때 더 넣을 테니까.”
“네. 감사합니다.”
내려올 때는 매니저가, 올라갈 때는 은성이네 아버님이 태워다 주기로 했다.
어차피 반찬이며, 아들 몸보신 할 보약이 한 다발이라 겸사겸사.
무영이는 감나무가 심겨 있는 마당 평상에 누워서 하늘을 쳐다봤다. 삼순이가 옆구리로 파고들어 따뜻했다.
“제대로 쉬는 것 같다.”
그저 들리는 것이라곤 새 지저귀는 소리, 멀리서 울리는 소 울음, 바람이 숲을 가르는 소리가 전부였다.
무영이 옆으로 온 어머니가 콩나물 바구니를 내려놓으며 웃었다.
“좀 쉬는 것 같아?”
“네. 너무 좋아요.”
“다들 출근 없는 직업이라고 부럽다 하지. 퇴근 없는 것도 모르고 말이야. 쉴 수 있을 때 쉬어야 해. 안 그러면 골병 난다. 은성이도 평생 감기 한 번 안 걸리던 애가 드라마 두 번 찍으니까 실려 가더라.”
“형이요?”
무영이는 바로 앉아 콩나물을 함께 다듬으며 수다를 떨어댔다. 확실히 자연이 주는 기운이라는 게 있는 모양이다. 고작 2박 3일간의 짧은 여행인데, 에너지가 잔뜩 충전되는 기분이었으니까.
“밥 먹어~!”
“네엥!”
안쪽에서 저녁 식사를 마친 아저씨가 두 사람을 불렀다. 뜨끈한 아랫목에서 밥상에 둘러앉은 세 사람. 아저씨가 의미 없이 텔레비전 화면을 돌리다가 문득 멈췄다.
“저거 무영이 아닌가?”
“어?”
헌데 다른 곳도 아니고 뉴스에서 나오고 있다.
삼순이랑 같이 도로를 와다다 뛰는 사진, 편의점에서 주머니에 맥주 두 캔 쑤셔 넣고 나오는 사진, 한강 인근의 브런치 카페에 들어가는 사진 등등.
파파라치가 찍은 것처럼 멀리서 찍히고, 얼굴에는 모자이크가 되어 있었지만, 무영이를 아는 사람이라면 모습 식별하기에는 문제없었다.
“제가 왜 저기서 나오죠?”
“그건 우리도 잘…….”
“여보, 소리 좀 키워봐요.”
[……SVS 단독 취재입니다. 현재 선거 자금 비리로 조사 받고 있는 서문갑 의원이 불법 사설 업체를 고용해 연예인 스토킹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헐. 나?”
“오메, 무영아, 너?”
띠용? 전혀 모르는 일인데요?
무영이 눈을 끔뻑이는 사이, 어머니와 아버지가 더 놀라서 그를 쳐다봤다.
[서문갑 의원과 민심당에서 유명 연예인의 사생활로 언론의 이목을 끌라는 지시 사항이 내려온 걸 확인했습니다. 이에 우리나라당은 독재정권에서나 했던 우민화 정책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했습니다. 김선아 기자입니다.]“어이구, 개판이네. 개판이야.”
“무영아, 너 괜찮았니?”
“네. 저 사진 찍힌 거 방금 알았어요.”
“……먹자. 일단 먹어.”
무영이가 아무렇지 않게 밥을 크게 떠먹자, 어머니가 당황해하며 고기반찬을 올려주었다.
제 아들이지만 성깔 더러운 차은성이랑 어찌 한집에서 지내고 있나 싶었더니, 저런 성격이라 가능한 것이다.
지이잉. 지이잉.
“저 잠시만요.”
무영이는 양해를 구하며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 온갖 단톡방에서 뉴스 캡처한 사진이 날아오고 있었다.
띠링! 띠링!
[엔빈: (사진)] [유유나: 오빠 엄마가 그러는데 오빠 스토킹 당했대. 무슨 일이야??] [엔빈: 이거 집 앞 편의점 맞지? 근데 맥주 저거 내가 저번에 사 간 거 아니냐? 맛없다며ㅡㅡ 뒤에서 사 먹고 있었네] [김우리: 무영이~ 뉴스 탔네~ 봤어?] [강보라: 야, 안 되겠다. 삼순이 훈련 간다;; 물고 뜯는 것 좀 가르쳐야겠네;;] [임준호: 올 때 고구마 줄기 많이 제발 존맛탱] [차은성: 전화 가능??] [차은성: 영통이면 더 좋아 삼순이 데리고 와]띠링!
끝도 없이 들어오는 연락에 무영이는 잠시 알람을 꺼놨다. 끼리끼리 논다고, 역시 반응들이 다 비슷하다.
무영이는 웃으며 SNS에 접속했다.
-모자이크 뚫고 나오는 하무영 이목구비ㅋㅋㅋ
-원본도 떴다 유출된 듯ㅇㅇ보고서 형식 그대로 올라왔어
-하무영 진짜 인생 행복한가 봐 계속 웃고 있네;
-저 나이에 성공해서 개 산책만 하는 하루를 사는데 안 웃을 이유가?
-사생이랑 파파라치 원래 많아서 그런가? 신경 1도 안 쓰고 있네;; 눈 마주친 거 보니까 알고는 있었나 본데
-ㅋㅋㅋㅋ아니, 근데 졸라 웃긴 게 진짜 삼순이 산책만 하고 하루가 다 감ㅋㅋㅋ
-이 정도면 거의 개인 화보 아니냐?ㅋㅋㅋ
-사생활 털려고 했는데 뭐가 있어야 털든지 말든지 하지ㅋㅋㅋㅋㅋ저 정도면 집값 뽕 뽑을 듯 최강집돌이 인정합니다
-근데 존나 괘씸한 게 이거 봉읍리 사건 때문에 시작된 거라 타깃을 하무영으로 잡은 거 같음
└나도 촉이 강하게 왔다
└└착하고 잘생쁜 애가 팬사랑 보여주면서 시작된 거니까 아예 그쪽을 건드리려고 한 모양인데;; 존나 타격 하나도 없죠? 먼지 털려고 한 새끼가 털렸죠?
-아니, 근데 저게 가능해? 저렇게 아무것도 없다고?
-뭐가 있어야 하냐고? 저게 가능하냐고 물을 게 아니라 저게 정상이야 ㅅㅂ 비정상만 보다 보니 정상이 비정상화됐네
-삼순이 좋겠다 주인이랑 산책 꼬박꼬박 나가고 온종일 붙어 있네^^……. 근데 그게 하무영이네^^…….
└출입한 거 보니까 엔빈, 강이안 ㄷㄷㄷ 라인업 지리누 어지간한 대학축제 저리 가라네;; 아니지, 대학축제에서도 못 보는 애들임ㅇㅇ
└└인정ㅋㅋ차! 은성도 있고ㅋㅋㅋㅋㅋ
-내가 봤을 때 차은성 죽어서도 데이터는 안 없어진다;; 진짜ㅋㅋㅋㅋ
-꼭 더러운 새끼들은 남들도 지 같을 줄 알아요~ 됐고~ 서문갑인가 뭔가 걔나 한번 털어봐라~ 어마무시할 거다~
-걍 죄 저질렀으면 깜빵 쳐 가라 애먼 삼자에게 지랄하지 말고
무영이는 거기까지만 읽고 화면을 꺼버렸다.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지 분위기만 파악했으면 된 거다.
그는 남은 밥을 싹싹 긁어 먹으며 동치미로 입가심을 했다.
“밥 더 먹을래?”
“그러고 싶은데요, 너무 배불러요. 히.”
“그럼 이제 후식 먹자.”
상을 물리고 나온 것은 엄청난 양의 제철 과일이다. 크기도 어지간하면 다 주먹만 한 게, 범상치가 않다.
무영이는 문득, 차은성의 경고가 떠올랐다.
-가서 적당히 먹어. 안 그럼 병원 간다. 필요하면 이거 쓰고.
가방에 검은 봉투까지 넣어주며 당부하던 모습. 그때는 뭔 말인지 긴가민가했는데, 지금은 확실히 알 것 같다.
검은 봉투에 들어 있던 건 소화제였다.
“근데요, 저기 위에 달린 표창장들은 뭐예요?”
무영이의 질문에 부모님의 고개가 벽 위쪽으로 향했다. 못에 주렁주렁 걸려 있는 빛바랜 메달들이 잔뜩이었다.
“아, 우리 아버님, 그리니까 은성이 할아버지가 국가유공자셨거든.”
“그 얘기는 들었어요. [칼날의 궤> 할 때 뭐만 하면 국가유공자셨다고.”
“그거랑, 나 젊었을 때 일한 거.”
“젊었을 때요? 지금도 젊으신데.”
꽤 만족스러운 대꾸였나 보다. 아저씨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그는 직접 일어서서 벽에 걸린 것들을 죄다 바닥에 늘어뜨려 놓았다.
“내가 소방관 출신이었거든.”
“소방관이요?”
“너무 힘들어서 관두고 소 키우러 내려왔지만. 은성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했었지.”
“우와. 은성이 형네 완전 뼈대 있는 집안이었네요.”
“뭐어? 하하하!”
“진짜요. 대박이다.”
생각지도 못했다. 국가유공자 할아버지와 소방관 아버지 그리고 그 밑에 차은성이라. 갑자기 왜 그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현대판 대한민국의 양반 집안이다.
“많이 힘드셨어요?”
“그렇지……. 안 힘든 일 어딨겠느냐마는, 좀 그랬지.”
무영이는 아저씨의 목소리에서 수많은 감정을 느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싸워온 사람만 느껴보고, 생각하는 그 무언가.
무영이가 미소를 지으며 아저씨 어깨를 주물러 줬다.
“고생 많으셨네요. 어쩐지, 형이 안 그런 척하면서도 곤란한 사람을 그냥 못 지나치더라고요.”
“그놈이 좀 그래.”
무영이는 차은성의 앨범을 구경하며 여행의 마지막 날 밤을 보냈다.
시골의 밤은 도시보다 더 어두웠고, 맑았으며, 이상하게 따뜻했다.
* * *
“다녀왔습니다!”
끼익!
앙앙앙!
무영이가 현관문을 열자 삼순이가 와다닥 뛰어 들어갔다.
소파에 앉아 있는 차은성과 유사하 그리고 매니저. 셋은 벌떡 일어나서 무영이를 맞이했다.
“하무! 너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돼?”
“출발한다고 문자 했는데요?”
“엄마랑 아빠는?”
“어머니랑 바로 서울 구경 가셨어요. 이건 반찬. 형 얼굴 좀 보고 가라니까 괜찮다고 하시던데? 형 부모님이랑 싸운 거 아니죠?”
“됐거든. 걍 일상이 이래.”
차은성은 묵직한 가방을 들어주며 삼순이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삼순이는 그 품을 쏙 피해 유사하의 무릎으로 뛰어올랐다.
차은성은 굉장히 충격받은 표정으로 굳은 채 그 모습만 바라봤다.
“근데 대표님은 어쩐 일이세요?”
“아.”
유사하의 눈매가 나른하게 휘었다.
그리고 보란 듯이 삼순이의 목덜미를 만져주며 차은성을 쳐다봤다. 이번에는 자신이 이겼다는 듯.
“다른 게 아니라, 뉴스 보고 놀랐을 것 같아서 설명해 드리려고요. 사실 무영 씨한테 얘기하고 진행하는 게 맞는데, 이게 워낙 판이 격렬해지다 보니까 시간이 생명이었거든요.”
“아아. 그 스토킹인가 그거요?”
무영이는 겉옷을 소파에 걸치며 웃었다.
“그거 제 이미지 때문에 그렇게 하신 거잖아요. 괜찮아요. 다 알아요.”
사실 그런 보도에는 연예인의 사진이 올라가지 않아도 되지만, 유사하는 일부러 그것을 보냈다.
그것뿐만 아니라, 인터넷에는 하무영임을 쐐기 박듯, 원본도 유출했고.
매니저는 거들 듯 말을 덧붙였다.
“앞으로 어지간한 루머도 문제없을 거고, 지금 민심당 쪽이 돌 맞는 분위기라 그쪽에 편승하려면 조금 퍼포먼스가 있는 게 좋겠다고 하셔서.”
“오오. 그래요?”
사실 ‘스캔들 뒷조사’ 관련한 건, 언론사에서 낼 생각이 없었다. 정치적으로 이미 많은 부분 이용되어 온 일인지라, 제 살 파먹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는 한 회장이 아주 지랄이란 지랄을 다 내며 한바탕 뒤집어엎은 바람에, 일이 쉽게 풀렸다.
“저 낚시한 거 보실래요? 사진!”
무영이는 그것도 모르고 갤러리에서 여행 사진 보여주기 바빴다.
그런데, 고경민의 가방에서 뭔가 반짝이는 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매니저 형.”
“응?”
“혹시 대본 새로 받은 거 있어요?”
“이야, 눈치 무슨 일이야.”
사진을 구경하던 고경민이 놀란 듯 제 가방을 뒤적거렸다.
그가 꺼낸 것은 총 다섯 개의 대본.
그중에서 무영이의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은 게 있었으니.
[Firefighter(가제_소방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