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314)
신인인데 천만배우 314화
제작비
추수안은 안 본 사이 몸집이 더 거대하게 변해 있었다.
딱 벌어진 어깨와 가느다란 허리, 흉통 크기 자체가 넘사벽인지라, 헬스장의 전문 트레이너와 비견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다.
“뭔데?”
차은성은 무영이의 시선을 따라 보다, 그를 발견했다.
미간이 미세하게 찌푸려지며 표정이 영 좋지 못하다. 전 여친의 현 남친이라, 거참 분위기가 애매해서 미칠 지경이다.
“수안 선배님~”
무영이 손을 흔들자, 쇠질하던 추수안이 거울을 통해 두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수건으로 목덜미를 닦으며 천천히 걸어왔다.
“무영 씨. 어쩐 일이십니까?”
“저도 이제 운동하려고요. 아, 음, 이쪽은…….”
무영이 눈을 또르르 굴리며 차은성을 쳐다봤다.
어느새 표정 관리 완벽하고, 연예인 중의 연예인이라는 아우라가 폴폴 흘러내리고 있었으니.
“안녕하세요. 차은성이라고 합니다.”
“아…….”
추수안은 그가 내미는 손을 보며 슬쩍 맞잡았다.
따로 들려오는 인사가 없자, 차은성의 웃는 얼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것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 아, 안녕하세요. 죄송, 합니다. 제가 낯을 좀 가려서. 느립니다.”
추수안은 그럴 의도가 없었다며, 얼굴을 붉힌 채 변명했다.
그럴수록 차은성의 얼굴이 점점 더 알 수 없게 변해만 갔다.
어이없음과 왜인지 모를 짜증과 허탈함?
‘등치는 관장님 싸다구 때리게 생겨서는.’
“은성 씨. 운동할 거면 락카 내어 줄까?”
“아아. 그래야겠다. 관장님, 저도요!”
“그래그래. 이렇게 서 있지 말고, 은성 씨 나 따라와.”
가만히 중간에서 상황만 보던 관장님이 타이밍 좋게 끼어들었다.
직원도 분주하게 서류를 이리저리 옮겨댔고, 차은성은 관장을 따라 먼저 로커 룸으로 들어갔다.
“선배님. 아연이는 잘 지내요?”
김우리와 추수안의 아기, 추아연.
추수안은 무영이의 말에 바로 휴대폰을 꺼내서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줬다.
“너무 잘 크고 있어요. 예뻐요.”
“아이구, 우리 누나 홀쭉해졌네.”
“잠을 못 자다 보니.”
“육아 진짜 힘들죠. 다음에는 저도 도우러 갈게요! 이제 드라마 끝나서 당분간 널널해요!”
“안 그래도 무영 씨가 사 준 물건들 잘 쓰고 있어요. 고맙습니다.”
두 사람은 오랜만에 근황을 나누며 웃었다.
그러자 안쪽에서 재촉하는 차은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무! 옷 안 갈아입냐!”
“네네. 갑니다요. 선배님. 그럼 파이팅하세요!”
“네. 무영 씨도 운동 잘하십시오.”
무영이는 주먹을 불끈불끈 쥐어 보이며 열의를 보였다.
옷을 갈아입은 두 사람은 몸을 가볍게 풀며 주위를 둘러봤다. 다행히도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다.
“회원들이 대부분 연예인이다 보니 완전 밤이나 새벽에 사람이 많아요. 무영 씨는 오늘 첫 피티니까 맛보기로 나랑 같이해 보죠. 은성 씨는 혼자?”
“네네. 저 알아서 할게요.”
무영이는 트레이너를 따라 처음으로 이것저것 기구를 쓰면서 근력 운동에 몰두했다. 그런데 이거…….
“자! 발 골반 넓이로 더 벌리세요!”
“쌤, 살려주세요…….”
“운동하다 죽은 사람 없습니다! 벌리고, 홀딩! 5초! 5, 4, 3…… 힘주세요, 무영 씨!”
“쌤 왜, 왜 3초에서 멈추시는 거예요?”
“제가 그랬나요? 다시 갑니다. 5, 4, 3…….”
액션 스쿨에서 했던 것과는 또 다르게 죽을 맛이다. 그때는 활동 범위가 넓은 데다 시원시원하게 뻗는 동작으로 재미가 우선이었다면, 웨이트는 진짜 고통 그 자체.
“으으…….”
“좋습니다. 무영 씨 자세 아주 좋아요.”
“가, 감사합니다.”
“몸이 상당히 예쁘네. 이런 몸은 운동 조금만 해도 효과 빠딱빠딱 나옵니다. 자, 가자!”
“가, 가자아!”
무영이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겨우겨우 트레이너와의 수업을 맞춰갔다.
한편, 렉으로 간 차은성은 구석에서 운동 중인 추수안의 뒤태를 열심히 스캔했다.
‘X발 저게 배우 몸이냐, 촉나라 장수 몸이지. 전쟁 터지면 바로 적군 대가리 추수하듯 털 것 같은데.’
중량을 몇이나 치는지는 보려 했으나, 각도상 안 보였다.
차은성은 괜히 추수안의 근처를 기웃거리며 깔짝거렸다.
그가 무게를 올리면, 차은성도 올라가고, 또 올리면, 또 올라가고…….
“흐아아압!”
벤치에 누워서 무게를 들던 차은성이 바들바들 떨어대며 기합을 넣었다.
딱, 봉을 올리는 순간 드는 생각이 있었으니. 피가 싸악 가시는 기분이다.
‘X, X됐다. 이거 무리했다.’
추수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지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차은성이 버둥거리며 낑낑대자, 추수안이 다가가 무게를 받쳐줬다.
끼익.
“…….”
“…….”
그리고 서로 아무 말이 없다.
추수안은 괜찮냐고 물어보기에 너무 소심했던 탓이요, 차은성은 쪽팔려서.
차은성이 먼저 짜증을 왈칵 쏟아냈다.
“아 말을 해요! 말을!”
“……죄, 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
“예! 괜찮으니까 저리 비켜-”
“실례했습니다.”
끼익.
“아아니! 잠깐만, 이건 들어주고 가요.”
“처음부터 너무 고중량 들면 힘드십니다.”
“처음 아니거든요? 나 운동한 지 엄청 오래됐거든요? 어어? 안 믿는 눈치네.”
“……아닙니다. 그럼 운동하십시오.”
한쪽에서는 전 남친과 현 남편의 이상한 대화가 오고 갔고, 한쪽에서는 무영이의 비명만 가득 울렸다.
카운터에서 그걸 보던 직원이 과자를 와작거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연예인 많이 보는 건 진짜 좋은데, 그게 헬스장인지라 밑바닥까지 까고 보는 기분이 든다.
“흐억…….”
“네.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수, 수고하셨습니다.”
“자주 나오세요~ 다음 작품 때문에 몸 만드는 거 아니에요?”
“맞습니다. 오늘, 결제하고 갈게요…….”
무영이는 다리가 정상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깨닫지 못했다.
흐느적, 흐느적. 마치 한쪽에 뼈가 없는 것처럼 걸어댔다.
그러는 와중에 딱 하나 확신할 수 있었으니.
‘삼순이 산책, 절대 못 시키겠다.’
당분간은 내 다리가 내 것이 아닌 것처럼 지내야 한다는 것.
무영이가 차은성을 찾기 위해 안쪽을 살폈다.
차은성은 어느새 추수안과 말을 트고 서로 자세를 봐주고 있었다.
“아니, 30㎏? 이걸 어떻게 들어?”
“한 손으로 못 드십니까?”
“미쳤네, 이 사람.”
한쪽이 일방적으로 깔짝대고 있는 거긴 하지만.
* * *
무영이가 [Firefighter_소방관>을 하겠노라, 회사에 알리자마자 프로젝트 진행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감독이 정해지고, 업계에 소문이 돌았으며, 무영이를 제외한 다른 조연들의 캐스팅 역시 진행되고 있었다.
“우소영 감독님, 나이가 꽤 젊으시던데요.”
“아아. 그렇지. [패킹 시리즈3> 했을 때가 서른이셨으니까. 입봉도 일찍 하셨고, 젊은 축에 속하셔.”
감독은 우소영. 평소 무영이와의 작업을 꿈꾸고 있었으며, 그가 한다면 자신도 하겠다는 뜻을 보여온 것이다.
모든 것이 물 흐르듯 순조롭게 흘러갔다.
그리하여, 오늘은 처음으로 감독과 안면을 트고, 유사하 및 주요 투자자들과 식사하는 자리가 열렸다.
“자자. 다 왔다.”
“넹.”
끼익!
무영이는 차에서 조심조심 내려 식당으로 들어섰다.
안쪽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유사하 대표가 손을 들다 멈칫거렸다.
무영이 걷는 모습이 영 이상한 탓이다.
“무영 씨. 왜 그렇게 걸어요? 어디 아파요?”
“아, 어제 하체 했어요.”
“하체? 아아. 운동 다니는구나. 그래도 그렇게 못 걷는 게…… 괜찮은 거 맞죠?”
“피티 쌤이 안 죽는다네요. 꾹 참으면서 하는 중입니다. 하핫. 우소영 감독님, 맞으시죠?”
무영이는 감독과 악수하며 인사했다.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다른 남성들도 일어서며 반갑게 무영이의 어깨를 두드렸다.
“안녕하세요, 무영 씨. 정말 작업 같이해 보고 싶었어요. 잘 부탁합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아이고, 무영 씨!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하무영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무영 씨, 이쪽은 일락투자 김 상무님. 가미온의 강 대표님이세요.”
유사하의 안내에 따라 무영이가 고개를 꾸벅꾸벅 숙였다.
불편한 자리인지라 우소영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지만, 무영이는 근육통 때문에 이것저것 잴 재간이 없다.
최대한 천천히 의자에 앉으며 양해를 구했다.
“실례합니다. 요즘 제가 운동을 해서요.”
“아아. 작품 들어간다고, 벌써부터 열심이네!”
“아우, 그럼요. 열심히 해야죠.”
“요즘에는 나도 운동을 다닐까 봐.”
친목을 위한 사적인 얘기를 곁들이는 것도 잠시, 그들은 이내 본격적으로 작품 논의에 들어갔다.
우소영이 먼저 운을 떼었다.
“무영 씨가 운동을 하고 있다 하니까, 아무래도 피지컬 쪽으로는 걱정이 없겠는데요. 대역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대역이요?”
무영이가 고기를 먹으며 갸웃거렸다.
그간 이런저런 액션씬이 자잘하게 있었는데, 딱히 대역을 써본 적이 없다.
“저는 개인적으로 대역을 썼으면 좋겠거든요.”
“오. 의외네요. 감독님들은 보통 반대로 원하시는데.”
“그렇긴 한데, 작품이 작품이다 보니 워낙 위험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저는 스턴트맨들의 능력을 믿는 편이라서.”
배우가 연기 전문가라면, 스턴트맨은 액션 전문가였다. 배우가 열심히 한다고 한들, 밥 먹고 액션 연구만 하는 사람들을 따라가기엔 힘들었다.
호쾌하게 쫙쫙 달라붙는 액션을 원하기에, 일정 부분 스턴트맨을 기용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그건 저도 동감합니다. 무영 씨는 몸이 곧 재산이에요. 일반적인 액션도 아니고, 불까지 내지르는 현장에서 다치면 큰일입니다.”
의도는 좀 다르지만, 어쨌거나 유사하도 동의하는 입장.
무영이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가만히 고민했다.
“음……. 저는…….”
사실 대역 자체를 생각하지 않았다.
이제껏 써본 적도 없고,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으니까.
“감독님 말씀을 따를게요. 이제 작품 연출부터 모든 방향성은 감독님이 정하시는 거라, 그게 맞을 것 같아요.”
그의 말에 우소영과 유사하의 얼굴에 안도의 빛이 돌았다.
혹여 열의가 엄청나서 거절하면 어쩌지, 싶었던 게 분명하다.
그때, 일락투자의 김 상무라 소개받았던 남자가 쓰읍- 하고 못마땅한 소리를 내었다.
“그래도 배우가 직접 하는 게 맞지 않겠어요?”
“네?”
“생동감이 안 살아~ 얼굴 가려놓는다고 한들, 배우의 감정선이라는 것도 있는데.”
“그러니까요. 저도 무영 씨가 직접 하면 더 좋을 것 같긴 해요. 홍보할 때도 좋잖아. 대역 없이 전부 다 했다고 하면, 무영 씨 커리어에도 도움 될 거고.”
“그리고 배우가 좀 파이팅이 있어야지! 예전에는 와이어고 뭐고 없이 그냥 냅다, 밑에 쿠션 두고 뛰었잖아! 하하핫!”
두 명의 투자자들이 넌지시 말을 던져보았다.
유사하는 물로 입을 축이며 그들을 쳐다볼 뿐이다.
시선이 담백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무영 씨, 이번에 제작비 얼마나 잡는지 알아요?”
“얼마인데요?”
“몰랐구나? 자그마치 200억!”
“와우.”
무영이 감탄하며 박수 쳤다.
이제껏 무영이가 했던 영화 중 제일 큰 스케일에 속했다.
아마 그 해 개봉하는 작중에서도 손에 꼽는 사이즈가 아닐까.
“우리가 그 정도 투자를 하는데, 무영 씨도 성의를 좀 보였으면 해. 주연이 한 명이잖아? 상품을 위한 일종의 희생정신? 크하하핫!”
“아, 근데 뭐 강요는 아닙니다.”
다른 남자가 유사하의 눈치를 보며 슬쩍 말을 돌렸다.
유사하는 싱긋 웃으며 고개만 살짝 끄덕일 뿐이었다.
“그럼요. 자그마치 200억 중에 두 분이 40억씩이나 투자를 끌어주셨는데, 당연히 걱정도 되시고 그러시겠죠.”
200억 중에 둘이 합쳐 40억.
그렇다면 남은 160억은?
“하지만 160억 투자한 SJ 입장에서는 무영 씨가 안전하게 촬영을 마치는 것도 중요해서요. 이 부분은 더 이상 논의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유사하는 깔끔하게 정리하며 못 박았다. 투자금에 맞춰서 발언하라는 무언의 압박도 잔뜩 들어 있는 뉘앙스.
그러자 상무가 기분이 상한 것처럼 대꾸했다.
“40억이 작은 돈은 아닌데…….”
“하하. 그럼요. 작은 돈은 아니죠.”
그렇다고 큰돈도 아니라고.
유사하의 말에 상무가 인상을 팍 찡그렸고, 우소영은 난감해서 눈만 빙글빙글 돌려댔다.
한편, 무영이는 눈치를 보면서도 조금씩 고기를 빼 먹었다.
운동 후 단백질 보충, 굉장히 중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