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321)
신인인데 천만배우 321화
대상의 품격
“삼순~”
앙?
차은성이 쓰레기를 치우다 말고 삼순이를 불렀다.
소파에 앉아서 티비를 보고 있는 모습이, 꼭 강아지가 아니라 어린아이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뒤통수가 동글동글하니 깨물어주고 싶다.
그는 삼순이의 목덜미에 얼굴을 비비며 웃었다.
“뭘 그렇게 열심히 봐~ 티비 재밌어?”
앙앙!
“보자보자, 하무 나오는지 함 보자. 아직 시작 안 했을 텐데?”
화면에는 드론으로 찍은 방송국의 전경 및 엄청난 인파의 팬들이 나오고 있었다.
이내 화면이 전환되면서 포토월 옆의 인터뷰 현장이 나왔다.
처음 보는 신예 배우인 것 같은데, 세 명의 MC에게 둘러싸여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차은성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볼륨을 최대한으로 높였다.
[안녕하세요, 연기대상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자리이니만큼 재밌게 즐기고 가겠습니다.] [네, 그러면 마지막으로 질문드릴게요! 올해 방영됐던 작품 중에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봤다, 하는 작품 있으세요?] [아, 저는 [그대로, 고양이>가……. 하핫.] [역시역시. 화제의 중심이네요.]“암암. 그것만 한 게 없지. 짜식, 작품 볼 줄 아네.”
아주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다.
하무영의 작품이자, 자신의 연예인 인생에서도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으니까.
차은성이 청소기를 작동시키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치직.
[지금까지 세 번 정도 질문을 했는데-] [그런데 차은성이는 안 왔나 봐?]“엥?”
오디오가 겹치게 들리는 게 아닌가. 찢어지는 기계음에 삼순이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방송 사고인가?”
근데 내 이름이 왜 들리지?
차은성은 청소기를 내려놓고 화면 가까이 딱 붙었다. 현장에서는 아직 확인이 안 됐는지, MC들의 수습 멘트가 없다.
[[그 대로, 고양이> 최고 시청률 끌어준 게 차은성이잖아요. 그만하면 와도 되긴 하지. [칼날의 궤> 하고서 이렇다 할 활동도 없는데.]“아니…….”
치지직. 치직.
[……차은성 커리어에 비빌 만한 건 아니잖아요. 하긴, 좀 쪽팔리려나? 딴따라 뽕짝 장면이었으니까.] [그런데 왜 그렇게 말씀하세요?] [별개로 드라마는 잘 봤어요. 요즘 드라마는 진짜 내가 따라갈 수가 없어.]아예 인터뷰 현장 마이크는 끊어지고, 다른 오디오와 연결이 된 것 같다.
차은성은 당장에라도 화면에 들어갈 것처럼 귀를 바짝 대며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려고 애썼다.
“이거 X발 내 뒷담 까는 것 같은데. 하무 목소리? 맞지? 삼순아?”
앙앙!
“이 쒸벌탱 상대 새끼 누구야.”
고막을 최대한으로 열 듯 귀를 쫑긋거렸다. 하지만 이내 방송 사고를 인지한 현장팀에서 재빨리 모든 오디오를 끊어버렸고, MC들도 사안을 전달받았는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뭐라 뭐라 말하지만, 아예 음소거되어 들리지 않았다.
이내, 다시금 정상화되는 채널.
“아니, 미친 새끼들아, 누군지 알려줘!”
앙앙!
하지만 대답이 들려올 리 만무. 화면이 돌아가자, 차은성의 이성도 뚝 하고 끊어졌다.
어떤 간 큰 새끼가 뒤에서, 그것도 하무영한테 자신의 뒷담을 까는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다.
그는 티비를 붙잡고서 이를 아드득 갈았다.
앙앙!
“삼순. 간다.”
외출을 선언하는 차은성.
삼순이 역시 알아들었다는 듯 계속해서 그의 주위를 와다다 뛰어다녔다.
차은성은 바로 롱 패딩을 껴입고 그 안에 삼순이를 쏙 집어넣었다.
“뒤졌어.”
아르르…….
띠링!
[엔빈: 형ㅋㅋㅋ방금 연기대상 방송 사고 났다 하던데 알아요?]“그래. 안다 임마. 실시간으로 들었다.”
띠링!
차은성은 차 시동을 켜기 전에 엔빈에게 답장했다.
그 자리에 깔린 게 기자들이라, 기사가 바로 난 모양이다. 그는 내용을 정독하며 아래 달린 댓글을 확인했다.
-미친 역대급 방송 사고다;; 혼선이라도 온 건가? 배우가 말하는데 오디오는 다른 게 들렸어.
-진짜 인정~ 수신료 받아서 어따 쳐 쓰는 것인지 생방송만 했다 하면 방송 사고네~ 고등학교 방송반도 이렇게는 안 할 듯~ 진짜 최고~^^bb
-가요대상 때는 엠알 잘못 틀고 그러더만……. 차라리 이게 나은 걸 수도
-아니, 근데 내용 정확히 뭐라 나왔는데? 나 설거지한다고 제대로 못 들었어ㅠㅠㅠ
-차은성 이름 나오는 건 확인
-하무영 목소리도 나오던뎅 얘기하는 것 같았음
└그거 성선현
-이거 대체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함? 딱 30초 나왔는데 별별 크리가 다 들어 있음ㅋㅋㅋㅋㅋㅋㅋㅋ
-친분도 없으면서 차은성‘이’라고 칭하는 인성;; 칼날궤 찍고 부동의 원탑인 차은성 커리어 비하;; 트로트를 딴따라 뽕짝이라 비하;; 지도 딴따라면서;; 고양이가 왜 인기 있는지 알 수 없다며 작품 비하와 동시에 시청자 비하;;;
└시청자 비하는 비약 아님?
-ㄴㄴ대중성이 왜 있는지 모르겠다= 대중들이 이걸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작품도 작품이고 대중들도 이해가 안 된다
-말투 뉘앙스가 좀 그러긴 했음ㅋㅎㅋㅎ
-꽤 젠틀하고 지적인 이미지 아니었나? 이렇게 훅 가네ㅋㅋㅋㅋ
-올해 시상식 엄청나네~ 쓰레기도 걸러주고~
-가만히 있던 차은성은 대체 뭔데ㅠㅠㅠTlqkf…….
-은성나라에서 알립니다 ‘성선현 사형’
└ㅋㅋㅋㅋㅋㅋ형량 개빡세네
-차은성 성격에 가만 안 있을 것 같다 연예계 최초 현피 뜨는 거 아님?ㅋㅋㅋㅋㅋㅋ
-근데 타이밍 진짜 개오짐ㅋㅋㅋ하필이면 그때 오디오 혼선ㅋㅋㅋㅋ
“오케이.”
차은성은 무영이와 얘기하던 상대가 성선현이라는 걸 알아냈다.
그는 휴대폰을 뒷좌석으로 내던지고, 서둘러 자동차 액셀을 밟았다.
* * *
“어라.”
무영이는 불이 들어온 마이크만 흔들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연결이 되어 있던 것 같은데…… 그냥 스태프분만 들었던 거겠지?
“하무영 씨?”
성선현은 무영이가 대답하지 않자, 불쾌하다는 뜻으로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무영이는 마이크가 신경 쓰여 계속 중얼거리기만 했다.
“저기, 담당자님! 이거 마이크 연결된 거예요?”
“아, 잠시만요. 무영 씨!”
“무영 씨! 마이크에서 입 떼요! 전원 오프! 오프!”
“방금 그거 하무영 마이크야?”
“누구라고? 몇 번 오디오인데?”
“끊어! 먼저 끊어!”
“으아아악! X발 X됐다!”
무영이의 외침에 스태프들이 발칵 뒤집혔다.
헤드셋으로 음성이 들어오긴 했는데, 그게 생중계 중인 로비와 혼선이 빚어진 걸 알아챈 것이다.
성선현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물러섰고, 무영이는 눈만 끔뻑거리며 그를 돌아봤다.
“저기, 선배님.”
“뭐예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근데 마이크 켜져 있었나 봐요.”
무영이의 말에 성선현은 당황한 눈치였다.
신랄하게 차은성을 까댔는데, 그게 마이크를 타버렸다니.
하지만 스태프만 들은 거라면 크게 문제없었다. 실제로 출연자가 찬 마이크에 별별 사적인 소리가 잡히는 경우는 많았으니까.
“하.”
성선현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리며 자리를 떠났다.
그러거나 말거나, 무영이는 마이크를 스태프에게 돌려주며 상황 파악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문제 생긴 건 아니죠?”
“아, 문제 생겼어요.”
“헉. 죄송합니다. 마이크 켜진 줄도 모르고.”
“아니, 이건 기계 결함이니까…….”
다들 정신이 없어 보여, 무영이는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솔예인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속삭였다.
“성선현 님 저쪽 끝에 앉으셨어요.”
“아아. 그렇네요. 얼굴 안 보여서 좋당.”
“진짜 업계에 이상한 사람 많네요. 좋은 날 가만히 있는데 와서 시비라니.”
“그러니까요. 은성이 형 앞에서는 아무 말도 못 할 거면서. 참, 형이랑 새 작품 들어간다면서요?”
“저는 무조건 한다고 했는데, 차은성 선배님 미팅이 조금씩 늦어져서요. 대표님은 선배님이 할 거라 하시고, 막상 선배님은 반응이 영…….”
“괜찮아요. 그거 작품 좋더라고요.”
“보셨어요?”
“대충? 언뜻 봤는데 느낌 있었어요.”
무영이의 말에 솔예인이 배시시 웃었다.
차기작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그의 말이 위로되는 모양이었다.
이내, 시상식장 불이 천천히 꺼지고 무대 위에 조명이 모였다.
“스탠바이!”
두우우웅! 둥둥!
오프닝 노래가 나오며 세 명의 MC들이 함께 입장하는 것으로 행사가 시작됐다.
한 해 동안 사랑받았던 작품들이 소개되고, 무영이와 솔예인의 투 샷이 연신 카메라에 잡혔다.
그럴 때마다 두 사람은 여유 있게 웃거나 손을 흔드는 것으로 화답했다.
“네, 시청자 여러분 드디어 한 해의 마지막 날입니다. 이런 뜻깊은 날, 날씨는 춥지만 뜨거웠던 사랑을 되새길 수 있어 참 좋은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 몇 시간 후면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이죠. 시청자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자, 그럼 시상식의 첫 포문을 열어볼까요?”
“베스트 캐릭터 상입니다.”
시청자들의 투표로 제일 좋았던 드라마 속 인물을 꼽는 상이었다.
작품과 무관하게, 말 그대로 인기몰이를 했던 인물에게 주는 상이라 할 수 있었다.
“후보분들을 만나보겠습니다.”
두둥!
[[그 대로, 고양이>의 고양이]화면에 다시 무영이가 잡혔다. 무영이는 가볍게 윙크하며 장난스러운 웃음을 터뜨렸고, 이내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천일세탁소>의 박가] [[이웃집 2202호>의 복돌이]인기를 끌었던 강아지까지 후보에 올랐다.
이벤트성이 짙은 부문이라, 다들 유쾌하게 분위기를 예열시켰다.
“축하합니다! [천일세탁소>의 박가 님!”
수상자의 이름이 발표되자, 무영이는 진심으로 웃으며 박수 쳤다.
그 이후로도 무영이가 노미네이트된 부문은 총 다섯 곳.
[그 대로, 고양이>의 열기를 비롯해 올해의 유력 대상이 무영이라는 걸 시사하고 있었다. 정작 본인은 별생각 없이…….“꺄핫! 축하해요! 와! 대박!”
옆자리의 신인 배우를 축하해 주거나.
“멋있다~! 잘생겼다!”
축하 공연에 열과 성을 다해서 환호할 뿐.
솔예인은 우수연기상 부문이 다가오자, 눈에 띄게 달달 떨며 긴장했다.
후보자로 올라가 있는 탓이었다.
“네. 다음은 우수연기상 여자 부문입니다.”
[[그 대로, 고양이> 솔예인] [[솔레미오> 진은숙] [[처음이 어렵지 다음은 쉬워> 사예라]……
솔예인은 화면에 잡힌 자신의 모습을 보며 숨을 못 쉬는 것처럼 보였다.
긴장되는 효과음이 깔리고, 시상자가 수상자를 호명했다.
“축하합니다. [그 대로, 고양이>의 솔예인 씨.”
“됐다! 선배님!”
“축하해요, 예인 씨!”
“와아아. 축하해. 너무 좋다.”
“축하합니다!”
솔예인의 이름이 호명되자, 인근에 있던 동료들이 모두 일어서서 그녀를 축하해 줬다.
정작 본인은 실감이 안 나서 멍하니 서 있었지만 말이다.
“올라가세요!”
무영이가 그녀를 가볍게 안아준 다음, 길을 안내했다.
자전거를 처음 타고 떠나는 아이처럼 그녀는 비틀비틀, 하지만 확실하게 무대 위로 나아갔다.
“……아, 안냥하세요. 헉.”
눈물이 그렁그렁해서는 첫인사부터 실수했다.
솔예인이 다급하게 입을 가리자, 다들 빵 터지며 환호했다.
“사실 지금 제가 너무 떨려서 무슨, 무슨 말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현실감이 없어서…….”
솔예인에게 오늘은 최고의 날이었다.
과거에서 자유로워진 데다,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 펼쳐진 날이었으니까.
그녀는 계속 펑펑 울며 같은 말만 반복했다.
“첫 수상 소감 정말 잘하고 싶은데요, 흐윽……. 진짜 열심히 하겠다는 말 밖에 생각이 안 납니다. 저를 지켜봐 주시고, 도와주셨던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너무 힘든 날도 있었는데, 이만큼 좋은 날도 있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솔예인은 화장이 번지든 말든 눈물만 펑펑 흘려대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다들 박수로 그녀를 응원했으며, 환호로 축하의 뜻을 전했다.
“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짝짝짝-!
그녀는 스태프를 따라 무대 뒤로 돌아갔고, 이내 계속해서 행사가 진행됐다.
자리에 돌아오지 않는 걸 보니, 화장실 가서 눈물 콧물 제대로 빼고 있는 모양이다.
“……드디어 마지막이 다가왔습니다. 올해 영광의 대상을 만나보는 시간입니다. 후보, 소개해 주세요.”
[[그 대로, 고양이> 하무영] [[처음이 어렵지 다음은 쉬워> 강강인] [[이웃집 2202호> 박호민]무영이는 손을 흔들며 은근한 미소만 지었다.
기대를 아예 안 한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무영이는 테이블 아래로 두 손을 꼭 모은 다음 기도했다.
‘제발, 제발, 저 주세요!’
“축하합니다! [그, 대로 고양이> 하무영 님.”
“와아아아아아!”
“야!! 옹!!”
“무영아! 축하해!”
“야, 이거 올해 성적 좋다. 응? 좋아.”
퍼엉! 펑!
최고 영예상이다 보니 폭죽을 비롯해 꽃가루도 터져 올랐다.
무영이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고, 와다다 무대로 달려갔다.
“축하합니다. 무영 씨, 잘하고 있어요.”
“헉. 사장님. 안녕하세요.”
꽃다발과 트로피를 전해주는 SBC 사장.
그리고 이내, 아래에서 뛰어 올라오는 한 남자. 검은 패딩과 모자 그리고 품에서 헥헥거리고 있는…….
“삼순?”
앙!
너무 당황해서 말문이 막혔다. 그렇다면 당연히 패딩남은…….
“차은성 아니야?”
“어디? 누가?”
“꽃다발 주는 사람.”
“클로즈업! 올려!”
차은성이 무영이에게 꽃다발을 전해주고, 카메라를 향해 모자를 벗었다.
그리고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형!”
“아쒸, 차 존나 막혀. 안 늦어서 다행이다.”
“여긴 어쩐 일이에요? 세상에, 삼순~”
“대상 축하한다. 잘했어.”
무영이는 난데없는 등장에 웃으면서 삼순이를 받아 들었다.
차은성은 무영이에게 축하한다며 가볍게 안아주었고, 이내 객석을 두리번거렸다.
‘저기 있네, XXX한 XXXX.’
눈이 딱 마주친 성선현. 차은성은 누구보다 화사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너, 나 좀 보자는 신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