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322)
신인인데 천만배우 322화
비상계단에서
무대 위 무영이에게 꽃다발과 삼순이를 건네준 차은성은 바로 성선현에게 직행했다.
그쪽에 앉아 있던 배우들이 모두 움찔거리며 동공 지진을 일으켰다.
‘왜, 왜 차은성이 왜 이쪽으로 와?’
그는 성선현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신인 배우를 쳐다봤다.
카메라 수십 대가 있는 자리다 보니, 표정 관리 하나는 아주 기가 막힌다.
웃고는 있는데, 시청자들은 모를 것이다. 살기를 풀풀 풍기고 있다는 걸.
“안녕, 안녕하세요. 선배님.”
“…….”
“여, 여기 앉으실래요?”
“응. 고마워.”
차은성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원하는 걸 얻어냈다.
제 발 저렸다는 말을 그대로 보여주듯, 성선현은 딱딱하게 굳어서 의도적으로 차은성의 시선을 피했다.
“성선현.”
“흐익!”
차은성이 그의 어깨를 감싸며 속삭였다.
카메라 감독이 두 사람을 잡으려다가, 피디가 재빨리 사인을 보내는 걸 보았다.
‘미쳤냐!’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떤 앵글에도 두 사람이 잡히지 않게끔 하라는 신호였다.
이미 한 차례 오디오 사고 때문에 난리 났건만, 여차했다가는 진짜 되돌릴 수 없는 방송 사고가 날 수 있었다.
“우리 할 얘기 있지 않나?”
“어, 없는데.”
“아 진짜?”
땀을 왜 이렇게 흘려댈까? 차은성은 턱을 괴고 생글생글 웃더니만, 딱 한 마디 던졌다.
“밖으로 나와.”
“……저기.”
“저기고 자시고, 우리 무영이 수상 소감 중이니까 잡음 안 섞이게 따라 나오라고. X발 새끼야 주둥이 놀리는 거 실시간으로 아주 자알 들었다.”
“오해가 있었던 것 같아. 그게…….”
“뉴스 사회란에 이름 올리고 싶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기사 타보자는 뜻이었다.
차은성이라면 진짜 할 것 같은 불안감에, 성선현은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근에 앉아 있던 배우들은 모두 못 본 척, 곁눈질로 상황을 살피며 기척을 죽였다.
“다들 그럼 수고.”
“아, 가, 가시게요?”
“있어서 뭐 해. 선배님들, 후배님들 좋은 하루 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셔.”
차은성은 하핫 웃으며 성선현을 따라 나갔다.
매니저들과 몇몇 스태프들 역시 따라붙었고, 객석에서는 폭풍이 지나간 것처럼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 * *
……이게 뭐지? 꿈인가?
한편, 무영이는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왼손에는 트로피요, 오른손에는 삼순이라니.
차은성의 패딩에 싸여 와서 그런가, 강아지 몸이 뜨끈뜨끈했다. 무영이가 스탠드 마이크 앞으로 다가서며 묘한 미소만 지었다.
“아하하하.”
“와아! 귀엽다!”
침묵이 짧게 이어지자, 객석에서 작은 웃음이 터졌다.
연기대상 역사상 처음 있는 일 아니던가.
반려견과 함께하는 수상 소감이라니. 그것도 대상이라는 부문에서.
“아, 음. 안녕하세요. 인사드립니다. 저는 하무영이고, 이 친구는 저랑 같이 살고 있는 삼순이입니다.”
앙앙!
삼순이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쨍하게 울렸다.
짧은 꼬리가 프로펠러 단 것처럼 정신없이 돌아가며 무영이의 팔을 타닥타닥 쳐댔다.
기분이 아주 좋다는 뜻이다.
“집 잘 지키고 있으라 했더니, 이렇게 무대까지 와버렸네요. 삼순이가 보기에도 오늘 시상식이 놓칠 수 없는, 즐거운 축제의 장이었나 봅니다.”
축제의 장 맞다.
무대로 내려간 차은성에게는 특히나 더.
그는 [그 대로, 고양이> 자리가 아닌 정반대의 객석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무영이는 삼순이 보랴, 카메라 보랴, 소감 생각하느라 보지 못했지만 말이다.
헥헥헥!
앞만 보던 삼순이가 고개를 들어 무영이의 턱을 연신 핥아댔다.
무영이는 웃으면서도 소감 말하는 걸 끊지 않았다.
“[그 대로, 고양이>를 만나게 되어 정말 멋진 한 해였습니다. 좋은 작품 만들어주신 피디님과 작가님 그리고 스태프분들, 함께한 동료 배우분들 모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헥헥!
무영이의 소감이 이어지자, 다행히 삼순이도 좀 차분해졌다.
그 배우에 그 강아지라,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며 활짝 웃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호기심 어린 눈빛이 조명을 받아 반짝였다.
앙?
결국, 객석 아래에 있던 배우들도 하나둘씩 휴대폰을 꺼내 그 광경을 찍어댔다.
난생처음 있는 일이었다. 별들의 별이라도 된 것처럼, 모두가 무영이와 삼순이를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굴려댔다.
찰칵. 찰칵.
“와, 너무 귀엽다. 미쳤다.”
“저 강아지 종이 뭐예요?”
“시고르자브종 아닐까요? 포메 섞인.”
“와, 살다 살다 엄청난 걸 다 보네.”
무영이가 삼순이를 볼 가까이 끌어안으며 웃었다.
덕분에 강아지의 뽀얗고 볼록한 뱃살이 공개됐다.
객석 곳곳에서 환호가 터졌고, 삼순이 역시 기분 좋아서 앙, 하고 갸르르거렸다.
“앞으로 좋은 모습 보여 드리겠습니다.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는 더 멋진 일들이 일어나리라 믿습니다. 한 해 마무리 잘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무영이는 삼순이의 앞발을 흔들며 꾸벅 인사했고, 이내 시상식의 마무리를 알리는 MC들의 클로징 멘트와 노래가 터져 나왔다.
“네! 젊은 나이에 엄청난 기록을 세우고 있는 하무영 배우입니다. 앞날이 더 기대되는 배우죠.”
“그렇습니다. 다시 한번 수상을 축하드리고, 오늘 연기대상은 여기서 마무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 강아지 너무 귀여웠어요. 이런 분위기 정말 좋은 것 같아요.”
“함께해 주신 시청자분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파앙! 팡!
사회자들이 고개를 가볍게 숙이며 인사하자, 천장에서 꽃가루가 연신 쏟아져 내렸다.
언제나처럼 아름다운 모습이다. 세상을 반짝거리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해야 하나?
“삼순아, 저것 봐. 진짜 멋있지?”
앙앙!
“오늘 같이해서 너무 좋다.”
무영이는 삼순이의 콧잔등에 코를 비비며 웃었다.
카메라 감독이 그 모습을 잡아주며 소리쳤다.
“줌 아웃 하지 마! 인! 인!”
“무영이 얼굴 땡겨라~ 시청률도 땡겨진다~”
원래라면 시상식 홀의 전체적인 모습이 담기며 프로그램이 끝나야 했다.
하지만 감독은 놓칠 수 없는 앵글에 즉흥적으로 지시를 바꿨다.
“오케이! 컷!”
“수고하셨습니다.”
“와, 씨, 오늘 날 기네.”
“고생했어요. 근데 시말서는 써야 해.”
“오디오 팀 퇴근하지 말고 모이라 그래.”
“수고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야, 마무리 사진 찍어야지!”
객석의 배우들은 서로 인사와 축하를 나누었고, 스태프들은 뒷정리에 정신이 없었다.
수상자들이 하나둘씩 무대 위로 모였다.
“무영 씨, 축하합니다.”
“앗, 감사합니다. 선배님도 축하드립니다.”
“그 나이에 벌써 대상이 두 번째죠?”
“이름이 삼순이라고요? 으억. 너무 귀엽다.”
“만져봐도 돼요?”
다들 무영이를, 정확히는 삼순이를 둘러싸고서는 시끌벅적 정신없이 떠들어댔다.
스태프가 손짓하며 대열을 정리했다.
“대상 무영 씨 중앙에 자리 잡아주세요!”
“다 오신 거 맞죠? 하나, 둘, 셋…….”
“어? 두 명이 비는데?”
“성선현 씨 어디 갔어요? 솔예인 씨도 없네.”
인기상을 받은 성선현과 솔예인이 사라진 것이다.
무영이는 의아하게 고개만 갸웃거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솔 선배는 아까 상 받고 안 돌아오셨거든요.”
“성선현 씨는 차은성 씨가 데리고 나가던데요?”
“네? 은성이 형이요?”
“…….”
순식간에 조용해진 분위기.
무영이를 비롯하여 심지어는 삼순이까지 눈을 댕그랗게 뜨고 얼어붙었다.
배우들은 휴대폰 확인을 못 했기에, 방송 사고가 얼마나 크게 났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차은성의 성격만큼은 다들 잘 알고 있었으니. 딱히 좋은 의도로 데리고 갔을 거란 생각이 안 들었던 탓이다.
“자, 찍겠습니다!”
스태프의 말에 무영이가 미소만 지은 채 정면을 쳐다봤다.
빨리, 차은성을 찾아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찰칵!
“수고하셨습니다! 모두 축하드립니다!”
“네. 해피 뉴 이어~”
“감사합니다. 또 뵙겠습니다.”
무영이는 동료들에게 꾸벅꾸벅 인사하고서 무대를 내려왔다. 매니저도 보이지 않았다.
“다들 뭔 일이래. 솔 선배는 첫 기념 사진인데 찍지도 못하고. 삼순아, 냄새 좀 맡아봐.”
앙앙!
장난스레 삼순이의 코를 톡톡 두드리고, 발길 닿는 대로 복도를 걸어갔다.
저 끄트머리 비상구 쪽에 유독 사람들이 많았다.
“실례실례합니다~”
“아, 무영 씨.”
“은성이 형 보셨을까요?!”
“안쪽에서 볼일을 좀…….”
“볼일이요?”
똑똑.
무영이 노크로 기척을 보인 다음, 고개를 내밀었다.
“흐윽, 흐으윽…….”
“아니, 쒸발 이 새끼 웃기는 새끼네. 내가 뭘 어쨌다고 쳐 울고 지랄이야, 지랄이. 대국민 뒷담 당한 건 난데 왜 니가 피해자인 것처럼 구시냐고요오오!”
“차, 차, 참으세요 선배님!”
“은성 씨! 그 정도면 부처님도 충격받아서 우세요. 그만하세요.”
질질 짜는 성선현과 날뛰는 차은성, 그리고 그를 말리는 매니저와 솔예인.
솔예인은 화장실 갔다 오면서 그들을 만난 모양이었다.
성선현의 매니저 역시 앞을 가로막으며 손을 싹싹 빌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은성 씨. 제가 진짜 죄송합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회사에서도 지금 이 일 수습하려고 열심히, 예, 야근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사과문 낼 거고요, 그만 화를 푸셨으면…….”
“매니저는 빠져, X발! 짬도 없어 보이는구만.”
“흐윽…….”
무슨 짓을 어떻게 당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성선현은 분함과 창피함 그리고 온갖 모멸감에 충격받은 것처럼 연신 눈물을 찍어내고 있었다.
“형?”
앙?
무영이와 삼순이가 부르자, 차은성이 내지르던 것을 멈추고 계단을 올려다봤다.
매니저와 솔예인 그리고 성선현 측도 마찬가지.
무영이 뒤로 비치는 복도 조명이 성스럽게 퍼지고 있었다.
“……끝났냐?”
“사진도 다 찍었어요. 솔 선배 기념 사진 못 찍어서 어째요. 첫 수상인데.”
“헉! 끄, 끝났어요?”
솔예인이 충격 먹은 표정으로 되물었다.
눈이 퉁퉁 부어 있는 것으로 보아, 화장실에서 계속 울었던 모양이다.
그러다 돌아오는 길에 차은성 현피 뜨는 걸 보고 말리다 이렇게 된 거겠지.
“X새끼, 너 때문에 솔예인 사진도 못 찍었잖아!”
“그, 그게 왜 나 때문…….”
“말대꾸 또박또박 존나 예쁘네?”
“으아아악!”
우당탕탕! 콰앙!
차은성이 멱살을 잡으며 흔들자, 다시 아수라장이 되었다.
도망가려는 성선현과 말리는 매니저들.
무영이는 계단 위에서 삼순이만 쓰다듬으며 그걸 지켜봤다.
‘음. 오케이. 스모그 없음.’
딱히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무영이는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다가, 중얼거렸다.
“아, [그 대로, 고양이> 팀 회식 장소 바로 앞이네요. 슬슬 출발하죠? 솔 선배! 옷 갈아입으세요.”
“하, 하지만 차은성 선배님이…….”
“형아~ 형도 그만하고 같이 가요.”
앙앙! 앙!
삼순이가 발버둥 치더니, 차은성에게 와다다 달려가서 빙빙 돌아댔다.
그러자 그는 어쩔 수 없이 몸을 돌렸고, 성선현은 벽을 타고 주르륵 주저앉았다.
한 해의 마지막 날, 이게 대체 무슨 수모인지 원…….
끼이잉.
삼순이가 성선현에게 안기며 낑낑거렸다.
다들 의외라는 듯 그걸 지켜봤다. 제일 충격받아 보인 것은 차은성.
“삼순! 너, 너, 어떻게…….”
“으아아악! 이 개새끼! 뭐야!?”
“뭐? 너 이 씨X 삼순이한테 어떻게 개새끼라 할 수 있어!?”
“형, 삼순이 개 맞아요. 참아요. 헐. 삼순이 쉬 쌌네.”
성선현은 삼순이를 밀치며 벌떡 일어났다.
바닥에 흘리는 것 없이 완벽한 조준으로 성선현의 바지에 소변을 지린 것이다.
차은성은 삼순이를 껴안으며 연신 뽀뽀를 날려댔다.
“역시 내 새끼. 쪽쪽! 야, 뒤에서 나 씹는 건 신경 안 쓰는데, 한 번만 더 걸리면 진짜 뒤진다.”
“성선현 씨. 그거 협찬이에요? 청구 금액 있으면 회사로 연락하세요. 죄송합니다~ 우리 애가 실수 잘 안 하는데.”
“당연하지. 실수 안 하니까 바닥에 안 흘렸잖아.”
“가볼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용!”
콰앙!
비상구 문이 닫히고, 성선현과 그의 매니저는 멍하니 계단 위만 쳐다봤다.
또라이인 줄은 알았지만 단체로 정말…….
“으아아악!”
무영이와 차은성, 솔예인이 복도를 빠져나갈 때까지 이어지는 절규.
“목청 좋네. 븅~”
그는 만족스럽게 패딩 지퍼를 내리며 웃었다.
“아, 열 냈더니. 덥다.”
“형. 앞치마 입고 왔어요?”
“엥? 진짜?”
어지간히 눈 돌아간 모양이다. 앞치마 벗는 것도 까먹고 달려오다니.
그런 것치고는 유혈 사태 없이 마무리되어 다행이다.
“그런데 저러다 소문나는 거 아닌가 몰라요. 형한테 호되게 혼나고 오줌 지렸다고.”
무영이의 말에 차은성이 눈을 번쩍였다.
그거 마음에 드는 소문이라는 듯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