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325)
신인인데 천만배우 325화
엄청난 게 왔다
고사가 끝나고, 신당 직원들은 현장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스태프들은 간단한 음식은 조금씩 나눠 먹으며 허기를 달랬고, 감독이 손님들에게 인사하며 고개를 꾸벅 숙여댔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배. 술 한잔하고 가요.”
“그럴까? 어딘데?”
“차로 오 분만 나가면 돼요.”
“다들 회식 장소로 이동합시다.”
“고생 많았어요, 한번 달려보자고! 내일부터 피스 박아야 하니까, 고기도 많이 먹고!”
“이야, 봉투 두툼한 거 봐라. 우 감독, 이번에 성적 좀 내겠어? 응? 아하하!”
시끌벅적한 소란 속에서 무영이는 유사하 대표를 찾았다.
그 역시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무영이가 다급하게 옷깃을 잡아당기자 고개를 돌렸다.
스윽.
“저기, 대표님. 잠시만…….”
“실례합니다. 오늘 와주셔서 감사해요.”
“아닙니다. 대박 기원합니다.”
유사하는 대화를 바로 마무리하고 무영이에게 웃어 보였다. 무슨 일이냐는 듯.
“저기 대표님. 제가 부탁드릴 게 있는데요.”
“네. 무영 씨. 말만 하세요.”
“[면죄부> 때 부탁드렸던 신녀님 불러서 따로 제사를 올리면 안 될까요? 이건 제가 부담할 테니까, 날짜에 맞춰서 현장만 비워주셨으면 해요.”
뜻밖의 말에 유사하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고사가 방금, 진짜 막 방금 끝난 참이다. 그런데 제사를 다시 지내고 싶다니?
무영이가 삐질삐질 웃으며 어색하게 턱을 긁적였다.
저 무당이 돌팔이라고, 덕분에 인근의 귀신이란 귀신은 모조리 모여들어 음기가 가득 찼노라고 말할 수 없어서 난감할 뿐.
“그래요.”
무어라 설명을 덧붙이면 될까. 무영이가 고민하던 차, 유사하의 시원한 대답이 먼저 들려왔다.
그는 휴대폰으로 날짜를 확인했다.
“다음 주면 첫 촬영 들어가니까, 그 전에 할 수 있으면 해보죠. 근데 그분, 안 된다고 하지 않았나요?”
“제가 다시 부탁드려보려고요.”
“음. 스케줄 조정이 앞뒤로 사흘 정도는 괜찮은데, 그 이상은 힘들 수도 있어요. 외부 업체랑 날짜 단위로 계약을 맺은 거라.”
일주일. 그리고 여유 있게 사흘. 모두 열흘 정도의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는 뜻이었다.
무영이가 눈을 반짝거리며 고개를 연신 끄덕거렸다.
“그 정도면 저도 열심히 해볼게요!”
“……? 하하하. 그래요. 뭔지 모르겠지만.”
“그런데 왜 이러는지 안 물으시네요.”
어쩌면 당연하게 물어야 하는 질문이었다.
방금 고사가 끝났는데 수백씩 더 들여서 또 제사를 지내야 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이냐고.
하지만 유사하는 어깨만 으쓱거리며 안주머니에 휴대폰을 넣었다.
“글쎄요. 무영 씨가 필요하다면 필요한 거니까요. 이유 별로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지도 않고.”
“헐. 대표님.”
무영이는 진심으로 감동해서 두 손을 그러모으고 눈을 반짝였다.
그러자 유사하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강아지랑 주인은 서로 닮는다더니, 삼순이와 빼다박은 것 같다.
“회식은 가나요?”
“네네. 가야죠. 오늘 스태프분들 다 모이시는데.”
“그래요. 갑시다. 여기 정리는 신당에 맡기고.”
무영이는 한숨 돌린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이 절반 정도 빠져나갔지만, 여전히 세트장은 바글바글했다.
오라고 해서 왔더니 제사가 뚝 끊어져 귀신들이 묶여 버린 것이다.
스으으윽.
다들 고장 난 것처럼 이리저리 서성이며 주위를 맴돌았다.
무영이가 그 틈을 비집고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톡톡.
누군가 그의 등을 두드리는 게 아닌가.
무영이가 무방비하게 고개를 휙, 돌리자 바로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민 귀신과 눈이 마주쳤다.
피눈물을 줄줄 흘리며 이를 으드득거리고 있었는데, 서늘한 입김이 느껴질 정도였다.
“에고, 뽀뽀하겠어요. 그러다가.”
무영이는 깜짝 놀라 고개를 슬쩍 뒤로 빼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귀신의 고개가 옆으로 꺾이더니 이내 360도 회전해서 제자리를 찾았다.
뭔지 모르겠지만,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나타나 굉장히 즐거워 보였다.
“시, 실례합니다아.”
아하하하하!
미쳐도 곱게 미친 정도가 아닌 것 같다.
무영이가 슬쩍 사과하며 뒤로 물러서자, 귀신은 눈 하나 깜짝 않고 입을 쩌억 벌려댔다.
입에서 꾸덕꾸덕하고 진득한 핏덩이가 끊임없이 쏟아졌다.
꾸에에에엑.
“아. 이건 좀. 매너가 너무 없으시네!”
“네? 저요?”
무영이가 질겁하며 소리치자 지나가던 스태프가 화들짝 놀라서 돌아봤다.
“아, 아니요. 휴대폰 보고 있었어요.”
무영이는 휴대폰 끄트머리로 귀신의 머리통을 슬쩍 밀었는데, 그러자 녀석은 재밌다는 듯 낄낄대며 자지러졌다.
그리고 펄쩍펄쩍, 무당이 했던 것처럼 제자리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찌, 찐이다.’
웃는 귀신, 춤추는 귀신이 제일 위험하다고 하던데…….
무영이는 슬금슬금 스태프를 따라서 뒷걸음질 쳤다.
귀신은 연신 펄쩍 뛰어대며 손을 흔들었다.
잘, 다녀오라는 듯이.
띡! 띠딕!
무영이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신녀님의 전화번호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꺼져 있는 휴대폰.
문자로 연락 달라는 메시지를 남겨놨지만, 경험상 답장이 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거라는 걸 알고 있다.
* * *
“하무영 오늘도 왔네.”
“그러게. 성실하기도 하다. 매일매일.”
“오늘은 야식이 뭐려나~”
“됐고, 피스나 마저 박아. 이거 끝내고 먹어야지.”
“네네. 알겠습니다요.”
세트를 짓던 스태프들이 입구 쪽을 힐끔거리며 웃었다.
고사를 지내고 난 이후, 첫 촬영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사이렌이 울리면>의 주된 배경이 재난 현장의 백화점인지라, 세트 마무리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안녕하세요. 오늘도 고생 많으십니당!”
“뭘 또 사 왔어요? 어휴, 안 이래도 된다니까.”
“든든하게 드셔야 세트도 든든하게 지어지죠.”
“그럼 잘 먹을게요. 1팀은 하던 거 마저 하고, 2팀부터 와서 좀 쉬어!”
“네에. 알겠습니다!”
무영이는 방긋 웃으며 먹거리를 펼쳐놓았다.
그는 밤마다 이렇게 음식을 바리바리 싸서 스태프들을 찾아왔는데, 격려의 차원도 있겠지만 제일 중요한 목적은…….
스으윽.
돌팔이가 부른 귀신들을 달래며 돌려보내는 일이었다.
귀신들은 스태프들과 섞인 채로 무영이 근처를 어슬렁거렸다.
실제 현장에 있는 사람은 열댓이 채 안 되건만, 무영이 눈에 보이는 것은 서른이 넘어갔다.
“저는 저쪽에서 대본 좀 보고 있을게요. 저 신경 쓰지 마시고 편히 작업하세요.”
“거참 희한하네. 시끄러운데 집중이 잘돼요?”
“네. 이미지트레이닝 하는 걸 좋아해서요.”
무영이는 인적이 드문 구석으로 가서 대본을 읽는 척 기도했다.
귀신들에게 음식을 먹어도 된다는 일종의 신호다.
‘먹고 어서어서들 돌아가세요.’
귀신들은 그제야 허겁지겁 음식을 주워 먹기 시작했다.
이 짓을 벌써 네 번이나 하고 있는데, 현장에 모인 혼령들이 너무 많아 겨우 절반 정도 빠진 상태였다.
‘그래도 하면 할수록 줄어들고는 있으니까 다행인가? 문제는…….’
아하하하하!
대본을 착, 닫으며 고개를 들자 다시금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밀고 있는 귀신.
무영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이마를 받아버렸다.
툭!
“사회적 거리 좀 지켜주세요. 예?”
여전히 히죽히죽, 귀신은 손등으로 박수 치며 깔깔깔 숨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무영이가 뚱한 표정으로 귀신을 노려보자, 전화가 들어왔다.
지이잉. 지잉.
유사하 대표였다.
“안녕하세요~ 전화 받았습니다!”
-무영 씨, 오늘도 현장 나갔어요?
“네네. 지금 대본 읽던 중이에요.”
-스태프들 신경 쓰이면 제가 밥차를 따로 보낼게요.
“괜찮아요. 그, 부탁드린 건 어떻게 됐어요?”
-알아보고는 있는데, 마땅한 사람이 없네요.
신녀님께 도움을 요청할 수 없게 되자, 무영이는 유사하를 통해 다른 무속인을 찾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무영이의 실험 결과 죄다 돌팔이에 사기꾼들. 또 역효과를 보일까 봐 쉽사리 부를 수가 있어야지 원.
“아니요. 어쩔 수 없죠.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자잘한 귀신들은 크게 걱정되지 않았다. 다들 제삿밥 먹는 것에 환장해서 사람들에게 큰 관심이 없어 보였거든.
진짜 문제는 바로 이상한 귀신 한 놈. 딱 그놈만 신경 쓰여서 그런 것이다.
스으윽.
“밥 안 먹어요? 가서 먹고 집에 가세요.”
아하하하!
귀신은 계속해서 고개를 들이밀며 대본을 훔쳐봤다.
눈동자가 정신없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게, 확실히 정상은 아니다.
무영이 그냥 무시하며 지문 읽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퍼엉!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스태프들은 휴식 시간을 끝내고, 귀신들도 밥을 얼추 다 먹어갈 때쯤. 어디선가 폭발음이 들려왔다.
대본 읽던 무영이도, 못질하며 세트를 짓던 스태프들도 멈추고서 고개를 돌렸다.
“뭐지? 방금?”
“이상한 소리 났죠?”
“밖에서 난 건가?”
“뭐가요? 난 못 들었는데?”
일단 무영이가 있는 세트장 안쪽에서 난 소리는 아니었다.
“무시해. 바람 많이 부니까 뭐 떨어졌나 보다.”
“예에. 거기, 합판 좀 올려주세요.”
“여기 막아야 할 것 같은데.”
스태프들은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며 다시 작업에 몰두했다.
하지만 무영이는 이상하게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뭔 소리였지?’
영화 세트장은 거대한 부지에서 몇 개의 공간을 독립적으로 나눈 채 쓰고 있었다.
무영이는 공터를 두리번거리며 소리의 근원을 찾으려고 애썼다.
‘저쪽 길로 가면 관리 사무소고, 반대쪽은 소품 창고인데.’
“저기요! 누구 없어요?”
“네?”
그때, 저 멀리서 뛰어오는 경비원 아저씨. 웃옷도 안 걸치고 다급하게 무영이를 불러댔다.
“무슨 일 있으세요?”
“소방차 좀 불러줘요!”
두 눈을 깜빡.
무영이는 당황한 것도 잠시, 바로 휴대폰을 꺼내며 세트장 안쪽으로 뛰어 들어갔다.
“밖에 나와보세요!”
“어? 무영 씨?”
“관리 사무소에 무슨 일 생겼나 봐요! 빨리요!”
“어어? 어어! 뭔데, 뭔데?”
스태프들이 어리둥절하게 서 있다가 무영이를 따라 밖으로 뛰쳐나왔다.
다들 한 손에 망치, 드릴 따위를 든 채였다.
관리실까지 약 100여 미터. 미친 듯이 뛰어가니 점차 검은 연기가 눈에 보였다.
“뭔데요? 이게 무슨 일인데?”
“119 제가 신고했어요!”
“기름 난로가 터졌는데 문이 안 열려서요! 휴대폰도 다 안에 있어서…….”
“비켜봐요! 안에 사람은 없죠?”
“없을, 없을 건데…….”
채앵!
“소화기 어딨어!?”
“어어. 괜찮아, 괜찮아. 침착해. 천천히!”
“할 수 있어. 괜찮아.”
쉬이이익!
스태프들이 망치로 창문을 깨자 뜨거운 열기가 훅 올라왔다.
다들 일사불란하게 소화기를 찾아 초기 진압에 열중했다.
무영이도 손을 거들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순간이었다.
살려주세요!
숙직실 안쪽에서 살려달라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털이 삐죽 서는 기분이었다.
무영이는 바로 달려가 문을 열어젖혔고, 이내 침대 구석의 인영을 발견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아하하하! 소방관님! 저 좀 구해주세요! 아하하하!
귀신이 손등을 싹싹 비비며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절박한 목소리와는 달리 소름 끼치도록 환하게 웃으며.
무영이는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탁 막히는 기분이었다.
“……너!”
그리고 바로 달려가 귀신의 멱살을 붙잡았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응인지, 귀신의 웃음이 뚝 하고 멈췄다.
“진짜 이러면 두 번 죽어요.”
…….
“그러고 싶어요?”
아니.
“불, 귀신 씨가 냈어요?”
……아니.
무영이가 혼내듯 이를 꽉 깨물고 묻자, 귀신의 눈알이 팽글팽글 돌아갔다.
불난 김에 장난 좀 쳤는데 무영이의 반응이 뜻밖이어서 당황한 것 같다.
무영이는 귀신을 노려보며 멱살을 잡아끌었다.
“아니라고 하니까 일단 믿을게요. 구해달라고 하니까 일단 구할 거고요.”
‘소방관님, 구해주세요’라는 말을 듣고서 지나칠 수 있는 소방관이 세상에 있을까?
무영이는 속에서 울컥, 뭔가가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누워서 멱살 잡힌 채 질질 끌려가던 귀신이 무표정으로 무영이를 올려다봤다.
처음이었다.
살았을 때나, 죽었을 때나 누군가 자신을 구해준 것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