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328)
신인인데 천만배우 328화
귀신의 도움
“야…….”
무영이를 내려다보는 차은성의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변했다.
눈썹을 찌푸렸다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가, 눈물 뚝뚝 흘렸다가, 어쩔 수 없이 웃고 마는.
무영이가 코를 킁, 하고 훌쩍이자 차은성이 와다다 달려와 힘차게 껴안았다. 그리고 이내 이어지는 울음.
“미친놈아, 깨서 한다는 말이 흐윽, X발 배고프다가 뭐야, 배고프다가! 흐윽, 진짜 골 때리는 새끼.”
“어라. 형 울어요?”
“그래. X발 운다! 어쩔 건데?”
“뭐, 딱히 할 생각은 없는데…… 사진이라도 남겨둘까요?”
바락바락 내지르는 말투와 달리 무영이의 등을 쓰다듬는 손길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무영이도 한숨을 내쉬며 호흡을 깊게 하였다.
“흐윽, 진짜. 너 그대로 갔으면 삼순이는?! 어?!”
“아하하하. 형 진짜 운다. 와아, 신기하다.”
“흐으윽. X발 재수 없어.”
“에잇. 재수 있어서 살았어요. 아하하.”
차은성이 펑펑 울어젖히는 게 퍽 신기했다.
무영이는 웃으며 그를 달래주었고, 이내 병실 밖에서 소란을 들은 준호와 보라, 엔빈이도 뛰쳐 들어왔다.
드르륵!
콰앙!
“미친! 하무영!”
“무영아!”
“괜찮냐? 정신 좀 들어?”
다들 사고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온 것인지, 옷차림이 가볍다 못해 추레했다.
특히 준호. 슬리퍼에 양말 짝짝이라니.
“준호야, 너 패션 일 하는 애 맞지?”
“닥쳐, 이씨. 너, 확씨 뒤졌으면 진짜 뒤졌어.”
“무영아, 어디 불편하거나 그런 건 없어?”
“응. 보라야. 고마워. 놀랐지?”
“엄청. 진짜.”
보라 역시 조심스럽게 무영이를 껴안았다.
무영이는 포옹을 만끽하며 헤헤 웃을 뿐이다.
그리고 이내 엔빈이를 돌아보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빈아. 와줘서 고마워. 요즘 바쁘잖아.”
“장난해? 아무리 바빠도 너 이렇게 됐다는데.”
“우왕, 멋있어!”
“말하는 거 보니까 멀쩡하네.”
엔빈도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준호는 그제야 긴장이 풀리는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훌쩍이기 시작했다.
“울면 미안해지잖아요. 보라랑 빈이는 안 우는데.”
무영이의 말에 차은성과 준호가 동시에 소리쳤다.
“그러면 다치질 말든가!”
“누가 이러고 있으래?!”
“합. 죄송함다.”
다 큰 남정네 둘이서, 합이 척척 잘 맞네.
무영이는 꼬리를 깨갱 내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보라는 어른스럽게 무영이의 등을 쓰다듬어 주며 일어섰다.
“의사 선생님 곧 오실 거야.”
“응. 근데 나 어떻게 된 거야? 빌라에 불난 거 맞지? 매니저 형은?”
“매니저 오빠도 연기 마셔서 병원 검사받았어. 근데 큰 문제는 없어서 일단 자택 귀가 후 휴식. 유사하 대표님은 의사 면담 중.”
“빌라가 노후화돼서 합선 일어난 것 같다는데, 자세한 건 경찰 조사 진행할 거래. 너 이렇게 된 거 알려지면 언론 난리 나니까, 최대한 조용히 진행하려는 것 같아.”
무영이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 촬영 중은 아니었으나, 어쨌거나 그를 위해 출장 왔다가 사고가 생겼다.
좋은 일도 아닌데, 굳이 시끌벅적하게 알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친 사람들도 없고?”
“천만다행으로. 죽은 사람도 없어. 너 처음 보는 여자분이랑 같이 창문으로 나왔다며?”
“응응. 와, 지금 생각해도 오싹하다.”
연기 속에서 자신을 부르던 낯선 귀신의 목소리와 고장 난 잠금장치, 스모그, 춤추는 귀신 등등.
온갖 것들이 정신없이 휘몰아치지 않았던가. 한꺼번에 겪은 일이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드르륵.
그때, 의사 선생님이 간호사분들이랑 병실로 들어섰다.
유사하도 소식을 듣고 함께였다.
넥타이 없는 셔츠에 소매는 대충 걷어져 있는, 처음 보는 유사하의 흐트러진 모습이었다.
“대표님~ 안녕하세용.”
“세상에. 무영 씨. 정신 좀 들어요?”
유사하는 희미하게 웃으며 머리만 쓸어넘겼다.
이제 한시름 놓겠다는 표정이다.
머리카락이 그 결을 따라 눌려 있는 거로 봐서, 무영이 쓰러져 있는 동안 계속해서 머리를 넘겨댔나 보다.
“아하하. 멀쩡해요.”
무영이의 말에 유사하가 이마를 짚으며 웃기만 했다.
할 말이 많으나,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듯. 의사가 무영이 앞으로 다가와 청진기를 내밀었다.
“하무영 씨. 숨 깊게 들이쉬고 내쉬어보세요.”
“후우-”
“좋습니다. 고개 젖히고 시선은 제 손가락 따라서 움직이세요. 특별히 불편한 곳 있을까요?”
“배가 너무너무 고파요.”
“……누워 계신 지 꼬박 이틀 됐으니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추가 검사를 해야 해서, 저녁까지는 금식입니다.”
“헉, 금식. 네에. 제가 잠들기 전에도 밥을 못 먹어서…… 그래도 네에. 검사가 우선이니까요.”
무영이는 좌절하면서도 계속 훌쩍이는 차은성의 등을 토닥였다. 준호도 다 그쳐가는데, 어찌 차은성은 눈물을 멈추지 않는지 원.
무영이는 휴지로 그의 눈가를 톡톡 찍어주며 물었다.
“형 삼순이는요?”
“삼순이 엄마랑 아빠가 보고 있어. 아빠가 너 옷가지 가져다줄 거래. 마침 잘됐네, 오면 너 일어난 거 보겠다.”
무영이는 문득 병실을 둘러봤다.
VIP 특 1인실이라 널찍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꽉 차 있는 기분이었다.
차은성, 유사하, 준호, 보라, 엔빈이…….
“아하. 다행이네요. 감사해요.”
준호의 부모님도 곧 오겠노라 연락이 왔다.
이쯤 하니, 가족이 없어도 확실히 잘 살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참. 휴대폰.”
“소실됐어요. 하나 새로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그런 건 걱정하지 말고 당분간은 휴식에만 집중해요.”
“영화 촬영은요?”
무영이의 물음에 유사하를 비롯한 병실의 모두가 눈빛을 찌릿거렸다.
방금 깨어난 애가 할 소리는 아니라는 거다.
“감독님이랑 상의해서 보름 정도 미루려고요.”
“음…….”
보름이라.
영화 촬영은 시간이 곧 돈이었다. 제작 기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비용도 늘어나게 되는데, 보름씩이나?
“안 됩니다. 무영 씨. 의사가 촬영 재개해도 된다 할 때까지 절대, 현장에 안 보낼 거예요.”
무영이의 마음을 알아챈 유사하가 방긋 웃으며 선을 그었다.
그것만큼은 차은성도 동감인지, 옆에 서서는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저거 감시 잘해야 해. 대본도 못 쥐게.”
“헉. 그건 너무해요오.”
“하나도 안 너무해. 그치 유 대표?”
“맞습니다. 뒷정리는 제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무영 씨는 컨디션 되찾는 데 전념하세요. 아시겠어요?”
어찌, 웃고 있는데 아우라가 싸늘하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허락할 수 없다는 강경한 의지가 느껴졌다.
결국 꼬리를 내린 무영이가 이불을 코까지 덮으며 대답했다.
“……알겠슴다.”
“보호자분?”
나가려던 의사가 뒤를 돌아보며 무영이의 보호자를 찾았다.
그러자 유사하와 차은성이 동시에 손을 들었다.
“네?”
“왜요?”
둘은 어이없이 서로를 쳐다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의사는 차트를 닫으며 부탁했다.
“……한 분만 오시면 되는데요.”
“제가 가겠습니다.”
“뭔 솔? 내가 가야지!”
“입원할 때 보호자 서명란에 제 이름을 적었거든요.”
“장난해? 내가 제일 먼저 와서 이러고 있는데!”
차은성과 유사하는 경쟁하듯 의사를 따라 나가 버렸고, 엔빈이는 들어오는 전화를 확인하며 일어섰다.
“애들 난리 났네. 너 일어났냐고.”
“제로텀?”
“응. 나 잠시 전화 좀.”
“무영아, 나는 간단한 세안 도구 사 올게.”
“나는 세수 좀. 하, 눈 붓겠네. 진짜.”
우당탕탕! 콰앙!
폭풍이 지나간 것 같다.
무영이는 흰 천장을 바라보다 제 손을 확인했다.
차은성이 닦아주었는지, 검댕 하나 묻은 것 없이 깨끗했다.
‘뭐 안 묻었는데, 왜 그런 꿈을 꿨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나.
개꿈이라 하기에는 너무 생생하고 기묘한 꿈. 흔히들 말하는 저승길 가는 꿈인가? 버스 타면 그걸로 바로 고고씽?
“진짜였으면 큰일 날 뻔 했네.”
무영이는 제 손목 냄새를 킁킁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곰곰이 곱씹을수록 웃기기도 했다.
냄새나서 승차 거부라니, 도대체 무슨…….
“아!”
무영이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기억의 파편들.
신녀님이 고양이 귀신을 퇴치하러 왔을 때, 비슷한 얘기를 하긴 했었다.
[면죄부>의 뺑소니 귀신이 손목에 피를 남겨주었다 하자, 신녀님이 코를 막으셨지.-이거…… 손목에서 귀신 썩은 피 냄새가 나는데요.
-신령님이 걱정하지 말라 하십니다. 그걸로 목숨을 구할 것이라고.
게다가 꿈속의 직원 역시 무영이가 뺑소니로 죽었다 여기지 않았던가?
그가 직간접적으로 겪었던 뺑소니 사건은 오직 그것뿐이었다.
“세상에.”
무영이는 뺑소니 귀신이 남겨준 거로 목숨을 구했다는 걸 깨달았다.
짐승이 냄새로 위장하여 위험을 피해가듯, 무영이도 귀신의 피로 위장해 죽음을 피한 것이었다.
“귀신님! 대박! 대애바악! 감사해요!”
무영이는 바로 침대에서 무릎 꿇고 두 손을 맞잡았다.
현세에는 없겠지만, 이리 기도하면 어떻게 해서든 닿지 않을까 싶어서.
“퇴원하면 제사 지낼게요. 진짜루.”
생각지도 못한 도움을 받게 되었구나.
무영이는 진심으로 놀랍다는 듯 연신 손목을 킁킁댔다.
알코올 냄새가 살짝 섞인 살냄새만 기분 좋게 올라왔다.
스으윽.
그때였다. 병실 구석에 춤추는 귀신이 슬쩍 얼굴을 내밀었다.
무영이가 기도하다가 멈칫거리고 그를 돌아봤다.
“아, 귀신 씨!”
…….
귀신은 히죽히죽 웃기만 할 뿐,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무영이는 침대 옆을 팡팡 두드리며 이리 오라 손짓했다.
“귀신 씨도 저 도와주신 거 맞죠?”
그때, 문이 안 열린다고 하던 여자의 목소리 말이다.
지금 보니까, 무영이와 함께 탈출했던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귀신이 무영이를 404호로 유인하기 위해 낸 목소리였다.
“덕분에 감사합니다.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귀신은 웃으며 제자리에서 또 춤을 춰대기 시작했다.
좀 정신 사납긴 하지만, 확실히 그리 나쁜 귀신은 아니다.
아하하! 약속 지켜서 산 거지!
“약속이요? 제가요?”
살려달라고 하면 살려준다 했잖아! 아하하하!
혹여 그때, 무영이가 구조 신호를 무시했으면 귀신도 별다른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무영이가 살아남은 것은 전적으로 그의 의지이자 선택이었다는 거다.
무영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활짝 웃었다.
“음. 그래도 감사합니다!”
뭐가 되었든, 이리 결과가 좋으니까!
무영이가 침대에 벌러덩 누우며 기지개를 시원하게 켰다.
사실 고된 촬영에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는데, 숙면하고 났더니 컨디션이 좋다.
‘보름까지 안 가도 될 것 같은데. 진짜 며칠만 쉬어도 되겠어. 헉. 맞다. 백화점 앞 외부 촬영은 어떡한담.’
드르륵.
“아, 진짜 유사하 재수탱. 저런 놈을 누가 데려가려고 저러나 몰라.”
“은성아. 네 회사 대표님 아니야?”
“대표고 나발이고~ 내가 돈 벌어다 주잖아.”
“나는 네가 더 걱정된다. 성질머리 그래서 누가 데려가 살련지. 쯧쯧.”
무영이가 뒹굴거리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차은성이 병실로 들어왔다.
유사하와의 보호자 쟁탈전에서 패배한 듯싶다.
씩씩거리는 그의 뒤로 차은성의 아버지가 따라왔다.
“무영아!”
“헉! 아부지!”
“어이구, 괜찮아? 이게 무슨 일이래.”
차은성의 아버지는 종이백을 내려놓으며 무영이에게 다가왔다.
“소방관 영화 찍어서 그런가, 관련 사고가 왜 이리 많아?”
“업계 미신도 그런 거 있잖아요. 가수는 노래 제목 따라간다고. 하하. 저는 배우니까 영화 같은 일이 자꾸 일어나나 봐요.”
무영이의 넉살 좋은 말에 차은성의 아버지가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계속 깔깔대며 춤추던 귀신이 하던 행동을 뚝 멈추고 차은성의 아버지를 쳐다봤다.
‘왜 저러지?’
무영이가 의아하게 눈만 굴리는 순간.
귀신이 믿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살려달라고 했는데, 너무 늦게 왔네. 소방관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