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343)
신인인데 천만배우 343화
가자, 헐리우드
요즘 세상 살기 참 좋아졌다고, 무영이는 귀에 찬 동시통역기를 톡톡 두드리며 그렇게 생각했다.
베릭이 무슨 말을 하면, 그의 옆에 서 있는 남자분이 바로 통역해 전달해 주는 것이었다.
“이거 좋긴 좋네요.”
“그렇죠? 현장에서도 무영 씨 담당하는 매니저가 통역까지 같이할 겁니다. 그러니까, 언어의 장벽 뭐 이런 거는 구시대의 유물이나 마찬가지라는 거죠.”
은지아는 프리토킹이 가능하긴 했지만, 구색을 맞추기 위해 무영이와 같이 이어폰을 착용했다.
베릭은 무영이의 촬영 모습을 굉장히 흥미로워하면서 물었다.
[사진 찍어도 될까요? SNS에 올리고 싶어요. 제가 아주 멋진 촬영장을 방문했다고요.]귓가에 울리는 남자의 목소리. 무영이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찍어도 될걸요? 그쵸, 감독님?”
“어어? 어어! 당연하지. 베릭 님 개인계정에 올라가면 그만한 영광도 또 없지. 응응. 하하하!”
평소과 같은 나날인데 갑자기 헐리우드 스타 배우 베릭이 등장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다. 그들은 속으로 오늘 집 가는 길에 로또 한 장씩 사야겠다 여기고 있었다.
찰칵! 찰칵!
그러거나 말거나, 베릭은 연신 ‘Wow’를 연발해 대며 영화 촬영 현장을 담았다.
분명 헐리우드가 더 규모도 크고, 세트도 신식일 터인데 저런 반응이라.
누가 봐도 무영이와 친해지고 싶어서 나오는 사회적인 리액션 아니겠는가.
“이거 동시통역 좋긴 한데, 확실히 영어 회화 배워야겠어요. 서로 대화한다는 맛이 안 사네요.”
“오. 나도 조금. 한다. 한글. 사랑해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진짜 저 시나리오 주러 오신 거예요?”
[밥도 먹고, 우리 딸이 무영 씨 싸인 꼭 좀 받아 오라고 해서. 곤란했다면 미안해요.]“아뇨, 아뇨. 미안하실 거 하나도 없어요. 밥차니 커피차니, 저게 다 얼마인데. 진짜 감사드립니다.”
무영이가 꾸벅 인사하자, 베릭도 어설프게 허리를 접으며 인사했다.
이래서 베릭 형, 베릭 형 하는 모양이다. 한국 문화 패치가 아주 알맞게 잘되어 있었다.
“다들 식사랑, 커피 하시면서 잠시 쉬세요!”
“그럽시다. 무영 씨, 베릭 씨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아이러브유! 베릭!”
“땡큐! 아하하하!”
“자자, 쉬는 시간!”
스태프들이 하던 것을 내려놓고 밥차로 움직이며 인사했다.
조금이라도 더 말을 붙이고 싶은 눈치였지만,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 탓에 머쓱히 지나칠 뿐이다.
“이번 영화도 진짜 기대하고 있어요. 개봉하면 제가 팬분들에게 꼭 보라고 선물할게요.”
워낙에 유명한 할리우드 대작 시리즈인지라, 굳이 무영이가 홍보 안 해도 성공은 따놓은 당상이지만 말이다.
무영이의 말에 베릭이 호탕하게 웃으며 그의 등을 두드렸다. 꼭 아버지가 아들을 격려하듯이.
[고마워요. 그러면 나도 무영 씨 영화 개봉하면 홍보 열심히 해줄게요. 참, 그 전에 싸인 먼저 해줄래요? 우리 딸이 그거 못 받아 오면 집 안 들여 보내준다 해서.]“물론이죠. 어디에 해 드릴까요?”
[딸아이가 매일 들고 다니는 가방이 있어요. 마침 친구들끼리 여행이 잡혀 있어서 다행이지. 한국 따라온다는 거 떼어놓는다고 고생 좀 했습니다. 그래도 무영 씨 덕분에 애가 공부 열심히 해요. 아이비리그 가면 한국 유학시켜 준다고 해서. 하하하.]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베릭이 말하는 것을 보면 영락없는 딸바보 아빠였다.
내미는 가방이 수천만 원을 능가하는 초호화 명품이 아니었다면, 별로 이상한 걸 못 느꼈을 수도 있겠다.
“여기에요? 대박. 살면서 이런 가방에 싸인할 줄은 몰랐는데…….”
베릭의 스태프들도 그렇고, 무영이네 스태프들도 기겁하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베릭은 농담이 아니라는 듯, 매직 뚜껑을 따서 친히 무영이에게 건네주었다.
“가, 갑니다.”
싸인하면서 후달리는 건 또 처음이다.
무영이 달달 떨리는 손으로 가죽 가방에 싸인을 조그맣게 그려놓았고, 이내 하트까지 그려 마무리했다.
“굿굿. 좋아. 무용 좋아!”
“감사합니다. 저도 싸인 부탁드릴게요.”
무영이와 베릭은 교환식 하듯 서로 싸인을 주고받았고, 이내 파란색 플라스틱 테이블에 앉아서 인증사진까지 찍었다.
밥이 나오기까지, 두 사람은 가만히 앉아서 커피를 홀짝였다.
“이거.”
타악.
그리고 정신없는 와중, 다시 내놓는 시나리오.
베릭이 직접 보던 것인지 중간중간 구겨진 부분이 있었다.
“보고, 미국.”
[미국 와서 같이 연기해요. 사실 딸아이가 광팬인 것도 맞는데, 나도 무영 씨 팬이라서 꼭 같이 연기해 보고 싶어요. 회사에 셀프 비디오 보냈다면서요?]“네네. 보냈는데, 아직 답이 없어서요.”
무영이의 말에 은지아가 슬쩍 끼어들며 대답했다.
“아마 주중으로 답 돌아올 거예요. 그때 제가 다시 연락드릴 테니까, 같이 스케줄 짜보도록 하죠. 무영 씨 이번 영화 찍으면 차기작 없는 거, 확인했거든요.”
“우앙. 철저하셔라.”
“그, 뭐였더라? 차은성 씨 나오는 드라마, 까메오 나로는 것 외에는 매체 출연할 것도 없고.”
무영이는 날짜를 계산했다.
그러고 보니, 곧 있으면 은성이의 드라마가 방영되는 날이었다.
대한민국을 뒤집어놓았던 하무영 호스트 논란의 드라마였으니, 그 주목이 얼마나 거셀지는 짐작할 수 없었다.
“저도 기회만 주신다면 꼭 같이하고 싶어요.”
무영이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하자 베릭의 얼굴이 환히 밝아졌다.
미친 거다. 이런 상황 자체가 미친 거나 다름없었다.
그 헐리우드의 큰손 베릭이 동양인 배우 하나에 이렇게 열과 성을 다해 영업하다니.
“그러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오오! 좋아요, 정말 잘 생각했어요. 이런 기회 흔치 않지. 인생에 있어 몇 번 없을 기회라는 거, 무영 씨가 더 잘 알 거라 생각해요.]“그럼요, 그럼요. 어? 밥 왔다.”
무영이는 고경민과 스태프들이 밥을 한가득 퍼담아 오는 걸 발견하고 테이블을 치웠다.
그리고 수천억짜리 시나리오를 잡고서 슬쩍 베릭을 쳐다봤다.
그는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영어 공부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러고서 무영이는 자신의 가방으로 시나리오를 쏙 넣었다.
무언의 계약이 체결되는 순간이었다.
무영이는 숟가락을 들며 다시금 잘 먹겠다는 인사를 남겼고, 베릭은 풋고추를 쌈장에 찍어 먹으며 엄지척을 날렸다.
“역시. 브라운 소스!”
찰칵! 찰칵!
왜 대한미국이라는 국적을 지닌지 알 것 같다.
베릭의 매니저는 연신 사진으로 남기며 셔터를 눌러댔고, 그들의 투샷은 베릭이 한국을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업로드되었다.
* * *
오랜만에 저녁 시간에 집에 붙어 있는 날.
무영이는 샤워를 깔끔하게 하고 경건한 자세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차은성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연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테이블을 세팅 중이다.
“소주, 맥주, 음 그리고 안주는 애들이 사 올 거고.”
“진짜 이런 식으로 공개처형을 원하십니까?”
“응. 그럼 원하고말고.”
드디어, 차은성의 드라마 까메오에 무영이가 나오는 날.
구석에 박혀 누워 있던 준호가 휴대폰 화면을 돌려주며 키득댔다.
“야. 아직 방영도 안 했는데 실트 1위는 어떻게 먹었냐?”
“뭐라는데?”
“하무영 호스트.”
“……하하.”
“다들 우리처럼 테이블에 술이랑 안주 대기하고 있으시대. 네가 술 재롱 피우는 거 보면서 한잔할 거라고.”
무영이는 로션을 찹찹 바르며 난감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시간대도 주말 저녁인지라 반주하기에는 딱 좋은 타이밍이었다.
게다가 무영이가 온갖 기술을 보여주며 춤까지 춘다 하니, 다들 놀림 반, 기대 반으로 대기하는 중이었다.
-떡복이 1인세트, 맥주 두 캔 준비 완.
-나는 김찌에 소주ㅋㅋㅋ
└헐 님 뭐 좀 드실 줄 아시네용
└└집에 먹을 게 이것밖에 없어요ㅋㅋ
-머신건에 가짜 돈도 가득 채웠다ㅋㅋㅋㅋ딱 대라 하무영 돈쭐 내줄게>[
-평생 호스트 바 한번 안 가봤는데, 집에서 이지랄 할 줄이야… 진짜 즐겁다…
-드라마 측에서 회차 끝나면 바로 미튜브에 미공개 영상 올려준다고 했음ㅇㅇ 2차는 그곳으로
└정보 감사합니당
-무영아!! 누나 돈 쓸 준비 됐다!! 시청률로 혼내줄게!!! 20% 찍어보자!!! 가자!!!
└시청률 오르면 차은성이 이득 아님?
└└ㄴㄴ아니지. 차은성 기분이 좋아지면 무영이 삶이 윤택해지지. 뭘 하든 무영이가 이득임
무영이는 댓글들을 보며 피식피식 웃을 뿐이었다.
다들 재밌게 소비해 주시니 나쁘지는 않다만, 영 웃픈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형, 시청률은 잘 나오고 있어요?”
무영이의 질문에 주방에서 고기 볶던 차은성이 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별걸 다 물어본다는 듯이.
“당연하지. 마, 나 차은성이다~”
“오오. 사투리 어색해~”
“우상향, 주간 시청률 1위, 연간 시청률 3위. 고만하면 됐지 뭐.”
딱 적당할 정도의 흥행.
[칼날의 궤>처럼 드라마 판도를 뒤엎는 건 아닐지라도 이름값에 누를 끼치진 않을 성적이었다.‘기대만큼의 차은성, 기대 이상의 솔예인.’
그것이 현재 작품을 진행하고 있는 두 사람에 대한 평가였다.
차은성은 시상식에서 뒷담당한 수모를 가뿐히 즈려밟았노라, 만족스러워하고 있었다.
띵동. 띵동!
“어? 누구 왔다.”
“누구긴 누구여. 난 딱 감이 온다.”
무영이는 맨발로 달려가 현관문을 열었고, 이내 막 퇴근한 것처럼 보이는 유사하와 마주했다.
방긋 웃고 있는 그의 코와 귀가 붉었다.
“헉. 대표님. 밖에 많이 춥죠?”
“네네. 어후, 꽃샘추위가 이런 건가요? 무섭네요.”
“어서 들어오세요.”
차은성은 고개만 슥 내밀고 유사하의 존재를 확인했고, 준호는 벌떡 일어나 고개를 꾸벅 숙였다.
유사하는 코트를 소파에 얹으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어? 엔빈 씨는 없네요?”
“여친이랑 놀 거래요. 제가 술 타는 거 봐서 뭐 하겠냐고.”
타앙!
그 말에 차은성이 굉장히 불쾌하다는 듯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꿍얼거렸다.
“그놈의 쉑, 내가 뽕짝 춤추는 건 기를 쓰고 보더니만, 아주 응? 사람 차별도 이럴 수가 없다.”
“아하하. 연예계 이미지 반전 역사에서 은성 씨가 한 획을 긋긴 했죠. 그러지 말고 잠깐 이쪽으로 오실래요?”
“싫은데?”
“음. 그래요? 싫으면 말구요.”
차은성이 혀를 베- 내밀며 단칼에 거절하자, 유사하는 어깨만 으쓱거렸다.
그러고서 수트 가방을 꺼내 서류 파일을 꺼내 들었다.
“이게 뭐예요?”
“무영 씨 헐리우드 진출 계약서.”
우당탕탕! 탕!
헐리우드 진출 계약서라는 말에 냄비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무영이 받아 드는 순간, 앞치마 한 채 후다닥 튀어나오는 차은성.
그 뒤를 따라 삼순이도 앙앙거리며 같이 뛰었다.
“읽어보시고 수정 원하는 부분 있으면 말해보세요. 최대한 조율해 볼거니까. 근데 워낙에 그쪽은 근무 조건이나 이런 게 잘되어 있어서, 딱히 손댈 게 없을 겁니다.”
“아, 감사합니다.”
“차은성 씨도 듣자 하니 미국 가고 싶어 한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내가?”
어디서 그런 헛소리를 들었냐는 듯, 콧방귀를 뀌었으나 몸짓은 정직했다.
바로 유사하 앞에 착석해서 자세를 정갈하게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어쩌죠? 은성 씨는 다음 작품 또 들어왔는데~”
“야이, 장난 까냐? 아직 종방도 안 했어!”
“음음. 창우환 감독님 작품인데~”
“차, 창우환 감독님?”
차은성이 그나마 잘 따르고, 팬이라 할 수 있는 감독의 이름이었다.
무영이는 유사하 옆에서 그가 들고 있는 시나리오의 이름을 슬쩍 훔쳐볼 수 있었다.
“오.”
[캘리포니아의 푸른 햇살>차은성은 잠시 멈칫거리더니, 소리를 빽 질러댔다.
“응~ 일 안 해~ 이거 끝나면 쉴 거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