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347)
신인인데 천만배우 347화
차은성 소원 성취
“수상자가 아니라 시상자로 나서게 되었는데요,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배우님들 앞에서 이리 영광스러운 대상의 이름을 발표하게 되어 참으로 기쁩니다.”
무영이는 그저 화면만 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 대로, 고양이> 이후 호스트 역할로 잠깐 화면이 비추었던 걸 제외하면 참으로 오랜만에 얼굴을 내민 것이었다.생각지도 못한 관중들의 환호가 끊임없이 들려오자, 무영이는 머쓱하게 눈만 찡긋거렸다.
“하무영!!”
“무영아, 얼굴 좀 보여라!”
“꺄아아악!”
“네, 역시 인기가 대단하십니다. 팬분들이 참으로 좋아하시는데요, 자 그러면 하무영 씨. 이제 대상을 발표해 주시죠.”
사회자들은 오디오 감독들의 사인에 서둘러 관중을 진정시키며 흐름을 이어갔다.
무영이 역시 잠깐 조용히 해달라는 뜻으로 손바닥을 가슴팍에 올렸다.
“네. 이제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무영이의 말에 사람의 심장을 간질간질 울리는 배경음악이 흘러나왔다.
두구두구두구-! 다들 긴장한 것과 달리 차은성은 연신 무영이 주위만 두리번거렸다.
하무영이 왔는데, 하삼순이는?
“축하드립니다. [일단 후려치는 환생 검사>의 차은성 님!”
파앙! 팡!
꽃가루가 하늘에서 터지고, 웅장한 음악이 빵빵하게 틀어졌다.
솔예인을 비롯한 주위에 앉아 있던 동료들이 조심스레 그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축하드립니다. 선배님.”
“역시 선배님이십니다. 축하드립니다.”
“선배님! 축하드립니다!”
만약 저 자리에 무영이가 있었더라면, 분위기가 훨씬 유해졌으리라.
차은성은 당연히 받는 걸 받는 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 고마워.”
상을 받으러 나가는 이 길은 눈 감고도 훤히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익숙했다.
차은성이 넥타이를 매만지며 무대로 올라가자, 무영이가 꽃다발과 트로피를 들고 서 있었다.
“형!”
“하무, 너 이 새끼 엉? 아침까지만 해도 별말 없었잖아. 완전 놀래킬 줄도 알고, 다 컸네?”
“형이 안 물어봤잖아요. 아하하. 축하해요. 대상!”
“우쒸, 고맙다.”
무영이의 꽃다발뿐만 아니라, 아래에서도 여러 부서에서 꽃을 전달했다.
두 사람이 가볍게 어깨를 두드리며 축하를 나눴고, 이내 차은성은 무대 맨 앞 매니저가 안고 있는 삼순이를 발견했다.
“아, 뭐야. 진짜 다 왔네!”
기분 진짜 좋아 보인다. 삼순이가 패딩 안에서 혀를 내밀며 헥헥거리고 있자, 차은성은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행복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삼순이 줘.”
앙앙! 앙!
차은성이 삼순이를 안아 들자, 사회자가 한 마디 덧붙였다.
무영이의 수상 때 이미 한번 유명해지지 않았던가.
“어머, 무영 씨네 강아지 아닌가요?”
“그사이 많이 큰 것 같네요.”
“반가워라. 이름이 뭐였더라? 말순이?”
“삼순이요. 말순이는…… 예, 저희 할머님 성함이고요.”
“헉! 정말요?”
만담 아닌 만담이 마이크를 통해 전달되자, 다시금 웃음이 터져 나왔다.
무영이가 차은성과 삼순이의 투샷을 위해 뒤로 빠져주자, 완벽한 화면이 세팅되었다.
“아아. 안녕하세요. 차은성입니다. 얘는 잘 아시겠지만, 하삼순이고요. 예전에 무영이가 타사에서 수상소감 같이 했던 게 너무 부러웠는데, 이렇게 이루어서 정말 기쁩니다. 진짜 너무너무 좋아요.”
앙앙!
차은성이 공식 석상에서 이리 본심을 내보이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진짜인가 보다.
얼굴에는 대상 탔을 때보다 더한 기쁨이 생생하게 묻어나왔다.
“예, 아무튼 올해도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뜻깊은 한 해 마무리가 된 것 같습니다. 좋은 작품 써주신 작가님, 피디님, 제작진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 연기 파트너, 솔예인이.”
차은성이 솔예인을 호명하자, 화면이 잠깐 바뀌었다. 놀란 그녀가 토끼 눈을 하고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고생 많았다. 덕분에 많이 배웠고, 많이 얻었어. 또한 옆에 있는 무영이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백번 천번 하고 싶고요. 집에서 티비 보고 있을 엄마 아빠! 아, 솔직히 보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보고 있다면, 역시 고마워요. 연락 자주 할게요. 진짜로.”
조금 톡톡 튀지만 진심이 꾹꾹 담겨 있었다.
방송 스태프들이 빨리 좀 해달라는 뜻으로 팔을 휙휙 내감았다.
삼순이의 등장과 작은 소란 따위로 컷 해야 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아, 그리고 이 말을 할까 말까 진짜 고민되는데, 그, 유, 유사하 대표님에게도…….”
X발 이걸 고맙다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차은성이 잠깐 고민하는 와중이었다.
‘차은성 말 중간에 끊으라고? 미쳤냐?’
‘할 거면 네가 해. 나 시키지 말고.’
‘아니, 그러면 어떡하라고? 광고 걸려 있는데.’
‘5초만, 아니, 3초만 조금씩 땡기자.’
‘사회자 멘트를 줄이든가! 차은성 나중에 지랄하면 네가 책임질 거냐?’
소곤소곤, 스태프들 사이에 경고가 떠올랐다.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무영이가 큼큼거리며 헛기침을 해댔다.
힐끗, 차은성이 뒤를 쳐다보자 무영이가 손으로 목을 가볍게 그었다.
“예. 고맙네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 해 마무리 잘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차은성이 기똥차게 알아듣고 수상 소감을 마무리했고, 이내 스태프들은 재빨리 화면 전환, 프로그램 마무리에 서둘렀다.
무영이와 차은성, 삼순이가 아래로 내려오자 사회자들은 클로징 멘트를 끝내고 있었다.
“네! 오늘도 함께해 주신 시청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내년에 또 뵙겠습니다!”
두웅! 둥둥!
엔딩 노래까지 나오자,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게 느껴졌다.
차은성은 삼순이를 꼭 껴안으며 연신 기분 좋게 쫑알댔다.
“아이구, 삼순이. 나 보고싶었지?”
앙앙!
“선배님. 다시 한번 축하드려요!”
“솔예인, 너는 알고 있었어? 하무 오는 거?”
“네? 네네. 전 선배가 왜 모르나 했어요.”
“하여간 이것들이 요즘 군기가 빠져서는. 임준호도 요즘 기어오르고, 아주 내가 편하지?”
“앗. 기념촬영 하나 봐요. 선배님. 가요!”
솔예인이 차은성을 재촉하며 무대 위로 다시 올려 보냈다.
작년에 저 때문에 놓쳤던 게 있으니, 뭐라 거절하지 못하고 순순히 손에 끌려갔다.
확실히 차은성이 느끼고 있는 게 맞는 것 같다. 다들 계속 보다 보니, 이제는 옆집 친한 형보다 편안하게 대했다.
“자자, 차은성 씨랑 솔예인 씨가 중간에. 예예. 좋습니다. 다들 앞에 보실까요?”
“신인상은 양옆으로 가를게요.”
“저기, 키 조금만 낮춰주시겠어요?”
기념사진 촬영이 한창 진행되는 동안, 무영이는 다른 동료 배우들과 인사하며 안부를 나눴다.
“무영 씨, 칸 간다면서요?”
“앗. 넵넵. 이번에 들어간 작품이 거기서 개봉할 것 같아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무영 씨 작품이면 저도 기다렸죠. 우리 감독님이, 아차차. 나은경 감독님이 무영 씨랑 자리 한번 만들고 싶어 하시던데.”
“차기작은 미국에서 한다던데 맞아요?”
“베릭이 직접 캐스팅했다면서요? 어떻게 안면이 있었어요? 나도 좀 알려주라, 응?”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우연히 외국 파티에서 만났거든요. 그때부터 인연이 좀…… 하하. 이렇게 말하니까 거짓말 같다.”
“헐리우드 갔다 오면 연락해요. 얘기 좀 듣자.”
“가서 잘하고, 혹시 배역 필요한 거 있으면 고민하지 말고 콜하고. 와, 진짜 부럽다. 몇 년 전까지만해도 헐리우드 정식으로 진출하는 거 생각도 못 했는데.”
이미 무영이의 따끈따끈한 소식을 모두 꿰고 있는 관계자들이었다.
소방관 영화가 얼마나 대작인지, 회사 차원에서 그걸 얼마나 밀어주고 있는지, 이어서 헐리우드에 가는 일정까지 모두 다.
개인적인 궁금함도 있겠지만, 결국에는 무영이의 성과에 따라 업계의 분위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무영이 가서 잘하면 우리에게도 기회가!’
이것이 전반적으로 깔려 있는 기조였다.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것을 해내면, 존재 자체만으로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되니까.
“네. 가서 잘할게요. 걱정 감사합니다.”
“하무! 야, 빨리와! 밥 먹으러 가자!”
“앗, 은성이 형이 부른다. 저 갈게요. 다음에 또 봬요.”
“그래요. 다음에 봐요!”
촬영을 마친 차은성이 무영이를 부르자, 무영이는 고개를 꾸벅꾸벅 숙이며 배우들 틈을 헤집고 빠져나갔다.
솔예인은 난생처음 하는 기념 촬영에 황홀한지, 연신 볼만 부여잡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너무 멋있어요. 이렇게 드레스에 정장 입으신 분들과 단체 사진이라니. 게다가 수상 트로피까지 들고.”
“작년에 못 했던 한이 깊었구나.”
“네. 저, 내년에도 이렇게 할려고요.”
인생의 영광을 겪었으니, 이제는 그걸 목표 삼아 한 해 한 해를 살아가면 된다.
차은성은 휴대폰을 확인하며 무영이를 돌아봤다.
“회식 자리 같이 갈 거지?”
“그래도 돼요?”
“당근. 피디님이 너 좀 꼭 데리고 오란다. 시청률의 일등공신이라나 뭐라나. 참나, 얼탱. 주연이 여기 버젓이 살아 있건만.”
무영이는 부끄럽다는 듯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리며 대답했다.
“회식 초대해 주시면 감사하죠. 제가 가서 술 맛있게 말아드린다고 전해주세요.”
“와, 오늘 또 한따까리 하겠는데? 머신건 있나?”
“고깃집에서 누가 머신건을 쏴요?”
“‘하무영이 술 말아준다고 함. 요청할 퍼포먼스 미리 준비해 두길 바람’ 오키오키. 이렇게 보냈다!”
차은성은 뭐가 그리 신나는지 연신 호탕하게 웃어댔다.
술도 안 마셨는데 취했나?
무영이와 솔예인이 시선을 나누며 웃었으나, 차은성은 그것도 모른 채 정장 재킷을 벗었다.
“아, 이 정장 집어치우고 빨리 후드티! 후드티!”
“아아, 그래. 은성아, 저기 가서 갈아입고 가자.”
차은성이 종이백을 들고 대기실로 들어가자, 솔예인 역시 휴대폰을 확인했다.
“솔 선배님은 옷 안 갈아입으세요?”
“매니저님이 차에서 갖고 올라오고 계시대요.”
“아아. 글쿠나.”
“5월에 칸 가기 전까지, 무영 씨는 스케줄 어떻게 돼요? 당분간 좀 한가하시겠어요. 이제 날도 풀리면 놀러 가기 좋겠다.”
“음. 영어 공부랑 연기 공부 계속 꾸준히 하고, 음음, 은성이 형이랑 애들이랑 삼순이 데리고 여행 가고.”
무영이는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떠올리더니, 문득 눈을 깜빡거렸다.
한국을 떠나기 전, 제일 중요하게 해야 할 일. 하나 있지.
‘엄마랑 아빠 보러 갔다 와야지. 맞다.’
한국에 있을 때는 같은 땅을 밟고 있노라 여겨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막상 물 건너가서 오래 있을 거라 생각하니 한 번쯤 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콰앙!
“야! 하무, 나 옷 다 갈아입었다! 너도 갈아입어!”
“넵넵. 알겠습니다!”
무영이는 차은성 다음으로 옷을 갈아입으며 스케줄을 헤아렸다. 당장 돌아오는 주말, 아마 시간이 날 것 같다.
“형. 돌아오는 주말 시간 있어요?”
“그때? 글쎄. 광고 있는 것 같은데.”
“아. 그래요?”
그러면 어쩔 수 없네. 혼자 가야지.
무영이는 엄마와 아빠가 ‘뿌려졌다’는 곳으로 추정되는 곳을 더듬어 기억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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