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349)
신인인데 천만배우 349화
진짜 이름
성별도, 나이도 모호한 신비스러운 목소리.
무영이는 화들짝 놀라서 일어나려고 했으나, 몸이 꼼짝도 안 하는 걸 알아챘다.
마치 그날 같다. 계부에게 도망친 겨울날, 쓰러져서 움직일 수 없었던 그날.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옛 기억이 떠오르자, 무영이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 걸 느꼈다.
인생의 전환점이자, 행복의 시작이요, 행운의 시초인 이 목소리. 참으로 궁금한 게 많았다.
“이런. 많이 즐거웠나 보구나.”
네네. 너무 즐거웠어요.
정말이요. 너무 좋아서 행복이 깨지진 않을까 불안할 정도였다고요. 그때 이후로 처음 뵙네요.
“그러게. 인생 참 잘 풀렸다. 보기 좋아. 아주 좋아.”
목소리에 웃음기가 묻어났다. 마치 본인의 일처럼, 순수하게 기뻐하는 것 같았다.
무영이는 두 손을 꼭 모으며 물었다.
도대체 누구세요? 누구신데 저에게 이런 기회를 주신거죠?
“기억하니? 네 몸에 신이 들어가 있다고. 그래서 평범한 운명을 받아내지 못하는 거라고.”
기억해요.
“네가 즐거우면 네 몸의 신도 즐거워하지. 네가 행복해하면 네 몸의 신도 즐거워해. 네가 죽으면 모든 게 끝이지만, 끝나기 전까지는 신과 모든 걸 함께한단다.”
메아리처럼 울리는 말을 단어 하나하나씩 곱씹었다.
그러니까, 무영이가 잘 풀리니 결국에는 제 몸 안의 신께서도 좋아하신다는 것 같은데…….
혹시, 제 안의 신이세요?
“아이고, 예뻐라. 우리 무영이, 참 예쁘다.”
하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계속해서, 따뜻한 손길로 무영이의 머리칼을 매만질 뿐이다.
“무영(無影). 누군가의 그림자에 들어가 네 그림자를 지우라고 했지. 그런데 그때 네가 뭐라 했더라?”
내 이름 한자 그거 아니라고요.
“하하. 맞아. 그래서, 네 진짜 이름이 뭐니?”
무영(楙英)이요.
무성하고 아름다운 꽃이라는 뜻이에요. 엄마랑 아빠자 그렇게 지었어요. 세상에서 제일가는 꽃이 되라고.
“그랬구나. 역시 이름 따라 가는 인생이야.”
저기요, 혹시 저희 엄마 어디 묻혀 있는지 아세요?
“음. 알지. 그런데 이미 바람 타고, 바다로 스며들었어. 다음 생을 기약하고 있으니, 불러도 들을 수 없을 거야. 아비도 마찬가지란다.”
귀신으로도 볼 수 없다는 뜻이었다.
의문스러운 손길은 무영이의 촉촉한 눈가를 어루만져 주며 위로했다.
“그러니까, 더 이상 미련 갖지 말고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가.”
저 이제 팔자 바뀌었나요? 계속 다른 사람의 인생을 빌붙어서 살아가야 하나요? 아니, 사실은요. 연기 하는 게 너무 재밌고 좋은데요, 그냥 한번 물어보는 거예요. 뭐라 말씀하시든 저는 계속 연기할 건데.
“아하하.”
낭랑한 웃음소리가 기분 좋게 울렸다. 그리고 이마에 살짝 닿는 입술.
“그러면 안 알려줄래. 대답이 어떠하든, 네 길은 정해졌으니까.”
아. 치사하다. 치사해.
“좋다. 좋아. 무영아, 네가 살아서 너무 좋다.”
무영이는 귓가에서 조용히 울리는 말소리를 계속해서 따라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제 몸 안에 있는 신이 맞는 것 같다.
“늦었지만, 생일 선물…… 다시 줄게.”
무영이는 아득해지는 정신 속에서 의식의 끈을 놓쳐 버렸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전혀 불안하지도, 무섭지도 않았다. 그저 신기한 경험을 하는구나, 싶은 정도의 기대만 있을 뿐.
“나는 너의 지킴이야.”
* * *
“하무! 하무!”
“야야. 얘 왜 이러니, 진짜.”
“일어나 봐, 인마.”
“차 시동 걸까? 근처에 병원이라도 가?”
“잠꼬대하는 건데 병원은 무슨. 일 크게 만들 일 있어? 됐고, 가서 수건에 물 좀 적셔 와. 잠을 못 깨네.”
저를 두고 시끌벅적한 말소리.
무영이는 눈을 번쩍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둘러싸고 있던 차은성과 준호, 보라, 엔빈이 역시 동시에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뭐, 뭐야.”
“혹시 몽유병 이런 거 아니지?”
“무영아, 정신 들어?”
다들 한마디씩 던졌으나, 무영이는 제 손을 내려다보고 얼굴을 매만지며 현실감을 찾으려고 했다.
주위는 그가 마지막으로 보았던 캠핑장이다.
“하아. 깜짝이야. 돌아간 줄 알았어.”
“너 꿈을 뭐 그렇게 요란 떨며 꿔?”
“제가 뭐라 했어요? 근데 형 언제 왔어요?”
“아까. 너 자고 있을 때. 막 끙끙대면서 자꾸 이름이 어쩌고, 팔자가 어쩌고. 가만 듣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깨웠다. 술 먹을래?”
치익!
차은성은 정신 차리라는 듯이 맥주캔으로 무영이의 볼을 식혀주었다.
그리고 자신은 시원하게 따고서 거품을 홀짝거렸다.
“아, 그게…… 그러게요. 이상한 꿈을 꿔서.”
“부모님 산소 때문에 너무 신경 썼나 보네. 아직 못 찾았다며? 내일 나 스케줄 없으니까 같이 한 바퀴 더 돌아보자. 쟤들은 가라 하고.”
“우우우! 지금 출퇴근하는 직장인 무시하십니까!?”
“뭔 소리래. 쟤 벌써 취한 거 아니지?”
보니까, 고기도 반쯤 구워져 있다.
무영이가 자는 사이에 바비큐 준비가 거의 끝난 것 같았다.
무영이는 맥주를 꼴딱꼴딱 마시더니, 한숨과 함께 시원한 탄성을 내질렀다.
“크아!”
“어라, 잘 마시네. 이거 몇 개?”
“저 방금 마셨거든요? 그리고 이제 산소 안 찾아도 돼요. 인근에 뿌려진 거니까, 그냥 여기 온 것만으로도 의미 있어요. 다들 같이 와줘서 고마워. 고마워요 형.”
“진짜 괜찮겠어?”
“응응. 진짜 괜찮아.”
신비로운 목소리에 따르면, 무영이의 부모님은 아무런 미련 없이 성불했다 하지 않았나.
그러니 자신도 굳이 상징적인 장소에 얽매일 필요가 없었다. 그저 마음으로 계속 추모하면 되는 거니까.
“여기 오니까 마음이 좀 편해.”
“네가 그렇다면야 다행인데…….”
“아, 배고프다. 고기 굽다 말았어?”
“어? 어어! 탄다! 탄다!”
“집게 좀 주라! 임준호!”
무영이의 말에 다들 화들짝 놀라며 그릴로 뛰어갔다.
시커먼 연기와 함께 고기 냄새가 훅 올라왔다.
하늘의 은하수는 금방이라도 무영이에게 흘러내릴 것 같았다.
“저 생일 선물 또 받을 것 같아요.”
“생일 선물? 뭐 필요해?”
“그건 아닌데요. 아무튼 그렇다네요.”
지금으로는 그게 뭔지 모르겠다.
하지만 무영이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꿨듯이 그것 또한 다시금 인생의 전환기가 될 터였다.
차은성이 멀뚱멀뚱 보더니, 잘 썰린 고기를 무영이 입에 넣어주었다.
“그려. 뭔지 모르겠지만 많이 먹고 기운 좀 차려라.”
“아하하. 저 지금 기분 완전 좋은데요?”
“그러면 다행이고.”
“감사합니다. 맥주 한잔 더 먹을까요?!”
“어어. 잠깐만. 하무, 이거 몇 개?”
“손가락 두 개요! 두 개!”
무영이가 팔을 걷으며 본격적인 술판에 뛰어들려고 하자, 다들 놀라며 손을 들어 보였다.
한창 떠들어대며 맛있게 먹고 있는데, 문자 메시지가 하나 들어왔다.
띠링!
“어? 유대표 님이다.”
“쓰리피스? 뭐래?”
“사진인데요?”
홀로 사무실 책상에 앉아 수많은 서류와 씨름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초밥을 먹는 모습이 영 안타까워 보였다.
[무영 씨 캠핑 즐거워요?^^ 나도 다음에는 같이 가요~ 오늘은 일이 너무 많아서 아쉽네요. 그리고 다른 게 아니라, 칸 영화제 갈 세부 일정 정해졌으니 확인 따로 하고, 혹시 원하는 보완 사항 있으면 말해줘요. 고기 맛있게 먹고, 술 조금만 먹어요!]“크크. 꼴좋다. 쓰리피스. 이렇게 좋은 날 일이나 열심히 하라지! 해서 우리의 발판이 되는 거다! 저 멀리 해외로 뻗어 나갈 발판!”
“오오오!”
차은성이 맥주를 들며 저주 아닌 저주를 퍼붓자, 보라가 넌지시 물었다.
“은성 선배, 해외 가는 거 싫어하잖아요. 마음이 바뀌었나 보죠?”
“엉? 어어. 사람 마음이 원래 갈대 같은 거니까.”
“흐음. 그래요?”
보라가 의아하다는 듯 눈만 가늘게 떴다.
사람 마음은 갈대가 맞는데, 차은성 마음은 외골수라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았거든.
차은성은 보라의 뜨거운 눈초리를 애써 무시하며 말을 돌렸다.
“너 고기 먹어도 돼? 다이어트한다며?”
“치팅이에요. 치팅.”
사실, 모두에게 비밀이지만 차은성은 차은성 나름대로의 방안을 세워놓았다.
하무영이 삼순이 데리고 해외로 갔을 때의 방안 말이다.
오랜만에 거리낄 것 없이 즐거운지, 차은성은 연신 맥주를 꿀떡대며 웃었다.
“야야. 그러지 말고, 우리 사진 찍자.”
“오오. 웬일로 사진을 다 찍자 하시네요.”
“찍어서 유사하 보내주자. 크하하! 어디 배 좀 아파 봐라! 빨리 웃어! 세상 제일 행복하게 웃어!”
“아, 잠시만요. 저 립 좀 바르고.”
“그냥 찍어!”
“싫어요!”
차은성의 주도 아래 캠핑에 모두가 모닥불 앞에 자리 잡았다.
은은하니 따뜻하게 빛나는 주황빛 조명이 사진을 더욱 아름답게 보정했다.
무영이를 가운데 두고, 모두가 활짝 웃은 채 브이를 들어 보였다.
“하나, 둘, 셋!”
“김치!”
“스마일!”
“아, 거참! 하나로 통일합시다!”
찰칵! 찰칵!
비록 입 모양은 모두 다르지만, 말이다.
무영이는 그 날 밤, 뿌듯하게 사진만 계속 내려다보며 웃었다.
해외에 가는 게 하나도 걱정 안 된다고 하면 솔직히 거짓말이지. 하지만 그곳에서도 이 사진만 있다면 전혀 문제 될 게 없을 것 같았다.
모든 역경과 고난을 이겨 낼 수 있을 것만 같은, 모닥불의 힘!
“좋다.”
무영이는 다시금 맥주를 까며 활짝 웃었다.
* * *
그리고 드디어.
무영이는 비행기 창밖을 힐끔거리며 망망대해를 내려다봤다.
칸 영화제의 초청으로 프랑스로 향하는 길이었다.
다른 동료들과는 스케줄이 안 맞아, 현지에서 만나기로 하고 우선은 유사하와 동행이다.
“프랑스는 또 처음이네요. 사실 유럽 자체가 처음이긴 하지만요.”
“아아. 미국이랑 일본만 갔었죠? 비슷해요. 다들 말 안 통하는 외국인들이라는 점에서.”
“제가 칸 영화제를 가게 되는 날이 오네요. 이거 꿈인가 싶기도 하고, 너무 현실감이 없어서. 하하.”
무영이가 창문에 기대어 웃자, 유사하가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그리고 휴대폰을 들어 보이며 흔들었다.
“사진 찍어줄까요? 남는 게 사진이라는 말도 있고, 뭣보다 화면으로 보면 또 실감 나지 않겠어요?”
“그런가요? 음음. 잠시만요.”
무영이는 머리를 매만진 다음 카메라 렌즈를 향해 자세를 취했다.
유사하가 연신 촬영 버튼을 누르며 촬영을 도왔다.
“차은성 씨가 뭐라 안 해요?”
“은성이 형이요? 아우, 말도 마세요. 어째서 프랑스 가는 비행기가 다 매진이냐면서, 열불열불 난리난리. 그래서 저도 만석일 줄 알았는데, 어찌 널널하네요?”
무영이는 손을 내저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아무리 일등석이라고는 하나, 한국에서 프랑스 직행 비행기에 이렇게 사람이 없을 수가 있나 싶다.
유사하는 어깨만 으쓱거리며 지나가는 승무원을 붙잡았다.
“실례합니다. 사진 좀 같이 찍어주시겠어요?”
“네? 아아. 네. 알겠습니다.”
“무영 씨. 여기 보세요.”
승무원이 무릎 꿇고 카메라를 들자, 유사하와 무영이는 활짝 웃으며 다시금 렌즈를 쳐다봤다.
사진을 확인한 유사하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 나왔네요.”
그리고 고민하지 않고 바로 차은성에게 전송 버튼을 눌렀다. 한국에서 어디 한번, 골 좀 나보라는 뜻으로.
[무영 씨와의 비행^^ 와 재밌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