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350)
신인인데 천만배우 350화
칸에서 미소를
무영이는 긴장된 표정으로 넥타이를 매만졌다.
시상식을 많이 참여하긴 했어도, 그 이름이 바로 ‘칸’이었다.
칸 앞에서는 그 어느 대배우라도 무영이처럼 바짝 굳게 될 터. 증거로, 함께하는 김연홍 선배와 팽상구 선생님 역시 몇십 분 째 말없이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찰칵!
적막을 깬 것은 민재의 휴대폰 카메라 소리였다.
리무진 안에 있던 무영이와 김연홍, 그리고 팽상구가 동시에 아이를 돌아봤다.
순간 당황한 민재가 말을 더듬으며 사과했다.
“죄, 죄송합니다. 밖에 사진 찍었어요.”
어른인 자신들도 이렇게 떨리는데, 민재는 오죽할까. 김연홍은 웃으며 민재에게 손을 내밀었고, 이내 휴대폰을 받아왔다.
“자자. 내가 찍어줄게. 창가에 붙어봐.”
“가, 감사합니다.”
“민재 멋있네. 유나가 뭐라 안 해?”
“유나요? 헤헤. 가서 면세점 선물 사 오라 하던데요.”
찰칵!
민재가 머쓱하게 웃자, 김연홍은 놓치지 않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무영이 역시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며 배우들에게 제안했다.
“저희 단체 사진 찍을까요? 대기가 좀 길어지네요.”
“그러게.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그런가?”
“게다가 워낙 각국에서 모이니까요. 의사소통도 생각보다 더딜 거예요. 아까 삼십 분 정도 대기라고 했으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보죠.”
“선생님. 옆에 앉으셔요. 같이 사진 찍게.”
“그려그려. 나참,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음.”
“선생님. 넥타이 멋지신데요?”
“그래? 손주가 할애비 시상식 간다니까, 이리 해주었네. 허허.”
팽상구 선생님의 흰색 넥타이에는 어린아이가 사인펜으로 그린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네 사람은 리무진 뒷자리에 옹기종기 모여 칸 영화제 입성을 축하하는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찰칵!
“진짜 오래 살고 볼 일이야, 내가, 이리 칸 영화제까지 올 줄이야…….”
모두에게 의미가 깊은 순간이지만, 오랜 시간 살아온 팽상구에게는 그 깊이가 더한 것 같았다.
꿈에서조차 감히 꾸지 못했던 꿈 아닌가.
인생의 끝이 거의 다 보인다 싶은 이 시기에, 다시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 같은 황홀경에 빠져드는 기분이다.
“선생님. 우리 내년에 또 와요.”
“연홍이 자네는, 그리해. 내가 살아보니까, 자네 나이는 아직 청춘이네. 청춘.”
중년의 나이에 들어선 김연홍 역시 마찬가지다.
오랜 시간 조연으로만 활약하여 인지도를 쌓는 데 오래 걸렸다.
한국에서 잘 풀린다 싶긴 했는데, 지금 서 있는 이곳이 칸이라니!
민재는 무영이와 함께 사진을 슥슥 넘기며 중얼거렸다.
“유나가 굉장히 부러워했어요.”
“그래?”
“네. 무영이 형이랑 일본은 갔어도 프랑스는 못 갔다고. 헤헤. 그리고 저보고 어느새 따라잡았다면서 대단하다 했어요.”
“에궁, 좋았겠네.”
무영이는 민재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친구이자, 좋아하는 사이지만, 유나의 커리어가 워낙 아역 중에서는 독보적인지라 복잡 미묘한 심경을 갖고 있던 민재였다.
하지만 ‘칸’이라는 이 무대 하나로 당당하고 떳떳한 동료이자 남자친구가 된 기분이다.
덜컹.
“어? 움직인다.”
“슬슬 가려나 봐요.”
“아이고, 저기 무영아. 나 드레스 좀 봐줄래?”
“네네. 선배님. 멋지세요. 선생님 넥타이도 다시 매드릴게요.”
무영이는 선배들을 챙기며 고개를 끄덕여 봤다. 이내 천천히 풍경이 변해갔다.
산더미처럼 몰려든 기자들과 저 멀리 시상식이 열리는 뤼미에르 대극장이 보였다.
수천 석이 넘는 좌석이 매진이라고 하더만, 거기 못 들어간 영화 팬들은 물론이고, 각국에서 몰려든 기자들로 사방이 어지러웠다.
“레드 카펫이다.”
차가 내리는 곳에서부터 저 끝, 계단 위까지 이어진 붉은색 융단. 민재의 눈이 조금씩 커지며 점점 반짝이기 시작했다. 앞자리에 앉아 있던 현지 매니저가 무전기로 무전을 주고받았다.
“네네. 여기 준비됐습니다. 3분 후 입장이요. 네네.”
“곧 간대요! 우와!”
“매니저님, 유 대표님은요?”
“뒤에서 따라오다가 차가 잘 못 들어 골목 한 바퀴 돌고 계신답니다. 바로 올 거예요. 타이밍 같이 내리면 됩니다.”
영화의 제작에 있어서 현장 스태프, 배우 제외 제일 큰 공헌을 한 사람 아니던가.
리무진 하나에 바글바글 사람 타고 있는 게 보기 안 좋다며, 감독과 함께 다른 차를 빌려 탄 참이다.
“준비하세요. 내리겠습니다.”
“네. 제가 먼저 내릴게요.”
저 멀리, 선글라스를 낀 흑인 경호원이 다가와 문을 열어주었다.
차 문이 열리는 순간 우레와 같은 함성, 그리고 플래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찰칵! 찰칵!
수십 가지의 억양과 어투로 인해 영어인지, 불어인지, 심지어는 한국어인지도 구분 못 하는 혼란스러운 상황.
무영이는 먼저 내려서 민재의 손을 잡아주었다.
“조심.”
“감사합니다.”
“선배님. 힐 조심하세요.”
“어머, 세상에. 사람들 진짜 무슨 일!”
그리고 마지막으로 팽상구 선생님 모시는 것까지.
무영이는 뒤에서 따라 내리는 유사하와 감독을 보고 걸음 속도를 조절하며 레드 카펫을 걸었다.
카메라 셔터로 사람을 찍어 죽이겠다, 라는 열기가 무엇인지 알 정도였다.
뒤에서 다가온 유사하가 무영이의 어깨를 툭 두드렸다.
“무영 씨.”
“아, 대표님.”
“자자. 가봅시다. 웃어보세요, 더 활짝.”
“애티튜드 자신있게!”
“감독님, 팔이랑 다리가 같이 나가는데요?”
“헉! 진짜요? 나는 못 느끼겠는데.”
어디 한번 가보자! 라는 분위기로, 그들은 계단을 올라섰다.
그들이 초청된 부분은 경쟁 부분으로, 칸 영화제 접수하러 왔다는 열의가 내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다들 자신 있는 표정과 자세로, 각국의 기자들 앞에서 턱을 치켜들었고, 이내 만개한 웃음으로 여유를 보였다.
“오늘 여기서 개봉하고, 한국 현지 시간으로도 바로 사전 예매 들어갈 거예요. 돌아가서 극장가 돌아야 하니까,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죠?”
“네네. 컨디션 조절이요.”
팽상구 선생님은 너무 노쇠하였고, 민재는 너무 어리다.
아마 김연홍 선배와 거의 둘이서 뛰는 경우가 많을 것 같은데, 주연은 무영이뿐인지라 거의 홀로 이끌어가는 게 기정사실처럼 여겨졌다.
찰칵! 찰칵!
퍼어엉! 퍼엉!
“무영! 무영!”
“어? 안녕하세요!”
“안아줘요! 싸인! 싸인! Please, I waited a long time! I love you! (제발, 나 너 오래 기다렸어. 사랑해!)”
“You are a vampire! Hamu, I love you(뱀파이어다! 하무, 사랑해!)”
“Please take a picture with me!(사진 찍어주세요!)”
“Don’t push!(밀지 마라!)”
다른 배우들과 달리, 해외 인지도가 어느 정도 있는 터라 무영이를 원하는 팬들이 많았다. 그들은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영 씨, 보고 와요. 우리 여기 있을게.”
“기다리는 건 뭐라 안 할걸?”
“네네. 괜찮아요. 다음 입장하는 사람이랑 겹치지만 않으면 되니까.”
“감사합니다! 금방 올게요!”
무영이는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팬들에게 달려가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바리케이드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휘었다.
엄청난 떡대의 경호원들 틈으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팔들.
무영이는 서둘러 그들의 손을 하이터치 해주며 웃었다.
“감사합니다! 땡큐! 아이러브유 투!”
“Are you really shooting a movie with Berwick? (진짜 베릭이랑 영화 같이 찍어?)”
“Fuck it, it’s so cute!(헐, X발 X나 귀엽다)”
“Hamu, see you next time in America?(다음에는 미국에서 볼 수 있어?)”
“Please, let us love! Aaaaah! (제발, 우리 사랑하게 해주세요!)”
혼돈 그 자체다. 무영이는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싸인과 사진을 찍어주었고, 뒤에서 새로운 리무진이 들어오는 걸 보고 자리를 비켜주었다.
다들 멀어지는 무영이에게 안타까워하는 비명을 질러댔다.
‘미쳤네. 아시아인 중에서 저렇게 인지도가 좋은 경우가 있나?’
‘베릭이랑 같이 찍는다 하더니, 클라스 인정한다.’
‘헐, 하무영이다. 하무영.’
한국인 기자들과 관광객 역시 그 광경을 보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마치 아이돌처럼 열광하는 분위기가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다.
무영이는 꾸벅 인사를 한 다음, 동료들과 합류하여 대극장 안으로 들어섰다.
“와, 무영이. 인기 장난 아니네.”
“그러게 말이에요. 해외시장은 걱정 안 해도 되겠어요. 하하. 어지간한 광고 효과 저리 가라예요.”
“앗, 그렇게 말씀하시면 부끄러운데용.”
“아니, 진짜로. 다들 좋게 말해서 훼까닥 돈 것 같아. 무영이 진짜 대단하구나.”
끼이익.
“와.”
마치 중세 유럽을 떠올리게 하는 오페라 극장. 무영이와 동료들은 스태프의 안내를 받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들은 세계적인 배우들 사이에서 당당히, 가운데를 차지하여 무대 위를 바라봤다. 긴장해서 고개를 못 돌리는 것도 있는데…….
“다들 우리 보고 있는 거 맞지?”
“자의식 과잉 아니죠?”
“왜, 왜들 보고 있는 걸까. 음음.”
“눈 마주치지 마. 프리토킹 안 되면.”
“무영이는 맞춰도 되겠다. 하하.”
“아이고, 다들…… 멋지네. 헐헐.”
유독 한국의 [사이렌이 울리면> 팀을 주목하고 있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눈만 마주쳐 봐라, 인사하고 말겠다라는 기운이 느껴져 쉬이 눈을 돌릴 수 없었다.
그때였다.
“무영!”
“베릭!”
무영이를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
베릭이었다.
사는 곳이 이렇게 먼데, 어찌 너무 자주 만나는 것 같다.
무영이와 베릭이 껴안으며 인사하고, 김연홍과 팽상구 역시 마찬가지로 인사했다.
“Please tell us our names too. (우리도 이름 알려주세요.)”
“오, 안녕하세요. 데이비드 로크 님 맞으시죠?”
“헉. 세상에, 나, 무영아, 나 소개 좀.”
“아, 잠시만요. 이쪽은…….”
이때다 싶어, 베릭 옆을 서성이던 다른 배우들이 인사를 요청해 왔다. 단연코, 지금 칸에서 제일 주목받는 팀은 한국에서 온 [사이렌이 울리면> 팀이었다.
두둥. 두우웅.
그때, 개막식을 알리는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주위의 조명이 점점 꺼지고, 배우들은 아쉬움을 남기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칸의 시작이었다.
* * *
-TL발!!! 어째서!! 어째서!!! 아침 6시 조조 영화인데 예매가 안 되는 거냐고? 다들 잠 안 자요? 다들 뭔데 그렇게 부지런한데?
-ㅋㅋㅋㅋ그러는 지도 아침에 보려고 했으면서
-요즘 그거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야 함 안 그러면 못 봄;;; 내일부터 상영관 더 늘린다고 하는데 그러면 거의 독과점 수준이라 다른 데서 항의 들어올 듯
-ㅋㅋㅋ여기 영화 본 승리자 있습니다!
-후기 좀 들려주세용 진짜 소문대로인가요? 소문난 잔치인데 먹을 게 그렇게 많나요??
-[사이렌이 울리면>을 보고 온 나….지금 느낀 이 감정 여과 없이 표현하면 사이버범죄로 교도소 수감될 거예요 여기서 참는 나 제법 젠틀해요^^
-닥치고 봐라 두 번 봐라
-황금종려상 받은 이유가 있다ㅇㅇ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