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351)
신인인데 천만배우 351화
황금종려상
일주일 전.
무영이는 테라스 난간에 기대어 시원한 바람으로 잠을 쫓아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밤마다 파티가 열리는데, 이십 대 중반인 몸으로도 도저히 버텨낼 수가 없다.
똑똑.
“네넹. 들어오세요.”
“무영 씨, 일어났어요?”
“아, 대표님. 좋은 아침입니다. 일찍 일어나셨네요.”
“급하게 처리할 일이 있어서요. 조깅하다가 테라스 열려 있는 거 보고 올라왔어요.”
유사하는 무영이에게 인근 시장에서 사 온 과일 주스를 내밀며 웃었다.
미쳤다 진짜. 어떻게 사람이 아침마다 조깅을 뛸 수 있단 말인가?
무영이는 주스를 쪽쪽 빨아 마시면서 다시금 바다를 쳐다봤다.
“유 대표님은 진짜 재벌 맞으시네용.”
그들이 묵고 있는 숙소는 대극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고급 주택.
복층 짜리 주택이었는데, 말이 주택이지 건물당 방 일곱 칸과 화장실 다섯 개의 초호화 고급 리조트라 해도 손색없을 정도였다.
물론 민재를 비롯하여 칸에 참여한 동료 배우들, 감독님 그리고 현지 매니저 등등 여러 명이 쓰는 숙소긴 했어도 말이다.
“어? 저쪽도 커튼 걷혔다. 민재도 일어났나 봐요.”
잘 관리된 정원 하나를 두고서 건물 두 개를 쓰고 있으니, 이만하면 궁전 생활 부럽지 않다.
게다가 전망은 또 좀 좋아? 바다가 다 똑같을 거라는 생각이 산산조각 날 정도.
프랑스의 살짝 흐린 날씨가 아주 잘 어울리게 운치 있는 바다색이다.
“무영 씨는 프랑스가 참 잘 어울리네요.”
“어? 그런가요? 그러면 대표님은 음, 미국이 잘 어울리세요. 특히 거기서도 뉴욕이요.”
“개봉만 아니었으면 여기서 더 있다 가도 되는데.”
“아니에요. 저 은근히 뼛속까지 한국인이라, 한국 들어가고 싶어서 근질근질해요. 은성이 형도 자꾸 삼순이 사진 갖고 협박한다니까요? 안 들어오면 안 보여주겠대요. 미쳐 정말.”
어깨까지 들썩거리며 어이없음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무영이었다.
이제 오늘이 프랑스의 마지막 날이다.
밤에 열리는 폐막식까지 보고서 바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면 개봉 행사에 맞춰 또 정신없는 몇 날 며칠을 보내리라.
그러고 나면 다시 미국 갈 준비를 하겠지?
“와. 그러고 보니 진짜 저 글로벌하게 노네요. 하하. 실감 하나도 안 난다. 완전 인생 역전.”
“오늘 저녁에 수상 기대해요?”
“헉. 수상이요? 어떤, 황금종려상이요?”
“뭐든지요. 폐막식에 참석하라는 건, 어떤 상이든 수상할 거라는 의미니까요.”
마치 엄청난 말을 들었다는 듯, 무영이가 입을 떡하니 벌렸다.
그 모습에 유사하가 웃음을 참지 않았다.
칸에 온 것만으로도 이미 꿈같은데, 이런 대저택에서 호화 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황홀한데, 수상이라니!
“수상하면, 저 기절할 것 같은데요. 아니다, 감독님이 쓰러지시겠네요. 무대에 오르셔야 하니까.”
“저번에, 왜 그 얘기 했었잖아요. 무영 씨 좋은 꿈 꿨었다고.”
“아, 네네. 그랬죠.”
“이번 영화 잘된다는 계시 아닐까요? 사실 나도 어제 꿈꿨는데, 무영 씨가 상 받는 꿈을 꿨어요.”
“제가 주연상 받으면 황금종려상은 없는데요?”
대상 격인 황금종려상이 주어지면, 기조상 무영이는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
개인의 영광을 위할 것인지, 아니면 작품의 영광을 위할 것인지.
“이번이 아니라, 뭐 다음일 수도 있죠. 칸은 계속되잖아요.”
무영이가 눈을 새초롬하게 뜨고 유사하를 쳐다봤으나, 농담과 진담을 구분할 수 없었다.
결국 진위 여부 가리는 걸 포기한 채, 무영이는 방긋 웃었다.
“부디 예지몽이었으면 좋겠네요.”
“주연상 수상하면요, 무영 씨. 우리 재계약할래요?”
“아하하. 생각 좀 해볼게요.”
아직 기간이 많이 남았으나, ‘연장’이라는 아주 좋은 계약 방식이 남아 있지 않나.
유사하의 말에 무영이는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며 뭔가를 생각했다.
“무슨 생각해요?”
“음, 혹시나요, 진짜 혹시나 상 받게 되면 수상 소감을 어떻게 할지요.”
폐막식에 참여하라는 게 그런 뜻이었구나.
무영이는 새삼 수상의 현실에 한 발짝 다가간 자신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트로피 하나는 들고 갈 수 있으니, 그 또한 참으로 다행이다.
‘혹시 황금종려상이 아닐까?’
각국의 영화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사방에서 그들의 영화를 입에 올리는 걸 직접 피부로 느끼고 있었기에, 시원한 김칫국 한 사발 먹어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뭘 하든, 멋진 자리니까 멋진 소감이 될 거예요.”
“오늘은 밤에 파티 못 나가니까, 그거 미안하다고 할까 봐요.”
“하하. 그것도 좋네요.”
똑똑.
“대표님. 한국에서 연락이 왔는데요.”
“아, 네. 금방 나가죠. 무영 씨, 푹 쉬어요. 오후까지는 여유로우니까.”
“네. 감사함니당.”
무영이가 파이팅하라는 뜻으로 주먹을 들어 보이자, 유사하가 손을 가볍게 흔들며 방문을 나섰다.
다시 적막이 감돌았다. 쏴아아- 하고 부드럽게 흐트러지는 파도 소리만 들려온다.
‘상, 받을까? 과연?’
진짜로? 하무영 인생에 칸 영화제 수상이라는 영예가?
도저히 실감이 안 나지 않나. 무영이는 벌떡 일어나서 옷을 챙겨 입은 다음 일 층으로 내려갔다.
“무영 씨.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저 잠시 바람 쐬고 올게요.”
“파파라치들은요?”
“없는 것 같던데용. 자전거 빌려주심 감사하고요.”
“네. 잠시만요.”
모자에 가벼운 옷차림, 거기에 자전거까지 옆에 끼니 진짜 프랑스 칸에 사는 소년같이 느껴졌다.
무영이가 정원을 가로질러 나가자, 해먹에 누워 있던 팽상구 선생님이 그를 불렀다.
“어허, 무영이.”
“좋은 아침입니다. 선생님.”
“보기 좋군, 산책 가는가?”
“네. 같이 가실래요?”
무영이 뒷좌석을 팡팡 치며 제안하자, 선생님은 너털웃음만 지었다.
“되었네. 자네 고생만 해. 오늘이 마지막이니, 끝까지 즐기시게나.”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도 쉬셔요.”
띠링! 띠리링!
무영이는 꾸벅 인사한 다음, 자전거를 타고 해안가로 향했다.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물씬 나는 해안 도로. 세차게 페달을 밟을수록 머리가 가벼워지는 기분이다.
‘아, 이 느낌, 뭔지 알겠다.’
해외 진출을 앞두고, 모든 생활 방식이 변하기 전의 지금 이 기분.
무영이는 미성년에서 성년이 되던 그 날과 상당히 비슷한 기분이라는 걸 알아챘다.
미지의 세계로 몸을 내던지기 전 두근대는 그것과 꼭 닮아 있었다.
“봉쥬르!”
무영이는 가판대에서 사과 하나를 사서는 작은 공원으로 향했다.
의자에 앉아서 웃옷으로 껍질을 슥슥 문지르는데…….
부스럭.
신문 덮고 누워 있던 웬 거지 한 명이 고개를 빼꼼 내밀고서 무영이를 쳐다보는 게 아닌가.
와앙- 한입 먹으려던 무영이가 멈칫거리며 그와 시선을 나눴다.
“이거 줄까요? 배고파요? 아유헝그리?”
잿빛 눈동자의 미중년. 프랑스는 거지도 잘생겼구나, 무영이는 그리 생각하며 사과를 건넸다.
그는 당황해하면서도 거절하지 않았고, 이내 무어라 말을 걸어왔다. 하지만 불어를 알 턱이 있나.
“음음. 나는 영어만 가능해요. 아이캔스피크 온리 잉글리시!”
그러자 거지는 뭐라 말하는 걸 포기하고, 우드득! 한 번에 사과를 반으로 쪼개서 무영이에게 나눠줬다.
무영이 배시시 웃자, 그 역시 따라 웃었다.
‘거지 말고, 모델이나 뭐 그런 거라도 해보시지. 피지컬이 예사롭지 않으신데, 아쉬워라!’
무영이는 그리 생각하며 사과를 한입에 해치웠고, 이내 가보겠노라 손을 흔들었다.
거지 역시 사과를 아삭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갈게요~ 감기 조심하세요, 아저씨!”
“à la prochaine!(다음에 보자고!)”
산뜻한 바람에 무영이의 웃옷이 멋지게 휘날렸다.
프랑스 남부, 칸의 작은 공원에서 만난 거지.
그는 명품계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랑스의 대표 배우, 아르노였다.
모델은 물론, 배우, 프로듀서 등 다방면으로 활발히 활동하곤 했지만, 그의 주된 명성은 수많은 명품 브랜드를 소유한 LVMM 가문의 장남이라는 것이다.
띠링! 띠리링!
무영이의 인생에 있어 다시 찾아온 귀인이었으나, 그는 알지 못했다. 꽃가루가 없었기에.
“무영아아아!”
“오, 저 여기 있어요!”
“어딜 갔다 와? 멀리 갔어?”
“아니요. 잠깐 앞의 공원에요.”
“이제 슬슬 세팅 준비하자. 칸의 마지막 밤이니, 끝장나게 해야지. 씻고 와.”
무영이는 저택 정문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매니저에게 자전거를 넘겨주며 웃었다.
팽상구 선생님 역시 해먹에 누워 있는 상태 그대로 엄지를 치켜들었다.
“무영이, 오늘따라 더 멋져 보이는군. 시상식에서 제일 빛나겠어.”
* * *
개막식이랑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
그때가 설렘과 흥분, 그리고 축제의 장이 열리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누가 상을 받게 될지 몰라 서로 긴장하며 날을 세우는 기분이랄까.
무영이는 팀원들과 함께 주르륵 앉아서 무대 위를 바라봤다.
“시상식은 거리가 생각보다 더 가깝네요.”
“그러게. 감독님? 괜찮으세요?”
“저요? 예예. 뭐, 잠시 얼이 나가 있는데요.”
감독은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어금니만 딱딱 씹어 보였다.
긴장감 때문에 반사적으로 나오는 행동이었다.
부디 카메라에는 잡히지 않길 바라며, 무영이는 희미하게 웃었다.
두웅! 둥둥!
그리고 다시금 사방의 조명이 꺼졌다.
시상식 사회자인 여자가 나와서 뭐라뭐라 진행을 하는데, 솔직히 불어라 잘 못 알아듣겠다.
“감독님. 혹시 상 받게 되시면요-”
무영이는 고개를 옆으로 숙이며 속닥거렸다.
“프랑스어로 수상 소감을 준비 못 했다고, 말씀하시는 게 좋겠어요.”
“으응. 그럴게요. 되면, 타게 되면.”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무영이는 ‘꼭 타게 될 거예요!’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이상하게 칸에 와서는 꽃가루를 한 번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또 영 기대를 안 한다고 하기에는 초반, 작품 선택 시 봤던 꽃가루가 있지 않나.
‘뭘까. 여기까지 온 게 행운? 아니면 영화상은 못 받지만, 성적은 좋으려나? 그것도 아니면? 음음.’
혹시 언제라도 꽃가루가 터져 나올까 봐, 무영이는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시상식은 밤의 열기를 더해가며 계속 진행되었고, 이내 남우 주연상의 발표가 다가왔다.
[[First in last out> – Ha Moo Young]“무영아, 너 얼굴 나온다!”
“맞네, 노미네이트! 축하한다!”
“무영 씨, 축하해요.”
무영이는 남우 주연상의 후보에 오른 자신의 모습이 영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양옆으로 베릭을 비롯하여 익숙한 헐리우드 배우들이 잡혀 있으니,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Congratulations, the winner is Berwick! (축하합니다, 수상자는 베릭입니다!)”
하지만 수상의 영예는 베릭에게 돌아갔다.
그의 이름이 호명되자, 사람들은 모두 일어서서 환호를 보냈고, 베릭 역시 기꺼이 그 찬사를 받아냈다.
그가 무대로 오르기 전.
“무영.”
“축하드려요! 유아위너!”
“The next winner will be you.(다음 수상자는 너야.)”
무영이에게 다가와 가볍게 포옹을 해주었다.
그 모습이 생중계로 잡혔고, 사람들은 다시금 두 사람이 동료라는 걸 되새길 수 있었다.
무영이는 진심으로 축하해 주며 그의 위로를 마음에 새겼다.
‘다음에는 나다!’
그의 눈이 반짝이는 동안, 감독은 거의 눈 뜬 채로 기절한 것같이 꼼짝하지 않았다.
무영이의 수상이 불발되었으니, 이제는 황금종려상 수상에 더 가까이 다가간 것이지 않나.
‘꽃가루가…….’
무영이가 두리번거리며 꽃가루를 찾는 순간.
갑자기 무엇인가를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꽃가루 본 게 언제가 마지막이더라?’
아니, 그 이전에.
‘귀신을 본 건 언제가 마지막이었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