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352)
신인인데 천만배우 352화
진짜 꽃가루
“무영 씨?”
유사하가 입가를 가리며 조심히 물었다.
넋이 반쯤 나가 있는 것이, 상을 못 탄 충격일까?
하지만 자신이 아는 하무영은 전혀 그럴 사람이 아닌데 말이지.
무영이는 유사하를 천천히 돌아보며 눈만 깜빡거렸다.
“네?”
“괜찮으면 웃으세요.”
세계의 모두가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아예 중계권을 따내 생방송 중이었으니, 혹여나 무영이가 오해라도 살까 봐 걱정하는 눈치였다.
무영이는 꿈에서 막 깬 것처럼 잠시 볼을 툭툭 두드리더니, 이내 활짝 웃었다.
짝짝짝!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베릭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으나, 무영이의 기분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고 미묘했다.
‘꽃가루가 보이지 않는다면, 스모그도 안 보이겠지. 귀신이 안 보이니까 영안 자체가 닫힌 걸까?’
거의 평생을 이리 살아왔다.
기억이라는 게 자리 잡은 순간부터, 그 옆에는 언제나 귀신이 있었다.
꽃가루를 본 순간은 특정할 수 있었으나, 귀신과 스모그는 혹시 함께 태어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오래된 것이었으니.
‘선물? 이것이 선물?’
무영이는 문득, 캠핑장에서 만났던 의문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예전에도 그러했다. 새로운 삶을 주겠노라 하여 꽃가루를 보게 했는데, 이번에도 새로운 삶이 주어진 기분이었다. 모든 기현상이 닫힘으로 인하여.
‘평범하게, 남들과 같이 살아갈 수 있구나.’
언제나 바랐던 그것. 어릴 적 불행의 원인이자, 운명의 족쇄라 여겨졌던 그것.
무영이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차오르고 말았다.
솔직히, 그저 시원하기만 하다면 조금 거짓말 같다. 꽃가루와 귀신들로 인해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까.
조금 밀려오는 변화의 아쉬움을 알아채는 순간.
“First In Last Out!”
사방에서 들려오는 무영이의 영화 제목.
정신을 차리니 황금종려상의 수상 순간에 서 있었다.
순식간에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꽃가루, 동료들은 벌떡 일어나 환호하며 서로를 얼싸안았다.
“와아아아!”
“아아악! 됐다, 됐어!”
“축하합니다! 감독님, 진짜 축하해요!”
“세상에, 세상에! 선생님, 에구, 조심하셔요!”
“와아아! 미쳤다! 진짜 미쳤다!”
“Congratulation! (축하해요!)”
“감독님, 빨리, 빨리 올라가세요! 단상 저쪽이에요!”
“어, 어디요? 어디?”
객석을 주춤주춤 해치며 나온 감독이 무영이를 가볍게 끌어안으며 기쁨을 전했다.
무영이는 연신 하늘에서 떨어지는 꽃가루를 바라보며 눈물을 뚝뚝 흘려댔다.
“무영 씨, 울어요? 왜 울어~ 좋은 날에!”
“너무, 너무 대단해서요.”
“고마워요. 무영 씨, 고생 많았어.”
“감독님! 빨리 올라가세요!”
동료들의 성화에 감독이 서둘러 단상에 올라갔다.
유사하는 손수건을 꺼내 무영이에게 쥐여줬고, 이내 토닥토닥, 축하 인사를 전했다.
“무영 씨, 축하해요. 황금종려상의 주연배우가 됐어요. 이만한 영광이 또 없네요.”
“그러게요. 진짜, 진짜…….”
사방에서 터지는 플래시와 극장의 조명으로 인해, 홀로그램 종이 가루가 발광하듯 반짝였다.
무영이가 평소에 봐왔던 꽃가루와 전혀 다를 것 없다.
‘보지 못해도, 사라진 건 아니야.’
무영이는 손을 뻗어 꽃가루를 만졌다.
이전과 달리, 이것은 진짜 현실이다.
손에 닿았고, 느껴지며, 잡을 수 있다.
무영이의 얼굴에 점점 화사한 빛이 감돌았고, 이내 다시금 묘한 기분이 차올라 눈물을 흘렸다.
“흐윽…….”
“무영 씨, 에구, 운다 울어.”
“너무 좋아서요. 너무 좋아요.”
“그래요. 나도 너무 좋다. 하하하.”
그토록 원했던 평범한 삶.
다른 사람들처럼 살아갈 기회가 주어진 것 같아서 가슴이 벅차올랐다.
또한, 이제 더는 그림자 속에서 살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 같아서 홀가분하기까지 했다.
찰칵! 찰칵!
꽃가루를 잔뜩 묻힌 무영이와 동료들이 얼싸안고 다시금 행복을 나누었고, 이내 감독이 수상 소감 후 트로피를 공중으로 들어 올리자 환호성이 쏟아졌다.
“와아아! 우리 상 받았다!”
“황금종려다! 와아아!”
“대박이다! 대박!”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이런 기분.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맛볼 수 있는 단맛일까.
무영이는 민재와 방방 뛰며 다른 배우들의 축하를 받았다.
조금 두렵지만, 무영이는 알 수 있었다. 이것은 고도의 기대감으로 비롯된 불안감이라고.
‘여기서 더 위는, 내 힘으로 가는 거야.’
누군가가 봤을 때는 이곳이 끝일 수도 있겠다.
젊은 나이에 수많은 커리어를 쌓았고, 칸 영화제에서 정점을 찍었으니. 하지만 그 위에는 언제나 다른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무영 씨이이!”
“우아아앗! 무영아!”
“대박! 어떡해요? 무영아!”
무영이는 동료들과 깊게 포옹하며 다시금 눈물을 흘렸다.
이제는 무영이가 우는 것이 그리 튀어 보이지 않았다.
다들 감격하여 울어젖히고 있었으니까. 그들의 모습은 생방송으로 계속해서 전 세계로 뻗어 나갔다.
* * *
-기승전결 완벽한 인생이다 레알 갓생 하무영 미친 듯ㅠㅠㅠ 사랑해 무영아
-무영이 인생 아직 결까지 안 갔는데요?
-공항 입국하는데 나는 전쟁 영웅 돌아온 줄ㅋㅋㅋㅋ 환대가 미쳤네
-황금종려면 거의 국가대표급 맞음ㅇㅇ
-다른 것도 아니고 칸인데 당연하지 공항에서 무영이 자택까지 레드 카펫 깔아줬으면 좋겠음
-그래서, 개봉했는데 표 어디서 구하냐고!!!
-ㅋㅋㅋ그걸 왜 여기서 물으심?
-손이 느린 자 무영이를 영접할 수 없으리라
-영화 평점 이거 믿을 만하지? 황금종려 받았다고 언플 아니지?
└ㄴㄴ언플 맞음 그러니까 예매 취소 좀
-아니, 독과점이고 나발이고 X발새기들아 영화는 봐야 까든 말든 할 거 아니냐고 빨리 극장 좀 늘려봐라 일 개같이 못하네 진짜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 기냥 가만히 처 있으면 배가 가냐?
└ㅇㅇ잘 가는데? 배에 모터 달아서 노 안 저어도 됨
└└지가 예매 못 해놓고 승질은ㅋㅋㅋㅋ
-영화제 상 받는 거 다 재미없는 것만 받는 거 아닌가요? 작품성이 높을수록 좀 그렇던데ㅎㅎ
└이번 거는 진짜 잘 만들었어요 유사하 대표가 칼 갈았다고 하더니만 어디서 작두를 만들어 왔네요ㅎㅎ
-뭐라더라? 투자 실패했던거로 많은 깨달음 어쩌구 저쩌구 확실히 예전 영화보다는 연출이나 CG 등 다 세련되고 괜찮더라. 그게 너무 옛날 영화라 그런가?
-유사하 화법) 투자 실패했던 거 기억하고 돈 더 칠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각 잡았으니까 다들 탑승해 달라
-대체 몇 살 때 첫 투자를 한 겨;; 재벌 클라스;;
-다들 결말 보면 뒤통수에 오함마 꽂는 기분 느낄 수 있음 무조건 보셈ㅇㅇ
└ㅇㅈㅇㅈ 처음에는 결말에 후드려 맞는데 두 번 세 번 볼 때마다 복선이나 설정이 촘촘해서 계속 비교하는 맛이 있음 타임 루프 걸린 건 소방관인디 왜 내가 계속 보고 있는지 모르겟네;;
-하여간ㅉㅉ 칸도 한물갔다 저딴 오락성 영화가 황금종려라니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구나 하무영도 좋겠네ㅋ 출세하고ㅅㅂ
└방구석 찐따쉑 열등감에 부들부들 오져서 여기까지 진동 느껴짐ㄷㄷ
└└요즘 하무영 까글 많아지더라ㅋㅋㅋㅋ미국 간다고 하니까 더 지랄하는 것 같음
└└응~ 그래 봤자 하무영 타격 1도 없어^^ 개봉하자마자 60만 명~ 이틀차에 120만 명~ㅋㅋㅋㅋ
-이게 대체 말이나 되는 속도냐?
-국내 개봉 최고 오프닝 기록 갈았음ㅇㅇ
-헐리우드 흥행작도 이정도는 아니지 않나?
-이거 천만 각이다 기세가 만만치 않아…
-천만 씨게 넘을 것 같은데? 이번에 하무영 영화에 투자도 따로 했다며? 와, 돈방석이 아니라 돈침대에 눕게 생겼네ㅋㅋㅋ 부럽다
-드디어 천만 배우 타이틀 챙기는구나ㅠㅠ그래, 챙길 때 됐어 내 배우…. 천만 배우 가자…!!!
-분석 기사 봤는데 이 정도면 한 달 좀 안 됐을 때 천만 가능하다고 본다더만!! 황금종려상 받았으니까 외화벌이도 문제없을 듯
-그때쯤 되면 무영이 해외 가 있는 거 아님? 베릭이랑 영화 촬영 들어간다며?
-이번 해 국세청에서 무영이한테 칭찬 좀 해줘라.. 세금 졸라 많이 내게 생겼네ㅋㅋㅋㅋ
-3대 영화제 수상작 중에서 이만한 흥행은 거의 없었음 유례가 없다고 보면 됨
* * *
부스럭.
무영이는 빌라 뒤뜰을 삼순이와 천천히 걸었다.
빈 캔 하나만 덩그러니 남아 있고, 고양이 귀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삼순이는 캔 냄새를 킁킁대더니 이내 뭔가 즐거운 듯 연신 바닥을 헤치며 뒹굴어댔다.
“진짜 안 보이네.”
솔직히, 최근에는 좀 바빠서 고양이를 못 본 줄 알았다.
하지만 귀신을 보지 못한다는 걸 깨닫자마자 그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고양이 귀신 역시 여기 어딘가에 있겠지만, 더 이상 무영이가 보지 못하는 것뿐이지.
“삼순아, 너는 잘 보여?”
앙앙!
“그럼, 앞으로 잘 지내라고 말 전해줘. 고양아, 미국 가기 전에 가끔 캔 주러 올게. 그러니까 햇볕 잘 보고, 잘 자고, 잘 살아.”
무영이는 마른 잔디를 톡톡 두드리며 중얼거렸다.
영화관에서는 한창 영화가 상영 중이었으나, 무영이는 해외에 갈 준비에 정신이 없었다.
“무영아! 준비 끝났어?”
“네네. 가요!”
뒤에서 부르는 고경민의 외침에 무영이는 옷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삼순이와 함께 빌라 앞으로 나오니, 차가 준비되어 있다.
“오늘 스케줄은 어떻게 돼요?”
“인터뷰 하나 하고…….”
무영이는 삼순이의 배를 쪼물딱거리며 고경민의 말을 경청했다.
영화의 흥행 속도가 만만치 않아서, 그와 관련된 스케줄이 계속 잡히는 중이었다.
“참, 집에 가구는 다 뺐어?”
“네네. 아마 다음 주까지는 천천히 마무리될 것 같아요. 관객 인사는 이제 끝난 거죠?”
“응. 회사에서는 다음 주 중으로 천만 돌파할 수 있을 것 같다 했거든. 요즘 개봉작이 계속 밀려와서, 극장 수가 좀 줄었는데 괜찮아.”
부우웅.
초반에는 진짜 말 그대로 ‘폭발’이었다.
투자비가 엄청났음에도 두 번째 주에 손익분기점을 넘었고, 이제는 흥행에 관한 모든 기록을 새로이 갈아 치우고 있는 수준이었다.
곧 있으면 무영이에게도 ‘천만 배우’라는 타이틀이 주어질 터.
“한국에서는 천만 배우인데, 해외 가면 신인이잖아요. 재밌겠다. 아하하.”
“얌마, 황금종려상 탄 신인 배우가 어딨냐?”
“그런가요? 그래도 저 잘 모르실 것 같은데.”
“뭐, 외국에서는 첫 작품이니까 신인이라 해도 그럴 수 있겠네. 그래도 우리는, 엉? 월클이라고! 월클!”
매니저는 저도 모르게 흥분해서 클락션을 눌러대고 말았다.
무영이 웃자, 고경민이 민망한 듯 턱을 긁적거렸다.
“아무튼, 스케줄이랑 이사 준비하는 거 정신없을 거 아니까, 대표님이 다음 주부터는 아예 안 잡아도 된다 하셨거든.”
“그래요? 감사하네요.”
무영이의 짐은 하나둘씩 포장되어 미국으로 갈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주위도 천천히 정리하며 일 처리가 순조롭게 진행되나 싶은데…….
“근데 은성이 형은요?”
“은성 씨? 아직도 연락두절이야?”
“넹. 집 나가 버렸어요.”
이건 뭐, 대체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지만, 차은성이 집을 나가 버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