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353)
신인인데 천만배우 353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사이렌이 울리면> 새로운 영화계의 역사를 써내리다! 최단기간, 최다관객동원!] [천만 배우 된 하무영, ‘실감이 안 나요, 미국에서도 좋은 소식 들려드릴게요’] [하무영, 천만배우 타이틀을 얻다. 현재 이십 대 남자 배우 중 독보적인 커리어] [천만배우? 해외에서는 신인배우! 하무영의 헐리우드 도전기! 과연 성공할까?] [세계를 울린 베릭과의 포옹, 하무영 진짜 월클]띠링!
무영이는 허리춤에 팔을 올린 채 연신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기사들이야 뭐,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 쏟아지는 거고, 댓글들도 홍수처럼 밀려오는데…….
“아니, 은성이 형 대체 어디 간겨? 진짜!?”
앙앙!
차은성이 사라졌다. 무영이가 황금종려상을 받고 한국에 와서는 얼굴도 보고, 술도 마시고, 며칠 잘 노는 것 같더니만 진짜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함께 프랑스에 갔다 왔던 매니저도 모르는 눈치인데, 어찌 회사나 집이나 다 잠잠하다.
“다들 은성이 형 어디 갔는지 알지?”
“알게 뭐야, 어디서 잘살고 있겠지.”
“아니. 이거 실종신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실종신고는 됐고요, 가서 전입신고나 잘하세요. 짐은 이게 다야? 이것만 버리면 되는 거지?”
준호가 심드렁하게 무영이의 말에 대꾸했다. 원래 무영이가 가 있는 동안 집은 남겨주기로 했는데, 아 그놈의 관리비가 만만치 않아서 어쩔 수 없다.
“아니면 룸메이트 구해서 너 있어도 되는데.”
“됐어. 집도 너무 크고, 다른 사람이랑 지금부터 다시 살려면 불편해서 못해. 본가 들어가서 당분간 저축이나 할란다. 들어가면 식비나 딴 것도 적게 들겠지.”
“건물주 아들이 그런 얘기하니까 좀 웃긴다야.”
“아빠가 건물주지, 난 그냥 회사원이야. 사촌 형한테 빡빡 갈려가는 힘없는 소시민! 월급에 치킨 먹을 생각이나 하는 평범하고, 안타까운! 그런 사람이라고!”
준호는 아까워했지만, 어쩌겠는가. 한 달에 관리비만 몇백씩 나오는데. 전기세와 가스비를 차치하고서, 단지가 소유한 거대한 공원 관리비부터 시작하여 고급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 책정된 공용비였다. 무영이도 항상 회사에서 내주었으니, 그렇게 비쌀 줄은 전혀 몰랐다.
“준호가 집 빼는 거 아쉬워해서 그래.”
“알아. 집이 좀 좋아야지. 아, 보라야. 그거 주라. 무거워.”
“괜찮아. 이것도 아래에 내려놓는다?”
무영이의 이사를 돕기 위해 보라도 동원되었다. 사실 큰 가구나 짐 같은 건 이미 다 정리되었고, 무영이가 직접 들고 갈 것들만 조금씩 트렁크에 싣는 중이었다. 무영이는 삼순이를 껴안고서 다시금 차은성의 존재를 떠올렸다.
“아니, 근데 진짜 이거 실종신고 하자!”
“또또 그 소리네. 바로 뉴스 1면에 나오겠다. 슈퍼스타 차은성 씨 자취를 감추다!”
“걱정도 안 돼? 너희 알고 있지? 형 어디 갔는지?”
“모른다니까, 별로 알고 싶지 않은데?”
“이사 가는 날까지 안 보이면 문제 있는 거 아니야? 삼순이도 오늘이 마지막인데!”
앙앙!
삼순이가 무영이에게 안긴 채로 꼬리만 연신 흔들어 댔다. 아무래도 여기서 차은성의 부재를 걱정하는 건 무영이밖에 없는 듯싶다.
타앙!
“무영아, 내려와라. 그만 출발하자.”
“네. 알겠습니다!”
“자자. 가자.”
“캐리어 들어줄게. 어이구, 무거워.”
“삼순이는 가면 미국물 먹은 강아쥐네~ 잘 다녀와!”
매니저의 재촉에 다들 남은 짐을 들고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무영이는 신발을 신고, 텅 빈 거실을 둘러봤다.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 그 모습 그대로다.
‘여기서 참 좋은 일이 많았는데.’
그리고 처억! 기도하듯 두 손을 모아 눈을 꼭 감았다.
그동안 진짜 좋은 일만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네가 따뜻하게 자리 잡고 있는 덕에 내가 일 끝나고 돌아오는 길이 참 즐거웠노라고, 힘든 날엔 울 수 있는 장소가 되어줘서, 좋은 날엔 여러 사람과 웃고 떠드는 장소가 되어줘서 고마웠다고. 반년 혹은 그 이상이겠지만, 언젠가 다시 한국에 돌아온다면 또 만나자고.
“무영아! 뭐해? 빨리 가자.”
“응응 갈게!”
무영이는 마지막으로 현관문을 닫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그리고 밴에 올라타고서 뒤를 힐끔거렸다. 텅 빈 뒤뜰의 풀숲이 바람에 휘날렸다. 아마 저기서 지금 나를 보고 있겠지. 고양이 귀신아.
‘너도 잘 지내. 그동안 고마웠어. 볼 수 있으면 또 보자. 언제나 행복해.’
무영이가 손을 흔들자, 바람이 더욱 거세게 부는 것 같다. 준호가 차에 짐을 모두 올리고, 트렁크를 쿵쿵 쳐댔다.
“갑시다! 이제, 출발!”
“가자가자, 비행기 시간 늦겠다.”
“엔빈이랑 애들 다 거기서 보는 거지?”
“응. 스케줄상 집에서 보는 것보다 공항에서 보는 게 가깝더라고. 안 와도 된다 했는데.”
“됐다. 오늘 보면 또 언제 볼 줄 알고.”
보라의 말에 무영이는 싱긋 웃기만 했다. 번거롭긴 해도, 이렇게 배웅을 해준다 하니 참으로 고마울 뿐이다. 무영이는 삼순이와 함께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길을 구경했다. 빌딩 숲, 저 멀리 남산, 푸른 하늘, 익숙한 길거리…….
‘당분간 못 보는 것들이네.’
“야, 그래도 너 연말에 또 들어오지 않냐?”
“응? 아마? 영화 촬영 스케줄이랑 안 겹치면.”
[사이렌이 울리면>의 시상식 휩쓸기가 예정되어 있었으니, 가서 몇 달 안 되어 다시 돌아올 것이다. 준호는 그 말에 코를 훌쩍이며 안도했다.“그래. 자주 와라. 돈 많은 네가 왔다 갔다 해.”
“엥? 나 시간 없어.”
“야, 나는 돈도 없고 시간도 없어.”
“아하하. 그래? 그러면 내가 와야겠네.”
“재수탱. 얼탱.”
* * *
둘이 틱틱대는 동안, 밴은 멈춤 없이 달려 인천공항에 당도했다. 비공식 출국이라 기자가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꽤 있다.
찰칵! 찰칵!
“무영 씨, 오늘부터 미국 생활 들어가시잖아요.”
“아앗, 기자님.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가서 잘 지내세요. 사진 한 번만 찍을게요.”
“베릭 씨랑 집이 가깝다고 하던데요.”
“저도 가봐야 알 것 같아요. 잘 다녀오겠습니다.”
무영이는 기자들과 사담을 나누며 체크인하고 VIP용 대기실로 들어갔다. 라운지에는 유사하와 엔빈 그리고 로민이, 심지어는 이안이까지 있다. 다들 바쁜 와중에도 이리 모이다니!
“야아아!”
“혀어어엉! 가면 언제 봐요?”
“너 요즘 미국에서 살더만. 자주 볼 것 같은데?”
“흐잉. 천만배우 찍고 바로 가는 게 어딨어.”
로민이가 엉겨 붙자, 엔빈이 대신 떼어주었다. 다들 워낙 미국에 오는 일이 많아서 크게 아쉬워하진 않았다. 좀 뭐랄까. 응원에 가까운 분위기?
“그런데 하늘 씨는…….”
찰칵 찰칵!
그러면 그렇지. 무영이는 셔터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봤다. 임하늘은 연신 사진을 찍어대더니, 조용히 비행기 티켓을 들어 올렸다.
“어? 진짜요?”
“이 기회에 휴가 갑니다.”
“오오오. 대박. 옆자리일까요?”
“제가 그렇게 돈이 많은 건 아니라서.”
무영이와 같은 비행기. 임달아는 아쉽게도 중요한 회사 일로 불참이다. 임하늘은 그녀가 적어준 편지를 전하며 일러주었다.
“달아 씨가 울고불고 난리 났습니다.”
“에궁, 왜요!”
“미국지사로 아마 자리 옮길 것 같은데, 자세한 건 두고 봐야 할 것 같아요.”
무영이 때문에 일하는 국가를 옮긴다고? 미친 거 아닌가? 준호는 그걸 가만히 듣다가 보라에게 속닥거렸다.
“임하늘 씨, 미국 가면 파파라치로 한 건 하겠는데?”
“무영이만 찍어대서 돈 못 벌 듯.”
“아, 아예 팔지를 않겠구나. 음음. 아무튼 대단한 커플일세.”
무영이는 달아가 적어준 아쉬움 가득한 편지를 읽으며 웃어댔고, 이에 유사하가 시계를 확인했다.
“진짜 조금 있으면 가겠네요. 무영 씨.”
“대표님. 근데요, 은성이 형 어디 갔는지 아시죠?”
“아하. 차은성 씨요? 글쎄요? 어디서 죽었나?”
“네?”
“아하하. 농담이에요.”
전혀 농담 안 같은데.
차은성 얘기를 꺼내니 조금 빡쳐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무영이가 눈만 연신 굴려댔으나, 유사하는 말해줄 기미가 안 보였다.
“무영 씨, 가서 밥 잘 챙겨 먹고요.”
“에엥? 왜 그러세요? 우리 같이 가잖아요.”
“그렇긴 한데, 분위기가 왠지 인사해야 할 것 같아서. 아하하.”
유사하는 무영이가 미국에 도착해서 에이전시를 만나고, 어느 정도 스케줄 이행이 되는 걸 확인하고 귀국하기로 했다. 황금종려상을 받은 [사이렌이 울리면>의 미국 진출을 위한 보급사 미팅도 잡혀 있고, 말 그대로 겸사겸사.
[안내 말씀드립니다. 인천에서 출발하는 미국행 비행기…….]“실례합니다. 일등석 손님, 출국 시간이 되어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때, 비행기의 출발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전담 승무원이 다가와 고개를 꾸벅 숙였고, 무영이는 배낭을 들쳐 메고 일어섰다.
“네. 가요!”
고등학교에서 대학교, 처음 기숙사 들어갈 때 썼던 가방이다. 낡고 때 탔지만, 시작에는 언제나 함께인 가방. 무영이 통로 밖으로 나가자 모여 있던 팬들이 아쉬워하며 손을 흔들었다.
“무영아, 잘 가! 조심히 다녀와!”
“미세먼지 많아도 너만 있으면 맑았는데!”
“몸조심하고! 칭챙총 하면 다 죽여버려!”
“무영 씨, 잘 다녀와요! 기다릴게요!”
무영이는 그들의 손을 하나씩 붙잡으며 꾸벅꾸벅 인사했다. 여기까지 와 줄 정도면 정말이지, 지킴이분들 중에서도 저를 아끼다 못해 사랑해 주시는 분들 아닌가.
“와아,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와주실 줄 몰랐어요. 진짜 어려운 일인데.”
그리고 함께해 줘서 고맙노라고, 무영이는 다시 한번 인사했다.
“여러분 덕분에 진짜 여기까지 왔어요. 제가요, 지킴이 분들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몰라요!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감사합니다. 계속 지켜봐 주세요!”
“그럼, 무영아. 잘 다녀와.”
“사랑해!”
“저도요, 사랑합니다!”
무영이는 유사하와 함께 게이트로 들어가며 연신 손을 흔들었다. 참으로 아쉽지만, 이것이 끝이 아님을 알고 있다. 미국에 가서도 분명 재밌고 좋은 일들이 생길 거고, 다시 언젠가 한국에 돌아올 테니까.
‘갈게! 연락할게!’
* * *
무영이는 친구들에게 수신호하며 유사하를 따라 비행기 통로로 들어섰다. 문이 닫히고, 모습이 사라지자 다들 아쉬움을 숨기지 못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아, 무영이 갔다.”
보라도, 준호도, 엔빈이도 마찬가지.
“갔네.”
“그러게요, 와, 실감 하나도 안 나.”
“삼순이는?”
“작아서 캐리어에 넣고 들어간대.”
“그렇구나. 그러면 우리도 슬슬 준비할까?”
“밥부터 먹자. 미국 가기 전에는 김치찌개 무조건 먹어주고 가야 해. 충전식으로.”
그들은 씨익 웃으며 주머니에서 다음 비행기표를 꺼냈다. 미국 LA행이라는 행선지가 뚜렷하게 적혀 있었다. 준호는 연차에 월차에 반차, 사촌 형의 애원까지 싹싹 긁어모아 휴가를 만들어냈고, 보라는 휴식기라, 엔빈이는 말했다시피 원래 미국 일정이 많아서 가능한 서프라이즈였다.
“캬캬. 하무영 집에 도착해서 짐 풀고 있을 때 딱 띵동 하겠다.”
“근데 은성이 형은? 진짜 어디 간 거?”
“아, 형? 미국에서 뭐 오디션 본다 하던데. 푸른색 캘리포니아였나 뭐라나. 원래 유사하 대표님이 하라고 권해준 거, 안 한다고 했다가 로케 촬영이라는 거 알고 바로 하겠다 했대. 덕분에 스케줄 죄다 꼬이고. 아까 유사하 대표님 좀 빡쳐 보였지?”
“어. 그래 보였어.”
“가면? 형은 어디서 지낸대?”
“집은 따로 구한 것 같더만…….”
의미가 있나? 어떻게 살지 눈에 훤했다.
“김치찌개나 먹자.”
* * *
세 사람은 식당가로 향했고, 아무것도 모르는 무영이는 비행기에 올라타기 전 티켓 검사를 했다.
“하무영 씨 맞으세요?”
“네. 제가 하무영 입니다!”
하무, 하삼순 애비, 지킴이들의 무영문화재, 그리고 신인인데 천만배우.
“잘 다녀오세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무영이는 꾸벅 인사하고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연예인은 연예인이구나, 승무원은 그의 뒤에서 반짝이는 꽃가루가 흩날리는 기분을 느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