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355)
신인인데 천만배우 외전 2화
미국 가기 전
티비에 나오는 하무영의 모습.
그사이 프랑스 물 좀 먹어서 그런지, 때깔이 곱다.
차은성은 보라, 준호, 삼순이와 함께 소파에 앉아서 칸 영화제 생중계를 보고 있었다.
“와, 오늘 무영이 상 받으면 진짜 대박인데.”
“그러니까, 이건 무영이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 영광이다. 으아아. 떨려.”
준호와 보라가 얼싸안으며 서로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차은성은 삼순이를 껴안고서 맥주를 홀짝거렸다.
그 누구도 인식하진 못했지만, 차은성 나름대로의 긴장 해소법이다.
“현지 부스에 있는 기자들도 같은 마음이겠죠?”
“당연당연. 이건 거의 올림픽이라고. 국가대표 하무영, 가서 황금종려 따 오자! 아자!”
“임준호. 시끄러워.”
“넵. 죄송합니다. 근데 형, 형 다리 그만 떠시면 안 돼요? 정신없는데.”
찌릿. 차은성이 준호를 노려보았으나, 준호는 눈 깜짝하지 않고 웃어댔다.
편해졌다고 오냐오냐하니까 아주 만만해 보이지?
하지만 오늘은 진짜 중요한 날이니까 봐준다.
‘다음에 걸리면 진짜 가만 안 둬.’
그다음이 벌써 몇 번째인지, 차은성은 인식하지 못했다.
무영이의 남우 주연상 노미네이트 순간이 되자, 세 사람은 숨을 잔뜩 죽인 채 침만 꼴깍 삼켜댔다.
가끔가다 잡히는 현장의 무영이는 담담해 보이는데, 어째 지켜보는 사람들이 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띠링!
-와씨, 진짜 하무영 내 새끼 맞나 봐;;개떨려;;
-무영이 상 하나 받고 귀국할 수 있게 해주세요ㅠㅠ제발ㅠㅠㅠ
-아멘 천 번[번역]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무영 당신, 실제로는 반죽의 파스타입니까? 저 움찔거리는 콧잔등을 보십시오. 초대받았다 모두 나의 장례식, 들썩거리고 있을 것입니다 나의 관, 시신의 공중제비. 행복의 4일 것입니다.[번역]
-하무영.. 돌잡이 때 내 심장 잡은 듯ㅠㅠㅠ
-나는 당신의 미래의 아내를 죽이고 싶었지만 자살은 죄라는 것을 기억합니다 [번역]
-무영아!! 가자!! 상 받고 빨리 개봉하자!!
-ㅇㅈㅇㅈ 나 빨리 보고 싶어서 죽겠어..
-근데 무영이 저기 저러고 있으니까 진짜 월클 느낌 난다ㅠㅠ평소에는 대학교 선배 느낌이었는데.. 동방 가면 웃으며 반겨줄 것 같은 이미지..
-대학에 저런 선배가 어디 있음?
-님 모르심? 전설의 하무영 엠티짤? 궁디 이름 쓰기?
-???그게 뭔데요? 선생님, 제가 미천하여 배움이 짧습니다. 제발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링크ㄱㄱ
-저 때 서연대 애들 진짜 ㄹㅇㅋㅋㅋㅋ안 그래도 밴드부 대학생 역할 하는데 진짜 학교 가니까 하무영이 있어ㅋㅋㅋㅋ이래서 어른들이 공부 열심히 하라고 했나 벼…
-저 때는 진짜 순둥순둥 아긔아긔였다구
-근데 확실히 저렇게 외국 배우들 사이에 있으니까 낯설긴 하다ㅠㅠㅠ개봉하면 이제 미국 가서 촬영한다며 베릭이랑
-진짜 닿을 수 없는 곳으로… 가시는군요… 무영아..
-삼순이 데려간대?
-ㅇㅇㅇ데꼬간대
-차은성은?
-몰라ㅋㅋ알아서 하겠지
차은성은 끊임없이 올라오는 피드를 슥슥 넘기며 인상을 찡그렸다.
하무영이 몇 년 동안 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응? 그거 몇 개월 갔다 올 수도 있지!
-여기서 황금종려 받으면 레알 클라스 달라지는 거지?? 미국 가서 안 돌아오면 어캄??
-어차피 우리는 집에서 화면으로 보자너.. 뭔 상관?
-미국에서 영화 잘되면 계속 거기서 하겠지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국뽕이요, 국위선양이다!
-무영아ㅠㅠㅠ자주 들어와 그래도… 같은 공기 아래 숨 쉬고 싶어
미국 가면 안 돌아올 수도 있겠다는 댓글이 우세했다.
지금이야 조연 중의 조연으로 가는 거지만, 하무영의 기세로 봤을 때 분명히 작품은 좋은 쪽으로 방점을 찍으리라, 예상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차기작 오퍼가 들어오겠지? 또 비자 연장하겠지? 또 잘되겠지? 그러면 또 거기 있겠지?
“와씨, 그러면 좀 그런데.”
“네? 뭐가요?”
“하무영, 미국 이민 간다 하면 어캄?”
차은성의 말에 보라와 준호가 눈을 가늘게 떴다.
한 번 속지, 두 번은 안 속겠다는 눈치였다. 그때 차은성이 무영이 이민 간다고 거짓말한 것에 제대로 넘어갔으니.
“형, 저희가 바보예요? 두 번 속게?”
“업그레이드해 오세요. 선배님.”
“아니, 황금종려상 타고 승승장구해서 미국 영화 대박 터지고, 그러다가 막 혹시 몰라 시리즈 같은 거 찍게 되고 그러면?”
“형, 몰랐어요? 무영이 나가는 거 시리즈 맞아요.”
“뭐?”
정확히는 흥행 성적에 따라 갈리게 되겠지만, 베릭이 찍는 영화 중 연작이 아닌 것이 더 드물었다.
그만큼 흥행 보증수표이자, 여러 세계관 속에서 사는 대배우였으니. 아마 무영이가 들어가는 작품 역시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면 어떡해?”
“뭘 어떡해요? 어차피 무영이는 거기서 죽는데.”
“그렇지? 시리즈 안 가겠지?”
“그리고 가면 더 좋은 거 아니에요? 어느 정도 몇 년간 수익이 보장된다는 거니까.”
준호의 말에 보라도 고개를 끄덕였다.
헐리우드의 블록버스터급 연작 영화라 하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기회 아닌가.
삼대가 복을 착실히 쌓아도 모자랄 것이다.
“근데 무영이 미국 가도, 형 여기 있을 거죠?”
준호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무영이가 집을 써도 된다고는 했지만, 관리비가 문제다.
준호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우니, 은근슬쩍 차은성에게 묻어갈 생각이었다.
“아니?”
“엥?”
“내 집 아래층인데 뭣 하러.”
“에이, 뭔 소리예요. 형. 여기가 형 집이잖아요.”
“응, 꺼져. 네 검은 속내 여기까지 다 보이니까.”
“아니, 저기 안방 누가 쓰고 있어요?”
처억!
준호가 어이없이 안쪽 방을 가리켰다.
“내가.”
“그리고 저쪽 화장실, 샴푸랑 린스, 칫솔 등등 다 누구 거예요?”
“내 거.”
“여기 신발장! 누구 신발이 제일 많아요?”
“그것도 나냐?”
“이게 끝인 줄 알아요? 냉장고! 누구네 집 반찬이 제일 많아요?”
“……우리 집 반찬.”
“이런데 형 집이 아니라고요? 가지 말고 계속 계세요. 네? 제발요.”
준호가 찡얼대며 매달렸으나, 차은성은 심드렁하게 귀만 후비적거렸다.
하무영도 없고, 하삼순도 없는데 저 짜증 나는 놈이랑 같이 어찌 산단 말인가?
“아, 조용히 좀 해봐 봐. 곧 있으면 발표니까.”
보라가 그런 준호의 목덜미를 잡아끌며 중재했다.
차은성은 연신 턱을 괸 채 화면에 집중했고, 이내 남우조연상에 베릭이 호명되자 안타까운 탄성을 내질렀다.
“아씹, 하무 주지.”
“베릭 형이랑 겨룬 것만 해도 대단하다. 진짜.”
“그러면 황금종려상 가능성이 더 커진 거지?”
“그렇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유력 후보자인 퓔리안나 감독 불참했다고 들었거든.”
“저기는 참석자만 주는 겨?”
“응응. 불문율이야.”
준호와 보라가 서로 꽁냥대며 말을 주고받는 동안, 다시금 차은성은 맥주만 들이켰다.
긴장되면서, 은근히 뭔가 아쉽고, 기대되는 복잡미묘한 감정.
이내 시상식의 하이라이트인 황금종려상에 [사이렌이 울리면>이 호명되자, 세 사람은 동시에 환호성을 내질렀다.
“미친!! 진짜 탔다! 하무영! 미친놈!”
“꺄아아악! 세상에, 어떡해! 진짜, 대박이다!”
“……와씨, 하무 대단하네.”
“으아아악! 우리 학교 최대 아웃풋! 엄마 아빠한테 연락해야지. 미친미친 대미친!”
“소리 좀 키워봐. 감독님 수상 소감 말씀하신다.”
“엄마! 아빠! 티비 봤어? 아니, 내가 보라고 했잖아. 하무영 지금 칸 영화제 갔다고. 어어. 맞아. 상 탔대! 대박이지? 미쳤지?”
“아, 무영이 운다.”
“하무영 울어?”
“하무 울어?”
세 사람은 티비에 바짝 붙어서 무영이가 엉엉 우는 모습을 쳐다봤다.
소리가 크게 잡히지는 않았으나, 겉으로 보기에는 조금 서럽게 우는 것 같다.
꽃가루를 잔뜩 뒤집어쓴 [사이렌이 울리면> 팀이 다들 얼싸안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준호와 보라, 그리고 차은성의 눈동자도 살짝 붉어졌다.
“왜 운대, 좋은 날에.”
“하하. 너무 좋아서 우나 보다. 문자 보내야지.”
차은성은 삼순이를 꼭 껴안으며 기특하게 중얼거렸다.
“삼순아, 네 아부지 상 탔네.”
앙앙!
하무영이 미국 가면, 그래. 자주 놀러 가지 뭐. 거기 눌러 붙으면, 그래. 더 자주 가야지.
차은성은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휴대폰을 들었다.
역시 마찬가지로 축하 문자를 넣어주려 한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들어와 있는 낯선 번호의 연락.
띠링!
[안녕하세요, 차은성 씨. 창우환 감독입니다. 저번에 연락드린다고 한 게, 시간이 안 맞아서 이리 늦었네요. 다른 게 아니라요, 시나리오 관해서 미팅을 부탁드립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차은성 씨 말고는 할 사람이 없어요. 꼭 좀 재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캘리포니아의 푸른 햇살> 창우환 드림.]창우환? 분명 유사하가 일전에 말했던 감독님이잖아?
사실 드라마 끝난 지 반년 가까이 되는 터라, 슬슬 할 때가 되긴 했는데…….
“뭐야? [캘리포니아의 푸른 햇살>?”
차은성은 대본 제목을 중얼거렸다.
캘리포니아? 미국의 그 캘리포니아? 헐리우드 있는? 차은성의 눈이 훼까닥 뒤집혔다.
그리고 바로 통화 버튼을 눌러 전화를 연결했다.
-여, 여보세요?
“저 차은성인데요.”
-아아, 은성 씨. 반가워요. 우리 일전에 본 적 있는데, 혹시 기억하나 모르겠네. 하하하.
“창우환 감독님 알죠. 저 팬입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요. 보내주신 시나리오요, [캘리포니아의 푸른 햇살> 그거 미국 가서 찍어요?”
-네. 배경이 그쪽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로케입니다.
“왜 그런 말 안 해줬어요?”
-네?
감독의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엿듣고 있던 보라와 준호 역시 마찬가지.
차은성은 화면에 비치는 유사하의 모습을 보여 이를 아드득 갈았다.
“아니! 왜! 왜에에에!”
-저, 저기 차은성 씨?
“왜 캘리포니아 로케인 거 안 알려줬냐고요!”
-그, 대표님이 말씀 안 해주시던가요? 이게 중요한 부분이라 분명 사전에 전달이 되었을 텐데요. 저희는 로케라 차은성 씨가 싫어하시는 줄 알았어요. 미국 배급사랑 계약까지 다 된 거라, 주거도 지원해 드립니다.
“얼마까지요?”
-그, 죄송한데 차은성 씨. 뭘 원하시는지 제가 캐치를 못 하겠어서요. 혹시 바로 말씀해 주시면 회사랑 연락해 보겠습니다.
감독의 말에 차은성이 준호를 불렀다.
그리고 하무영이 미국에서 산다는 집 동네 이름을 말하게 했다.
-헉. 거기는 너무 비싼데요.
“나도 부담할 거니까, 무조건 집 거기로 해줘요. 그러면 아무것도 안 따지고 나 그거 할게요. [캘리포니아의 푸른 햇살>.”
보라와 준호가 대박이라는 듯 혀를 내둘렀다.
따라갈 것 같긴 했는데, 진짜 갈 줄이야.
차은성은 그 뒤로도 감독이랑 긴 통화를 이어갔고, 이내 회사에 통보하듯 알렸다.
“어, 형. 난데. 이번 주에 있는 스케줄 다 취소해 줘. 뭐? 내가 알게 뭐람. 알아서 정리해. 어어. 취소하고, 나 차기작 미팅 잡고, 그리고 저기, 미국으로 이주할 준비 좀 하자. 유사하가 지랄하든 말든 응, 엿 먹어~”
킬킬거리는 차은성.
보라와 준호는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저자가 진정으로 대한민국 최고 톱스타라니.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