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357)
신인인데 천만배우 외전 4화
딸기라떼의 시작
“마실 것 사 왔습니다!”
[칼날의 궤> 사전 리딩날.쉬는 시간 선배, 선생님들 음료 사러 갔던 무영이가 두 손 가득 커피 캐리어를 들고 나타났다.
뒤따라 들어온 매니저도 마찬가지.
그들은 기다란 테이블에 커피를 하나씩 정리하며 직접 나눠주었다.
“오오, 고마우이.”
“선생님은 여기, 시럽 한번 들어간 아메리카노요.”
“녹차 시키신 분이, 아아. 작가님이시구나.”
“잘 먹을게요. 고마워요, 무영 씨.”
“넵넵. 이쪽은 아이스고요, 이쪽은 핫입니다!”
“뭘 이렇게 많이 사 왔어? 응?”
“아이고, 마시니까 당이 쭉쭉 오르네.”
“와. 고마워요, 난 이 브랜드 좋더라.”
무영이는 뿌듯하게 웃으며 커피 나눠주는 것을 계속했다.
그래도 나름 요즘 촉망받는 배우인데, 저리 격 없고 싹싹하게 굴다니…….
“아이고, 무영 씨 성격이 참 좋네.”
“그러니까. 저기, 차은성 그 친구가 반만 닮았어도.”
“하하하. 그러긴 어렵지.”
“역시 그런가?”
사극이다 보니 워낙 원로 선생님들이 많아서, 차은성 씹는 게 자유롭다.
다른 작품이었으면 다들 화장실이나 다른 데 가서 소곤거렸을 터인데, 선생님들은 리딩장에서 대놓고 차은성을 입에 올리곤 했다.
물론, 그래도 인간적인 예의라는 게 있으니까 당사자가 있을 때는 안 그러지만 말이다.
끼익.
“어, 차은성 왔네.”
“왔군. 자네도 한잔하지? 무영 군이 쏘는 거라.”
“아, 네.”
담배 냄새 풀풀 풍기며 싸가지 없게 ‘아, 네’ 한마디 툭 던지는 게 다다.
그는 턱을 매만지며 커피 캐리어를 쭉 훑어봤다.
혹시 침이나 별 이상한 게 섞여 있진 않을까 걱정 안 해도 되겠다. 자유롭게 가져가는 것 같으니까.
“나는 그럼 커피…….”
평소 마실 것에 취향이 있는 편은 아니었다.
굳이 따진다면 술이 제일 좋고, 카페 같은 데 가면 무조건 아메리카노나 에스프레소.
대한민국 탑 배우 이미지에 맞게끔 음료를 시키곤 했다. 솔직히 입에 맞는 건 아니어서 절반 이상 남기곤 했지만 말이다.
에스프레소는 말할 것도 없이 그대로 반납이었다.
“아, 선배님. 선배님 거는 따로 있어요.”
“뭐? 나?”
“네네. 아까 뭐 드실지 물어봤는데 대답 안 하셨잖아요. 그래서 제가 알아서 사 왔어요. 이거 다 계산해서 사 온 거거든요.”
무영이가 화사하게 웃으며 차은성의 손을 쳐냈다.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하수가 있나? 연예계에서 구르고 구른 차은성, 이딴 수작질에 넘어갈 짬이 아니다!
“놀고 있네. 야, 네가 거기에 뭘 탔을지 알고 내가 그걸 먹어? 이렇게 권하는 거 보니까 감이 딱 온다.”
“오? 그러세요? 역시 대한민국 최고 스타 배우! 센스도 센스지만 감이 진짜 좋네요. 휘핑크림이랑요, 일반 음료보다 두 배 달게 했어요. 그리고 사장님이 차은성 선배님 드릴 거라고 하니까 딸기도 더 팍팍 넣어줬고요.”
“……뭐?”
짜잔!
무영이는 그의 앞에 엄청 거대한 벤티 사이즈의 딸기라떼를 내밀었다.
휘핑크림에는 알록달록한 캔디 가루까지 올라가 있었고, 핑크빛 음료에는 통으로 잘린 딸기가 잔뜩이다.
차은성은 질색하는 표정으로 음료와 무영이를 번갈아 쳐다봤다.
“너, 너 뭐 하자는 거야?”
“딸기라떼요!”
“내가 그걸 몰라서 물어?”
“어? 그럼요?”
“내가 딸기라떼 먹게 생겼냐?”
“허어억! 세상에! 혹시 드신 적 없으세요?”
무영이 눈을 깜빡이며 굉장히 놀랍다는 듯 탄성을 내질렀다.
그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고 있는 리딩장 사람들. 심지어는 차은성의 매니저마저 강 건너 불구경인 자세였다.
그들은 커피를 쪽쪽 빨아 마시며 차은성의 반응을 지켜봤다.
“그럼 이번 기회에 한번 드셔보세요! 이거 진짜 맛있어요! 선배님 기분 안 좋아 보이시길래, 제가 특별히 사 왔습니다! 이 중에서 제일 비싼 거예요! 커피는 2,000원인데, 이 딸기라떼는 추가 주문 이것저것 해서 7,000원! 대박대박!”
차은성은 자신의 턱 아래로 쑥 들어오는 빨대에 경악했다.
왜, 왜 빨대에 리본이 달려 있는 건데?
그가 인상을 팍 찡그리려고 하자, 원로 선생님 한 분이 무영이를 거들어줬다.
“그래. 후배가 사 온 수고가 있는데 받는 게 매너지. 은성 군. 그러기에 아까 뭐 마실 거냐고 물을 때 대답 잘하지 그랬나?”
“아…….”
“달달구리 하니, 아주 맛나 보이는구먼.”
“엇, 선생님도 사다 드릴까요?”
“아니, 나는 당뇨 있어서 안 돼.”
아하, 무영이는 뒤돌아 다른 선생님들과 얘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빨대를 치우지 않았다.
한 모금 쪽, 할 때까지는 절대 비키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선배님? 어서 드셔보세요.”
무영이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근데 가만 생각해 보니, 이거 지금 차은성을 완전히 먹이고 있는 거 아닌가?
‘기분이 안 좋아 보이기에 단 걸 사 왔다고? 이 새끼 하수인 줄 알았는데 고단수네. 돌려 까는 거지? 나 성격 개 XXX스럽다고. 와, 새끼. 진짜 얼탱이가 방탱이 X발. 사람들은 왜 자꾸 쳐다보고들 지랄이야.’
다른 후배라도 있었으면 걔만 집중적으로 조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표적이 될 만한 자들은 일찌감치 차은성의 성격을 파악하고 저 멀리, 최대한 멀리 앉아서 관망 중이었다.
무영이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금 빨대를 들이밀었다.
“선배님. 저 팔 떨어지겠어용.”
“아니, 그러면 씨, 저리 치워.”
욕이 나올뻔 했다. 차은성은 간신히 X발을 목구멍 아래로 내리며 대꾸했다.
어지간하면 그만둘 법한데, 하무영 이 새끼. 진짜 난 놈이 분명했다.
전혀 수그러들지 않고 다른 사람까지 끌어들였다.
“아아. 제가 이거 들고 온다고 진짜 힘들었는데. 휘핑 엄청 많아서 쏟을까 봐 노심초사, 하지만 선배님이 한 모금 딱 마시고 그 주름진 미간을 피는 생각만 하고서 이리 사 왔는 걸요. 그쵸? 매니저 형.”
“응? 어어. 그래. 좀 힘들긴 했지. 크흠.”
“하…….”
차은성은 어이없는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뒤로 쓸어넘겼다.
당장 저리 치우라 윽박지르고 싶은데, 주위의 이목을 제외하고서도 그리 못하는 이유가 또 있었다.
바로, 달짝지근하게 올라오는 저 향!
‘냄새는 졸라 좋네.’
어째서 미각을 자극하는 딸기 향이 계속 끌리는지 원.
그는 침을 꼴깍 삼킨 다음, 천천히 빨대를 물었다.
무영이의 눈이 ‘옳지! 그렇게 먹는 거야!’라는 듯이 반짝였다.
마치 길가에서 자주 보는 길고양이가 간식을 받아먹을 때의 기쁨을 느끼는 듯했다.
쪼옥.
차은성은 아주 가볍게 빨대를 빨았다.
부드럽고 달달한 휘핑크림이 먼저 느껴졌고, 이내 시원한 딸기와 우유의 환상적인 조합이 혀끝을 통해 입안 가득 차올랐다.
차은성은 인지하지 못했지만, 저도 모르게 두어 번 연속해서 깊게 쭉쭉 빨아먹고 있었다.
‘뭐야? X발, 이거 왜 이렇게 맛있어?’
살면서 처음 맛보는 맛이다.
과일이 씹히는 것도 마음에 들고, 무엇보다 휘핑크림이 신의 한 수인 것 같다.
캔디 가루도 달달하니, 진짜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
혹자는 이것을 ‘당이 돈다’라 표현했지만, 차은성은 깨닫지 못했다.
“잘 드시네요. 맛있죠?”
“……먹을 만 하네.”
차은성은 무영이의 손에서 딸기라떼를 채와 자리에 앉았다.
다들 흥미롭게 보는 시선이 계속해서 진득하게 달라붙었다.
자리에 가 앉을 때까지, 차은성의 입에서 빨대가 떨어지지 않았다.
‘헉!’
X발, 정신 차리니까 절반 이상을 마셨다.
차은성은 귀신에 홀린 것 같은 기분으로 음료를 내려다봤다.
‘이런 것도 있네. 확실히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음료 어디 거야? 아아, 이거 이 앞에 있는 체인점. 흐음.’
아까 하무영이 뭐라고 했더라? 휘핑크림에 뭐 어쩌고저쩌고를 추가했다고 하던데…….
“자, 그럼 쉬는 시간 마무리하고 2부 리딩 들어가겠습니다. 다들 자리에 오셨죠? 아직 안 오신 분 있으실까요? 있으시면 손 들어주세요.”
“없네요, 없어요. 자자, 서둘러 해봅시다. 나는 뒤에가 더 재밌더라고. 내 분량이 많아서. 하하하.”
“앗, 선생님! 저도요, 저도 뒤에가 좋아요. 분량 많아서. 헤헤.”
“그럼, 아까 어디까지 했더라?”
“무영 씨가 아랫줄 읽고 끝난 것 같은데.”
“맞네요.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네에. 가봅시다!”
다들 열의를 다지며 2부 리딩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차은성은 딸기라떼를 연신 흡입했고, 이내 얼마 지나지 않아…….
“이보시오! 자네, 지금 그게 할 소리인가?”
“어명일세, 어명! 그보다 중요한 것이-”
쪼오옥. 쪼옥.
“……?”
“……?”
빈 음료통 빨아 먹는 소리가 사정없이 울렸다.
대사를 치던 선생님들이 어이없이 잡음의 근원지를 쳐다봤다.
차은성은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도 모르고, 집중하여 음료 한 방울까지 쪽쪽 빨아댔다.
쪼오오옥! 쪼오옥!
“저기, 은성 군?”
“네? 왜요?”
“왜라니? 소리가 너무…….”
“아, 죄송합니다.”
차은성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얼굴이 확 붉어졌다.
이건 뭐, 마약에 빠진 것처럼 주위가 전혀 안 보이는 수준이다.
그는 침착하며 빨대를 내려놓았다.
“자, 그러면 다시 이어서 가겠습니다. 선생님.”
“크흠. 어디까지 했더라?”
“3번째 대사요.”
“아아, 그래요. 어명일세, 어명! 그보다 중요한 것이-”
하지만 이번에도 대사가 막히고 말았다.
차은성이 뚜껑을 열어 빨대로 휘핑크림을 싹싹 긁어 먹었기 때문이다.
거참, 할 거면 조용히, 눈에 안 띄게 하던가 몰입하여 코를 컵에 박을 정도인지라 절로 시선이 분산되었다.
“저기, 은성 씨?”
“네? 왜요? 저 이번에는 소리 안 냈는데.”
“소리는 안 냈는데요, 그, 행동이. 흰자로 다 보이거든요.”
“아. 죄송합니다.”
‘X발 사람이 흰자로 어떻게 봐?’라고 말하고 싶지만, 본인의 잘못을 잘 알기에 입 다물었다.
차은성은 얌전히 손을 무릎에 올린 다음 대본 한번 봤다가, 빈 음료통을 힐끗거리길 반복했다.
‘퇴근할 때 저거 하나 더 사서 가야지.’
무영이는 리딩하면서 그 모습을 모두 지켜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저 사람, 딸기라떼에 확 빠져 버렸구나.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닐 수도 있겠다, 라고.
“네.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리딩 일정은 개인적으로 스케줄 취합해서 다시 공지하겠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선생님들, 오늘 감사했습니다!”
“어어, 그래. 무영 군도 고생했어. 또 보자고.”
“다들 식사 어떠세요? 근처에 괜찮은 매운탕 집이 있다던데.”
“어허, 괜찮겠어? 요즘 젊은이들은 그런 거 잘 안 먹잖아.”
“아이, 저는 뭐든지 잘 먹어요. 가시죠, 선생님들. 아, 차은성 선배님도…….”
무영이가 차은성을 찾으려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방금까지 있었는데, 어찌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작가는 대본을 정리하며 출입문을 턱으로 가리켰다.
“땡, 하니까 바로 튀어 나가던데요? 무슨 급식 기다리는 학생처럼.”
“그래요? 아쉽당.”
“자자, 우리끼리 먹자고.”
“넵! 좋아요!”
다들 의기투합하여 회식을 위해 움직일 때, 차은성은 카페로 달려가 딸기라떼를 주문했다.
“아까랑 똑같이요.”
“아까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니, 아까 하무영이 딸기라떼 주문했을 때요. 그때 뭐 이것저것 넣었다던데?”
“아, 죄송합니다. 저 오후 타임이라, 그 주문 제가 안 받았어요. 모르겠는데요.”
X발. 차은성은 어이없이 인상을 찡그렸다.
“딸기라떼 드릴까요?”
“네. 주세요.”
“5,000원입니다.”
뭘 했기에 2,000원이 추가된 것일까.
차은성은 계속해서 고민했지만,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5,000원짜리와 7,000원짜리에는 극명한 차이가 있었으니.
차은성은 며칠 후, 어쩔 수 없이 무영이에게 첫 문자를 보냈다.
띠링!
[야, 딸기라떼 레시피 불러.] [누구세용?] [ㅡㅡ 이게 진짜..] [어? 차은성 선배님?ㅎㅎ이모티콘 딱 선배님 같네요.]띠링!
“돌았나, 미친 새끼가…….”
차은성이 통화 버튼을 누르려고 할 때였다.
[딸기라떼 레시피 보내 드려용! 휘핑크림 두 번에 캔디 가루 두 숟가락…….]타이밍 좋게 온 문자 덕분에 차은성의 분노가 쑥 가라앉았다.
이것이, 그들의 첫 연락이자 딸기라떼 역사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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