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361)
신인인데 천만배우 외전 8화
마지막 그리고 시작
쏴아아아.
무영이는 노을 진 바다를 보며 멍하니 정신을 놓았다.
추억들이 파도처럼 밀려들어 왔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같은 나날이라 여겼는데, 가만 생각해 보면 그것도 아니었다. 매일이 달랐고, 매일이 특별했다.
“하무, 여기서 뭐 해?”
“아, 형. 바다 보고 있었어요. 예전에 칸에 갔을 때도 느꼈던 건데요. 진짜 바다는 신기해요. 서해랑 남해, 동해. 같은 지역에서도 바다들은 모두 분위기가 다르잖아요. 여기는 또 확실히 노을 맛집이네요. 헤헤.”
가벼운 하와이안 티셔츠를 거친 차은성이 별 싱거운 소리를 다 한다며 웃었다.
“당연하지. 여기가 하루에 얼마인지 알아?”
“모르겠는데요. 형은 알아요? 여기 아르노 씨 개인 섬인데.”
“딱 보면 척이지. 시세 바로 나온다. 이거, 음. 한 달에 일억쯤 할 거다. 음음. 그 정도 나오겠어.”
“와, 확실히 넘사다.”
아르노, 칸 영화제 공원에서 만났던 프랑스 대표 배우이자 명품계의 아버지라 불리는 사람.
무영이가 해외에서 활동을 하자, 자연스럽게 접하는 기회가 생겼고, 그날의 인연을 서로 잊지 않고 있었다.
“여기서 혼자 그만 있고, 빨리 들어와. 다들 고기 굽는다고 난리다.”
“네넹! 가요, 가요!”
“아무리 오늘 주인공이라지만, 수저는 놓으라던데.”
“하하하. 너무해.”
오늘은, 무영이의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여행이었다.
아르노 씨가 소유한 프랑스 남부의 작은 섬을 통째로 빌려, 초호화 고급 리조트에 감사한 사람들과 모두 함께 모이는 자리.
안쪽으로 들어가자, 배가 산처럼 불러 있는 한달아가 카메라를 들고 뛰어가고 있었다.
“달아 씨. 어디 가요?”
“어디 가긴요? 무영 씨 찾으러 나가려 했죠!”
찰칵!
그리고 뒤에서 터지는 플래시. 아니나 다를까 임하늘이었다.
하늘달 커플은 다른 사람들의 방해를, 정확히는 할아버지의 방해를 견뎌내고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
혼인신고는 물론, 결혼식까지 미국에서 몰래 올려 버리니, 한 회장도 두 손 두 발 다 든 것이다.
“하늘 씨는 아까 풍경 사진 찍는 거 아니었어요?”
“아닙니다. 무영 씨 노을이 잘 받더라고요.”
“그것도 모르고 구경만 했네용. 헤헤.”
두 사람을 커플티를 입고서 연신 무영이의 뒤를 쫓아다녔다.
부부 커플이 찍덕인데, 그게 또 재벌딸과 동료 배우라.
무영이는 재밌다는 듯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투덕대는 보라와 준호가 연신 고기를 옮기고 있었다.
“야! 장난하냐! 어디 갔다 와?”
“잠시 산책. 노을 진다!”
“우씨, 진짜. 네가 리조트 해준 거니까 봐준다.”
“보라야아~ 이거 어디 둘까?”
“테이블에 올려!”
두 사람의 열애도 벌써 십 년에 가까웠다.
무영이의 데뷔와 비슷하게 흘러왔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친구와 같은 연인 관계를 유지하는 중.
아무래도 보라가 결혼 생각이 급하지 않고, 매해 다작하며 스케줄이 꽉꽉 차 있는 터라, 짐작하건대 마흔쯤은 되어야 결혼하지 않을까 싶다.
“은성이 형, 형은 또 어딜 갔다 와요?”
“나도 산책 갔다 왔다. 왜. 꼽냐?”
“아니, 나이가 몇인데 꼽냐는 말을……. 그래요! 꼽습니다!”
“어쭈, 이게!”
“하무영은 리조트값이라도 냈지, 형은요!?”
“나 비행기 대줬잖아!”
“비행기 유 대표님이 주신 거 알고 있거든요?”
“어? 어떻게 알았대?”
“비행기 옆면에 [SJ> 로고가 떡하니 박혀 있던데, 간도 크게 거짓말을 해요.”
“야, SJ 전용 비행기는 맞는데, 돈 내가 낸 거 맞아!”
복작복작, 장소는 바뀌었지만, 사람들이 그대로인지라 분위기는 여전했다.
무영이는 모래를 씻어내기 위해 더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까지 와서도 노트북을 부여잡고 있는 유사하와 비서가 보였다.
“바쁘세요?”
“아, 아니요. 금방 마무리합니다.”
“바쁘신 줄 알았으면 다음에 초대할 걸 그랬어요.”
“아니요. 무영 씨 데뷔 10주년 파티인데, 그럴 수는 없죠. 먼저 나가 계시면 금방 따라갈게요.”
“아, 대표님 저번에 말씀하신 투자 건이요.”
“네네. 마침 그거 처리 중이었습니다.”
“오, 그렇군요. 감사합니당.”
유사하는 SJ 엔터를 매해 공격적으로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칸 영화제 공략을 비롯하여 천만 관객을 몰았고, 이어서 연달아 손만 댔다 하면 대박을 터뜨리니. 업계에서는 가히 전설적인 존재라 불릴 만했다.
물론, 무영이와 은성이 그리고 다른 소속 배우들의 활약이 뒷받침해 줘서 가능한 일이었지만 말이다.
“아! 잠깐만! 형! 형!”
“잠깐만이 어딨어?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이거지.”
“아, 시끄러워 진짜.”
맞은편 방에서는 로민이와 엔빈이가 플스 게임에 열중하는 중이다.
저저, 쟤들은 어떻게 아직까지 저 게임에 저렇게 열을 올리는지 모르겠다.
두 사람의 소란에 삼순이가 비척거리며 일어나서 구석으로 자리를 피했다.
“야, 삼순이가 시끄럽다잖아.”
“형이 소리쳐서 그래요. 어?! 어어! 비겁해!”
“다시 한번 말한다 애송이, 승부의 세계는-!”
“반격!”
부동의 원탑 1군 아이돌 제로텀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장수돌’이 되었다.
몇몇 멤버가 탈퇴했지만, 엔빈이와 로민이를 중심으로 하여 여전히 그 역사를 써 내려가는 중이었다.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서 무대에 서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연예계의 주춧돌을 담당하는 중이다.
“에구, 삼순.”
앙앙!
열 살이 되어버린 삼순이.
원래 털이 흰색이라 색이 바랬다고 느껴지지는 않지만, 까맣고 촉촉한 코가 옅어지는 것으로 세월의 흔적을 나타냈다.
이전보다 자는 시간도 훨씬 많아졌다.
무영이는 삼순이를 껴안고 조심스럽게 방 안으로 들어갔다.
“어찌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진짜 변한 게 없네. 다들.”
침대에 벌러덩 누워 있으니, 한남동의 그 고급 빌라가 생각났다.
천장도 흰색이라 똑같다. 금방이라도 문을 박차고 나가면 그 시절의 그 집안이 펼쳐질 것 같다.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무영이는 의문스러운 그 목소리를 다시금 떠올렸다.
그날 이후, 영안이 완전히 닫혀서 새로운 세상을 살아오지 않았던가.
꽃가루와 스모그, 모두 보이지 않게 되자 무영이는 오롯이 자신만의 선택으로 인생을 꾸려낼 수 있었다.
“삼순아, 그래도 내가 복이 있긴 있나 봥.”
앙앙!
“그치이? 꽃가루도 안 보이는데 좋은 일도 많았고, 스모그를 가끔 만나긴 했어도 이리 잘 버텨냈으니까 말이야.”
성공의 가도를 내달리는 와중, 실패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개봉이 연기되거나, 아니면 현장에서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터지거나, 그것도 아니면 유명세로 인하여 얽히게 되는 불합리한 일들이 분명 있었다.
작품의 성적 역시 더 이상 가늠할 수 없게 되었고.
‘하지만 잘 이겨냈어. 음. 잘 이겨내는 중이야!’
그러나 무영이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런 것들을 극복해 내는 일 자체가 꽃가루와 마찬가지라고.
가늠할 수 없는 복잡함 속에서 찾아낸 행복은, 짐작할 수 없었기에 훨씬 더 크게 다가왔다.
얼마 전, 아카데미상에 노미네이트된 것이 특히 그러했다.
‘수상에는 못 미쳤지만, 분명히 내년에는 또 달라지겠지. 내년에는 꼭 받게 해주세요!’
무영이는 삼순이를 끌어안으며 희미하게 웃었다.
하루 종일 섬 따라 걸었더니 금세 몸이 노곤노곤해졌다.
삼순이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몽롱하게 정신이 흐려질 때. 차은성이 방문을 열더니 중얼거렸다.
“어쭈. 잘 자네. 야, 하무 자는데?”
“뭐래요. 빨리 깨워서 와요.”
“아니, 너무 잘 자서 못 깨우겠어. 삼순이도 같이 잔단 말이야.”
차은성의 말에 엔빈이와 로민이가 달려와 무영이의 자는 모습을 구경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화장품을 꺼내 얼굴에 낙서를 하기 시작했다.
나이가 죄다 서른이 넘어가는데, 하는 행동들은 십 대에 멈춰 있는 듯하다.
“아유, 유치해. 정말.”
“왼쪽 뺨에 10주년, 오른쪽 뺨에 축하.”
“콧수염도 그려야지. 크크.”
“틴트! 보라야, 틴트!”
임준호도 빠질 리 없다.
그들은 쌕쌕거리며 자는 무영이의 머리맡에 모여 앉아 한껏 기념하는 말들을 적어 넣었다.
“이래도 안 일어나네. 얘 어제 뭐 했대?”
“몰라. 서핑했다고 하던데?”
“한국인 특, 알면서도 일단 모른다고 한다.”
“어라, 무영 씨 자요?”
“네네. 저희끼리 간단히 요기라도 할까요? 한 십 분만 있으면 바비큐도 완성되는데.”
보라의 말에 다들 테이블에 둘러앉아서 와인을 뜯었다.
주인공이 오기 전, 먼저 시작하는 파티였다.
그때, 문득 로민이가 무영이의 방 쪽을 힐끔거리며 속닥거렸다.
“근데요. 저 이거 비밀인데요.”
“응응. 뭔데?”
“저 사실 무영이 형, 춤 잘 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약간, 뭐랄까. 고해성사 같은 기분이네요.”
“갑자기?”
“아니, 저렇게 자는 모습 보니까 예전이랑 변한 거 하나 없고, 여전히 잘생겼다 싶어서요. 원래 연예인들 외모 버프 좀 받잖아요. 무영이 형이 노래는 진짜 못 들어주겠는데, 나름 춤추고 뭐 할 때는 볼만하더라고요.”
로민이의 말에 다들 말도 안 된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제일 크게 웃은 것은 차은성이다.
“와, 그건 진짜 인정 못 하겠다.”
“형은 인정해야죠. 솔직히 차! 은성, 안녕하쉐이~보다 잘 춘 거 팩트인데.”
“이게 미쳤나, 언제 적 얘기를 꺼내고 있어? 그리고 안녕하쉐이 아니거든? 안녕하쉐요! 거든?”
로민이의 말에 차은성이 발끈해서 팝콘을 던졌다.
그리고 다들 문득, 자신이 무영이에 대해 갖고 있는 비밀이 무엇인지를 떠올렸다.
“다른 분들은 없어요?”
“음, 저는요.”
“오오, 대표님.”
“저는 무영 씨가 신들린 줄 알았어요.”
멈칫. 유사하의 말에 준호가 움찔거렸다.
그리고 고개를 삐거덕대며 되물었다.
“어, 어, 어째서요?”
“워낙 대본을 잘 고르잖아요. 특히 초반에는 데뷔하면서부터 라이징이었으니까. 저만하면 진짜 신이 점지해 준 거다, 그것도 아니면 신기가 있다, 이렇게 여겼죠. 하하.”
“나도!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맞아. 그리고 무영이 가끔가다 보면 무슨 신선처럼 해탈했잖아요. 다 알아. 모르는 것도 없고, 문제 해결 척척. 아우, 가끔은 무섭다니까요.”
다들 이때다 싶어 한 마디씩 던져댔다.
애 성격이 워낙 헬렐레니까 다들 물 흘리듯 스쳐 지나갔던 의문이었다.
대체 무영이는 어떻게 그 많은 사건 사고를 해결했던 것일까? 그리고 대체 어떻게 그리 작품 복이 많았던 것일까?
끼익.
“아, 뭐야. 다들 나만 빼고.”
“일어났냐? 안 깨웠는데 잘 일어났네?”
“고기 냄새나서…….”
“하여간 개코.”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
무영이는 눈을 반쯤 뜨고 물로 입을 축였다.
그의 물음에 다들 시선을 나눈 다음, 동시에 말했다.
“너 귀신같다고.”
“신들린 거 아니냐고.”
타악.
무영이는 그게 갑자기 무슨 말이냐는 듯, 어이없이 웃었다.
준호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재빨리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자자! 됐고, 다들 술잔 드세요!”
“아, 그래 이제 좀 먹자.”
“오늘 주인공도 왔으니까, 부어라 마셔라 해보자고!”
그들은 와인잔을 든 다음 무영이를 돌아봤다.
축사, 어서 하라는 뜻이다.
“어…….”
무영이는 잠시 고민한 다음 싱긋 웃었다.
“10년 동안 고마웠다. 앞으로도 계속 같이 가자.”
“오오, 짧고 좋아!”
“좋다! 무영아, 10주년 축하한다!”
“축하해!”
째앵! 짠-!
와인잔 부딪히는 소리가 청명하게 울렸다.
앞으로도 이 시간은 계속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저녁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