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45)
신인인데 천만배우 4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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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어라. 무영이다.”
“그러게. 얼굴 보기 힘든 하무영.”
의자에 앉아 젖은 머리를 털어대던 무영이 웃으며 형들을 반겼다. 매일 아침 해 뜨기 전에 나가고, 해 질 때서야 들어왔으니. 이런 반응을 예상 못 한 것도 아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
“짜식아. 세미 연예인이 뭐 그렇게 바빠?”
“수업은 제대로 나가고 있는 거지?”
박문성과 최환은 가방을 내려놓으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출석은 하고 있다. 일단은.
“근데 성적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한다고 하기는 하는데.”
뜻과 흥미가 있었던 전공도 아닌 데다, 남들처럼 도서관에 박혀 있을 시간도 없었다.
촬영장에서 틈틈이 하는 공부라고 해봤자, 경쟁자들에게 게임이나 되려나.
“구멍 안 나게만 관리해. 어차피 너 전공 살릴 것도 아니잖아. 적당히, 졸업만 제때 할 수 있게 하면 되지.”
“맞아. 나 같으면 휴학계 내고 튀었다. 일도 잘 풀리는 것 같은데 학교에 잡혀 있을 거 있나?”
둘의 말에 무영이 그냥 방긋 웃기만 했다.
기숙사요, 기숙사. 학교를 안 다니면 이렇게 싼값으로 서울에서 보금자리를 어떻게 구해? 빅윈 사무실이 생기긴 했지만…….
“좀 걱정이긴 해요. 다음 학기 기숙사 떨어지면 어쩌나 싶어서.”
기숙사 기준은 거리 점수와 교내 성적이 반반이었다. 집이 없으니 거리 점수야 만점이겠다만, 문제는 성적이다. 최환이 옷을 정리하며 대답했다.
“일하니까 방 하나 구해도 되잖아? 진경문 감독 작품이라며? 돈 꽤 되지 않나?”
“생각보다 짜던데요.”
그래도 학자금 대출 절반 이상을 한 번에 갚긴 했다. 숨통이 살살 트이는 느낌이랄까.
광고도 고작 두 번 했지만, 이런 식으로 들어오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바보야. 짜세는 드라마여. 드라마. 재방 삼방, 사방 틀 때마다 돈이 들어온다던데. 무영아. 너도 영화 말고 드라마 쪽으로 가라?”
“기회만 있으면 얼마든지요.”
무영은 그렇게 말하며 닥터마텔 패키지를 꺼냈다.
탱글탱글, 푸딩 같은 볼을 착착 두드리며 스킨을 확인했다.
“뭔데 그건?”
“협찬이요. 써보고 SNS에 후기 올리면 된대요.”
“와. 하무영이, 잘 나가네?”
무영은 방긋 웃으며 스킨 뚜껑을 땄다.
뽀옹-!
귀여운 소리를 내며 확 올라오는 시원한 향. 솔잎 냄새인가? 무영이 눈을 감고 코를 킁킁거렸다. 뭔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자연의 냄새라 칭할 만하군.
“먹겠다?”
“천연 성분이래요. 냄새 되게 좋다.”
“나도 한번 써보자.”
“좋아요. 일단 씻고 오세요.”
무영이 손바닥에 스킨을 톡톡 덜어내자, 묽은 액체에 반짝이는 것이 들어 있었다. 오, 혹시 금가루가 섞인 스킨?
“어라?”
검지와 엄지로 휘휘 내젓자, 무영은 뭔가 이상한 걸 깨달았다. 안에 들어 있는 게 화장품이 아니라 꽃가루 같았거든.
“형. 이거 보여요?”
“뭐? 네 손바닥?”
“아니. 안에 반짝반짝.”
“……투명한데?”
“헐!”
꽃가루가 담긴 스킨이라. 무영은 신이 나서 펄쩍 뛰어올랐다. 그걸 이상하게 보며 수건을 챙기는 최환. 그러거나 말거나, 두 손 가득 스킨을 흥건하게 짜댔다.
“형들! 빨리 와서 이거 발라요!”
촤악-!
있는 힘껏 촵촵촵!
볼이 발갛게 부어오를 때까지 두드려대는 손길이 야무졌다. 한 방울도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가 아주 강하게 느껴지는 소리. 무영은 거울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음. 역시 좋구먼-!”
* * *
부아아앙-
그리고 며칠 후.
무영은 흔들리는 자동차 안에서 대본에 집중했다. 고경민이 힐끔거리며 그를 살폈지만, 생각보다 평온해 보였다.
“멀미 안 나?”
평소보다 서두르는 탓에 차가 심하게 흔들리는데, 오래된 고물이니 어쩔 수 없다만은.
“괜찮아요. 빨리 가야 하니까 어쩔 수 없죠.”
“이게, 미안하다. 나도 갑자기 연락받아서.”
“형 잘못도 아닌데 왜 사과를 하세요? 효정 선배는 좀 어떻대요? 괜찮대요?”
“글쎄다. 거기까진 내가 들은 게 없네.”
기숙사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다가 갑자기 튀어나와야 했다. 펑크 난 촬영장에서 콜이 들어왔기 때문.
“병원에 입원했다니까 결과가 곧 나오겠지.”
“근데 피부 뒤집힌 거로도 입원을 해요?”
“연예인들 피부에 돈 쓰는 거 알면 놀라 자빠질 거다. 입원만 하면 다행이게.”
수천만 원짜리 후 관리는 물론이요, 비과학적인 미신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았다. 보이는 직업이다 보니, 예민할 수 밖에 없지.
“엄청 간지러워서 며칠 전부터 고생하긴 했나 봐.”
효정의 얼굴이 완전히 뒤집혔단다.
뾰루지만 좀 올라오나 싶었는데, 잠을 자고 일어날 때마다 확연히 악화하는 피부에 모든 일정을 멈춰 버린 것이다. 흘려듣기로는 난장판 그 자체라지. 화장으로 덮을 수도 없을 만큼.
“다 왔다.”
배우가 없으니 당연히 촬영은 펑크. 외주 팀(조명, 음향 등등)은 현장에 왔는데 찍을 게 없으니 그 얼마나 곤혹이란 말인가.
-미안한데, 지금 당장 와줄 수 있어? 이대로 쫑 나면 이게 돈이, 아우. 미안하다. 정말.
조감독은 필사적으로 그 틈을 메꾸려고 이리저리 전화를 돌려댔다. 거기에 떡하니 걸린 게 무영이고.
“주차하고 들어갈게. 빨리 해야 하니까 메이크업부터 받아.”
“네. 알겠습니다.”
무영은 차에서 내린 후, 현장으로 와다다 달려갔다. 할 일 없이 붕 떠버린 스태프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거나 수다를 떨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 왔어요.”
“어! 무영이 왔네?”
“조감독님! 무영이 왔어요!”
그 신호에 버선발로 뛰쳐나오는 조감독. 덥석 무영의 손을 잡더니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진짜 빨리 왔네! 무영아, 고맙다.”
“매니저 형이 엄청나게 밟아댔어요. 오늘 그럼 어디 찍어요? 효정 선배 없으니까…….”
둘은 재빨리 분장실로 들어가며 그날 찍을 씬을 확인했다.
“너 온다고 해서 유나랑 히준 씨도 차에서 대기 중이거든?”
“아. 그래요? 투 샷은 다 찍었나 봐요?”
“거의. 편집하면서 추가 촬영분 있으면 모르겠는데, 나머지는 떼씬이야. 자자. 분장하고 바로 나와.”
촤악-
효정, 유나, 히준 셋이서 찍어야 할 일정에 무영이 대타로 낀 것이다. 조감독은 촬영 가능한 씬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스태프들을 불렀다.
“어라? 막내 누나는요?”
무영이 머리띠로 앞머리를 쫙 까며 분장 팀원과 인사했다.
평소 메이크업을 도맡아 하던 막내가 보이지 않으니. 스태프는 말도 말라는 듯, 어깨만 으쓱거렸다.
“팀장님이랑 효정 씨 병원에.”
“거길 왜요?”
“말도 마라. 효정 씨 피부 뒤집힌 게 우리 때문이래. 현장에서 스킨을 새로 바꿨는데, 그때부터 그런 것 같다고. 매니저가 드잡이해대서 미팅하러 갔지.”
“……스킨을 바꿨어요? 근데 그거 저희도 다 같이 쓰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내 말이.”
샵에서 일하나, 여기 현장에서 출장으로 일하나 사용하는 제품은 같았다. 출연진들도 개인적으로 챙겨온 게 아니라면 모두 똑같은 거로 화장 받는데.
“저도 같은 거 썼어요?”
“그럼 당연하지. 여기서 화장 받은 사람은 다.”
“근데 효정 선배만 왜 그럴까.”
“나도 몰라. 어디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것 같은데, 병원에서 검사 후 알려주기로 했어. 하여간 우리 팀장님이랑 막내 아침부터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고-”
그녀는 주절주절 한탄을 늘어놓으며 스킨을 찾았다. 익숙한 통. 무영은 닥터마텔 제품인 걸 한 번에 알아챘다.
“어? 이거?”
“알아? 닥터마텔.”
“제가 계속 이거 썼었어요? 냄새가 별로 안 나던데.”
“라인이 두 개가 있거든. 너도 이거 쓰니?”
“네. 전 되게 좋더라고요. 산뜻하고. 찹찹찹! 오늘 아침에도 발랐어요.”
무영은 그녀의 손길을 기분 좋게 받으며 조잘댔다. 티 한 점 없는 피부 결을 따라 촉촉한 액체가 스며들었다.
“이게 나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우리 쪽에서는 거의 필수템처럼 자리 잡았거든.”
“아. 진짜요?”
“가격이 좀 있긴 하지만 굉장히 좋아. SNS상에서 마케팅도 공격적이고. 신생 브랜드 같던데, 내가 봤을 때는 뒤에 뭐가 있어.”
“뭐가요?”
무영의 물음에 그녀가 소곤거렸다.
“확실한 건 아니고, 나도 팀장님한테 건너건너 들었거든. 이걸 받아온 곳이 청담동 J엘이라는 샵인데, 거기 원장선생님 단골손님 중에 재계 유명한 사모님이 계신다는 거야. 맨 처음 그 사모님이 써보라고 추천해 줬대.”
마치 흥미로운 찌라시를 듣는 것 같다. 무영은 한쪽 눈을 뜨며 계속 말해달라는 듯 눈을 찡긋거렸다.
“좀 이상하지 않아? 비싸고 좋은 게 발에 치일 정도로 많은 분이 왜 이런 무명 브랜드를 써보라고 했는지.”
은밀하게, 뭔가 숨겨져 있다는 의도가 짙었다. 그녀의 말에 무영이 가만히 있다가 손뼉을 쳤다.
뭔가 알겠다는 듯! 아하라!
“가성비를 따지는 분 아닐까요?”
“……됐다. 됐어. 내가 무슨 말을 하니.”
“아니면 얼리어답터? 멋지다. 돈 많은데 딱 좋은 취미겠어요.”
“자- 하무영이. 입 다물고 음마음마 하세요.”
스태프는 이 눈치코치 없는 배우의 분장을 마무리하고 손을 털었다.
“아무튼,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막내는 스킨 다른 거 쓰고 싶으면 말하라고는 했다는데, 이게 연예인들은 몸이 자산이니까…….”
고소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경위를 따져봐야 하겠지만, 막내에게 직접 하거나 아니면 닥터마텔 쪽으로 들어가겠지. 뭐가 되었든 그렇게 되면 여기 [역병> 촬영장에 오는 것도 마지막이 될 것이다.
“누나. 너무 걱정하지 마요.”
무영은 그런 그녀의 눈치를 알아채고 위로해 줬다. 하지만 거기까지. 자세한 사정을 모르니 더 할 말도 없지. 스태프는 방긋 웃으며 분장 도구를 정리했다.
“무영이 분장 끝났습니다!”
“네에. 잠시만요. 세트 정리하고 있어서요. 무영이, 스탠바이 잠시만!”
“네에!”
무영은 활기차게 웃으며 알겠노라 답했다. 그리고 멀뚱멀뚱. 할 게 없어진 그는 대본을 집으려다가, 휴대폰을 찾았다.
타닥타닥.
“배 안 고파?”
그때, 고경민이 음료와 과자 따위를 챙겨오며 물었다. 무영은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고개를 저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손가락.
“괜찮아요. 립 발라서 뭐 먹으면 안 돼요.”
“근데 뭐 하는 거야?”
“닥터마텔 후기요. 이렇게 적어주면 되려나?”
무영은 닥터마텔 홍보담당자 DM창에 빼곡히 후기를 작성했다.
[냄새 너무 상쾌하고 좋아요. 생각보다 많이 끈적거리지도 않고 무엇보다 바르는 그, 뭐라더라 아무튼 그런 느낌이 굉장히 좋았어요. (중략) 그런데 저한텐 굉장히 잘 맞았거든요? 천연 성분이라 순하게 느껴지고. 근데 동료분은 아닌가 봐요. 안 맞아서 피부 뒤집히고 좀 그렇다 하더라고요. 사람마다 확실히 호불호 갈릴 것 같아요.]“어때요? 보내고 저쪽도 좋다 하면 피드 올릴래요. 제품이 마음에 들어서, 좋게좋게 하고 싶어요.”
무영은 자신 있게 글을 보여줬다.
보자보자, 어디 보자…….
“안 될 것 같은데.”
“왜요? 최대한 솔직한 후기! 나쁜 점만 적은 것도 아니잖아요.”
“동료 얘기 부분은 지우자. 지우고…….”
타닥타닥.
고경민이 엄지로 백스페이스를 연타하는 도중.
“무영이 스탠바이-!”
“앗! 네!”
갑자기 무영을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 손가락을 삐끗해 버렸다. 백스페이스가 아닌 엔터를.
띡.
“어?”
“왜요?”
고경민은 멈칫거리며 무영에게 휴대폰을 돌려줬다.
“……보내 버렸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