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but One-in-a-Million Actor RAW novel - Chapter (96)
신인인데 천만배우 96화
드디어
카메라 앞에 무영과 송아가 섰다.
스태프 수십 명의 시선이 렌즈처럼 느껴질 만큼 부담스러웠다. 그의 긴장을 알아챈 것일까. 송아가 가볍게 웃었다.
“하던 대로 해. 하던 대로.”
“앗. 티 많이 나나요?”
“딸기 냄새가 여기까지 난다야.”
그녀의 농담에 무영 역시 웃었다.
그때, 이유진 피디와 조연출 그리고 몇몇 스태프들이 둘에게 다가와 동선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둘 다 여기 앵글 봐봐.”
대학교 복도. 주말인지라 몇몇 동아리방을 제외하고는 한산한 느낌을 낼 것이다. 이유진 피디와 조연출이 자리를 손으로 가리키며 설명했다.
“복도에서 서로 잡으려고 장난치다가 도하가 미란이를 딱 잡아. 그러고도 계속 웃어야 해.”
“얼마나요?”
“한…… 10초?”
눈을 마주치며 웃던 두 사람 사이, 소리가 점점 잦아들고 도하가 키스하기 위해 얼굴을 가까이 내린다.
그러자 장난스럽게 입을 꾹 다무는 미란.
“이 부분은 두 사람 하관만 찍힐 거거든. 뒤에서 조명 쏴줄 거니까 왼쪽 손은 최대한 쓰지 마. 그림자 져.”
“아. 네네. 알겠습니다.”
세트장이라 불투명한 유리창 밖은 외부가 아닌 보통 스튜디오였다. 조명팀이 기계 들고 열심히 빛을 내보내 주겠지.
“그리고 대사치고 코 막으면 미란이 얼굴만 클로즈업될 거니까 표정 신경 쓰고.”
“어차피 여기서 컷 나뉘는 거죠?”
“응. 다시 말해줄게.”
입을 꾹 다무는 미란이의 코를 장난스럽게 막는 도하. 미란이는 땡글땡글한 눈을 굴리며 웃음을 참는다.
결국, 숨을 참지 못하고 푸하- 뱉어버리는 순간 그녀의 입술을 파고드는 장면이다.
“창문틀에 기댈 때는 어느 정도로 틀어요?”
“한 이 정도?”
무영의 물음에 이유진 피디가 송아의 허리를 잡고 살짝 기댄다. 그런 식으로 세 명, 아니, 조연출까지 네 명이서 꼼꼼하게 동선을 파악했다.
“어때? 알겠지?”
“네. 근데 얼굴 잡으면 메이크업 지워질 것 같은데, 송아 누나, 괜찮아?”
“살짝만 잡아줘.”
“오케이.”
세심한 부분까지 협의하고 나서, 이제 진짜 들어가는 촬영. 스태프들이 모두 분주하게 움직였다.
막상 스탠바이 들어가자 이번에는 송아가 어색해했다. 연기 자체가 처음이니 그녀 역시 키스신이 처음인 건 마찬가지니까.
“하하. 이제는 내가 떨리네.”
하지만 무영은 그저 웃기만 할 뿐. 한번 동선을 맞춰보니 이유진 피디가 뭘 원하는지, 화면에 어떻게 나와야 할지 좀 감이 온다.
“자. 갈게요! 스탠바이!”
“레디-! 액션!”
둘은 살짝 떨어져 있다가 액션 신호가 떨어지자 연기에 돌입했다. 미란이가 손을 들어 보이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아 미안! 선배 진짜 미안해요!”
“말로만 미안하다?”
“근데 진짜 어떡해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니까요?”
“연락은 왜 안 되는 건데-”
“으아앗! 푸하하!”
이리저리 도망치는 미란과 그를 잡아채는 도하. 그가 장난스레 그녀의 옆구리를 간질이자, 둘은 엉켜서 복도가 떠나가다 웃어댔다.
“하하하…… 아. 진짜…….”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행복하게 웃던 둘. 도하가 끌어안은 그녀의 허리에 힘을 주며 웃었다. 점점 가까워지는 얼굴. 햇빛을 받아 말갛게 빛나는 도하의 흰 피부와 갈색 눈동자가 아름답다.
“흡!”
하지만 미란이는 장난스레 입을 꾹 다문다. 그녀의 입술을 톡톡 두드리며 속삭이는 도하. 나른한 목소리가 묘했다.
“아- 해.”
“시르은데-”
해볼 테면 해봐라, 미란이는 웅얼거리며 보란 듯이 눈만 깜빡였다. 그런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도하. 이내 천천히 그녀의 코를 막아버렸다.
“숨 쉬어야 할 건데?”
“…….”
미란이의 얼굴이 점점 붉게 올라왔다. 호흡이 달리는 것도 달리지만, 막상 이 상황이 미치도록 부끄러운 것이다. 도하의 열렬한 시선은 꺼지질 않고, 결국 미란이가 백기를 들었다.
“푸핫-!”
숨을 토해내며 입을 여는 미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도하가 키스했다. 햇빛이 더욱 화사하게 쏟아졌다. 불투명한 유리 창문으로 반짝이는 빛.
‘오케이. 여기서 페이드 인.’
이유진 피디는 화면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두 사람에게서 창문으로 초점이 맞춰지며 점점 밝아지는 화면이,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우, 우와. 대박이다.’
‘좋네. 둘이 너무 잘 어울려.’
스태프들 모두 두 연인의 비밀을 훔쳐보는 것처럼, 침만 꿀꺽 삼켰다. 이어서 들려오는 이유진 피디의 목소리.
“오오케이! 컷! 너무 마음에 든다! 잘했어!”
그 소리에 둘은 고개를 돌렸다. 살짝 상기된 얼굴로 부끄럽게 웃는 두 사람. 무영은 입가를 닦으며 고경민을 찾았다.
“……형?”
저 멀리, 입을 쩍 벌린 채 돌처럼 굳어버린 매니저. 무영이 손을 흔들자, 물과 사탕을 들고 달려왔다.
“왜 그래요?”
“야, 너, 어후, 그래. 모쏠인 게 낫겠다. 잘하더라야. 아니, 거참.”
횡설수설, 감탄만 쏟아내는 모습에 무영이 빵 터졌다. 립을 고치던 송아 역시 마찬가지.
“아저씨인 내가 봐도 심장이 말랑말랑해지는데, 이거 대박이다. 시청자분들이 보면 그냥 베개 붙잡고 흔들고 소리 지르고 난리 날 거다.”
“그러면 진짜 좋겠네요. 하하.”
“자. 화장 고치고 바로 송아 얼굴 딸게요.”
“네에. 안고만 있으면 되죠?”
“응. 무영아. 근데 너 너무 잘하더라!”
등짝을 연신 두드려대며 칭찬하는 이유진 피디. 키스 자체가 처음인 두 사람인지라 굉장히 어색할 줄 알았는데…….
‘송아는 조금 서툰 게 미란이랑 잘 맞아서 좋고. 무영이는 어떻게 저렇게 했나 몰라?’
그녀는 속으로 흐뭇하게 웃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했다. 잘 뽑았다. 진짜 천상 도하가 따로 없어!
“무영아. 아까 그 자세.”
“네. 갑니다아.”
그렇게 계속 이어지는 촬영.
무영은 송아의 허리를 감싼 채 살짝 몸을 틀었다. 그의 어깨 위로 카메라가 들어오며 송아의 얼굴을 찍었다.
도하의 시점에서 보는 미란이의 표정을 클로즈업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오케이! 좋아! 다음!”
“오늘 현장 분위기 좋네요?”
“언제는 안 좋았냐? 내가 봤을 때, 이거 나가면 이번에 우리가 1등 먹겠다. 시청률 1등 먹겠어.”
스태프들 모두 직감적으로 느꼈다.
사람들이 정말, 정말 좋아하겠노라고. 반응 역시 역대급일 거라고.
고경민의 말마따나 아저씨 스태프, 그것도 이런 장면 수도 없이 찍은 사람의 마음까지 녹이는데…… 감수성 풍부한 청춘들은 오죽하겠어?
“오케이! 가자!”
이유진 피디 역시 그걸 은연 중으로 알고 있는지, 오케이를 외치는 목소리가 평소보다 높았다.
* * *
그리고 무영과 송아의 키스신이 방영될 밤. 무영은 비몽사몽한 몸을 이끌고 한정식 식당에 도착했다. 광고 계약을 앞두고 광고주들과 미팅이 잡힌 것이다.
“여기로 올라가면 돼요?”
무영은 마스크와 모자를 깊게 눌러쓰며 물었다.
“응. 가서 먹고 싶은 거 다 먹어라.”
“피곤해서 입맛 싹 가실…… 뻔했는데 공짜면 또 먹어줘야죠. 히히.”
계약 오퍼가 들어왔으니 실제 미팅을 통해 광고 이미지와 잘 맞는지, 콘티 설명과 배우와의 세부 일정 및 조건 조율을 하는 자리였다.
“어서 오세요. 예약하셨습니까?”
“네. 고경민이요.”
“이쪽으로 오십시오.”
고급 한정식집은 또 처음이다. 졸졸졸 흐르는 인공 시냇물과 자연 친화적인 인테리어가 눈에 확 들어오는 곳. 무영이 문을 열자, 이미 관계자들이 앉아있었다.
“안녕하세요.”
“아이고. 안녕하세요.”
“어서 와요. 일 마치고 오느라 고생하셨어요.”
“아닙니다. 저 때문에 이렇게 늦게까지, 죄송해요.”
ROS사의 홍보기획팀 직원들이었다. 무영이 드라마 촬영으로 영 시간이 안 나니, 이렇게 늦은 시간에 만나게 된 것. 그들은 악수하며 자리에 앉았다.
“일단 광고를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여기 세부 콘티 파일입니다. 식사를 먼저 하고 드려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서.”
“아뇨. 괜찮습니다. 먹으면서 하죠. 이러다가 날 지나서 집 들어가시겠어요.”
어라? 콘티를 확인하던 무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요즘 한창 인기 있는 [너는 별, 나는 별>로 들어온 광고인 줄 알았는데, 이거 [역병>보고 들어온 역이었다. 초콜릿!
“루이 역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저희 팀원들 다 영화관 가서 두세 번씩 봤다니까요.”
“우와. 정말요? 감사합니다.”
“저희는 세워진 지 얼마 안 됐지만-”
직원들은 상당히 정중하고 열정적이었다.
꽤 어린 무영에게, 그것도 톱스타가 아닌 신인 배우에게 저러기 쉽지 않은데 말이다.
“특히 제품의 특성상 어린이 고객이 주로 많습니다. 회사에서는 그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순익의 1%를 기부하고 있으며 이번에 새로 출시되는 ‘초콜릿 볼’ 역시 이벤트적으로 후원이 맺어져 있습니다.”
“우와. 좋은 일 하시네요. 그건 몰랐어요.”
유명한 제품이 꼽아봐야 한두 개였으니까. 무영이가 과자를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초콜릿 볼이라 하면 어떤 거죠?”
“우유를 부어 먹으면 초코우유가 되는 초콜릿이에요. 안에 진한 초콜릿 액이 들어있어 달고 맛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유명한 초콜릿을 벤치마킹했어요.”
이탈리아에서는 초콜릿 액 대신 커피가 들어가 있다. 자체로도 맛있지만 따뜻한 물이나 우유에 타 먹으면 그만한 간식거리가 없지.
“……저도 동참하면 도움이 될까요?”
“네? 어떤 거 말씀이시죠?”
“순익의 1%를 기부한다고 하셨잖아요. 제가 많이 많이 팔리게 하면 그만큼 도움이 되겠죠?”
무영이 싱긋 웃으며 물었다. 어찌 이미지랑 실제 성격이랑 똑같구나! 흰 우유를 닮은 이 어린 남자의 질문에 직원 역시 웃었다.
“물론이죠.”
“좋아요. 그럼 음. 일단 좀 드시죠.”
그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늦은 야식을 먹었다. 그러다 떨어진 물. 무영이 벨을 눌렀으나, 직원들이 오지 않는다.
“응? 뭐지? 바쁘신가?”
“내가 다녀올까?”
“아뇨. 제가 갔다 올게요. 형 먹어요.”
무영은 물통을 들고 어슬렁어슬렁 바깥을 돌아다녔다. 워낙 늦은 시간이라 한산하다. 카운터에 옹기종기 모여 머리를 맞대고 있는 직원들. 무영은 의아하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꺅! 한다! 한다! 드디어!”
“야야. 조용히 좀 해봐!”
“헐! 헐! 미치겠다 진짜. 너무 좋아!”
“으아아아! 했다! 대박.”
뭘까. 뭔데 저렇게 소란일까.
무영은 그들 뒤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휴대폰에서 나오고 있는 것은 [너는 별, 나는 별> 키스신 장면이었다.
“으아아아.”
“아 조용히 좀 하라고!”
“저기-”
“네? 아아아악!”
화들짝 놀라 뒤 돌던 직원이 괴성을 지르며 비틀거렸다.
무영이 머쓱하게 웃으며 물통을 들었다.
“물 좀 더 주시겠어요?”
“어, 어, 네, 죄송합니다.”
방금까지 드라마로 보던 인물이 눈앞에 튀어나와 있으니. 그 얼마나 놀랐겠어. 피곤한 맨 얼굴이라 무영 역시 민망한 건 마찬가지다.
“그 드라마 재밌죠?”
“네? 네네! 진짜 재밌게 보고 있어요. 무영 씨, 완전 팬이에요.”
“이 시간만 되면 우리 이거 본다고 정신없어요. 최고예요.”
조잘조잘 떠드는 직원들에게 고맙노라 인사하는 무영.
그는 꽉 채워진 물통을 들고 룸으로 돌아왔다. 고경민은 실실 웃는 무영을 보며 의아해했다.
“왜 그래?”
“밖에 분들 우리 드라마 보고 계시더라고요.”
“아, 참. 이제 곧 종영이죠? 혹시 차기작은 정하신 게 있나요?”
차기작 역시 모델 기용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점수 포인트였다. 향후 활동이 계속 보장된 편이 선호되거든. 무영은 직원들과 계속해서 미팅을 이어갔다.
띠링.
그리고 드라마가 끝나고, 단체채팅 방에 올라오는 이유진 피디의 메시지.
무영은 먹고 떠드느라 확인할 수 없었다.
[찢었다.] [피디님? 그런 말은 어디서…….] [왜 그러시는데요? 설마? 에이, 설마!]다들 궁금해하며 물음표만 날려댔다. 그러자 우주로 뿅 날아가는 이모티콘과 함께 그녀가 답장을 보냈다.
[30% 넘었다!!!! 넘었어!!! 우리 1등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