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night Flower RAW novel - Chapter 361
361화. 전화
소르스가 공개적인 활동을 마치고 위험에서 벗어났으리라 생각한 순간, 진짜 신부는 불시에 나타나 방어력이 가장 약해진 때를 노렸다. 당시 그 암살이 성공했던 건 바로 이 방심한 순간을 노린 덕분이었다.
그 일로 교훈을 얻은 퍼스트 시티 원로들은 관련 조치를 더욱 강화했다. 그때부터 반 지성교의 산발적인 작전도 다 실패로 돌아갔다.
한편, 퍼스트 시티의 현재 정세에 또 주목할 만한 점이 있었다. 변혁파와 보수파의 갈등이 확실히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보수파 수장, 집정관 베울리스는 바로 원로를 보호하고 싶어 했고, 변혁파 대표 가이우스는 그를 당장 몰아내야 한다고 야단이었다.
이 두 파가 대대적으로 맞서지 못하게 막고 있는 두 사람이 있는데, 바로 조씨 가문 장원 작전을 주도한 포카스 장군과 감찰관 알렉산더였다.
“반 지성교의 목표가 저 두 사람인 건 아니겠죠?”
용여홍이 약간 확신 없는 투로 물었다. 그보다 더 많은 선택지가 있을 것 같아서였다. 변혁파와 보수파의 갈등이 심화한 이때, 둘 중 한쪽의 원로 혹은 아직 원로원에 진입하지는 못한 실권자를 죽인다면 정말 내분이 일어날지도 몰랐다. 그야말로 화약통에 불씨를 던져 넣는 격 아니던가.
잠시 고민하던 장목화가 말했다.
“그 둘만 목표인 건 아니겠지. 근데 내 생각엔 반 지성교의 목표는 포카스 장군일 가능성이 더 높아 보여. 나랑 건우가 장군의 저택에서 암시를 받았다는 건, 반 지성교가 이미 그곳에 어느 정도 침투했다는 뜻이야. 포카스 장군은 그들의 사람이거나 그들의 다음 목표인 거지.
감찰관 알렉산더는 그럴 확률이 낮아. 퍼스트 시티 2대 거두인데 당연히 최고 등급의 보호를 받지 않겠어? 반 지성교에서 여덟 장로를 다 파견한다 해도 그 사람을 죽이긴 쉽지 않을걸?
유일한 희망이 알렉산더 주위에 배신자를 만들어 죽이게 하는 건데, 이건 우리가 끼어들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비밀리에 무료 경호원이 되려고 해도 발각당할 가능성이 크고, 오히려 반 지성교의 동료로 붙잡히게 될지 몰라.
그리고 다른 원로들은 포카스 장군보다 죽음의 여파가 크진 않을 거야. 무엇보다 우린 인원이 적어서 구석구석 빈틈없이 살피긴 힘드니, 가능성이 가장 큰 대상을 고르는 수밖에 없지. 나머지는 회사에 넘겨서 뭐라도 알아낼 수 있을지 확인해보자.”
그 말에 성건우가 웃었다.
“운명이네요.”
이번에는 용여홍도 어렴풋하게나마 그 말뜻을 알아차렸다. 본래 구조팀은 포카스 저택으로 돌아가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그곳을 감시하게 되었다.
‘혹시 정말 축하연이 열리면 기어이 건우도 참석할 수 있겠네.’
장목화가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포카스 장군 저택 감시계획부터 짜볼까? 첫 번째 조건은 반 지성교 사람에게 들켜서도, 장군의 경호원에게 발각당해서도 안 된다는 거야.”
“그 구역 공용 화장실을 주시해야 해요!”
성건우가 진지한 얼굴로 제안했다.
“뭐?”
용여홍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묻는 사이, 장목화, 백새벽, 게네바는 동시에 고개를 돌려 투사된 자료 한 부분을 바라보았다.
담배꽁초 분석 결과 보고서였다.
거기엔 담배꽁초에서 채취한 타액에서 랄프라는 사탕 성분이 검출됐다고 적혀 있었다. 그건 레드스톤 마켓에서 헛먹기라고 불리는 풀뿌리를 박하랑 섞어 만든 값싼 사탕인데, 당도가 높지는 않아도 각성 효과가 강했다.
이 사탕에 유일한 문제점이 있다면, 바로 설사를 유발해 헛먹은 것 같은 효과를 낸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사탕은 식습관으로 인해 변비와 소화 불량을 달고 사는 퍼스트 시티 시민들에게 대대적인 환영을 받고 있었다.
반면, 랄프 사탕을 살 여력이 안 되는 하류층 주민들은 대황이라는 풀뿌리를 조려 반찬으로 먹었다. 대황은 헛먹기와 효과는 비슷하지만 더 약했다.
진짜 신부가 정신을 차리려고 수시로 플래그십 담배를 피우고 랄프 사탕을 먹는다면, 장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참 웃긴 발상이긴 해도, 성건우 말대로 포카스 저택 주위 거리에 있는 공용 화장실을 중점적으로 감시한다면 정말 어떤 수확을 얻게 될지도 몰랐다.
용여홍이 깨달음을 얻은 순간, 성건우는 이미 그 광경을 상상하는 중이었다.
“제가 화장실로 달려들면, 거기 쪼그려 앉은 진짜 신부는 엉덩이를 훤히 드러내고 저를 빤히 쳐다볼 수밖에 없겠죠.”
용여홍도 친구 따라 그 모습을 함께 상상해보았다.
‘쪽팔려서 죽는 거 아냐?’
“눈을 마주친다면 최면에 걸리지 않게 조심해야겠지.”
그러나 성실하고 순수한 게네바만은 성건우의 유머를 이해하지 못했다.
* * *
이틀 뒤, 감시 구역을 분담한 구조팀은 본격적으로 포카스 저택을 감시하기 전, 늑대소굴에 한 번 더 들렸다. 애쉬랜드어 입문용 교재 나머지 부분을 나눠주기 위해서였다.
백새벽은 여자들을 보며 냉담한 말투로 강조했다.
“열심히 공부해. 애쉬랜드에는 언어를 익히고 공부하고 싶어 했다는 이유로 비참한 죽음을 맞은 사람들도 있으니까.”
그녀는 반 지성교의 사람이, 이 늑대소굴을 폭파해 버리려 했던 진짜 신부가 학습 의지를 가진 일반인을 증오한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 아직 이곳에 발도 제대로 붙이지 못한 여자들에게 걱정만 안기는 꼴이었다.
곧이어 소나영이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
“응, 언어 배우는 건 하나도 힘든 것도 없고 기쁘기만 해. 단어랑 문법을 익히는 것도 좋고, 이젠 번역기 없이도 조금씩 알아들을 수도 있어.”
장목화도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래, 그거면 돼. 보니까 패스트푸드점 준비도 거의 다 된 것 같네? 필요한 식재료는 늦어도 내일모레면 해결될 거야.”
구조팀이 조씨 가문 장원을 인도받을 날이 바로 내일이었다.
장목화는 리만과 무기 거래 시 별도 조건을 하나 더 붙일 생각이었다. 앞으로 3년간 장원을 누구에게 넘기든, 그 수확물을 패스트푸드점에 공급하라는 조건이었다. 물론 가격도 이익을 아주 조금만 붙인 최저 수준이어야 했다.
3년 정도만 지나면 여자들도 퍼스트 시티보단 다른 곳으로 옮겨가 다른 일을 하거나, 이미 여기서 안정적인 기틀을 잡았을 것이었다.
구조팀과 계속 대화를 이어가는 여자들의 얼굴에 기대감이 물씬 어렸다.
그렇게 구조팀이 다시 떠나려는데, 소나영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아, 맞아! 오거가 너희를 찾는 것 같던데?”
장목화가 살짝 눈썹을 움직였다.
“오거가?”
과거 늑대소굴 사장이었던 블랙셔츠파 핵심 구성원 오거는 빽빽한 수염은 여전했지만 예전처럼 그리 뚱뚱하진 않았다.
그는 화장실을 나오자마자 환하게 웃는 성건우를 발견했다. 그 모습에 오거는 영문 모를 몸서리를 치다가 황급히 웃음을 짜냈다.
“안녕.”
“우리를 찾았다던데?”
성건우가 물었다.
오거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사실 세컨드 보스 테렌스가 너희를 찾은 거야. 욕망 성인 교파의 정보를 얻었다고, 너희랑 만났으면 하시던데.”
세컨드 보스는 블랙셔츠파의 특별 호칭이었다. 애쉬랜드인 조직 부두목과 같다고 볼 수 있었지만, 동업자에 가까울 정도로 자주성이 훨씬 높았다.
‘욕망 성인 교파의 정보?’
장목화는 더 이상의 질문을 늘어놓는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 * *
늑대소굴을 나오자마자, 장목화가 갑자기 낮게 웃었다.
“진짜 신부 뒤끝 한번 엄청나게 기네.”
백새벽이 바로 예리하게 물었다.
“테렌스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고 보시는 건가요?”
장목화는 늑대소굴을 한번 돌아보았다.
“진짜 신부가 여기에 왔다면 오거랑 애쉬랜드 여자애들 관계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 못 챘을 리가 없어. 기억을 곡해하는 능력도 있으니, 오거가 블랙셔츠파 소속에 테렌스의 명령을 따르고, 현재 저 사람들이 무슨 일 때문에 지금처럼 변하게 된 건지도 다 알아냈을 거야.
그러니까 건우의 추리 광대 능력은 진짜 신부에게 이미 다 발각된 거야. 이런 상황에 테렌스가 갑자기 우리를 만나자고 했다니, 너무 공교롭잖아?
음……. 난 테렌스에게 걸려 있던 추리 광대 효과는 다 해제됐을 거라고 봐. 진짜 신부가 소리 소문도 없이 해결했겠지.
테렌스는 지금 더없이 또렷한 정신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거야. 그래서 블랙셔츠파의 강자랑 초월 영성 교단의 성직자를 불러 모아서, 우리를 겨냥한 함정을 파두고 복수할 기회만 노리고 있을 거야.”
“그럼 어쩌죠?”
용여홍은 장목화가 이 수작을 거꾸로 이용해 상대를 공격하자는 말이 나올까 두려웠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늑대소굴을 다시 블랙셔츠파에 넘기고 싶지도 않았다.
장목화가 웃으며 성건우를 바라보았다.
“야랑 이야기 좀 하게 하자.”
* * *
레드울프 구역, 카페 안.
전화가 가능한 이곳에서, 위장한 성건우가 테렌스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블랙셔츠파 한 구성원이 전화를 받았지만, 그는 얼른 블랙셔츠파 세컨드 보스, 초월 영성 교단 교도 테렌스에게 수화기를 넘겼다.
“나야, 장우병.”
성건우가 곧장 이름을 밝히자, 2초 후 테렌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언제 올 거야? 보고 싶은데, 할 이야기도 있고.
성건우는 아무 내색 없이 물었다.
“더 이상 날 믿지 않는 거지?”
테렌스는 재차 침묵에 빠졌다.
하지만 성건우는 조금도 개의치 않는다는 듯 편하게 웃었다.
“우리 관계를 이간질한 게 누군지 알아. 너도 알겠지. 바로 반 지성교 사람이야. 욕망 성인 교파와 깊이 합작하고 있는.”
계속 침묵하는 테렌스를 두고, 성건우의 말이 이어졌다.
“마음이 바뀌었다면 오늘 밤 이 시간에 이 주파수로 전보를 보내. 상황을 봐서 전화할 테니까.”
성건우는 구체적인 시간과 주파수를 두 번 반복해 알려준 뒤 곧장 전화를 끊었다. 그런 뒤, 구조팀 식구들이 엄밀하게 감시 중인 이 카페를 떠났다.
* * *
저녁 9시, 장목화와 성건우는 교대를 마치고 포카스 저택 주변 구역을 떠나 휴식 장소로 돌아갔다. 그들은 돌아가자마자 곧장 무선 통신기부터 켰다.
구조팀이 택한 감시 장소는 포카스 저택과는 거리가 꽤 멀었다. 포카스 쪽 경호원에게 발각당하지 않으려 일부러 택한 자리였다. 구조팀의 감시도 주로 건물 높이와 망원경, 그리고 게네바의 감시에 의지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보가 도착했다.
「욕망 성인 교파는 최근 퍼스트 시티의 긴장된 정세 속에서 움직임을 보이는 중. 이번 사건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보임. 합작에 동의한다면 만났으면 함.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 방식은 알아서 결정하도록.」
* * *
퍼스트 시티, 서쪽 항구.
칠흑같이 어두운 밤, 그린올리브 구역과 인접한 여기 곳곳엔 물건을 쌓아두는 창고가 널려 있었고, 항구 구역을 전담하는 경비대가 순찰 중이었다.
테렌스는 전보를 보내자마자 성건우에게 전화를 받았다.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성건우는 오늘 밤 10시 30분에 서쪽 3번 항구에서 만나자고, 어떤 사람도 대동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 한 마디로 숨 돌릴 틈도, 어떤 준비를 할 여유도 주지 않겠다는 소리였다.
몸집이 비대하고 인상 또한 흉악한, 갈색 머리에 파란 눈인 암흑가 조직의 세컨드 보스가 천천히 걸어서 약속 장소로 향했다. 그는 여기까지 타고 온 검은 세단을 항구로 진입하는 큰길 앞에 세워두었다. 이것도 성건우 쪽에서 요구한 조건이었다.
앞서 테렌스는 블랙셔츠파의 연줄을 이용해 사냥꾼 길드에서 구조팀의 등록 자료와 임무 기록을 받아보았다. 그들은 상당히 강한 동시에 내력이 매우 불분명한 팀이었다.
어딘가에 잠시 멈춰선 테렌스가 의혹 가득한 눈으로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왠지 구조팀 중 누군가 이 근처 건물이나 항구 창고 옥상, 잔뜩 쌓인 화물 사이로 몰래 따라온 자가 있는지 주시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테렌스는 오늘 정말로 아무 꿍꿍이도 없어서 당당하게 걸었다. 다만 워낙 묵직한 몸이다 보니, 겨우 이 정도를 걷는데도 숨이 차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