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night Flower RAW novel - Chapter 677
677화. 타이 시티 제1 고등학교
지도를 따라 이동한 구조팀은 약 20여 분 후, 도시 동쪽에 있는 고등학교에 도착했다.
학교는 면적이 꽤 컸다. 학습동 여러 채, 사무동 두 채, 기숙사 두 채, 실험동 한 채, 체육관 한 채, 합성 고무 육상 트랙이 둘려 있는 축구장 하나, 한 데 붙은 농구코트 여러 개 등등 가진 시설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의 학교는 웃자란 잡초에 뒤덮여 매우 황폐해진 상태였다.
“이렇게 크다니⋯⋯.”
보조석에서 용여홍이 감정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한눈에 봐도 이 타이 시티 제1 고등학교와 반고 바이오 내부의 각 층에 있는 고등학교와는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실제로 용여홍, 성건우, 양진원, 조여름 학년은 열 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위드 시티든, 퍼스트 시티든, 우베이의 학교든 이곳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다른 폐허 도시의 고등학교는 구조팀 모두 가본 경험이 없었으므로 비교 자체가 불가능했다.
성건우도 따라서 탄식했다.
“한 학년에 대체 몇 명이나 될까?”
장목화가 그를 팩 노려보았다.
“그게 중요해? 중요한 건 학교가 이렇게 크니까 이상 현상을 찾기 엄청나게 어려워졌다는 거 아냐.”
백새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요.”
전에 있던 세 차례 경험으로 불가 성지의 모든 곳이 탐색할 가치가 있는 건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상 현상은 보통 한 곳에만 있을 뿐이었다.
장하시 연합 철강 공장의 이상 현상은 가족 2구역 4호 302호에 있었고, 아이언마운틴 시티 제2 식품회사의 이상 현상은 직원 소개란이 붙은 그 층에, 호움 난임 센터의 이상 현상은 생식 재료 냉동 창고 안에 있었다.
한 동밖에 없던 데다 층수도 높지 않았던 아이언마운틴 시티 제2 식품회사나 호움 난임 센터와 달리, 타이 시티 제1 고등학교는 점유 면적으로 보나 건물 수로 보나 훨씬 넓고 많았다.
구조팀의 이상 현상 조사에 따르는 난도 역시 몇 배나 상승한 셈이었다.
물론 철강 공장도 이곳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광대했지만 구조팀은 당시 이미 방민서의 병력이라는 중요한 자료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이상 현상이 일어날 법한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눈에 붉은빛을 몇 차례 번득이던 게네바가 의견을 제시했다.
“야한테 옥부처를 들고 최대한 감지력을 이용해 한 구역씩 선별하라는 것도 방법이겠군. 도중에 무슨 이상이 발견된다면 그걸 목표로 두고,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면 범위를 더 축소하면서 계속 조사를 진행하는 거지.”
잠시 고민하던 장목화가 대꾸했다.
“그래, 그러는 수밖에 없겠네.”
고생이 예상된 이곳에서 그나마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물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으면 하늘이 어두워지기 전까지 모든 시간을 오직 선별작업에만 들이게 될 수도 있었다.
“들어가자.”
장목화의 명령 하에, 백새벽은 곧장 고등학교 정문까지 차를 몰았다.
그대로 순조로운 통과는 실패였다.
정문은 알루미늄 색상 전동 울타리에 막혀 있었다.
“제가 할게요!”
흥분한 성건우가 바로 개인용 바주카포를 쳐들었다.
장목화는 그를 힐긋 보며 조용하게 말했다.
“불가 성지에 대한 예의 좀 갖춰.”
“예, 나무아뇩다라삼먁삼보리.”
금세 제도 선사가 성급한 성건우를 막고 대꾸했다.
이때 용여홍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장하시 연합 철강 공장이랑 아이언마운틴 시티 제2 식품회사가 그 말에 더 크게 저항할 것 같은데요.’
구조팀이 탐색했던 불가 성지 중 철저하게 파괴당하지 않은 곳은 호움 난임 센터밖에 없었다.
이윽고 차 문을 열고 내린 성건우가 게네바를 불렀다.
둘은 한 차례 검사와 실험을 거친 끝에 알루미늄 색 전동 울타리가 이미 망가진 것을 확인했다. 전기가 다시 공급돼도 알아서 열리진 않을 듯했다.
이에 이 구조팀의 유능한 탄소 기반인과 규소 기반인은 오로지 본인들 힘에만 의지해 타이 시티 제1 고등학교 정문을 억지로 열었다.
마침내 지프는 그 울타리를 넘어 안으로 진입했다.
* * *
차는 학습동과 사무동으로 둘러싸인 한 광장에 멈췄다.
장목화는 차창 밖으로 고개를 쏙 내밀고 성건우, 게네바에게 말했다.
“일단 차에 타. 건물 밖의 화단에 딱 붙어서 광장 한 바퀴 돌아보자. 야는 옥부처 쥐고 각성자의 감지력으로 일차적인 선별을 한번 해봐.”
“좋죠!”
성건우가 큰 소리로 호응했다.
바로 그때, 사방이 돌연 어둑해졌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본 게네바는 어느새 몰려온 먹구름 한 무리가 태양을 가리고 있는 걸 발견했다.
‘빙원에서는 여름에도 소나기가 종종 내리나?’
관련 데이터도 부족하고 기후 모듈도 없는 게네바는 여태까지 빙원에서 지낸 시간 동안의 경험을 떠올려 보다가 그렇지 않다는 결론을 얻었다.
시선을 거둔 그는 다시 전방을 바라보았다.
그러던 그때, 게네바 눈에서 번득이던 붉은 빛이 그대로 응고되었다.
원래 멀지 않은 곳에 세워져 있던 구조팀의 지프가 보이지 않았다.
그 안에 타고 있던 장목화, 용여홍, 백새벽도 모두 다 사라졌다.
게네바는 곧장 옆을 돌아봤지만, 그와 함께 있던 성건우도 보이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몰려든 먹구름과 어둑해진 하늘 때문에 학습동과 사무동의 형광등이 하나씩 밝혀지기 시작했다.
어둑한 사방 속, 하얗거나 노란빛은 마치 밤하늘 별빛처럼 반짝였다.
그 빛을 발산하는 창문들에선 인영들이 하나하나 나타나기도 했다.
하나같이 파란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예스러운 스타일의 교복을 입은 그들은 진지하게 선생님의 수업을 듣거나, 삼삼오오 모여 계단을 내려와서는 게네바 앞의 시멘트 광장에 이르렀다.
[경고!] [경고!]게네바의 메인 모듈에서 일련의 알림이 번쩍번쩍 떠올랐다.
그는 이미 눈앞의 광경이 파괴 당시로부터 몇 년 전인 구세계의 모습이란 분석을 마쳤다.
하지만 그게 왜 지금의 애쉬랜드에 나타나는 걸까?
계산과 대비, 분석을 거친 게네바는 기초적인 판단을 내렸다.
“환경을 왜곡해서 만들어낸 환상인가?”
이후 그는 성건우처럼 입을 크게 벌리더니 큰소리로 외쳤다.
“야! 큰 흰둥이! 작은 흰둥이! 작은 빨강이!”
하지만 어디서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구조팀이 세워둔, 가장 위험한 상황에서의 대안이 있었다.
일단 외침을 멈춘 게네바는 다른 두 가지 상황을 특별 대열에 추가한 뒤 언제라도 실행할 준비를 했다.
1. 지령을 내려 원거리에서 지프 트렁크에 실린 핵탄두를 터뜨린다.
2. 아비아가 준 코드로 전화를 걸어 미지의 존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뒤이어 걸음을 성큼 내디딘 게네바는 모든 관측 설비를 활성화해 파란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교복 차림의 한 남학생 앞으로 다가갔다. 그렇게 느릿하게 오른손을 뻗어 어깨를 한번 두드려보았다.
탁!
정말로 한 사람의 몸을 두드린 듯한 느낌이 났다.
하지만 남학생은 아무 반응도 없이 옆에 있는 친구와 담소를 나누며 광장 어딘가로 걸어갔다.
강철 손바닥을 거둔 게네바의 눈에서 붉은빛이 번득이기 시작했다.
* * *
일단 제일 먼저 가장 가까운 학습동으로 향한 게네바는 아래로 내려오는 학생들을 거슬러 한 계단씩 위로 올라갔다.
그렇게 5층에 도착했을 때, 게네바는 캐주얼한 양복 차림에 선생님으로 보이는 한 중년 남성이 소리를 죽인 채 한 교실 뒤로 다가가는 것을 보았다.
그곳 창문 너머로 안쪽 상황을 관찰하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남자는 머리를 짚으며 교실 안을 향해 외쳤다.
“너희 둘! 자습 시간에 공부는 안 하고 뭘 소곤소곤 이야기하고 있어? 일어나, 복도로 나와!”
게네바는 그리 큰 의아함 없이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의 저장장치에는 성건우가 맡겨둔 구세계 콘텐츠가 대량으로 담겨있었다.
지적당한 두 학생은 곧 교실에서 복도로 나왔다.
순간 게네바의 눈에서 발산되는 붉은 빛이 급속도로 번득였다.
그 두 학생은 다름 아닌 백새벽과 용여홍이었다.
그들은 모두 파란색, 흰색이 어우러진 교복으로 갈아입고 있었고 원래의 모습보다 훨씬 더 어려 보였다.
“너희 둘, 연애하냐?”
선생님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물었다.
“아니요.”
백새벽은 아주 침착하고 덤덤했다.
“아니요.”
그에 반해 불안한 눈빛을 보이는 용여홍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게네바는 더는 망설이지 않고 그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낮게 외쳤다.
“작은 흰둥이! 작은 빨강이!”
용여홍과 백새벽 모두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각기 다른 표정으로 중년 남성의 훈계를 듣고 있을 뿐이었다. 한 명은 쩔쩔맸지만 다른 한 명은 시종일관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서.
게네바는 조심스럽게 한 손을 뻗어 용여홍을 두드려보았다.
“작은 빨강이.”
용여홍은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분석을 거친 게네바는 이번엔 그를 홱 밀쳐보았다.
그 순간, 용여홍은 비틀거리다가 선생님 품으로 떨어졌다.
선생님은 화들짝 놀랐다.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당황한 용여홍이 급히 둘러대기 시작했다.
“지, 지진입니다! 지진!”
“지진은 개뿔!”
선생님은 그걸 변명이라고 하냐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때, 백새벽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대꾸했다.
“진짜 지진이었는데요.”
두 학생 모두 그러자 선생님은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게네바 역시 그랬다. 그는 마치 자신이 구세계를 돌아다니는 유령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사람을 건드릴 수는 있지만, 보이지는 않는 유령.
또한 눈앞에 있는 용여홍과 백새벽은 어쩌면 생긴 것만 두 사람을 닮은 다른 인물일지도 몰랐다.
일단 뒤로 두 걸음 물러난 용여홍은 더 이상의 자극적인 방법을 쓰는 대신 관찰에 집중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던 그는 원래의 길을 따라 광장으로 돌아갔다.
* * *
광장엔 수많은 학생이 이미 학급 단위로 모여들고 있었다.
게네바는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며 이 눈앞의 환상의 허점을 찾기로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광장에 내려온 거의 모든 학생이 줄을 지어 섰다. 그중에는 용여홍과 백새벽인지 아닌지 모를 두 사람도 포함되어있었다.
그로부터 이삼 분 지났을 무렵, 경쾌한 음악 소리 속 양복 차림에 몸매가 엉망인, 50대 대머리 남자가 학생들 전방의 시멘트 단상에 올라섰다.
마이크를 쥔 그는 열정이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주에 칭찬받을 학생, 앞으로.”
학생들 일고여덟 명이 줄지어 전방의 시멘트 단상으로 나아갔다.
순간 게네바의 시선이 한 명에게 꽂혔다.
학생은 장목화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머리도 포니테일 스타일로 묶고, 다른 학생들처럼 파란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교복을 입은 그녀는 큰 키 덕분에 눈에 더 확 띄었다.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그 경쾌한 음악이 바뀌었다.
– 난 학교를 폭파할 거예요. 매일매일 지각하지 않아요…….
시멘트 광장의 학생들은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흘러나오는 노래 가사를 듣고 왁자해졌다.
개중 더러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고, 더러는 그 노래를 같이 흥얼거렸으며, 더러는 이상한 표정으로 전방의 교장을 바라보았다.
시멘트 단상 위, 몸매가 엉망인 교장은 눈앞의 광경에 멍하니 굳어버렸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겨우 정신을 차린 그는 흐르는 노래 가사를 확인했다.
“누가 한 짓이냐! 누구야?”
벼락같이 화를 내는 교장을 보며, 게네바는 한 사람을 떠올렸다. 세상에 이렇게 창의적인 장난을 할 사람이 그리 흔치는 않았다.
성건우!
이 학교에 용여홍과 백새벽처럼 생긴 사람이 있다는 건 우연 중의 우연이자 확률이 굉장히 낮은 상황이었다. 거기다 조금 전에는 장목화처럼 보이는 소녀도 발견했다. 게네바는 이것이 절대 우연이 아니란 판단을 내렸다.
분석에 따르면 장목화, 성건우, 백새벽, 용여홍은 이 타이 시티 제1 고등학교의 일원이 되어 각자 성격에 따라 각기 다른 역할을 연기하며 상응하는 변화를 보이는 것 같았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는지 묻는다면, 아직은 논리적인 설명이 불가했다.
다만 이 분석에 따라 게네바는 전교생이 모인 자리에서 웃긴 음악으로 바꿀 사람은 성건우일 가능성이 크다는 대담한 추측을 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