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night Flower RAW novel - Chapter 728
728화. 수종이의 어린 시절 (1)
곧이어 백새벽, 용여홍이 1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높은 나무에 올랐다. 그곳에서 군용 외골격 장치와 적외선 망원경으로 늙은 홰나무 아래를 집중해 관찰하기 시작했다.
이내 장목화도 홰나무 아래에서 약 300미터 정도 물러난 뒤, 한 손에는 적외선 망원경을, 다른 한 손에는 무전기를 쥐고 말했다.
“건우야, 이제 뼈 맞춰봐.”
“네!”
성건우가 기쁘게 답했다.
그래도 그는 성급하게 굴지 않았다. 일단 육식주와 옥부처, 생명 천사 목걸이부터 꺼내 옆에 내려놓았다. 언제든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었다.
드디어 성건우가 뼈를 진지하게 맞추기 시작했다. 잘 모르는 부분은 무전기를 통해 장목화에게 묻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늙은 홰나무 아래 완전한 유골 한 구가 드러났다.
유골의 주인은 분명 성인이었고, 신장은 175에서 180센티미터 사이였다.
그 유골 옆에 쪼그려 앉은 성건우는 한 손을 세 개 도구 위에 띄워두고 주위를 한번 살폈다.
“아무 변화도 없네요.”
그는 퍽 실망한 듯했다.
마찬가지로 장목화도 함께 관찰 중이었지만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때였다. 성건우가 순간 뭔가를 깨달은 듯 말했다.
“알겠다. 염불을 외워 제도해야 하나 봐요.”
그는 곧장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나무아뇩다라삼먁삼보리⋯⋯.”
고요한 밤, 제도 선사의 목소리 외에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휴⋯⋯.”
성건우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장목화는 몇 초간 고민하다가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기원의 바다로 들어가서 수종이의 그 틈에 무슨 변화가 있는지 봐봐. 그래, 그 김에 심령의 복도로 가 장생의 방문을 열고 그 꿈도 살펴봐.”
“네!”
성건우는 대답과 함께 오른 주먹으로 왼손을 내리쳤다.
짝!
앉은 자세 그대로 성건우는 사명을 띤 듯 양쪽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그의 심령 방에 진입했다.
* * *
기원의 바다 상공.
수종이의 틈은 여전히 깊고 어두웠다.
마치 시간 속에 응고되기라도 한 것 같았다.
또 심령의 복도에 딸린 102호 안에서는 거대한 새가 계속해서 드넓은 바다 위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성건우는 다시 또 실망한 채 심령의 복도를 나왔다.
* * *
“모두 그대로예요.”
성건우가 무전기로 보고했다.
미간을 찌푸린 장목화는 두세 번이나 거듭 확인한 뒤 늙은 홰나무 아래로 다가갔다. 동시에 용여홍, 백새벽에게 돌아오라는 지시도 내렸다.
곧 모두 모인 구조팀 네 팀원이 완벽하게 맞춰진 유골을 에워싸듯 섰다. 백새벽과 용여홍은 아직도 신중하게 장비를 해제하지 않고 있었다.
한동안 침묵에 빠져있던 용여홍이 물었다.
“이제 어쩌죠?”
장목화가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아직 마지막 불가 성지의 이상을 발견하진 못했지만, 이 시신을 통해 알아낼 수 있는 건 있어. 나중에 검사 기구를 갖고 나와 겐과 합류한다면, 이 시신의 사망 당시 나이와 대략적인 사망 시기를 확인할 수 있을 거야.
구세계 파괴 전에 죽었는지, 구세계 파괴 당시에 죽었는지, 아니면 구세계 파괴로부터 한참 후에 죽었는지도 알아낼 수 있을 거고.
도수종은 장생의 강림체로 의심되는 사람이니, 이런 문제들을 밝혀낸다면 구세계 파괴의 진상을 조사하는 데에도 적잖은 도움이 되겠지.”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장목화는 이 유골과 도수종, 장생의 강림체 사이에 또렷한 등호를 그려 넣지는 않았다.
용여홍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이 유골을 싣고 바로 위드 시티로 가서 겐을 만나는 게 아니고요?”
장목화가 유골을 보며 답했다.
“건우가 경험한 유람선 트라우마를 보면 신세계 강자가 애쉬랜드에 남긴, 그와 밀접하게 관련된 물건 역시 신세계와 통하는 교차점을 형성하고 갖가지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그들이 그럴 수 있다면 달지기도 분명 그렇겠지.
만약 이게 정말로 장생 강림체의 유골이라면, 오래 가지고 있을수록 우리 네 명 전부 무심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질지도 몰라.”
짝! 짝! 짝!
성건우가 손뼉을 쳤다.
‘그래, 맞아.’
용여홍은 순간 간담이 서늘해졌다. 지금껏 유골 일부를 가방에 넣어 메고 다녔던 것이 두려워지기도 했다. 유골과 함께한 시간이 꼬박 하루밖에 안 된다는 것이 다행일 따름이었다.
게다가 구조팀은 세 유적 사냥꾼이 가져온 불완전한 유골과 명찰이 가짜일 가능성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기도 했다.
“맞아요. 명찰도 여기 남겨두고 갔다가 나중에 겐한테 진위를 확인받는 게 좋겠어요.”
백새벽도 팀장의 결정에 동의했다.
장목화는 어둠에 잠긴 임해 마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 유골과 명찰을 함께 묻자. 우리 애쉬랜드인은 망자가 땅속에서 평안히 잠들 거라고 생각하니까.”
“근데 겐한테 검사를 맡기려면 또 파내야 하잖아요.”
정곡을 찌르는 성건우 때문에 장목화의 눈에 또 힘이 들어갔다.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지.”
성건우도 감히 더 이상 대꾸하진 못하고 성실하게 움직였다. 전에 파둔 구덩이에 유골과 명찰을 넣고 용여홍과 함께 그 구덩이를 메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수종의 것으로 짐작되는 유골은 땅속에 매장됐다.
곧이어 성건우는 육식주를 집어 들고 늙은 홰나무 아래의 땅 옆에 서더니 자비로운 얼굴로 염불을 외웠다.
“나무⋯⋯.”
그가 막 그 두 글자를 내뱉은 순간, 장목화의 곁눈에 뭔가가 비쳤다.
멀지 않은 곳에서 노랗고 하얀 등불 빛이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었다.
어둠에 잠들어 있던 임해 마을에서 기인하는 빛이었다.
이미 여러 이상 현상을 봐온 장목화는 눈만 살짝 커졌을 뿐, 계속 침착한 상태를 유지했다. 그녀는 그렇게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저쪽 봐봐.”
용여홍, 백새벽, 성건우는 팀장의 지시대로 임해 마을을 돌아보았다.
곧 세 사람의 눈동자에도 멀리 밝혀진 등불 빛이 담겼다.
불빛은 밤에 돌아올 가족을 기다리는 듯 아주 따뜻해 보였다. 그러나 전체적인 상황이나 이전까지의 적막과 대조해본다면, 어쩐지 솜털이 쭈뼛 서는 것만 같았다.
짝짝짝!
성건우가 손뼉을 쳤다.
이에 용여홍의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던 갖가지 두려움도 바로 흩어졌다.
성건우는 모종의 깨달음을 얻은 듯 말했다.
“유골을 완전한 상태로 맞춘 뒤 땅속에 묻어야 이상 현상이 활성화되는 거였네요. 근데 육신을 가죽 껍데기로 여기는 불가에서는 그걸 불로 태워 깔끔히 없애는 걸 가장 좋게 여기지 않나? 세자재여래는 왜 그의 시체가 완전한 상태로 매장되기를 바랐던 거지?”
“그자는 도가의 장생이기도 하잖아.”
장목화가 간단하게 대꾸했다.
한편 백새벽은 등불이 밝혀진 임해 마을을 보며 본능적인 방어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녀가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는 건 이 유골이 확실히 도수종, 장생 강림체의 것이라는 뜻인가?”
성건우가 성실하게 답했다.
“꼭 그렇지만은 않아. 만약 이 유골이 보리의 강림체라면? 그래도 불가 성지의 이상 현상을 활성화할 수는 있을걸.”
장목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가능성도 있지만 일이 이렇게까지 진행된 것을 보면 이 유골이 도수종, 장생 강림체의 것일 가능성은 90퍼센트 이상이야.”
그건 두 가지 사실에 쐐기를 박았다.
첫째, 완벽하게 맞춰진 이 유골은 도수종의 것이라는 점.
둘째, 도수종은 장생의 강림체라는 점.
전에 타이 시티 제1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꿈에서는 모든 인물이 장생의 인격이고 같은 과거를 가지고 있었기에, 구조팀도 도수종이 장생의 강림체라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 역시 장생의 특정 인격이 연기하는 과거의 어느 학우일 수 있었다.
구조팀이 도수종과 장생의 강림체 사이에 등호를 그려 넣어 보려 했던 건 그가 하나의 도화선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구조팀은 전에 수종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년을 만난 적도 있었다.
이제는 늪 1호 유적이 대강시이며 영재 중학교가 도시 정보망 통제 센터 옆 블록에 자리해 있다는 걸 확인했다. 도수종이 수종이의 성장한 모습이자 장생 강림체일 가능성은 점점 높아져 있었다. 특히 지금은 더더욱.
팀원들이 계속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성건우는 임해 마을에 밝혀진 등불을 바라보며 의욕을 불태웠다.
“탐색해 볼까?”
용여홍이 곧장 반대 의견을 표했다.
“너무 위험해. 타이 시티 제1 고등학교에서처럼 들어가자마자 장생의 꿈에 빠져서 그 안의 특정 인물을 연기하게 되면 어떡해? 지금은 우리를 구해줄 겐도 없는데.”
성건우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방안을 내놓았다.
“두 명만 들어가고, 나머지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곧장 위드 시티로 가서 겐한테 도움을 요청하면 되지.”
“거기까지 갔다 오는 데만 열흘에서 보름이 걸려. 꿈에 빠진 사람은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을 거야.”
백새벽이 용여홍의 편을 들었다.
장목화가 일단 정리에 나섰다.
“음, 일단은 급하게 굴지 말고 멀리서 관찰만 해보자. 여긴 타이 시티 제1 고등학교랑 다르게 밖에서 보기에 모든 게 정상이지도 않잖아. 여기에서도 뭔가 이상한 부분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어.”
말하는 동시에 망원경을 꺼낸 장목화가 눈앞에 댔다.
팀원들도 분분히 그녀를 따라 망원경을 들었다.
노랗고 하얀 불빛 덕분에 임해 마을 여러 집 안에서 움직이는 인영을, 그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남녀노소 모두 다양했고, 몇몇은 TV를, 몇몇은 핸드폰을 만지작댔고, 더러는 한 테이블에 모여 카드 게임이나 마작을 하고 있었다.
각각의 창문으로 보이는 광경은 제각기 다 각양각색이었다.
“구세계 파괴 전의 광경인가?”
용여홍이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딱히 확인할 것도 없는 사항이었다. 구세계 파괴로부터 며칠, 몇 달, 몇 년 전의 광경이냐는 것이 중요했다.
잠시 고민하던 장목화가 말했다.
“어느 해 춘절 전후의 모습 같아.”
“왜요?”
용여홍이 내뱉듯 물었다.
장목화가 간단히 설명했다.
“내가 연구했던 구세계 인문 자료들이나 향토 풍습에 그런 부분이 언급돼 있어. 대부분 애쉬랜드인 촌락에서는 도시의 흡수, 집중 효과 때문에 청년층이 갈수록 줄어들었대. 오직 춘절 전후에만 이렇게 온 가족이 모여 북적거리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하더라고.”
짝! 짝! 짝!
성건우가 손뼉을 쳤다.
‘일리 있어.’
용여홍은 새삼 자신과 팀장의 차이를 실감했다.
같은 광경을 보더라도 팀장은 더 많은 디테일을 파악하고, 더 많은 정보를 추론해낼 수 있었다.
“구세계 파괴가 어느 해 춘절 며칠 전에 발생한 것으로 기억해요.”
백새벽이 말했다. 이는 대부분이 다 그렇게 알고 있었다. 당시 해자 마을의 전두하의 기억 역시 이 사실을 증명했다.
장목화가 막 고개를 끄덕이려던 그때, 임해 마을의 가장 크고 유일한 길에 어느 가게에서 쪼르르 나온 꼬맹이들이 폭죽을 쥐고 즐겁게 놀기 시작했다.
어린아이들이 살 수 있는 건 가장 안전한 폭죽뿐이었다. 그런 폭죽의 불꽃은 당연히 약했지만, 빛이 빚어내는 광경은 몽환적일 정도로 아름다웠다.
“수종아!”
성건우가 불쑥 외쳤다.
팀원들도 그제야 아이들 사이의 골목대장이 수종이와 매우 비슷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얼굴이 통통하고 동그란 아이는 검은 솜 코트를 입고 있었다.
몇 초 후, 머뭇거리던 장목화가 말했다.
“수종이랑 엄청 닮았네. 나이는 더 어려 보이지만. 한 대여섯 살 됐으려나.”
구조팀이 아는 수종이는 일고여덟 살 정도였다. 또 가끔 말을 하는 것을 들으면 열 살은 훌쩍 넘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때 성건우가 망원경을 쥐지 않은 손으로 자신의 뺨을 때렸다.
“알겠다! 이건 수종이의 어린 시절이야!”
장목화는 이를 근거로 새로운 판단을 내렸다.
‘수종이의 어린 시절……. 수종이가 정말 도수종이 맞다면 도수종은 타이 시티 제1 고등학교에서 공부를 하기도 했으니, 이건 구세계 파괴로부터 몇 년 전의 광경이라는 거네.’
용여홍과 백새벽 역시 동시에 비슷한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