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night Flower RAW novel - Chapter 767
767화. 모범 노동자 게네바
장목화는 커닝미스 도심지만큼 어두워진 하늘을 보고 한숨을 토해냈다.
“이런 환경에서 단 하나의 흔적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건 겐밖에 없어.”
“맞아요, 맞아.”
성건우가 동조했다.
용여홍은 그들을 한번 바라보다가 망원경을 들어 게네바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했다. 그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그의 실시간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지금 네 탄소 기반인도 모두 완전 무장 한 상태였다. 세 명은 군용 외골격 장치를 착용 중이고, 한 명은 카멜레온 인공지능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 한 명이 용여홍이었다.
다들 모두 배터리를 아끼지 않았다. 게네바를 위해, 적을 찾아 공격을 가해야 할 때만 기다리고 있었다.
구조팀 네 팀원은 망원경과 군용 외골격 장치의 상응하는 기능을 통해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는 게네바를 보았다.
이는 여태까지는 단서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흔적이 아직 바닥에 남아있다는 것을 뜻했다.
“겐이 돌무더기 하나를 우회했어요. 겐이 작은 개울을 건넜네? 겐이 버려진 마을에 진입했다가 바로 관통했어요.”
“아, 설명할 필요 없어! 우리도 다 보고 있다고.”
장목화가 결국 참지 못하고 성건우의 말을 끊었다.
성건우는 실망한 듯 입을 다물었다. 딱 해설위원이 된 듯한 느낌에 심취해 있었는데,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는 게 참 아쉬울 따름이었다.
장목화는 다시금 게네바 쪽으로 시선을 돌린 뒤 군용 외골격 장치에 내장된 통신 시스템에 의지해 연락을 취했다.
“겐, 멈춰 봐. 우리 위치부터 옮길게. 네가 더 앞으로 가면 각도도 좋지 않고 거리도 너무 멀어서 지원이 어려워져. 주위를 살피면서 경계하고 있어.”
게네바가 알겠다고 답하자, 장목화는 바로 팀원들을 이끌고 두 번째 감시지점으로 향했다.
그 감시지점은 미리 정해놓은 건 아니었다. 이전까지 이들은 적이 어느 방향으로 도망쳤는지도 전혀 몰랐었다.
하지만 방금 추적하던 게네바를 살피던 중, 구조팀은 적합한 장소 몇 곳을 골랐었다. 그중에 하나가 두 번째 감시지점이 되었다.
* * *
구조팀의 네 탄소 기반인은 각자가 착용한 장비의 도움을 받아 금세 예정된 위치에 다다랐다.
한 급수탑이 있는 곳이었다.
네 사람은 급수탑 꼭대기 철제 테라스에 안정적으로 서서 재차 게네바 쪽의 상황을 관찰했다.
이상은 없었다.
게네바는 계속해서 흔적을 쫓아 이동했다.
그를 계속 지켜보는 가운데, 용여홍은 돌연 한 장면이 떠올랐다.
구세계 콘텐츠 속의 어느 웃긴 그림이었다.
그는 곧 백새벽을 보며 목소리를 살짝 낮췄다.
“지금 상황, 꼭 그 ‘짤’ 같지 않아? 사람들 한 무리가 힘들게 일하는 한 사람을 지켜보는 짤.”
“진짜 그러네!”
백새벽이 한 대답이 아니었다. 귀가 참으로 밝은 성건우의 동조였다.
이후 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 불쌍한 겐.”
장목화는 말없이 그를 아래위로 훑었다.
‘조금 전까지 응원한 게 누구였더라.’
잠시 후, 게네바의 발걸음이 느릿해졌다.
그곳에 이르니 흔적은 갈수록 적어졌고 흔적 포착은 갈수록 어려워졌다.
하지만 게네바는 그 상황에도 곤란해하지 않았다. 그는 각종 설비와 각종 모듈의 도움 아래 조금씩 앞으로 더듬어 나갔다.
* * *
얼마 지나지 않아 진정한 밤이 다가올 무렵, 자리에 멈춰선 게네바가 전방의 건물 한 채를 가리키며 말했다.
“적은 여기에 들어갔을 거다.”
그 건물은 커닝미스 가장자리에 있는 한 마을, 북쪽 산으로 통하는 입구에 세워져 있었다.
원래는 이 구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을 그곳은 후에는 초소 비슷하게 개조되어 있었다.
“바로 건물을 날려버리는 게 어떨까?”
음험하고 악독한 성건우가 제안했다.
그러자 솔직한 게네바가 답했다.
“하지만 내가 정찰한 바로는 이 안에 살아있는 생물은 없는데.”
“왜 진작 말 안 했어.”
신기하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성건우는 금세 실망한 듯 대꾸했다.
장목화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미리 이동했나? 함정인가? 겐, 들어가서 한 번 살펴봐. 조심하고.”
“그래.”
게네바는 언제나 명령에 복종했다.
이후 게네바가 보고하는 내용이 계속 통신 시스템으로 전해져왔다.
“1층에 인간 생활의 흔적이 있다. 엄청 신선하네. 이들은 동물도 키우고 있었어. 측후방 창문 밖의 진흙에 똥 냄새가 풍겨.
창고를 찾았다. 안엔 물자들이 있는데 많진 않고 반출한 흔적도 있어.
꼭대기 층에는 관찰 장소가 있다. 북쪽 산과 서쪽 산에서 커닝미스로 들어가는 길목이 보이는군.
여기엔 인간 서너 명과 굉장히 큰 동물 한 마리가 생활했던 것 같다.
이 건물 동쪽에 비교적 최근에 남은 듯한 차 바퀴 흔적을 찾았다. 이곳에 있던 인간들은 몇 시간 전 물자 대부분을 다 챙겨서 급하게 이동한 것 같아. 방향은 커닝미스 도심지 쪽이다.”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던 장목화는 돌연 미간을 구겼다.
“말도 안 돼⋯⋯. 제8 연구원에서 커닝미스로 파견한 인력이 겨우 그 정도밖에 안 된다고? 게다가 우리한테 중상을 입은 그 사람 전력이 그중 최상급이었다니⋯⋯.”
그녀는 이제껏 제8 연구원에서 최소 수십 명은 커닝미스로 보내 이곳을 조사하러 온 이들을 제거하고 신세계와 중첩된 구역을 관리했으리라 믿었다.
거기다 장목화는 그중 심령의 복도 급 각성자는 한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에, 제8 연구원의 신세계 강자와 직접 연락할 수 있는 물건도 가지고 있으리라 예상했었다.
그런데 게네바는 지금 그곳에 고작 사람 서너 명과 검은색 대형 고양잇과 동물 한 마리만 있었다고 말했다. 거기다 구조팀을 기습했던 이는 중상을 입고 더 강한 힘을 조직해 포위 공격을 가하는 대신 도망을 택했다.
“설마 제8 연구원 사람이 아니었던 건가?”
용여홍이 중얼거렸다.
백새벽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 없어. 우리가 잡은 특파원은 제8 연구원이 이곳에 격리 조치를 해뒀다고 했잖아. 그럼 거기선 분명 사람을 보내 여길 지키게 했을 거야.”
장목화가 말했다.
“음, 대형 고양잇과 동물도 있잖아. 그렇게 공교로울 리 없어.”
바로 그때 성건우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소리는 장목화, 용여홍, 백새벽은 물론 멀찍이 떨어진 게네바에게까지 동시에 다 전해졌다.
“답은 아주 간단해요. 제8 연구원은 여길 그렇게 중시하지 않아서 소규모 인원만 보내 지키고 있었던 거예요.
왜 여길 중시하지 않았던 걸까요?
그건 외부자가 커닝미스 도심지에 들어가면 기본적으로 죽거나 무심자로 변하기 때문이에요. 멀쩡한 상태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소수뿐이죠. 많건 적건 달지기의 비호를 받는 사람들.
제8 연구원도 그들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성건우는 전에 게네바와 토론했을 때 한 이야기를 한 번 더 반복했다.
고개를 끄덕이던 장목화가 모종의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
“아주 합리적인 추론이야. 근데 문제는 그런 환경에서 제8 연구원이 굳이 커닝미스로 한 팀을 보낸 이유가 뭐냐는 거지. 심령의 복도 급 각성자가 그 정도로 넘쳐나나? 그들은 대체 뭘 지키는 거지?”
“그건 그들에게 물어보셔야죠.”
성건우가 성실하게 답했다.
이내 장목화는 통신 시스템을 이용해 게네바에게 말했다.
“겐, 차 바퀴 자국을 따라서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한번 봐봐.”
바퀴 자국을 따라간 게네바는 커닝미스 도심지 가장자리에 이르렀다.
밤이 된 이후 이곳은 뻗은 손조차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워져 있었다. 깊은 어둠 속에 뭔가 위험한 존재가 잠들어 있는 것만 같았다.
한동안 주위를 관찰하던 게네바는 몇 킬로미터 밖에 떨어진 성건우에게 말했다.
“그들은 도심지에 들어간 것 같은데. 무심병이 안 무섭나?”
장목화, 용여홍, 백새벽은 감히 그 근처에 접근할 엄두조차 낼 수 없어서 성건우만 이쪽으로 지원을 보내둔 상태였다.
“그들 역시 누군가의 비호를 받고 있는지도 모르지.”
성건우는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듯 덤덤하게 대꾸했다.
성건우, 게네바가 돌아와 상황을 보고하자 고민하던 장목화가 말했다.
“이곳에 너무 많은 의문점이 있어. 그리고 우리한테 남은 배터리는 곧 안전선 이하로 떨어질 거고. 일단 화이트 기사단 세력 범위로 가서 배터리를 보충하고 다시 돌아와서 탐색해보자.”
구조팀이 아는 바에 따르면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화이트 기사단 세력 내의 거점은 전에 만난 그 무근자 상인단이 출발했다던 게스트 보루였다.
* * *
게스트 보루는 구세계 기준으로도 역사가 오래된 건물이었다.
이 건물은 높은 탑과 견고한 외벽 덕에, 긴 역사 속에도 그 모든 고난을 견뎌낼 수 있었다.
현재 그 외벽과 탑에 총구멍들을 하나하나 뚫어놓고 대포를 하나씩 채워둔 보루는 멀리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경외심이 느껴졌다.
이러한 개조가 시작된 건 혼란의 시대부터였다.
이 보루에 모인 사람들은 근처에서 발견한 한 군사 창고에서 대량의 대포를 꺼내와 이 건물을 재정비하며, 광기 어린 무심자와 떠돌아다니는 강도들에 대항했다.
그리고 점차 시간이 흐름에 따라 게스트 보루는 화이트 기사단 북쪽 변방의 중요한 거점이 되었다.
이곳은 자체적으로도 강화됐을 뿐만 아니라 대포들을 더 새롭고, 좋고, 적합한 것들로 교체하고 주위에 바리케이드들까지 세워 더욱 완전한 방어 체계를 갖추었다.
* * *
운전대를 잡은 성건우는 참호 위에 놓인 간이 다리를 건넜다. 이후 그가 오른손을 들어 눈 위에 차양을 만들면서 개탄했다.
“여기 공기가 그렇게 좋진 않네요.”
잿빛 하늘은 먹먹했지만 커닝미스의 어둠과는 전혀 달랐다. 이곳의 어둠은 대량의 먼지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주위 건물에도 석탄재가 쌓여있었다.
“당연하지. 게스트 보루 뒤쪽 산이 화이트 기사단에서 가장 유명한 탄광 중 하나잖아.”
장목화가 무의식적으로 코를 막으며 말했다.
화이트 기사단 세력 범위 내의 탄광 자원은 굉장히 풍부했다. 철광석과 구리 광석 등의 각종 광물 자원이 다 그랬다.
그것들이 주요 수출품이었다. 유전자 개량액처럼 대량의 식량과 일부 소금, 기계 전자 설비, 각종 무기, 고성능 배터리와 교환이 이루어졌다.
뿌우~
장목화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한 소리가 들려왔다.
석탄을 실은 기차가 역에 들어서는 소리였다.
그 필요성 때문에 화이트 기사단 세력 범위 내의 철로는 꽤 잘 복원돼 있었다. 덕분에 이곳에서는 열차포도 흔히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기차를 타고 비교적 큰 거점 등에 이른 뒤 그곳에서 자동차를 빌려 부근의 폐허 도시에서 물자를 찾거나 야외에서 상응하는 임무를 하려는 유적 사냥꾼도 많았다.
순간 흥분한 성건우가 차를 몰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난 한 번도 기차를 타본 적이 없는데.”
“타고나면 별거 아니란 걸 알게 될 걸.”
뒷좌석의 백새벽이 대꾸했다.
그녀는 퍼스트 시티에서 유적 사냥꾼 일을 하던 당시 운 좋게 두 차례 기차를 탄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자리는 짐칸이었다.
퍼스트 시티의 세력 범위 안에서 승객용 열차는 존재하지 않았다. 복원된 몇 개 철로는 전부 대형 물자를 수송하기 위한 것이었다.
성건우는 그 대화를 계속 이어가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이미 보다 멀리 떨어진 곳에 우뚝 솟은 용광로들에 꽂혀있었다.
게스트 보루 뒤에는 철강공장이 몇 개 있었다. 그 공장들의 굴뚝에서 뿜어져 나온 거무튀튀한 회백색 연기가 하늘을 더 먹먹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성건우는 왼손으로는 핸들을 잡고, 오른손을 세우며 염불을 외웠다.
“나무아뇩다라삼먁삼보리.”
불가 일원인 제도 선사는 자연히 주위의 탑들을 향해 경의를 표해야 했다. 그것은 불탑이 될 수도 있었고, 용광로가 될 수도 있었다.
외부 바리케이드를 통과한 후, 도로 양쪽에 붙은 건물은 점점 많아졌다. 이 건물들은 게스트 보루 자체를 한 겹씩 에워싸는 형식으로 서 있었다.
일부는 구세계 건물을 개조한 것이었고 일부는 후에 새로 지은 것으로, 그 스타일은 각기 달랐다.
가장 먼저 게스트 보루로 피난을 온 이들은 주로 보루와 그것에 딸린 건물에서 살았다. 그 후에 채굴과 제강, 빙원 생물 사냥, 각종 서비스업을 위해 온 이들은 보루 밖 바리케이드 안의 구역에서 생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