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night Flower RAW novel - Chapter 774
774화. 문제와 사건의 근원
스팬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해. 비교적 간단한 임무야. 물론 어느 정도 위험이 따르긴 하지만.
우리는 근처 산 모처로 가서 고용주의 부하랑 함께 물자를 호송해와야 해. 도중에 강도나 경쟁 상대가 고용한 사람들이랑 맞닥뜨릴 수도 있어. 전투가 발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고.
보수는 그랜드 기사 금화 3개. 나는 혼자고 너희들은 넷이지만 이 임무를 받은 것도, 의뢰인과의 연락, 그 부하와의 접촉을 책임져야 하는 것도 나니까 내가 한 닢을 갖고 너희들에게는 두 닢을 줄게. 문제없지?”
‘5명한테 그랜드 기사 금화 3개를 주겠다고 했다고? 거기다 부하도 거느리고 있다? 호송해야 할 물자 가치가 상당한가 본데. 음, 경쟁 상대가 화이트 기사단의 공식적인 루트가 아니라 야외 패거리를 고용할 것을 걱정하는 걸 보면 금지 물품일 가능성도 작지 않아.’
빠르게 머리를 굴리던 장목화가 웃으며 말했다.
“아주 합리적인 방안이네. 하하, 보수가 꽤 두둑하네? 근데 며칠을 들여야 하는 임무면 다른 사람의 이목을 확 끌어들이지는 못하겠어.”
구조팀은 게스트 보루에 2주 정도 머무르며 제8 연구원과 성건우 아버지가 속한 팀에 관해 조사할 생각이었다.
물론 2주가 지나도 별 수확이 없는데 계속 이곳에 머무를 수는 없었다. 그때는 이곳을 떠나 다시 커닝미스로 돌아가 새로운 탐색을 시도해야 했다. 혹시 또 그곳에서 무슨 단서가 발견된다면 그게 게스트 보루에서의 조사를 촉진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현재 구조팀이 매일 먹고, 자고, 충전하는 데 드는 돈은 최대한 아껴도 기사 은화 10개에 달했다. 만약 이 임무를 완수해 그랜드 기사 금화 2개를 얻는다면 2주 정도는 충분히 지낼 수 있을 것이었다.
거기다 보리 불상 임무에서 유용한 단서를 발견해 어느 정도 현상금을 손에 넣으면, 구조팀은 물자 마련 걱정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유일한 문제는 만약 이 임무를 위해 게스트 보루에서 며칠 떠나 있어야 한다면 그들의 계획이 어그러지리란 것이었다. 가성비가 떨어지는 짓이었다.
“오가는 데 네다섯 시간밖에 안 걸려.”
스팬트는 차로 이동할 때의 시간이란 언급은 따로 하지 않았다. 여관 프런트 직원인 그는 구조팀이 열차가 아닌 지프를 타고 게스트 보루에 왔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혹여 또 차가 없다 해도 빌리면 그만이었다.
“조금 빨리 움직이면 점심 먹기 전에 돌아올 수도 있겠네.”
성건우는 꽤 만족스러워했다. 그런데 그가 바로 스스로에게 반박했다.
“아니지, 그래서는 의뢰인한테 점심 식사 경비를 빼달라고 할 수가 없잖아? 점심 식사도 포함된 거지?”
“응.”
하나하나 꼬치꼬치 따지는 유적 사냥꾼을 적잖이 봐온 스팬트는 성건우의 계속된 질문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약간 의기양양하게 덧붙였다.
“내가 적극적으로 강조해서 얻어냈지! 배불리 먹고 마신 상태여야만 싸울 수도 있고, 뜻밖의 상황에 대처할 수도 있잖아.”
장목화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확실히 괜찮은 임무 같네.”
“너희 팀에는 로봇도 있으니 이 임무는 조금도 힘들지 않을 거야.”
스팬트는 구조팀에 참여 의지를 더 실어주려는 듯 끊임없이 말을 보탰다.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던 장목화가 화제를 전환했다.
“근데 우리 다른 일도 있어서 모래나 짬이 날 것 같은데, 괜찮겠어?”
스팬트는 그 말을 듣고 도리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아. 의뢰인도 사흘 안에 최대한 많은 인력을 모으라고 했거든. 그럼 지금 길드로 가서 등록할까?”
“넌 지금 근무 시간 아냐?”
성건우가 진지하게 일렀다.
스팬트가 눈을 깜빡였다.
“그럼 저녁에.”
장목화는 제안에 응한 뒤 스팬트를 배웅했다.
문이 닫히고, 용여홍은 문 상태를 몇 번 더 확인한 후에야 물었다.
“우리 유적 사냥꾼 배지에는 기록이 돼 있을 텐데, 등록하러 갔다가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요?”
구조팀에게 거액의 현상금이 걸려 있다는 내용이 배지에 기록돼 있으리란 뜻이었다. 그럼 사냥꾼 길드의 직원과 스팬트 모두 기겁할 게 뻔했다.
수만 오레이 현상금이 걸린 팀이라는 건, 다른 말이 필요 없었다. 아무런 짓을 하지 않아도 타인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 십상이었다. 타인이 보기엔 구조팀은 영락없이 흉악하고, 거침없고, 제멋대로라고 여겨질 터였다.
그때, 성건우가 당당하게 대꾸했다.
“무슨 상관이야? 여긴 퍼스트 시티가 아니라 화이트 기사단인데.”
“신분이 들통나면 명목상으로는 화이트 기사단 사람이지만 실제로는 제8 연구원 일원인 누군가의 관심을 끌 수도 있다는 게 걱정되는 거야.”
용여홍은 탐욕에 눈이 먼 유적 사냥꾼들이 자신들을 노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건 구조팀의 입장에서 볼 때 뜻밖의 횡재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짝! 짝! 짝!
성건우가 손뼉을 치며 용여홍을 칭찬했다.
“이번에는 전면적인 상황까지 고려했네.”
팀장이 되기라도 한 듯한 말투였다.
잠시 고민하던 장목화가 말했다.
“지금 상태로 새롭게 사냥꾼 등록을 하고 겐한테 현지 길드 시스템을 해킹해 우리를 정식 사냥꾼으로 승급시켜 달라고 한 뒤 임무를 받으면 돼.”
“문제없지.”
게네바는 성건우처럼 자신의 가슴팍을 탕탕 두드렸다.
문제 해결 방안을 마련한 구조팀원들은 다시 자리에 앉아 보리 불상과 관련한 임무의 자료를 살폈다.
자료를 다 확인한 백새벽이 입술을 오므렸다.
“가치 있는 단서는 없네요.”
장목화가 웃었다.
“아예 없는 건 아냐. 예컨대 그 고행승과 접촉했던 이들은 전부 상대의 안색이 좋지 않고 몸 상태도 나빠 보였다고 진술한 것. 이는 그 사람이 끝내 병으로 좌화한 것과 부합하는 이야기야. 음……. 다들 편하게 토론해보자. 뭔가 영감을 얻을 수 있을지 몰라.”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성건우였다. 그가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
“진짜로 병들어 죽은 걸 수도 있지만 병사로 위장한 것일 수도 있어요.”
용여홍도 자료 내용을 인용했다.
“시체는 이미 화장됐어요. 여러 유적 사냥꾼이 당시 이 사건 처리를 담당한 게스트 보루의 치안관 조수와 현장을 검사한 법의관을 찾았지만 그들은 시종일관 사망자에게 외상이나 중독, 타살 흔적은 없었다고 진술했어요.”
백새벽이 말을 받았다.
“그 많은 유적 사냥꾼 중에 적어도 한두 명의 각성자가 포함돼 있을 테니 그 증언은 거짓이 아닐 거예요.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직접 한번 검증해볼 필요는 있겠네요.”
성건우가 빠르게 말을 바꿨다.
“제 말은, 그 고행승이 병으로 죽은 건 맞지만 그 병이 외재적인 흔적을 남기지 않는 각성자 능력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다는 거예요.”
순간 용여홍의 머릿속에 한 단어가 번뜩 떠올랐다.
심장마비.
장목화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어떤 상황이든 자료에 따르면 그 고행승은 한동안 병들어 있었어. 그 사람은 자신이 곧 죽으리라는 걸 느끼지 않았을까?”
성건우가 반박했다.
“글쎄요. 죽을 날이 얼마 안 남은 사람이 한밤중엔 왜 공장에 갔을까요?”
자료에 포함된 당시의 실지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장에 끌려온 흔적이나 다른 이의 발자국 따위는 없었다고 했다.
용여홍이 떠보듯 추측했다.
“누군가와 거기서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바람을 맞은 건 아닐까?”
성건우가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가능성도 있기는 해. 하지만 죽은 승려가 그곳에서 누구를 만나기로 했는지, 왜 만나기로 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3년이 지난 일이잖아. 자료에도 그런 단서는 하나도 나와 있지 않고.”
이야기 도중 성건우가 갑자기 염불을 외웠다.
“나무아뇩다라삼먁삼보리, 또 다른 가능성도 있기는 해. 자기 죽음을 직감한 승려가 자발적으로 공장 구역의 제강로에 예불을 드리러 갔다가 세자재여래의 상징 앞에서 좌화한 거야.”
“매우 합리적인 추측이야.”
그 이야기에 설득된 게네바가 맞장구를 쳤다.
고민하던 장목화가 말했다.
“그 가능성이 진짜라고 치자. 그렇다면 병들어 죽기 직전의 상황에 이른 승려는 왜 불보(佛寶)를 가지고 있었을까?”
민속학자인 그녀는 보리 불상이 불보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용여홍이 적극적으로 운을 뗐다.
“저였다면, 주위에 동료가 없는 상황에 보리 불상을 어딘가에 숨겨놓고 본부에 전보를 쳐서 이 사실을 알렸을 거예요. 그 사람들이 때맞춰 그걸 찾아갈 수 있게요. 근데 그전에 잃어버린 거죠.”
게네바는 금속 목을 좌우로 흔들었다.
“그랬다면 의뢰인이 제공한 정보에는 그걸 숨겨둔 장소가 포함돼 있었을 거야. 그건 아주 중요한 단서니까. 그 장소를 토대로 훨씬 더 효과적인 맞춤형 조사를 진행할 수 있잖아.”
하지만 지금 그들이 가진 자료에 그런 정보는 없었다.
“그럼 난 모르겠다⋯⋯.”
용여홍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바로 그때 성건우가 음흉하게 웃었다.
“어쩌면 의뢰인은 그 고행승의 동료가 아닐 수도 있지.”
장목화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 몸도 좋지 않은 고행승이 불보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 굳이 빙원 근처의 기후가 극악인 게스트 보루에 온 이유는 또 뭘까? 그건 죽음을 재촉하는 일이자 보리 불상을 잃을 가능성을 더 높이는 행위 아냐?”
게네바를 힐긋 보던 백새벽은 그가 검색하기도 전에 바로 추측에 나섰다.
“그 고행승이 속한 세력의 본부가 빙원의 모처에 있었는지도 모르죠. 게스트 보루를 통해 돌아가기에 가장 가깝고 안전한 곳에요. 그러다 여기 이르자마자 병이 갑자기 악화되면서 체류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르죠.”
장목화가 눈동자를 살짝 굴렸다.
“두 가지 문제가 있어. 하나는 그 고행승이 게스트 보루에 도착한 게 3월이고, 4월에 죽음을 맞이했다는 거야. 그 계절에는 평범한 사람이라도 빙원에 갔다가는 얼어 죽기 쉬운데 몸이 좋지 않은 사람은 어땠겠어?
만약 그 사람이 속한 세력의 본부가 정말로 빙원에 있었다면 난 그 사람이 게스트 보루에 도착하고 가진 보리 불상을 보호하기 위해 본부에 어떻게든 전보를 보내 고위층에 차량 행렬을 보내달라고 부탁했으리라 생각해. 근데 거의 한 달 정도의 시간 동안 그런 일은 한 번도 발생한 적이 없었어.”
성건우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공장 구역의 제강로에서 보기로 한 약속 상대가 본부에서 파견한 인물일 수도 있죠. 하지만⋯⋯.”
하지만 못된 운명이 그의 병증을 증폭시킨 것일지도 몰랐다.
솔직한 게네바는 이번에는 성건우의 추측에 동의하지 않았다.
“동료를 만나려는 거였다면 굳이 한밤중에 공장으로 갈 필요는 없었어. 그 고행승은 평소 게스트 보루에서 탁발할 때도 자기 존재를 굳이 숨기거나 하지는 않았으니까.”
“맞아, 맞아.”
용여홍이 동조했다.
장목화도 굳이 이 문제만 물고 늘어지진 않았다.
“두 번째 문제는 자료를 보면 그 고행승이 게스트 보루에 막 입성했을 당시 몸이 안 좋아 보이긴 했어도 죽을 정도까진 아니었다는 거야. 즉, 처음에는 병증이 그 정도로 심하진 않았단 걸 알 수 있어. 움직일 능력도 있었을 거고. 그럼 그 사람은 게스트 보루에 머무르며 뭘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본부에서 그 사람을 데려올 사람이요!”
성건우의 답은 매우 명쾌했다.
뒤이어 백새벽이 모종의 생각에 잠긴 채 답했다.
“여름이 되기를 기다렸던 것일 수도 있고요.”
순간 용여홍이 뭔가 깨달았다는 듯 외쳤다.
“맞아! 그 사람은 여름이 찾아와 빙원의 기후가 온화해지기를 기다렸던 거예요. 그 후에 빙원의 모처로 가려고요!”
‘게스트 보루를 발판 삼아 다른 세력이나 다른 거점으로 이동하지 않은 건 이곳의 경로가 더 좋기 때문이겠지. 극악의 기후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경로가 하나 이상이었을 거야. 게스트 보루의 쌀쌀한 봄 날씨와 형편없는 공기질이 그 고행승의 병증을 악화시켰을 가능성도 커.’
장목화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게스트 보루에서 제일 가깝고 신경 쓸 가치가 있는 곳은 커닝미스야.”
이건 대담한 추측일 뿐이었지만 이 이야기를 들은 구조팀은 마음이 떨렸다. 그렇다면 커닝미스는 상당한 문제와 사건의 근원인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