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night Flower RAW novel - Chapter 776
776화. 다섯 사람
계약금을 치른 까닭에 이제 구조팀은 남은 돈으로 최대한 아껴가며 생활해야 의뢰를 맡을 모레까지 버틸 수 있었다.
구석의 한 자리를 찾아 앉은 지티스가 익숙하게 몇 가지 음식을 주문하자 갈색 머리 종업원은 식전빵을 가지고 구조팀의 테이블 옆에 이르렀다.
“저 여자, 정말 현지인이에요?”
장목화가 확인하듯 물었다.
종업원은 빵이 담긴 작은 바구니를 내려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랑 지티스는 같은 거리에 삽니다. 지티스는 아주 활기 넘치고, 야망 있고, 애정이 넘치는 사람이었어요. 원래는 기사가 되고 싶어 했죠.
근데 여러분도 알다시피 여자가 기사가 되려면 자체적으로 엄청난 멸시를 받잖아요. 게다가 지티스의 부모님 모두 평범한 노동자인데, 몇 년 전 한 분은 병이 나고 한 분은 다치셔서 집에서 쉬고 계세요.
이게 아마 지티스가 정보상이 된 이유 중 하나일 거예요. 부모님께서 더는 일을 하지 못하게 되셨으니까요.
또 지티스는 여관 프런트 직원도 겸하고 있죠. 그때부터 지티스는 기사가 되고 싶다는 얘기 같은 건 하지 않기 시작했어요. 사람이 완전히 바뀌어서 이제는 항상 멍하고, 정신이 딴 데 팔린 모습만 보이죠.”
무슨 말인가 하려던 용여홍은 끝내 한숨을 내쉬었다.
“휴⋯⋯.”
이때 성실한 성건우가 그 갈색 머리 종업원을 바라보며 물었다.
“혹시 지티스 좋아해요?”
갈색 머리 종업원은 순간 허둥댔다.
“아뇨, 아뇨.”
동시에 그는 전에 이 테이블로 끌어다 놓았던 의자를 가지고 갔다.
* * *
점심 식사를 마친 구조팀은 게네바를 불러 여관 입구에서 만난 뒤 다 함께 보루 근처의 사냥꾼 길드로 향했다.
구조팀이 레드리버인으로 변장한 지금의 모습과 새로운 가명으로 사냥꾼 등록을 마치자 게네바가 나섰다.
주위 환경을 관찰하던 게네바는 성건우의 도움 아래 유전자 사냥꾼들이 직접 의뢰를 살피고 접수할 수 있게 하는 홀 내 기계 하나를 차지했다. 그렇게 게네바는 성건우 뒤에 숨어 현지 사냥꾼 길드 시스템 해킹을 시도했다.
게스트 보루 사냥꾼 길드 시스템의 구조, 프로그램 짜임새, 그리고 기계는 위드 시티처럼 머신 헤븐에서 기인한 것은 아니었지만 많건 적건 그것을 어느 정도 참고로 한 것이기는 했다. 덕분에 시스템을 해킹한 게네바는 꼭 집으로 돌아온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게네바는 동료들에게 허위로 몇 가지 간단하고 평범한 임무를 부여해 상응하는 신용 점수를 쌓고, 정식 사냥꾼으로 만들었다.
뒤이어 게네바는 허위로 부여한 임무를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한 후, 기회를 틈타 최근 2년간 이 사냥꾼 길드에 공포된 임무를 선별하고 열람했다.
성건우가 하품을 하며 기계의 인터페이스를 두어 번 살피는 사이, 손을 거둔 게네바가 손가락을 튕겼다.
곧바로 사냥꾼 길드에서 나온 게네바가 근처 아무도 없는 곳에 이르렀다. 그는 이곳에서야 눈으로 붉은빛을 번득이며 말했다.
“우리가 추측한 것처럼 그 고행승을 찾는 임무가 있었다. 한 승려의 행방을 찾는다는 내용인데 묘사된 생김새를 보면 보리 불상 임무에 연루된 그 고행승과 일치해. 이 임무는 반년 전에야 게스트 보루 사냥꾼 길드의 임무 목록에 포함됐지만 공포된 건 거의 3년 전이야. 시기상 딱 맞아떨어져.”
짝! 짝! 짝!
성건우가 손뼉을 쳤다.
“역시 내 추측대로였어!”
그가 추측한 상황은 두 가지였지만 고행승이 뭔가에 쫓겼으리라는 본질은 같았다. 이곳에 이른 목적이 죽음의 코앞에 이른 상황에서 보리 불상을 가지고 빙원의 모처로 가기 위해서였는지, 아니면 게스트 보루에서 특정 세력과 접촉해 그들의 비호를 받기 위해서였는지, 그 성격만 다를 뿐이었다.
그때, 장목화가 냉정하게 일렀다.
“아직 확신은 못 해. 일단은 고행승의 타살 가능성만 배제해야 해. 만약 그 고행승이 자기가 이렇게 빨리 죽게 될지 몰랐다면 때맞춰 본부에 전보를 보내 상황을 알리지 않은 건 아주 정상적이니까. 이게 다음 조사 방향이야.”
* * *
저녁 무렵, 일을 마친 스팬트와 사냥꾼 협회에 이른 구조팀은 상응하는 의뢰의 등록을 마쳤다.
“이제 겨우 정식 사냥꾼이란 말이야? 경력이 꽤 되는 줄 알았더니.”
스팬트가 의아해했다.
구조팀은 겉보기에도 그랬고, 실력도 상당한 편이었다.
“중요한 건 경험이 아니라 실력이지.”
장목화는 웃으며 게네바를 가리켰다.
이 일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구조팀은 모레 스팬트와 만나 물자 호송 임무를 마치기로 했다.
* * *
다음 날, 이른 아침.
장목화가 아무 말도 없이 물끄러미 성건우를 보고 있었다.
그는 간밤에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 한숨 자지 못하고 새벽을 맞았다.
그 이유를 잘 아는 장목화는 그에게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
이후, 지티스가 다른 동료와 교대를 마치고 일을 시작할 시간이 되었다.
구조팀은 다 함께 1층으로 내려갔다.
“무슨 결과라도 있었어?”
성건우는 1층으로 내려오자마자 다급하게 물었다.
지티스의 모습은 어제와 똑같았다. 정신 상태도 그런 것 같았다.
한참의 시간을 들여 기억을 더듬던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정도 수확은 있었어. 12년 전 그 애쉬랜드인 팀이 이곳에서 뭘 묻고 다녔는지 대충 파악했지.”
“뭔데?”
성건우가 한시도 참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지티스의 얼굴에 점차 웃음이 피어났다. 눈에도 약간 생기가 감돌았다.
그녀는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속도로 답했다.
“커닝미스에 대한 일이었어. 이 정보에 대한 가치는 계약금에 포함된 정도니까 별도의 비용은 받지 않을게.”
지티스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관대함을 표현하려고 한 말이었겠지만 용여홍과 백새벽은 손해를 본 듯한 느낌을 피할 수 없었다.
그들은 성건우 아버지가 속한 구조팀이 정말로 커닝미스에 갔다면 그건 커닝미스에 있었던 일을 파악하기 위해서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지티스의 말은 그 추측을 확인해주는 것 정도에 그칠 뿐이었다.
물론 어찌 되었든 확인이야 할 수 있다면 좋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면에 대해?”
성건우가 캐물었다.
장목화도 이번만큼은 그가 말하는 도중에 함부로 끼어들 수가 없었다.
곧이어 지티스는 책상 위의 이면지 한 장과 만년필 한 자루를 집어 들며 정색을 한 채 말했다.
“아주 많은 사람한테 물어봤는데 대부분 커닝미스 이해도는 나랑 비슷하더라고. 지나다니는 사람 중 30살 이상의 현지인 아무나 붙잡고 물어봤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준의 정보지. 당시 그 애쉬랜드인 팀도 딱히 정보를 많이 얻진 못했을 거야. 내 생각엔 너희도 여기 별 흥미를 느끼진 않을 것 같아.”
장목화가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아니, 난 그 애쉬랜드인 팀이 어떤 질문을 했는지 알고 싶어.”
그것을 통해서도 반추해낼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지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주로 그들한테 커닝미스에 대해 뭘 알고 있냐고 물었대. 그곳에서 게스트 보루에 거래하러 온 주민들에게 뭔가 이상한 점은 없었는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나 봐. 그 애쉬랜드인 팀은 분명 만족할 만한 답을 얻진 못했을 거야. 이것도 계약금으로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이니 별도 비용은 받지 않을게.”
‘이것도?’
용여홍은 드디어 계약금이 그 값을 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지티스는 재차 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중 다섯 사람은 커닝미스에 대해 더 많은 걸 알고 있는 것 같아. 갖가지 낌새가 증명하고 있어. 그러나 그들도 나한테 정석적인, 다른 질문 대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답만 내놓았어.”
“그게 누군데?”
성건우가 재차 캐물었다.
지티스는 방금의 표정을 유지한 채 말했다.
“그 답에 대해서는 별도 비용을 받아야겠어. 이름 하나당 기사 은화 2개. 5명이니까 총 10개네.”
‘……10개?’
장목화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구조팀이 현재 가진 기사 은화를 다 합쳐도 6개뿐이었다. 오늘의 식비는 어렵게나마 충당할 수 있고 숙박비, 전기 요금은 보증금을 넘기지 않는 이상 며칠 미룰 수 있으니 버틸 수 있는 것이었다.
그때, 성건우가 굉장히 적극적인 모습으로 제안했다.
“우리는 내일에나 임무를 완수해 돈을 마련할 수 있어. 저당을 받아줄 수는 없을까?”
지티스는 이런 사람을 아주 오랜만에 본다는 듯 말했다.
“고작 기사 은화 10개가 없어서 저당까지 잡아야 해? 뭘 맡길 건데?”
순간 장목화는 성건우가 ‘핵탄두’라고 답하는 건 아닌지 의심했다. 이에 그녀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
“연합202 한 자루.”
그리고는 자신의 무장 벨트에서 연합 202를 꺼냈다.
비교적 평범한 무기들을 제외하고, 구조팀에게 남을 놀라게 하지 않으면서도 저당으로 잡을 수 있는 물건은 없었다. 정말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는 게네바라도 저당물로 맡기는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지티스는 권총을 받아들고 한번 살펴보았다.
“암시장에서는 좋은 연합202 한 자루가 기사 은화 25~30개 정도에 팔리니까 저당물로 삼긴 문제가 없겠네.”
화이트 기사단에는 이런저런 무기가 부족한 편이라 연합 공업 등의 지역에 비해 그 가격이 훨씬 비쌌다.
실제로 구조팀이 게스트 보루 거리를 돌아다니는 동안 일반인에게서 가장 흔히 본 무기는 산탄총과 개조된 엽총이었다.
“좋아!”
성건우가 웃어 보였다.
지티스는 만년필로 이면지에 글을 적은 뒤 장목화에게 건넸다.
방금의 거래를 주도한 것은 성건우였지만 이 정보상은 아주 예리하게도 누가 이 팀의 우두머리인지 파악한 상태였다.
성건우는 장목화의 어깨 쪽으로 고개를 바짝 가져다 대고, 이면지 위의 아직 다 마르지 않은 잉크 자국을 살폈다.
「1. 이만 : 현지 기사단 부단장, 그랜드 기사 ‘하비에르’ 조수, 고급 기사.
2. 프란츠 : 현지 사냥꾼 길드 회장.
3. 아이스트 : 현지 광업 연합회 이사.
4. 몰 : 정보상.
5. 스미스 : 원행자 상인단 수장.」
속속 모여든 구조팀이 내용을 살피는 사이, 지티스가 흡사 책을 읽는 듯한 어투로 말했다.
“이만의 아버지는 게스트 보루의 전임 영수였던 그랜드 기사로, 7년 전 세상을 떠났어. 당시 그 애쉬랜드인 팀은 확실히 이만의 아버지를 만났고, 이만도 그 자리에 있었지. 이만은 게스트 보루 전 통치자의 아들이자 커닝미스와의 무역 주도자 중 한 명이기도 했으니 분명 아는 게 상당할 거야.
프란츠가 이곳 사냥꾼 길드 회장이 된 지는 거의 30년이 다 돼가. 현재는 수석 사냥꾼인데, 프란츠도 아는 게 아주 많으니까 당시 그 애쉬랜드 팀도 프란츠를 방문했겠지?
커닝미스는 재난으로 파괴되기 전에 우리 게스트 보루와 비교적 밀접하게 무역을 했어. 아이스트는 심지어 그쪽에 한 지사를 설립해 1년의 절반을 그곳에서 보내곤 했지. 운 좋게도 재난이 닥쳤을 때는 이곳에 와 있었고.
몰은 내 경쟁 상대야. 이미 늙어서 이젠 원래 인맥에 의지해 연금을 벌어먹고 있어. 하지만 12년 전, 아직 기운찼을 당시의 몰은 알아서는 안 될 것들을 아주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었지.
스미스는 너희가 아는 그 무근자 상인단의 수장이야. 원행자라는 이름을 가진 그 사람들은 우리랑 커닝미스 사이에서 각종 거래 물자를 운송해주던 주요 상인단이었어. 스미스는 이곳의 그 어떤 사람보다도 커닝미스에 더 많이 방문한 사람인 셈이야.”
“스미스한테는 이런 것들을 안 물어봤었는데!”
성건우가 탄식했다. 스미스는 그의 형제였다. 물론 지금도 그럴지는 상황을 봐야 알겠지만.
구조팀이 당시 그에게 무엇도 묻지 않았던 건 그때까지만 해도 성건우 아버지가 속한 구조팀과 게스트 보루를 연계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