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night Flower RAW novel - Chapter 839
839화. 독특한 건물
장목화는 거울 속 세계에 의지해 편안하고 안전하게 탐색했다. 어렵지 않게 지금까지의 탐색 한계치에 다다랐다.
이곳은 탑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불빛과 20미터 정도 거리를 두고 있었다.
장목화는 숨을 들이마시며 느릿하게 탑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현재 무심병의 전조 증상이 나타났던 곳에 이르렀는데도 모든 게 정상이었다. 머리를 찌르는 듯한 두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역시, 승급하고 나니 의식 추출에 대한 저항력이 강해진 거야.’
이후 장목화는 전자파 방해 능력을 이용해 몸 주위에 약한 장벽을 쳤다.
성건우가 제공한 정신 보호막을 흉내 내 만든 것이었다.
다만 본인의 의식을 파악할 수는 없어서 실질적으로 엄청난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그냥 없는 것보다는 나은 수준이었다.
몇 걸음 걷던 장목화는 무심자들이 갑자기 사라진 그 경계선에 도착했다.
그녀는 거울 속 세계를 사용할 준비를 단단히 한 후에야 마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장목화는 주위에 몇 겹으로 이루어진 장벽이 이리저리 흩어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두꺼운 수막을 통과한 것 같았다.
눈앞에도 변화가 있었다. 갑자기 크고 작은 건물 2채가 나타나 있었다.
큰 것은 두껍고 낮은 탑들과 회백색 건물들로 이뤄져 있었다. 장목화의 지식을 바탕으로 판단한다면 저건 바로 원자력 발전소였다.
작은 것은 원자력 발전소에서 약 1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다. 외관이 참 독특했는데, 꼭 짙은 파란색 물빛 소용돌이를 굳혀놓은 것 같았다.
높이는 약 2~30미터로 높지 않았고, 옆쪽으로 발전하는 경향의 건물 외부 커튼월은 햇빛 아래에서도 특별히 반짝임은 없었다. 현재 날씨 상황과는 크게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무심자 대부분은 저 원자력 발전소에 있었다. 그 소형 건물 부근에 있는 것은 소수에 불과했다.
장목화가 예상했던 것과 거의 비슷한 광경이었다.
‘햇빛도 환경에 굴절된 후에야 이 안에 들어올 수 있는 거야.’
장목화는 생각에 잠겨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앞으로의 목표는 원자력 발전소가 아닌 소형 건물임을 확신했다.
그 구역 무심자는 1천 명 정도로, 현재 장목화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량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곧장 그 소형 건물로 갈 수 없었다. 일단은 계속해서 인간 의식을 가린 채 근처에 숨을 곳을 찾아야 했다.
* * *
정오를 앞둔 시각, 무심자 대부분이 하던 일을 멈추고 어디론가 향했다.
목적지는 탑 가장자리였다.
장목화는 최근 경험을 토대로 이 구역 밖에서 어떤 상황이 펼쳐지고 있을지 눈 감고도 그릴 수 있었다.
후방 지원을 담당하는 무심자들은 이미 식량을 준비해두었을 테고, 핵심 지대에서 일하던 이들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배를 채울 터였다.
이후 그들은 짬을 내어 휴식을 취하거나 곧장 작업장으로 돌아와 아직 식사하지 못한 동료들에게 밥 먹을 시간을 줄 것이었다.
만약 이곳의 무심자들이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짜인 프로그램을 수행하듯 행동하지 않았더라면 상당히 열정적이고 평범하면서도 생기있게 느껴졌을 광경이었다.
이 순간 장목화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꼭 괴물들이 주연을 맡은 무언극을 보는 듯했다.
탑 주위에 있던 무심자 수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남아 있는 이들 중에도 대부분은 원자력 발전소에 있었다.
장목화는 조용히 숨어있던 곳에서 나와 원자력 발전소로부터 1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단독 건물에 잠입했다.
* * *
소리 없이 발동된 거울 속 세계 능력 아래, 도중에 만난 소수의 무심자는 현실과 격리되었다.
그들의 행동은 여전히 이 구역의 물질과 실질적으로 상호 작용을 했지만 그것도 전부 장목화의 심사와 여과를 거친 결과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곳에 존재하는 고등 무심자가 많이 있다 해도 진실과 허상을 구분하지 못했다.
하지만 장목화는 당당하게 건들거리며 목표 건물로 향하는 대신 조심스럽게 나아가기를 선택했다. 이렇게 중요한 지역에 신세계 강자가 잠들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신세계 급 강자가 심령의 복도 급 각성자의 거울 속 세계라는 능력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받을지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상대의 의식이 이곳에 없을 수도 있다는 걸 고려하면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군용 외골격 장치의 도움 아래, 무심자들 사이를 하나씩 관통한 장목화는 얼마 지나지 않아 소용돌이처럼 생긴 짙은 파란색 물빛 건물에 다다랐다.
그녀가 막 금속으로 만들어진 대문 근처로 향하려던 그때였다. 갑자기 장목화는 극심한 두통과 또렷한 현기증에 시달렸다.
무심병의 전조 증상이었다.
이미 이런 방면의 경험이 풍부한 장목화는 곧장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모든 것은 원상태로 회복되었다.
“아직 부족하네⋯⋯”
장목화가 약간 실망감이 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의 실력, 혹은 레벨이 아직은 좀 부족한 상황이었다.
장목화는 떠보듯 앞으로 두 걸음 내디뎌 발병의 경계선에 이르렀다.
그런 후, 헬멧 바이저에 떠오른 계기판을 관찰했다.
전자파 등의 계수를 알리는 계기판 몇 개가 미친 듯이 움직이고 있었다. 바늘들은 때론 빠르게, 때론 느리게, 또 때로는 시계 방향으로, 때로는 역방향으로 무질서하게 움직였다.
이런 환경에 오래 머무르면 인체에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장목화는 이러한 현상에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이럴 줄 알았다는 생각이었다. 그녀는 조용히 전에 몸을 숨기고 있던 곳으로 물러났다.
이제 무심자들의 정오 휴식 시간이 끝났다.
이 구역 바깥은 냉랭할 정도로 한산해졌다.
장목화는 그제야 원래 길을 따라 되돌아갔다.
물론 장목화가 아무 일 없이 무사히 복귀할 수 있을 리는 만무했다. 다만 외부의 무심자는 많지 않았고, 그녀에게는 거울 속 세계라는 능력도 있었으며 이 도시는 원체 규모가 작았다.
거기다 두 구역을 분할하는 특징도 이미 또렷하게 드러나 있었기에, 그녀는 몇 번만 실수한 끝에 터널 입구로 돌아왔다.
* * *
터널 안으로 들어와 대문을 닫고, 장목화는 즉시 의식을 뻗었다.
“문 앞에서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었다고요?”
성건우는 장목화보다 훨씬 안타까워하고 초조해했다.
“응. 네가 정리한 공략 좀 나한테 넘겨줘. 최대한 빨리 그 방들을 탐색하고 레벨을 높여볼 테니까.”
장목화는 회사 외부에서 몰래 승급했다. 그러니 당연히 반고 바이오의 자료를 받을 수가 없었다. 오직 성건우의 도움에만 기대야 했다.
성건우는 금세 조금 전 표정을 버리고 새로운 주제에 집중했다.
“네, 일단 간단한 방들부터 알려줄게요. 506호 방 주인은 팀장님도 잘 알고 있을 거예요⋯⋯.”
장목화는 한 번의 교류가 지나치게 길어져선 안 된다는 원칙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에 그녀는 세 번째 방의 통과 공략을 듣고 난 후 대화를 끊었다.
“이게 그 독특한 건물의 대문을 여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그 안에 수많은 비밀에 대한 답이 숨겨져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맞아요, 맞아. 근데 두세 개 방을 단순히 탐색한 거라 질적인 변화가 없으면 어쩌죠?”
장목화는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그럼 일을 천천히 진행하는 수밖에 없겠지. 내가 심령의 복도 깊은 곳까지 탐색하고 나면 그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을 거야.
근데……. 그래선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겠지? 하루 이틀, 심지어는 한두 달 만에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게다가 너한테 놓아줄 영양제도 이제 몇 개 안 남았어. 절약해서 쓴다고 해도 나흘을 넘기지 못할 거야.”
최근 성건우는 영양제에만 의지해서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때문에 장목화의 일은 상당히 쉬운 편이었다. 그저 상대가 바지에 오줌을 지리지 않도록 살피기만 하면 되었다.
성건우가 웃었다.
“이삼 일 후면 기회가 생길 거예요. 신세계에 곧 혼란이 일어날 테니까요. 그게 현실에 반영되면 의식 추출 강도도 낮아질지 모르죠. 그럼 팀장님은 지금 레벨로도 그 건물에 들어갈 수 있을 거고요. 휴, 진짜 탑은 아니지만⋯⋯.”
잠시 망설이던 장목화가 말했다.
“때가 되면 한 번 시도해볼게.”
* * *
신세계, 애쉬랜드풍 합원 옆 건물.
얘기한 지 겨우 하루 만에 유천이 찾아왔다.
따로 문을 두드릴 필요도 없었다. 상대가 이 거리에 들어서자마자 성건우는 이미 길가의 가로등이 켜지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의식감이 있는 그는 얌전히 기다리는 걸 택했다.
“이렇게나 빨리요?”
성건우가 문을 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유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징조가 나타났어.”
카페 사장은 흰 셔츠에 검은 조끼, 검은색 긴 바지를 입고, 검은 구두에 검은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어떤 징조요?”
성건우가 물었다.
유천은 좌우를 둘러보다 답했다.
“이따가 이야기하지. 일단은 나랑 같이 갈 데가 있어.”
“좋습니다.”
성건우는 더 이상의 질문은 하지 않고 상대에 대한 굳은 신뢰를 표했다.
유천은 성건우를 이끌고 탑 쪽으로 향했다. 이리저리 방향을 몇 번이나 튼 끝에 평범한 6층짜리 건물 앞에 도착했다.
건물 내부엔 등이 하나도 밝혀져 있지 않아 그저 암흑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안으로 진입하자, 등은 바로 빛을 발했다.
유천은 곧장 나아가 지하실 입구에 이르렀다.
문은 꽉 닫혀 있었다.
“지하실?”
성건우가 의혹을 표했다.
최근 건물을 적잖게 탐색했지만, 지하실이 있던 곳은 없었다.
“이 건물 특징이지. 작지 않은 지하실이 있다는 거.”
유천은 소개를 하는 동시에 문을 두드렸다.
지하실의 장점은 안에 몇 사람이 모여있든, 그래서 몇 개의 등이 켜지든 밖에 있는 사람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누구세요?”
안쪽의 누군가가 레드리버어로 물었다.
“리브르.”
유천이 답했다.
끼익-
지하실의 짙은 색 철문이 열렸다.
등이 밝혀진 안쪽은 대낮처럼 훤했다.
성건우는 순간 흠칫 놀랐다.
“이렇게 간단히 통과입니까? 노크 박자에 암호가 숨어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게까지 복잡할 필요는 없어. 이곳에 이를 수 있는 건 전부 믿을만한 사람들이거든.”
유천이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오오.”
성건우가 감탄했다.
* * *
유천은 지하실로 들어가, 이미 도착해 있던 사람들에게 말했다.
“여긴 우리 새로운 동료. 레드리버 이름은 더그, 애쉬랜드 이름은 성건우.”
그는 같은 말을 두 언어로 각각 전달했다.
성건우는 이 틈을 타 지하실 안의 광경을 살폈다.
상당히 넓은 이 공간에 의자와 소파들이 놓여 있고 현재 총 12~3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플로라와 버나드도 있었다. 하지만 몸에 따르는 문제 때문에 의자에 앉아있을 수밖에 없어서 성건우와 직접 일어나 인사하지는 못했다.
둘을 제외한 나머지를 살펴보면 여자도, 남자도 있고, 애쉬랜드인도 있고, 레드리버인도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나이는 보통 40대 이상이었고, 30살 정도로 보이는 이는 두세 명뿐이었다.
성건우는 예의 바르게 그들과 인사하며 이름을 물었다.
그렇게 한 바퀴를 돈 후에는 유천의 옆으로 돌아왔다.
이때 지하실 입구는 이미 닫혀 있었다. 천장과 벽에 붙은 조명들은 전부 밝혀져 있는 데다 정상적인 조명보다 훨씬 환한 빛을 발했다.
성건우는 생각에 잠긴 듯한 얼굴로 유천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천은 그 눈빛에 온몸의 솜털이 쭈뼛 솟았다.
“왜 그러나?”
성건우가 턱을 쓸었다.
“한 가지 묻는다는 걸 깜빡했네요.”
“뭘?”
유천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성건우가 웃으며 답했다.
“신세계에 이른 후에는 어떻게 본인의 레벨을 올립니까?”
유천은 그를 몇 초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걸 알았더라면 나도 이 수준에 머물러 있지는 않았겠지.”
“정말 안타깝네요.”
동정심을 표한 성건우가 다시 한담하듯 말을 이었다.
“전에는 어느 세력 소속이었습니까?”
유천도 성건우가 반고 바이오 직원임을 알기에 사실대로 알려주었다.
“난 엔드이어 시티에서 왔어.”
“이런 우연이!”
성건우는 타향에서 고향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워했다.
유천은 계속 소개를 이어갔다.
“플로라는 오렌지 컴퍼니 출신이고, 버나드는 임해 연맹에서 왔어⋯⋯.”
소개가 끝나고, 성건우가 화제를 전환했다.
“종교가 있으십니까?”
유천은 잠시 침묵하다가 답했다.
“있어.”
성건우는 굉장한 호기심을 보였다.
“어느 달지기를 믿으시죠?”
유천은 지하실 입구를 내다보며 말했다.
“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