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one Else is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01)
나 빼고 다 회귀자-101화(101/356)
◈ 나 빼고 다 회귀자 (101)
Chapter 20. 새로운 페르소나 – 1
일행과 헤어지고 왕실 기사들과 합류한 기준은 그들과 함께 텔레포트 게이트를 타고 코르로 되돌아왔다.
묵묵히 왕궁으로 향하던 중 레타폰이 울려 확인해 보니 민이 녀석에게서 온 메시지였는데, 카레에 대체 뭘 넣은 거냐고 캐묻는 것이 조금 웃겼다.
아마 신수 고기의 효과를 제대로 맛본 모양이다.
“설마 아까 그 여성에게서 온 연락인가?”
이번 의뢰 내내 개인적인 용무로 기준에게 말을 걸어온 적이 없는 왕실 기사, 존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 왔다.
이 목석같던 기사들의 마음마저 간단히 녹여 버리다니, 기준은 새삼 예민의 매력을 실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만.”
“뭣, 그 짧은 시간 동안 그렇게 친해지다니……!”
본인이 물어봐 놓고 충격을 받는 왕실 기사.
침묵하고 있던 선배, 스미스가 조심스레 입을 열어 말했다.
“혹시 그분도 코르로 오시는가?”
“글쎄……. 이번 사태에 연관되어 있으니 어쩌면 같이 작전을 벌일 수도 있겠지.”
“그런가!”
투구를 뒤집어쓰고 있어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음에도 스미스가 활짝 웃는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어쩌면 그는 예민과의 운명적인 로맨스를 꿈꾸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글쎄다.
기준은 그렇게 대꾸하면서도 실제로는 그럴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코르에서 벌일 최종 작전은 흡혈귀 왕국으로의 침투.
종족 등급이 유니크라도 목숨을 장담할 수 없는 위험한 작전이고, 기준이 이끄는 파티를 제외하고도 정예만 골라 신중히 이루어져야 할 일인 만큼 여기에 예민의 파티가 참가하게 될 확률은 무척 적다고 할 수 있었다.
‘아니…… 그렇지도 않나?’
그는 아르스에서 보았던 예민의 무력을 떠올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야 전투 지속력은 아다만트와 살루타리스를 품고 있는 기준에 비해 딸릴 수밖에 없었으나, 슬쩍 보기로도 예민의 전투 능력은 굉장했을뿐더러 마나 서킷도 굉장히 안정적인 듯이 보였다.
지혜는 튜토리얼의 각 보스가 가진 마나 서킷을 관찰하고 연구해 파티원들에게 맞게끔 직접 만들었다고 하는데, 일단 이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짓인지는 차치하고 예민은 그렇게 만들어진 마나 서킷을 또 자신에게 맞게끔 발전시킨 것처럼 느껴져서…….
‘그야 민이가 마나에 가진 재능은 예전부터 알아주긴 했지.’
그녀에 비하면 임팩트가 덜하기는 하지만 은신의 능력도 훌륭했고, 애초에 녀석에게 어울리는 전장은 그렇게 다 드러내고 싸우는 곳이 아니다.
객관적으로 판단해 셋 중에선 가장 포텐셜이 떨어지는 것은 목수지만, 그 목수조차 뛰어난 스킬로 둘둘 두르고 있어 어지간한 레어 등급을 압도하는 수준이었고.
지혜를 보면서는 딱히 못 느꼈던 것인데, 그 셋을 본 기준은 진짜 ‘튜토리얼 뽕을 제대로 뽑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0만 명의 지구인이 얻어야 할 자원 가운데 족히 2할가량을 독점했다고 해야 할까.
그것도 가장 우수한 것들로만 골라서.
그것만 봐도 그들의 튜토리얼 2회 차가 어땠을지 눈에 선명하게 그려져 쓴웃음이 나왔다.
‘힘들었겠지. 민이가 그렇게 마음이 약해진 것도 이해가 가. 다음에 보면 더 잘해 줘야지…….’
기준은 그런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예민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지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한 채 그런 결론을 내렸다.
묵묵히 생각에 빠져 있는 그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존이 다소 초조한 목소리로 재차 물어 왔다.
“파티로 받아들일 것인가?”
“지금 파티? 그럴 순 없지. 내 파티는 이미 다섯 명이다.”
굳이 따지면 이번에 합류한 나비냐도 있긴 하지만 이전부터 말했듯 나비냐는 그에게 신발을 받은 후로는 파티 멤버가 아니라 그의 펫, 소유물 같은 느낌으로 시스템 계산이 이루어져 파티 단위의 경험치 분배에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
두 왕실 기사는 그 말을 듣고 나란히 고개를 갸웃했다.
“다섯 명? 파티 멤버 제한은 분명 열 명일 터…… 아, 소환자들은 경험치 분배 효율에 신경을 쓴다고 했지.”
“말로 듣던 대로 정말 레타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모양이군.”
스미스의 말에 기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
다섯 명으로 파티를 구성하는 것은 비단 튜토리얼이 아닌 레타의 상식이기도 할 텐데, 그가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은 무슨 뜻이지?
그런 의문을 담아 스미스를 째리자 그는 담담히 말했다.
“대륙에서도 최고봉에 있는 소환자들은 열 명을 꽉꽉 채워 파티를 구성한다.”
“설령 함께 행동한다고 해도, 다섯 명씩 두 개의 파티로 쪼개는 편이 경험치 분배 효율이 좋을 텐데?”
“파티 인원을 늘리면서 경험치를 그대로 받는 방법이 있다면?”
“방법이 있나?”
이건 정말 처음 듣는 소린데.
투구로 자신의 동요한 표정을 감추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하며 대답을 기다리고 있자니 스미스가 피식, 하고 소리 내어 웃었다.
“물론 아무나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귀공이 그 답을 얻고자 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왕실에 협력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 말씀은……!”
“도착했군.”
스미스의 말에 어째선지 존이 놀라며 뭐라 반응하려던 때 또 스미스가 그의 말을 끊고 앞을 가리켰다.
코르에 있는 비밀 통로를 타고 쭉 걸어온 끝에 나타난 게이트.
그들은 그것을 통해 왕궁이 위치한 거대 아공간 영역에 입장했다.
처음엔 왕궁이 아공간 안에 있다는 말에 그게 뭔 소린지 몰라 고개를 갸웃했지만, 생각해 보면 평소 왕이 머무는 곳을 안전하게 감추는 데에는 아공간만 한 것이 없었다.
문제는 흡혈귀들의 장기간에 걸친 공작으로 아공간에 감춰진 왕궁에서조차 당당히 활보하고 다니는 흡혈귀가 있었다는 사실이 이번에 밝혀진 것.
“이번 사태가 정리되기 전까지 왕궁은 새로운 인력을 궁 안에 들이지 않을 것이다. 아공간의 입구와 들어가는 방법도 전부 일신했다.”
“그거 다행이군.”
“과연, 아직 본인의 업적을 실감하지 못하나.”
기준의 심드렁한 반응에 스미스가 어깨를 으쓱이곤 그를 이끌었다.
넓게 펼쳐진 평원을 가로질러 곧장 왕궁으로.
이 아공간에는 왕궁뿐만 아니라 왕실 기사단을 대표로 하는 몇 개의 기사단과 정예병을 키워 내고 관리하는 병영도 위치해 있었는데, 역시나 스미스는 제법 지위가 높은지 지나가는 사람마다 그를 보고 정중히 예를 취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투구까지 쓰고 있는데 대체 어떻게 알아보나 싶기도 하지만, 그러고 보면 같은 왕실 기사라도 존과 스미스는 갑옷의 문양이 미묘하게 달랐다.
구체적으로는, 스미스의 것에는 황금색의 라인이 들어가 있었던 것.
‘하긴 국왕을 바로 뒤에서 호위하던 놈이니 뭔가 특별하긴 하겠지.’
이번 의뢰를 함께 수행하면서도 결국 스미스의 진짜 실력을 보진 못했다.
재판정에서 당시 허니펍이 마법을 쓰려던 순간, 스미스가 간단히 손을 놀려 그것을 캔슬하는 것을 분명 보았었는데.
“이쪽으로. 폐하께서 기다리신다.”
“그래.”
그들은 왕궁에 들어오고도 복잡한 구조의 통로에서 몇 번이고 길을 꺾어 완전히 새로운 복도로 진입했다.
이번 의뢰를 맡으면서 가장 먼저 왕궁을 점검했던 그였으나 그 당시엔 이런 복도는 본 적이 없었는데.
그런 의문을 담아 존에게 묻자 그가 딱딱하게 답했다.
“비밀 영역에서 일하는 이들이 흡혈귀라면, 그라티아는 그냥 멸망의 길을 걷는 것이 옳다.”
“그 정도라면야.”
그 복도에서조차 몇 번 꺾고, 알아보기 힘든 복잡한 구조의 마법을 해제하고 나서야 그들은 간신히 국왕이 머무르는 곳에 이를 수 있었다.
기준은 그제야 당시 재판정에 국왕이 자리했던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었는지 이해했다.
“그럼 들어가겠다.”
황금으로 치장된 거대한 문 앞에 이른 스미스가 그곳을 지키던 경비병들에게 시선을 보내 물러나게 하곤 문에 노크했다.
곧 안에서 들어오라는 목소리가 나자, 스미스는 망설임 없이 문을 열며 기준을 안으로 안내했다.
그곳은 왕의 개인 집무실이었다.
테이블이 있고, 책이 가득 꽂힌 책장, 술장, 한쪽에는 소파까지.
규모가 클 뿐 의외로 구조는 투리스의 영주 집무실과 비슷해 괜히 웃음이 났다.
―계약자, 우리가 이겼어!
제 버릇 남 못 주는 루시는 그새 포르르 소파로 날아가 그것을 눌러 보고는 승리를 알렸다.
기준은 어디서도 변하지 않는 그녀의 당당함에 반쯤 기가 막히는 한편으로, 국왕이 쓰는 것보다도 좋은 소파를 쓰던 흡혈귀 놈의 사치에 혀를 내둘렀다.
참고로 그 가구들은 여전히 투리스에 있는 영주의 별장에 놓여 있었다.
처음엔 코르에서 맡은 의뢰만 끝나면 바로 투리스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어느덧 자연스럽게 코르에 남아 활동하게 되었으니 세상일은 참 알 수가 없다.
그래도 그 가구들을 계속 거기 놔둘 수도 없고, 언제 가지러 가긴 해야 되는데…….
“흥미롭군. 내가 무엇을 졌다는 거지?”
―아?
“아.”
가구에 대한 상념에 빠져 있던 그때 들려온 목소리에 루시와 기준은 동시에 몸이 굳어 버리고 말았다.
집무실 책상 너머, 호화로운 가죽 의자에 비스듬한 자세로 앉은 채 그들을 맞이한 국왕의 시선이 정확히 루시에게 꽂혀 있었다.
국왕이 영력을 다루는 것으로 보이진 않았지만―― 어쨌든 지금 그는 존재감을 감추고 있는 루시를 명확히 인식하고 그녀의 목소리까지 들었다.
‘정령을 들켰다면 염인이라고 주장해 봤자 의미가 없지. 서로 뻔히 아는 거짓 위에 관계를 쌓느니, 차라리.’
기준은 머릿속으로 빠르게 판단했고, 곧 결론을 내렸다.
투구에 이어 가면까지 벗어 버리고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후우, 옅은 숨을 토해 내고는 말했다.
“설마 정령을 알아볼 줄은 몰랐는데.”
“나는 그라티아의 국왕이다. 영적인 존재의 보이지 않는 위협에도 언제나 대비하고 있어야 하지.”
보란 듯이 목에 걸고 있는 펜던트를 들어 올리며 국왕이 말했다.
아마 저 아티팩트로 정령을 인식하는 모양이다.
기준은 과연 옳으신 말씀이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태까지 그와 함께하고 있던 존과 스미스는 그의 정체를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는지 그대로 굳어 버리고 말았다.
“인, 간……?”
“그렇게 강했는데.”
“순수 인간 출신이다. 종족 성장은 했지만.”
“인간이든 염인이든 무슨 상관이겠나. 중요한 것은 이 남자가 강하고, 흡혈귀를 알아볼 수 있으며, 신의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두 왕실 기사를 놀리듯 그렇게 말한 국왕은 그래서, 하고 그에게 물었다.
“내가 무엇을 졌다는 거지?”
“후…… 소파다, 소파.”
―우우, 계약자 미안해.
‘괜찮아, 루시. 그래도 앞으로는 소파를 볼 때마다 비교하는 건 자제하자.’
괜히 자신이 신나게 까분 탓에 기준의 정체를 들켰다는 생각에 의기소침해진 루시가 그의 품으로 기어들어 왔다.
하지만 국왕은 아마 재판 당시에도 저 펜던트를 걸고 있었을 터, 그때도 루시는 기준과 함께하고 있었으니 들켰다면 그때 이미 들켰을 터였다.
그 사실을 왕실 기사들에게는 공유하지 않은 듯하니 입은 무거운 편이라고 해야 할까…….
루시가 들어간 자리를 두어 번 토닥여 준 기준이 고개를 드니 국왕이 여전히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치를 즐기나? 내 집무실의 소파보다 좋은 물건을 쓴다고?”
“아니, 이전 상대한 흡혈귀 놈을 죽이고 얻은 거다.”
“아아, 과연 그렇군. 유쾌해.”
국왕은 빈말이 아니라는 듯 킥킥 웃으며 박수를 쳤다.
한편 기준의 상상 외의 정체에 넋을 놓고 있던 기사들은 국왕의 박수 소리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곤 다급히 그 자리에 부복했다.
“임무 마치고 귀환했습니다. 지금부터 다시 폐하의 호위로 복귀하겠습니다.”
“고생했다. 렉투스, 너는 투구를 벗어라.”
“명을 받듭니다.”
국왕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스미스가 투구를 벗었다.
기준은 그 안에서 의외로 젊은 남자가 튀어나온 것에 한 번.
그의 이마 양쪽 관자놀이 부근에서 작게 뿔이 솟아난 것을 보고 두 번 놀랐다.
“설마.”
“태자다.”
국왕의 말에 기준은 어처구니가 없어 고개를 저었다.
그라티아 놈들은 제 자식을 험하게 굴리는 게 취미인 걸까.
제 정체를 드러낸 왕자는 국왕 곁으로 다가가 섰고, 여전히 투구를 쓰고 있는 존은 입구를 지키듯이 문가로 물러났다.
“렉투스, 직접 겪어 보니 어땠지?”
“휘하로 들이긴 힘듭니다. 지금과 같은 관계가 이상적입니다. 성정이 곧고 올바르니 바르게 다가가면 바르게 답할 것입니다.”
“좋다. 그 외에는?”
“천사와 같이 아름다운 인간 여성과 아는 사이입니다.”
지금 뭐라 했냐.
기준은 스미스, 아니 렉투스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마 양쪽에 뿔이 돋은 그라티아의 왕태자, 렉투스는 당당하게 그를 마주 보며 말했다.
“이 나라의 태자로서 말하지. 그녀를 소개시켜 줬으면 한다. 잘해 줄 자신이 있다.”
“너 그냥 투구 다시 써라.”
“렉투스, 다시 쓰도록.”
“알겠습니다.”
국왕의 지시에 렉투스가 다시 투구를 뒤집어쓰고 시무룩해져 침묵했다.
국왕은 못 미더운 눈으로 렉투스를 째리다가는 기준을 돌아보며 사과했다.
“못난 아들이 실례했군. 이번 의뢰의 보상에 대해 논하지. 우선――.”
국왕은 여러 서류를 꺼내 들어 친히 기준에게 설명해 주었는데, 거기서 기준은 새삼 자신이 국왕에게 좋은 대우를 받고 있음을 실감했다.
왕실의 의뢰라곤 해도 하급 귀족, 관리를 시켜 보상을 전달해 줘도 되었을 텐데 왕궁의 심부까지 직접 불러 대면하는 것도 모자라 친절히 설명해 주고 있지 않은가.
‘모든 사람에게 이러는 건 아니겠지만…… 나한테 좋은 인상을 남기려 했다면 확실히 성공했네.’
의뢰 보상은 현금이나 보물 같은 직접적인 보상보다는 복지 혜택과 비슷한 것이 많았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그가 원한다면 후일 귀족 작위를 얻기 위한 퀘스트에 도전할 우선권을 주겠다는 것.
그 외에도 그라티아에서 길드를 창설할 시 조건 완화, 세금 감면, 국가 공식 퀘스트 우선순위 등등…….
“마지막으로 본인에 한해 그라티아 내부에서 텔레포트 게이트를 사용할 경우 월 3회 무료로 이용 가능.”
“앞으로 계속?”
“5년간이다.”
그것만 해도 엄청난 보상이었다.
텔레포트 게이트는 한 번 이용할 때 기본금이 100 금화에 더해 레타 포인트까지 소모해야 하는데, 월 3회라고는 해도 그걸 5년간이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니.
“충분한 보상이야.”
“개인적으로 길드 창설을 권하고 싶군. 인증 받은 길드에게만 주어지는 국가 공식 퀘스트는 그 보상으로 명성이 높다. 자네 생각보다도 훨씬 큰 혜택이 될 거야.”
“그건 생각해 보겠어.”
“훌륭하다.”
만족스럽게 웃은 국왕이 선언했다.
“왕실의 의뢰는 이로써 완수되었다. 인간 준, 노고에 감사한다.”
그 순간 기준의 눈앞으로 예상치 못했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히든 퀘스트 달성! 그라티아에 숨어들어 있던 흡혈귀 문명 ― 쿠드라크의 첩자를 모조리 찾아 죽이고 미래의 위험을 현격히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향후 개시될 그랜드 퀘스트의 보상이 보다 높아집니다.
―NPC와의 적극적인 공조로 나라에 비밀리에 드리워진 암운을 걷어 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장막을 들추는 자(R)]에 매우 긍정적인 보정이 더해져, 칭호가 유니크 등급으로 성장합니다! 칭호 효과로 인해 퀘스트의 숨겨진 요소를 찾아내기 더욱 쉬워지며, 모든 퀘스트의 보상이 한층 증폭됩니다. 추가 보상과 연계 퀘스트를 받을 확률이 생겨납니다.
―칭호 효과로 인해 보상이 한계를 초월해 증폭됩니다. 50,000 포인트를 얻었습니다!
―레벨이 10 올라 70이 되었습니다! 근력(U) 12, 재주(L) 2, 내구(U) 11, 광 마력(L) 3, 영력(L) 2가 올랐습니다!
―퀘스트 보상으로 가장 낮은 스탯[내구(U)]이 5, 그다음으로 낮은 스탯[근력(U)]이 4, 추가로 매력(L)이 7 올랐습니다!
―퀘스트 보상으로 원하는 스킬의 레벨을 올릴 수 있는 스킬 포인트 2를 얻었습니다!
기준은 10 레벨 업과 더불어 퀘스트 보상으로 더해진 스테이터스로 전신의 기운이 증폭되는 것을 느끼며 입을 떡 벌렸다.
왕실과 연결되었기 때문일까, 의뢰가 시스템 퀘스트로 취급된 것은 물론이고, 고작 며칠을 소요한 퀘스트임에도 그 보상이 어마어마한 수준이지 않은가!
물론 거기에는 칭호 [장막을 들추는 자]의 등급 성장도 한몫했겠지만, 새삼 아까 스미스…… 아니, 렉투스가 말했던 ‘업적’이 무슨 말인지 깨닫게 되었다.
“만족스러워하니 다행이군.”
국왕은 기준의 얼굴을 보곤 재차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우리가 이곳에서 다시 보게 되는 날까지 보다 완벽히 준비해 주기 바란다. 준, 네 뜻을 우리 왕실에서 지원한다.”
대량의 레벨 업에 놀라 기뻐하던 것도 잠시, 기준은 국왕의 말에 낯빛을 굳히곤 깊숙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지금 그 말은 흡혈귀 왕국 침공을 왕실에서 공식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
사실상 기준이 코르로 와서 목표하던 바를 초과 달성했다는 증거였다.
기준은 새삼 자신이 어떤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는지, 어떤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는지 상기하며 눈빛을 빛냈다.
……그것도 왕실 퀘스트로 취급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아주 잠깐 했지만 애써 머릿속에서 지웠다.